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96
제96화. 프롤로그(2)
꽈직!
“케엑!”
“오오오오옴!”
퍼억!
츄아아악!
피와 살점들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30인에 이르는 거대한 거인들이 닥치는 대로 주먹을 휘두르며 몬스터들을 피떡으로 만들고 있었다.
레벨이 60에 이르게 되면서 소환수들이 한층 강화되었다.
무엇보다 템빨과 스킬의 영향으로 지혜가 대폭 상승하자 지금 뽑을 수 있는 소환수들 중에서는 최고의 레벨을 자랑했다.
여기에 신화 급이 되다 보니 웬만한 보스 몬스터라고 할 만한 놈들이 뽑혔다.
일명 거신족이라고 불리는 종족이 타이탄이다.
4미터에 이르는 키에 청동갑주를 두르고 있었으며 원형 방패 호프론을 들고 허리에는 대검을 차고 있다. 또한 창까지 등에 메고 있었는데 이곳에 있는 몬스터들 따위야 주먹으로 때려죽이는 것이 편해 보인다.
아이템의 영향으로 30명이나 뽑아냈고, 그들이 사방으로 퍼져 진군하자 몬스터들은 맥을 추지 못하고 쓰러졌다.
여기에 더하여 사방으로 뿌려지는 신성력과 마법들, 그리고 화살들은 적들의 숫자를 빠르게 줄여 나가고 있었다.
천사라고 명명하게 된 펫은?
그 작은 덩치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적들을 암살하였다.
그 덕분인지 말도 되지 않는 속도로 몬스터들을 죽여 나갔다.
한 시간 정도가 흘렀을 때, 다시 한 번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퀘스트 스코어 20,000 달성!
세계 최초로 2만 스코어를 달성하였습니다!
스코어에 따라 보상이 증가합니다.
1위: 강한성
2위: 박수철
3위: 이하나
4위: 고준삼
…
8위: 토가 에리카
“이햐, 형님이 1위입니다!”
“일본 지존은 명성만큼 대단하지 않은데.”
“그거야 공원에서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죠. 소문은 들었는데 생각보다 더 평판에 신경 쓰는 것 같네요.”
“평판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다고?”
“돈에 환장한 여자니까요. 대충 방어는 주변에 맡기고 직접 움직여도 될 텐데 일본 전역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을 테니.”
“그게 족쇄가 되는 건가?”
“그렇다고 봐야죠.”
“멍청한 년이네.”
“푸하하! 맞습니다. 멍청한 년이죠!”
내 입장에서 보면 멍청한 것이 맞다.
세상이 멸망할 것을 가정하면 어떻게 해서든 강해져야 하고 세상의 평판은 조금 무시를 해도 되었다.
하지만 스스로 굴레를 만드는 바람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설마 세상이 멸망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기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겠지만.
“정치를 하려는 건가?”
“돈 때문이겠죠?”
“돈이라. 오히려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낫지.”
콰과과광!
미친 듯이 타이탄들이 날뛰자 더욱 큰 굉음이 들린다.
타이탄들은 불도저가 따로 없었다.
그들이 탱커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니 길드원들은 어떻게 해서든 스코어를 올리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었다.
길드원들 역시 스코어가 높아야 좋은 보상을 받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건 뭘까요?”
세실리아가 허공을 휘저으며 말한다.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지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눈앞에 스코어가 숫자로 표시되고 있었다.
세실리아가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의 상황 자체였다.
“게임 시작이라는 거겠죠.”
“게임 시작이라니요?”
“퀘스트가 나오고 스코어까지 등장을 했죠. 여기에 더해 프롤로그? 게임 도입부라는 뜻 같은데.”
“……설마 세상이 이 꼴이 된 것이 신들의 게임 때문이라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
세실리아는 그렇게 말을 하다가 말을 줄였다.
그녀는 성좌의 권속이다.
신의 존재는 부정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런 시스템을 누가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바로 신이다.
신들이 지구를 유흥의 장으로 만든 것이 틀림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미래에도 말들이 많았다.
단순한 재미?그게 아니면 뛰어난 전사를 선별하는 과정?
내가 알기로는 신의 권속을 뽑기 위한 장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 지금의 환경을 접한다면 혼란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서걱!
박수철은 달려오는 오크의 목을 날려 버리고는 웃었다.
“누님.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어요. 이유가 뭐가 중요해요? 이미 이 따위 세상인데.”
“그건 그러네요.”
세실리아도 방패와 검을 휘둘렀다.
우리 길드에 가입하면서 사제들은 성기사나 전투 사제로 변해갔다.
그리고 그들의 변화는 길드의 중요한 전력이 되어주고 있었다.
속전속결.
지금 상황에서 이보다 어울리는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소환수를 앞세운 무차별 공격은 우리들의 활동 범위를 넓혔다.
30명의 타이탄이 드문드문 넓게 늘어서고 그 뒤를 받치는 형태.
어차피 우리들의 앞은 폐허다.
건물이라고는 별로 남아 있지도 않았고 죄다 무너져 잔해만 보이는 상황이다.
재건을 하려면 어차피 다 부수어야 했으므로 타이탄은 어떤 제약도 없이 주먹과 무기를 흔들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폭력이다.
방패를 휘두르면 저 멀리 몬스터가 튕겨져 나갔고 주먹으로 내려치면 뇌수가 터졌다.
적들이 너무 많이 몰려오면 장검을 가장한 대검을 휘둘러 쓸어 냈으며 전방에 피어를 질러 놈들을 위축시켰다.
그 결과 전 세계에서 경악할 정도로 빠르게 밀고 올라가는 중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퀘스트 스코어 100,000 달성!
세계 최초로 10만 스코어를 달성하였습니다!
프롤로그 보스 파괴의 혼돈이 등장합니다.
처치 시 강력한 보상을 얻습니다.
강한성의 파티가 파괴의 혼돈의 우선권을 얻습니다.
프롤로그 보스에 도전하겠습니까?
Y/N
휑하게 뚫려 있는 들판.
신도시를 벗어나자 논밭이 즐비하게 펼쳐져 있었다.
적들은 도시만 노렸는지 시골 길에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고 우리는 잠시 멈춰서야만 했다.
사방으로 드론이 날아다니며 우리들의 모습을 촬영한다.
“잠시 휴식!”
“휴식합니다!”
스코어는 우리 길드가 상위 4위까지를 전부 차지하고 있었다.
에리카는 수동적인 방어에서 벗어나 공격적으로 적들을 처치해 나가고 있었지만, 이미 우리를 쫓아올 수는 없었다.
그나마 8위에서 5위까지 올라간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라고 할까.
4위인 고준삼보다도 점수가 낮았고 3위와는 두 배나 스코어 차이가 났기에 현실적으로 에리카가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사라졌다.
어느 정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혈투를 벌여왔으니 휴식하는 건 당연한 일.
길드원들은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마나 포션을 마시는 등 만전을 기한다.
부상자의 치료가 끝나자 나는 길드원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아이템과 스킬의 영향으로 소환수의 소환시간이 대폭 늘어난 관계로 아직까지는 시간에 구애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다들 월드 메시지 받았을 겁니다.”
“네! 우리가 세계 최초로 10만 스코어를 달성했다고 하네요!”
“정확하게는 길드장님이지.”
사람들의 얼굴에는 경외감이 가득하다.
거대한 타이탄 30명이 없었다면 과연 이렇게 빠르게 스코어를 올릴 수 있었을까?
온갖 종류의 몬스터들이 다 튀어 나왔으므로 생존에 집중해야 했을 것이다.
프롤로그 보스?
어쩌면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이미 길드원들은 내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여기서 포기하자고 해도 별 말은 없었겠지만, 나부터가 포기할 수가 없었다.
무려 월드 메시지로 약속한 강력한 보상.
그게 뭔지는 몰라도 신화 급에 근접한 무언가를 받게 될 거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프롤로그 보스요? 당연히 뒈질 만큼 힘들었죠. 우리들 귀족들이 힘을 모아도 픽픽 죽어 나가기 일쑤였으니. 그래도 보상은 꽤 달달했죠. 일괄적으로 유니크 아이템을 주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생각해 보면 그때가 천국이었지. 고작 한 마리를 공략하면 끝나는 것이었으니까.]천무검제의 인터뷰에서 분명히 유니크 아이템을 언급했었다.
일괄적으로 유니크 아이템들을 주었다고 하는데, 물론 종류는 각양각색이었다.
하지만 나는?
강렬한 운이 작용하면 신화 급 아이템까지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요즘에는 신화 급이 아니면 눈에 차지 않았다.
“무려 월드 메시지가 뜰 정도의 보스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대단히 위험할 거라고 판단되네요.”
“…….”
사람들은 각오를 다진다.
위험할 거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월드 메시지가 떴으니 엄청난 고난이 예상된다.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일.
“빠지실 분은 빠져도 됩니다.”
“뭔가 대단한 것을 준다고 하지 않았나요?”
세실리아가 물었다.
나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할 수 없군요. 최소한 레어에서 유니크 정도는 노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알 수 없죠.”
“설마 이 정도로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는데 범상한 물건이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오늘 전투에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원래 헌터들은 목숨을 담보로 살아가는 자들이다.
헌터가 위험을 두려워한다면 바로 일반인으로 돌아가는 편이 나았다.
“해 봅시다!”
“죽기밖에 더하겠어요?”
“저희가 최선을 다해 보좌할게요!”
구 천사 길드의 사람들이 각오를 다졌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위험하다는 것은 고지를 하였고 우리들 중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준비하세요.”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고 체력을 회복하자 나는 ‘Y’를 찍었다.
[프롤로그 보스 파괴의 혼돈이 그 실체를 드러냅니다.]쿠구구구구!
지진이 일어난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의 지진.
평소에도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었지만, 이건 자연적인 발생이 결코 아니었다.
쩌저적!
땅이 갈라지며 어마어마한 검은 연기가 솟구친다.
연기는 뭉게구름처럼 퍼져 나갔고 붉게 변한 대지를 뚫고 거대한 손이 땅을 짚었다.
쿵!
머리가 드러났다.
입에서는 검은 마기가 토해지고 수증가가 자욱하게 번져 나갔다.
곧 몸통도 드러났다.
온통 검은 일색이었고 암석과 같은 재질이다.
군데군데 갈라진 틈에서는 용암이 흘러나왔고 온몸에서 짙게 흘러나오는 연기들이 절로 긴장을 유발하고 있었다.
마침내 놈은 땅을 밟았다.
쿵!
땅을 한 번 구르자 대지가 쩍쩍 갈라지며 용암이 치솟았다.
실로 위압적인 모습.
드드드드!
대략 진도 6.0 정도로 추정되는 지진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동시에 들어오는 여러 가지 디버프들.
[마신의 저주가 깃듭니다.] [공격속도가 10% 감소합니다.] [이동속도가 15% 감소합니다.] [모든 스탯이 10% 감소합니다.]……
생각보다 디버프의 수준이 높았다.
키는 10미터에 달하였으며 집채만 한 덩치를 가진 프롤로그 보스.
이만한 위압감은 처음이다.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멸망의 때가 도래했노라!
저건 진심이다.
놈은 프롤로그가 멸망의 시작됨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 주어서는 안 된다. 그저 보스가 튀어 나올 때 지껄이는 일상적인 언어라고 사람들이 여겨야 한다.
“멸망은 개뿔! 닥치고 덤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