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94
제94화. 무너지는 도쿄(2)
길드 본부가 바빠졌다.
사냥을 나갔던 길드원들이 복귀하였고 바로 파병을 나갈 준비를 한다.
불만은 없었다.
기본적으로 해외 파병 의뢰는 단가가 높았고 여기에 3배를 얹어 준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한국 정부에서는 수송기를 근처에 대기하고 있다가 우리들이 위험에 빠질 상황이라면 바로 발을 뺄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
이건 일본으로 파병을 가는 여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
최대한 인도적으로 돕겠지만 너무 위험하면 발을 빼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에서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항의하지는 않을 거다. 그들 역시 같은 상황이라면 똑같이 행동할 테니까.
나는 집무실로 돌아와 보석들을 환전했다.
[보유 코인: 15만]실로 어마어마한 코인이 바로 쌓였다.
오늘 시세가 좋아 다행이다.
다른 부분은 볼 필요가 없다. 펫을 채워야 하므로 그에 대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살핀다.
가능하면 신화 급 알을 구해야 한다.
그것이 불가능하면 유니크라도 말이다.
신화라는 명칭이 붙으면 가격은 모두 상상을 초월한다.
죄다 30만 코인 이상.
“후. 쉬운 것이 없네.”
어마어마한 자금을 벌어들이기 시작하면서 내 눈도 덩달아 높아졌다.
그러다보니 유니크 급은 눈에 차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등급이 깡패라고, 아무리 유니크의 등급이 높아도 신화에는 미치지 못했다.
“음?”
그런 와중에 할인이 들어간 물건을 발견했다.
파격할인 적용 중.
1인 1회 구매 한정.
[강신의 전령(신화)]가격: 60만 코인->15만 코인
“와, 미친.”
할인이 들어가서 15만 코인이다.
무지막지한 가격이었지만, 분명히 그 정도의 값어치는 했다.
강신의 전령 LV. 1
직업: 탱커(SS) 화 속성 공격(SS)
HP 3,000/MP 1500
[스탯: 힘 40, 체력 300, 민첩 50, 지혜 70 , 정신 150]물리 공격력: 40
마법 공격력: 70
물리 방어력: 100
마법 방어력: 100
스킬
파이어 스톰 LV. 1
파이어 실드 LV. 1
파이어 오러 LV. 1
강신 LV. 1
특수능력
짐꾼
광역 공격
고대 영웅 강림
펫 설명
주인과 정신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강신 사용 시, 고대 영웅 중 한 명으로 변신할 수 있으며 HP가 모두 소진되면 되돌아간다.
펫 사망 시 6시간의 쿨타임을 가진다.
“변신?”
신화 급 펫에 붙어 있는 강신이라는 기능이다.
고대 영웅 중 하나를 불러내 내 몸을 변신시키고, 그동안은 HP가 모두 닳아도 본체에는 타격이 들어오지 않는다.
실로 무시무시한 스킬이다.
펫을 부화시켜 보니 천사의 형상을 한 초등학생 정도의 여자가 장검을 들고 있었다.
근거리 보조 딜러임과 동시에 원거리 딜러이며 파이어 실드라는 버프까지 걸어주는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인다.
“이 정도라면.”
설마 변신 펫을 벌써 얻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지금이야 두 마리의 펫만 데리고 다니지만 시간이 흐르면 슬롯이 하나 더 늘어날 것이고, 펫을 돌려보내면 다른 펫도 키울 수 있다.
상황에 따라 펫을 돌려가며 사용할 수 있다는 뜻.
이 정도만 해도 내게는 엄청난 도움이 된다.
강신의 전령이지만 천사를 닮았기에 그냥 천사라는 애칭을 달아 주었다.
“천사. 잘 부탁한다.”
-…….
“말이 좀 없네?”
-싸가지가 없는 년인 것 같네요. 그냥 바꾸시는 것이 어떤가요?
내게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한 엘레스트라와는 좀 다른 면모를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명령을 듣지 않는 건 아니었다.
“자자, 내려가자고.”
로비로 나왔을 때, 박수철이 굉장한 관심을 드러냈다.
“오우! 형님! 펫 새로 뽑으셨네요? 굉장히 예쁜 천사네요.”
서걱!
박수철이 천사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그 순간, 바로 장검이 놈의 손목을 노렸다.
당연히 박수철은 반사 신경이 뛰어났고 바로 피해냈다.
“아오, 썅! 손모가지 날아갈 뻔했네! 도대체 이건 뭐에요? 몬스터도 아니고 이거.”
-…….
여전히 내 어깨 위에서 도도하게 서 있는 모습.
그때, 뒤에서 세실리아가 다가왔다.
“와! 천사네요?”
슥, 슥.
세실리아는 천사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가만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녀에게는 적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수철은 괜히 눈을 흘긴다.
“대체 뭔데. 츤데레냐?”
출국 전, 인터뷰를 해야 할 일이 생겼다.
소식을 들은 기자들이 대거 몰려왔기 때문이다.
무시하고 가기에는 그 숫자가 너무 많았다.
아직 일본 정부와 약속한 시간은 좀 남아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사람들 앞에 섰다.
“길드장님! 이번 탑 붕괴가 일본에만 일어날 거라고 보시나요?”
“다른 곳에서도 붕괴가 일어날까요?”
“위험하실 수도 있는데 각오는 되어 있으신가요?”
“…….”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 역시 궁금하기는 할 것이다.
미래를 알고 있는 나였지만 철저하게 감추어야 했으므로 그저 두루뭉술하게 넘길 뿐이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기에 다른 지역의 탑들이 무너질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저 위험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고 짐작할 뿐이죠.”
“방금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을들의 반란은 다마 신도시를 맡게 된다고 하는데요, 그쪽 상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괜찮으실까요?”
나는 박명태를 바라본다.
그 역시 금시초문이라는 얼굴이다.
언론은 언론이라는 건가.
나름대로 빠르게 소식을 전해 받은 것 같았다.
이런 때에는 그저 겸손하게 허리를 굽히면 된다.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일본 측의 상황이 워낙 급한지라 어쩔 수가 없네요. 저희 을들의 반란은 그저 대한민국의 이름을 빛내기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길드장님!”
이런 저런 질문들이 쏟아졌지만, 우리들은 바로 버스에 올라탔다.
이제 공군 비행장을 통하여 수송기를 타고 바로 도쿄로 날아갈 것이다.
한국 정부에서 제공한 수송기 안.
서울에서 여기까지 1시간 반이 걸린 것으로 봐서는 일본 정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 확실했다.
우리들이 배정 받은 구역은 도쿄의 위성도시인 다마 신도시다.
도쿄 중심지를 기준, 서쪽으로 20km 정도 떨어진 도쿄 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다마 구릉이 넓게 형성되어 있으며 최근 들어 향도 현상이 발생하며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중요한 이유는 뚫리는 순간 도쿄 중심지가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도쿄는 일본의 수도인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며 방어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가 명확하여 어떻게 해서든 도쿄 주변에서 적들을 처리하려 하였다.
수송기는 반파된 도시의 상공을 가로지른다.
“형님, 심각한데요?”
“이 정도일 줄이야.”
불과 두 시간 전에 보았을 때만 해도 이 지경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헌터들이 도시를 방어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반 이상 밀린 상황이었다.
콰과광!
쿠구구구!
여기저기서 들리는 폭음과 괴성.
다마 신도시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래도 위성도시인 만큼이나 높은 건물들이 있었는데 그중 반은 무너져 완전히 못 쓰게 되었다.
도쿄로 밀려들어가는 차량들, 군과 경이 동원되어 어떻게든 통제를 하려 하였지만, 경계선 부근은 난리가 나 있었다.
거대한 철조망이 있었지만, 그곳을 타고 넘어가는 자들이 줄을 이었고 방어선을 지키기 위하여 군인과 경찰들이 애를 썼다.
문제는 방어선으로 몰려드는 시민들의 뒤로 몬스터들이 달려들어 살육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저곳이 피바다다.
미래에는 지겹게 펼쳐질 멸망의 순간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는 충격적인 장면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세기말 광경이 따로 없네…….”
“몬스터가 너무 많은데요?”
길드원들의 말대로다.
100명 정도의 길드원으로 다마 신도시 전체를 커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때문에 일본 헌터들이 어떻게든 막으려 애를 쓰고 있었으나 죽어 나가는 자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과연 다마 신도시만 이럴까?
도쿄의 많은 위성도시들은 물론이고 도쿄의 방어선에서도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비규환의 지옥이 따로 없다.
‘아직은 멀었지.’
지금은 ‘겨우’ 도쿄만 무너지고 있는 중이다.
상황을 보니 어찌어찌 도쿄 중심부는 지킬 것 같이 보였다.
멸망이 본격화 되면?
사람들은 인류 대부분이 죽어 나가는 광경을 봐야 할 것이다.
다마 신도시 외곽 공군 비행장.
수송기는 안전구역에 착륙하였다.
수송기가 완전히 착륙하고 일본 땅에 발을 딛자마자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프롤로그를 시작합니다.]“……!”
우리들은 모두 몸이 굳고 말았다.
이런 메시지를 받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헌터들에게 프롤로그 메시지가 떴다.
“프롤로그!?”
“이게 대체 무슨?”
가슴이 차갑게 식는 느낌이었다.
각성자들에게 한하여 발송되는 메시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이런 적이 있었지. 하지만 그때에는.’
앞으로 2년 후다.
차원의 탑이 붕괴하고 본격적인 멸망의 전조가 시작되는 프롤로그 페이지.
다시 메시지가 출력된다.
[신들의 세계에서 추방된 몬스터들이 차원을 뚫고 침공을 시작하였습니다.당신들은 신들의 선택을 받았으며 주어진 시간 안에 게임을 클리어 해야 합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프롤로그를 진행하며, 성공적으로 프롤로그를 수행한다면 보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퀘스트가 도착하였습니다.
[최대한 많은 몬스터를 죽이세요.]“…….”
1차 프롤로그다.
내가 알기로 프롤로그는 총 3단계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사이와 사이의 텀이 4개월 정도로 길었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난이도는 대폭 상승한다.
프롤로그가 끝났을 때에는 인구의 30%가 죽어 나간 이후였으니 대혼란이 일어날 때까지 머지않았다는 뜻이 되었다.
물론 아직 인류의 멸망의 단계까지는 사람들이 논하지 않을 것이다.
‘최대한 발전을 해야겠는데.’
나는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였다.
1차 프롤로그가 시작되었고 선택된 자들만 퀘스트를 받았다.
‘운이 좋았어.’
퀘스트가 떴다는 것은 보상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일본으로 오지 않았다면 퀘스트도 뜨지 않았을 것이다.
즉, 검제는 1차 프롤로그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뒤를 돌아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시스템이 퀘스트를 줬군요. 최대한 많은 몬스터를 죽이라는 것 같으니 최선을 다하도록 하죠!”
“네!”
다행히 우리들의 정신은 나약하지 않았다.
다들 그 뜻을 알아 차렸다.
시스템이 관여하기 시작하였으니 보상도 상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