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95
제95화. 프롤로그(1)
30인승 버스가 4대나 도착한다.
그 안에서 한 남자가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내렸다.
머리가 반쯤 벗겨지고 왜소한 체구를 가진 일본의 관료였다.
“어서 오십시오! 저희 일본을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관료는 아직 프롤로그에 대해서는 모르는 눈치였다.
프롤로그 메시지는 각성자들에게만 발송된다. 그것도 특정한 조건을 만족하는 상황에서만 발동됐다.
즉, 탑이 터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그것도 헌터들에게만 발송이 되었으므로 아직까지는 전달이 되지 않은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탑이 터진 것은 일본이 유일하였으므로 프롤로그 1차는 일본에서만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도쿄 주변에 배치되어 있는 헌터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자신의 이름을 다이센이라고 밝힌 관료는 헌터 관리국에서 파견된 사람이다.
그는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설명을 해주었다.
“현재 다마 신도시 전역이 전화에 휩싸여 있습니다. 먼 곳에서 오셨는데 쉬지도 못하고 투입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이센은 연신 허리를 굽혔다.
필요 이상으로 예의를 차리는 자들이 일본이다.
얼마나 허리를 굽혀 대는지 보기에 안쓰러울 지경.
다이센은 우리들에게 지도를 발부하였다.
“다마 신도시의 지도입니다. 신도시 전역이 작전구역이며 도시 내부의 몬스터들이 전원 소탕될 때까지 작전을 계속합니다.”
“안내역도 있나요?”
“충성! 제가 안내역입니다. 아사카 소령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혹시.”
“예! 군인 헌터입니다. 제가 여러분들을 모시겠습니다.”
20대 중반이나 되었을까.
사실 저 나이에 소령을 단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군인 헌터라면 말이 된다.
기본적으로 군인 헌터로 지원하면 중위 계급부터 시작하며 진급도 빨랐다.
앞으로 몇 년 지나면 대령까지도 진급이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전에 세상은 종말을 고할 것 같다.
아사카 소령이 설명을 이어갔다.
“헌터 분들께서는 우선 다마 중부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곳에서는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고 있으며 간신히 방어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총 몇 명 정도가 작전에 참여하나요?”
이하나가 날카롭게 질문했다.
현실적으로 다마 신도시 정벌이 가능한지 묻는 거였다.
만약 불가능할 것 같으면 어느 정도 사냥을 하다가 발을 빼는 편이 좋다.
“총 300명입니다.”
“300명이라…….”
“도쿄 전체가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에 인원이 조금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마 신도시로 야마토 길드가 투입될 예정이기에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야마토 길드라. 1위 길드 아닌가요?”
“예. 맞습니다. 지존께서도 오실 예정입니다.”
일본의 지존 토가 에리카.
질풍의 검사로 이름이 높았고 검제와 비슷하거나 한 수 앞선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들이 정예 300명을 데리고 참전한다고 하니 그럭저럭 정벌은 가능할 것 같았다.
“가능하면 그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지원을 해주시는 건.”
“불가해요.”
이하나는 절대불가를 외쳤다.
이 정도 전력이 투입되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해결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 길드를 찢어놓는 것은 불가하다. 게다가 그들의 지휘를 받는 것도 사양이었다.
이하나는 이것이 게임의 일부라는 것을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 말은 경쟁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정벌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기에 최선을 다하여 퀘스트에 임한다.
불가해의 존재가 퀘스트를 판별할 것이었으므로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편이 낫다.
‘무조건 많은 몬스터를 사냥해야 하지.’
아사카 소령은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으나 고개를 끄덕였다.
“지원을 오신 분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죠. 알겠습니다. 다만 저를 길잡이로 써주시는 것은.”
“그건 허용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안전지대에 도착했다.
다마 신도시의 유일한 안전지대인 이치다 공원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곳곳에 망루가 세워졌다.
야마토 길드에서 적들을 막고 있는 중이다.
목숨을 걸고 도심에서 탈출한 시민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은 수송헬기를 통하여 빠져 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모두 그렇게 운이 좋은 건 아니었다.
“북쪽이 뚫렸다!”
“꺄아아악!”
“아아악!”
“끼에에엑!”
몬스터들이 민간인들과 뒤섞인다.
몬스터의 종류는 각양각색이다.
고블린이나 오크부터 시작하여 오우거와 트롤, 언데드까지 뒤섞였다.
대형 몬스터들에게 잡히면 그대로 씹어 먹힌다.
소형 몬스터들도 마찬가지였다.
곧바로 헌터들이 투입되었지만, 이미 현장은 피바다였다.
한 길드원이 중얼거린다.
“지옥이 따로 없네.”
“후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군요.”아사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외국인인 우리들이 보기에도 처참한 광경이었다.
자국의 군인이 볼 때에는 심정이 어떨까.
아사카는 고개를 흔들었다.
“잠시 저희 지존과 만나 결정된 사안을 통보하고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럽시다.”
난리통 한가운데 푸른 전신 갑옷으로 무장하고 있는 여전사가 걸어 나왔다.
차갑고 무심한 눈빛에 오만하게 치켜 올라간 눈동자가 꽤 인상적이다.
머리칼도 푸른색이었고 눈동자도 마찬가지다.
동양적인 외모였으나 큰 키 덕분에 서양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당신들이 한국에서 지원을 나온 자들인가?”
“그렇기는 한데……. 왜 반말이세요?”
바로 박수철이 반박했다.
설마 도움을 주러 온 사람들에게 초면에 말부터 깔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상관없었지만, 알면 당연히 반박을 하게 되어 있다.
“흥. 이제 갓 조직된 길드라고 들었다. 양민에게 존댓말을 할 귀족이 있나. 그리고 이 지역은 우리들만으로도 충분하다.”
“뭔 개소리래? 존나 밀리는 것 같은데.”
박수철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에리카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욕을 한 건가?”
“응? 내가 언제? 개소리가 욕이야? 사실이지.”
“죽고 싶나?”
“자자, 그만들 하시죠. 왜들 그러세요?”
아사카가 끼어들었다.
그 사이에도 에리카는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구시렁거린다.
“저런 허접한 전력으로 지원이라니. 내 지휘를 받아라. 어쩌면 살아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응. 우린 개가 말하는 소리 안 들어.”
“후회할 텐데?”
“각자도생하자고. 도와 달라는 개소리가 들려와도 그냥 둘 거니까 그렇게 알아.”
박수철은 몸을 휙 돌렸다.
에리카는 입가를 꿈틀거리며 말했다.
“허세만 가득하군. 후회하게 될 거야.”
에리카도 그렇게 돌아섰다.
박수철은 우리들에게 돌아오자마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썅년이네. 저런 년들이 많은 건 알고 있었는데, 일본은 더 심한 것 같네요.”
“뭐, 전형적인 귀족주의지. 그만하고 우리는 할 일 하자고.”
“가시죠. 저년이 위기에 빠지면 뒈지게 그냥 두어야겠습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에리카가 그렇게 당할까 싶었지만, 질풍의 검사가 본격적으로 세계에 두각을 드러내기 전이었으니 박수철의 말대로 위기에 빠질지도 모르겠다.
짝! 짝!
조금 찝찝하지만 우선 각자도생하자고 협상을 끝냈다.
그러니 우리는 알아서 움직이며 다마 신도시를 청소하면 된다.
우선은 안전지대 북쪽이다.
그곳이 뚫리면서 어마어마한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었으니 북쪽을 뚫고 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어쨌든 민간인 사상자는 최대한으로 줄여야지.
“북쪽을 뚫읍시다.”
“우오오!”
“가자!”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바바리안을 비롯한 탱커들이 달려갔다.
원거리에서 공격과 근접 딜러들도 움직인다.
물론 나 역시 엘레스트라와 천사를 내보냈다.
오크와 고블린 따위는 우리 상대가 아니다.
순식간에 놈들이 쓸려 나가고 나는 소환수를 뽑으려 하였다.
최대의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탱딜의 포지션을 가진 소환수를 뽑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를 테면 마수들이라던가.
거대한 덩치로 무식하게 밀어버리는 전략이 쓸 만할 것 같다.
그게 아니더라도 일단 신화 소환수만 뽑혀도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콰과과광!
전방에서 바로 전투가 벌어진다.
탱커들은 닥치는 대로 몬스터들을 뭉개버렸고 엘레스트라는 사방으로 치유를 뿌렸다.
그리고 천사는.
서걱! 서걱!
여기저기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며 적들의 머리를 정확하게 베어냈다.
[고블린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5점] [오크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10점] [오우거를 처치했습니다. +50점]“음?”
사냥이 시작되자 내 소환수나 동료들이 죽인 몬스터들이 점수로 환산되었다.
비로소 프롤로그 퀘스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등급이 높고 많은 몬스터들을 죽였느냐에 따라서 점수가 매겨지고 그에 따라서 퀘스트 보상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대량살상이 답이겠는데.”
***
“꾸에에엑!”
“취이이익!”
동, 서에서 끊임없이 몬스터들이 밀려오고 있었다.
야마토 길드의 길드장이자 일본의 지존 토가 에리카는 연신 장검을 휘두르며 적들을 처리해 나갔다.
그녀의 임무는 어떻게 해서든 많은 인원을 구출해내는 것.
애국심을 떠나 많은 사람을 살려야만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다.
국내 지지율이 올라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그리 되어야 많은 돈을 거두어들일 수 있다.
헌터와 돈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사이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 제약 때문에 에리카는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오크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10점] [오크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10점] [오크 전사를 처치했습니다. +10점]……
‘뭔가 시작됐어.’
시스템이 개입하여 세상을 비틀기 시작했다.
탑이 붕괴하며 어마어마한 몬스터들이 세상에 풀려났다. 그리고 놈들은 학살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었다.
게임에서나 등장하는 퀘스트가 시작된 것이다.
죽이는 몬스터의 숫자만큼 스코어가 올라간다. 고득점을 해야 더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음이 확실했다.
그러나 그녀는 움직이지 못했다.
인기관리 때문이다.
‘이렇게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으니 충분히 고득점을 올릴 수가 있을 거야.’
분명히 그녀는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한 차례 학살이 끝나고 제자리로 돌아온 그녀에게 사무장이 태블릿 PC를 내밀었다.
“지존! 이것 좀 보십시오!”
“지금 쉬는 것 안 보여?”
“한국 놈들이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있습니다!”
“학살?”
에리카도 충분히 몬스터를 학살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주변에 널려 있는 사체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걸 뛰어 넘는 학살을 한다?
가끔은 에리카도 약간 버거울 정도의 몬스터도 밀려왔다.
마족이나 데스 나이트, 심지어는 언데드 군단을 이끄는 데스로드도 있었다.
랭커나 되어야 처리할 수 있는 놈들이 지천에 널려 있었는데 이걸 뛰어넘어 학살을 하고 있다고?
에리카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흥. 제깟 놈들이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다고.”
그녀는 태블릿 PC를 빼앗듯이 가져와 동영상을 살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학살극.
학살극의 주역은 소환수들이었다.
“……이건 대체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