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mmoner is doing a quest RAW novel - Chapter 98
제98화. 원정이익(2)
“…….”
잔당을 처리하기 위해 움직이는 와중에 에리카와 마주하였다.
상당히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으며 동시에 배가 아픈 건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보스는 내가 잡았어야 하는 건데.”
“뭐라는 건지.”
우리는 그들을 가볍게 지나쳤다.
다들 만면에 미소가 가득하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유니크 급의 아이템이나 스킬을 얻었다. 가치로 따져도 어마어마하였고 캐쉬상점에서 구매를 한다고 해도 유니크 하나를 마련하는데 얼마나 들지 알 수가 없었다.
이는 상당한 이득이다.
프롤로그 보스를 잡았다는 것은 이보다 강력한 보스가 나오지는 않을 거라는 뜻이다.
사실상 상황 종료.
무엇보다 월드 메시지로 신화 급 아이템이 떴다고 공지가 나갔으니 모두가 부러워하고 있었다.
당연히 에리카는 내게 적대감을 드러냈다.
“감히 일본으로 넘어와 내가 가져야 할 것을 가로채다니.”
“하하하하!”
에리카의 말에 일일이 대답을 해줄 필요는 없었다.
욕이 튀어나오기 직전.
에리카를 말리는 야마토 길드의 사람들이 보인다.
박수철은 살짝 걱정되는 듯이 말했다.
“저 여자 성질이 보통이 아닌데요. 괜찮을까요?”
“안 괜찮으면 어쩔 건데? 정부의 요청으로 도와주러 왔는데 설마 깽판이라도 칠까.”
“그러고도 남아 보이지 않습니까?”
“저 여자는 절대 그럴 수가 없어. 여기서 깽판을 친다고? 아무도 일본을 도우려 하지 않게 될 걸. 오히려 나는 에리카가 깽판을 쳐주었으면 좋겠는데?”
“훗. 그건 그래요?”
보스를 처리하고 나자 잔당을 처리하는 것은 손쉬웠다.
뭔가 나사가 빠졌다고 해야 하나.
강력한 조직력으로 상당히 성가시게 놀았던 놈들이 각자도생하였고 몬스터들끼리도 싸움이 붙었다.
그러다 보니 빠르게 놈들이 처리되고 있었다.
마침내 우리들은 신도시의 외곽 공원에 도착했다.
엄연히 작전구역 안에 포함이 되어 있었기에 여기서 던전을 습득해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공원의 박살난 나무 잔해를 치우자 어디론가 연결된 포탈이 튀어 나왔다.
“혀, 형님! 이건?”
“소소하게 이익을 취해보자고.”
***
쾅! 콰과광!
“젠장! 그건 내가 먹었어야 하는 건데!”
야마토 길드의 에리카는 닥치는 대로 몬스터들에게 분풀이를 했다.
목이 날아간 사체에도 난도질을 했고 여기저기 뛰어 다니며 괴성을 질렀다.
야마토 길드의 사무장인 사토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광증이 도지신 것 같은데.”
“입조심 하라고. 괜히 자네에게 불똥이 튈지도 모르잖아?”
“그건 그렇지?”
일본의 지존 에리카.
평소에는 인기관리를 위해 노력하다가도 한 번씩 저런 식으로 짜증을 부릴 때가 있었다.
그걸 수습하느라고 길드 수뇌부는 진땀을 흘려야 했다.
물론 그들 역시 아쉽지 않은 건 아니었다.
“설마 소환사가 그만한 보스를 잡아버릴 줄이야.”
“그럴 만했지.”
“놈이 우리 길드장님을 꺾을 수 있으려나?”
“원래는 그게 아니었지만 신화 아이템을 얻었으니…….”
문제는 그것이다.
신화 아이템을 얻기 전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신화 아이템을 얻었다.
신화 아이템은 한 국가에서 한 개 이상 보유한 사람이 없다.
듣기로는 효율 자체는 스킬보다 높다고 한다. 문제는 소모품이라는 것.
신화 아이템을 소모하고 난 이후라면 몰라도 지금은 에리카가 밀리지 않겠냐는 것이 중론이었다.
길드원들은 에리카의 성질을 긁지 않기 위하여 노력했다.
그러나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무장님!”
“응? 무슨 일이야?”
“외부에서 온 소식인데, 놈들이 오우거 던전을 발견하였다고…….”
“뭐라고!?”
한창 사냥을 하고 있던 에리카가 돌아왔다.
그녀는 해당 길드원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사실이야? 놈들이 오우거 던전을 발견했다는 것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외곽 공원에서 발견했답니다.”
“뭐야 그놈은? 대체 뭐지?”
오우거 던전.
일명 ‘돈전’이라고 불린다.
만약 이 던전을 다른 길드와 함께 사냥하다가 발견하였다면 그 즉시 분쟁으로 이어질 만큼이나 여기서 산출되는 자금은 상상을 초월하였다.
던전의 가격이 원화로 수조 원을 호가하는 것을 보면 거품이 많이 끼기도 하였지만, 그 가치는 오래도록 이어진다.
세상이 멸망하고 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많은 헌터들이 장비를 제작하기 위하여 오우거 던전을 찾았다.
퍽! 퍽!
길드원들은 최대한 오우거 가죽에 손상이 가지 않는 선에서 움직인다.
예전에나 오우거가 위협이었지, 지금 정도의 실력이라면 거침없이 쓸어버리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마침내.
“꾸어어어!”
보스의 방에 입장했다.
이번에는 박수철이 단독으로 나선다.
퍼억!
그리고는 순식간에 킬.
이제 오우거 던전 정도는 우리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이하나가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오우거는커녕 고블린에게도 쩔쩔맸던 것이 엊그제인데 오우거를 이렇게 쉽게 잡네요.”
“하하! 그때는 초보 시절이고요, 누님.”
박수철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돌아와서 말했다.
사실 이런 감정에 휩싸이는 건 이하나뿐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마찬가지다.
특히 을들의 반란 1세대 길드원들은 사체 청소부로 일하다가 길드에 들어왔다.
그러다 보니 오우거 던전을 이렇게 손쉽게 처리할 지경이 되자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정도로 빠르게 성장을 하였다는 것.
사실 이건 유래가 없는 일이었다.
고준삼이 웃으며 말했다.
“다 길드장님 덕분 아닌가요? 길드장님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각성도 못했어요.”
“맞아요. 길드장님 덕분에 우리가 살만해진 거예요.”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여러분들이 노력한 덕분이지.”
나는 적당하게 겸양을 떨었지만, 속으로는 꽤 찔렸다.
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다 각성했을 사람들이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노력을 통하여 스스로 경지를 개척했었다.
나는 그저 미래의 영웅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것뿐이다.
“그나저나. 문제인데요?”
박수철은 녹색 피를 닦아내며 고개를 흔든다.
“뭐가 문제인데?”
“그 싸이코 년이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아서요.”
“폭주할까 봐?”“충분히 그럴 만하죠. 아까도 배 아파서 죽으려고 하더만. 나는 똥마려운 줄.”
“하하하!”
박수철의 말은 합당하다.
에리카가 던전을 내놓으라고 깽판을 칠지도 몰랐다.
인기 관리를 위해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나처럼 가면을 뒤집어 쓴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할 도리를 다하면서 귀족주의를 강요한다고 할까.
그러다 보니 자기가 성질을 내고 싶을 때에는 거침이 없었다.
일본 내에서는 이것을 자신감으로 보는 사람도 많았고.
하지만 그건 일본 사람들끼리 마찰을 빚을 때의 이야기이고 도움을 주러 온 우리들에게 깽판을 치면 어떻게 될까?
“차라리 그래 줬으면 좋겠는데. 그냥 털어버리게.”
오우거 던전 입구.
말이 씨가 된다고 하였던가.
이곳에는 야마토 길드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당연히 그 선두에는 에리카를 찾을 수 있다.
길드의 사람들은 불안 불안한 표정이었고 반대로 에리카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 쌓여 있었다.
“감사의 말씀을 전하러 왔군요?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는데.”
내가 선수를 쳤다.
그러자 에리카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한다.
“뭔 개소리야!”
“그게 아니면 도대체 여기는 무슨 일이신지…….”
“정말 몰라서 물어?”
“예. 도저히 짐작을 할 수가 없군요.”
나는 끝까지 예의를 거두지 않았다.
신도시 상공에는 끊임없이 드론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공중 몬스터는 없는 관계로 평소보다 많은 드론들이 촬영에 나섰다.
일본의 방송국이나 BJ들이 날린 드론들이 다수였지만, 해외 언론사에서 날린 드론들도 많았다.
지금은 전 세계가 이곳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도 헌터약국에 들어가는 국가였기에 헌터들 때문에 주목하는 건 아니었고 탑이 무너졌다는 것에 신경 쓰고 있었다.
또한 이곳에는 전 세계의 많은 헌터들이 들어와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나는 신화 급 아이템을 공개적으로 얻었다. 관심을 끌 만하다.
“그 아이템은 그렇다고 쳐. 그래도 이건 상도덕이 아닌 것 같은데?”
“예? 저희는 귀국의 요청으로 몬스터를 소탕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던전을 발견한 것뿐입니다만.”
“아니, 여긴 우리가 먼저 찜해 두었어. 단지 탑이 무너지면서 손을 쓸 수가 없었다고!”
“너무 억지 아닌지…….”
“증거도 있어!”
에리카는 탐색꾼 길드에서 사람을 데려왔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정말 그들이 여길 먼저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신화 급 아이템을 빼앗긴데 이어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던전이 발견되자 참지 못하고 달려온 것이다.
헌터들에게 있어 이곳 오우거 던전은 금광이나 마찬가지였다.
던전 자체로 어마어마한 부를 창출할 수 있었으니까.
사실 이런 분쟁은 국내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암제가 시비를 걸었을 때에도 던전을 걸고 넘어졌었다. 잘못하면 검제와도 그 자리에서 싸울 뻔했었고.
하물며 여긴 외국이다.
사이가 절대 좋다고 볼 수 없는 일본이기도 했고.
“좋은 말로 할 때 소유권을 넘기세요. 그렇다면 문제 삼지 않겠어요.”
“아이고, 이거 무서워서 일본으로는 원정을 못 오겠군요. 나름대로 인도적인 차원에서 귀국을 돕기 위해 왔는데 이러기인가요?”
“네가 우리들의 권리를 침해했잖아!?”
“침해? 무슨 침해를 말씀하시는 건지……. 원래 던전은 발견자에게 소유권이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일본에서 발견한 것이니 일본 정부에서 50%의 소유권은 주장할 수 있겠죠. 그런데 왜 일본의 지존께서 이렇게 핍박을 하시는 건지…….”
“핍박!? 핍박이라고 했어!?”
“그럼 이게 핍박이 아니고 뭔가요?”
웅성웅성.
우리 측에서 술렁거림이 일었다.
입담 좋은 박수철이 에리카의 속을 박박 긁었다.
“형님. 너무 넘겨짚지 말죠? 천하의 개쓰레기도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자국을 도우러 온 사람들에게 그런 협박을 하겠어요?”
“맞아. 그건 그렇지.”
“에이. 아무리 쓰레기라고 해도 그건 아니지. 재활용도 못할 쓰레기라면 몰라도?”
“이 새끼들이 지금 뭐라고 했어? 죽고 싶어!?”
“아이고 무서워라.”
“무서워서 오줌 쌌는데.”
에리카는 바로 검을 뽑아 박수철이나 고준삼의 목을 따 버릴 듯이 살기를 퍼뜨렸다.
일촉즉발의 상황.
에리카가 날뛰는 동안 야마토 길드의 사람들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여기서 에리카가 사고를 쳐 버리면 국제적 망신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라면 에리카와 붙어도 지지 않는다. 소환수도 뽑아 두었고.’
거대한 타이탄만 30명이다.
그들과 함께 달려든다면 에리카가 버틸 수 있을까? 나는 결코 아니라고 보았다.
“에리카 님. 정 억울하면 소송하세요.”
“뭐라고?”
“국제소송에 들어가시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약자들을 핍박하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약자……. 하. 그걸 말이라고.”
우리들은 그렇게 등을 돌렸다.
차마 에리카는 우리들의 뒤를 칠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정말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