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upporting characters in horror novels want to live as human beings RAW novel - Chapter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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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왜 그래. 화 풀어. 삐졌나? 삐졌어?”
“…….”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왕세자가 온다는 소식부터 시작해서, 제게는 아무것도 말해 주시지 않으셨습니다.”
“그건 미안하다니까.”
응접실에서 진행한 긴 논의가 끝나자 유릭은 그대로 돌아갔다.
아른트는 날이 곧 어두워질 테니 하루 머무시라고 권유했지만, 유릭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내게 공작의 감기가 옮을 것 같아서 말일세. 공작이나 잘 돌보게. 피죽도 못 먹은 사람처럼 보이는군.
보통 사람이라면 유릭의 결정이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그의 말이 슬레이와 같은 평범한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맘 편히 보내줬다.
차라리 그편이 더 좋기도 하고.
저녁 식사를 마친 하르트만의 일원들은 내 집무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물론, 레안드로스는 그때까지 거하게 삐져 있었다.
내가 한창 레안드로스를 달래느라 진땀을 빼고 있을 때 아른트가 슬쩍 물었다.
“그런데 공작님, 공작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셨기에 제가 대신 왕세자를 영접하게 되었습니다만. 그래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차라리 공작님께서 설명하시는 쪽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랬겠지. 더 빨리 끝났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단순히 공작령을 반환받는 게 목적의 전부가 아니니까.”
“다른 목적은 무엇입니까?”
유릭에게 있어서 아렌하이트는 위협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공작가의 마지막 남은 사람.
새로운 공작이지만 자신이 손가락 까딱만 해도 바로 비명횡사할 수 있는, 평범하디 평범한 인간.
그런데 갑자기 여기서 두각을 드러내면 어떻게 될까.
분명 지난 회차처럼 주인공이 바뀔걸.
그런 건 절대 사절이었다.
“음, 북부의 이야기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아서 먼저 말할게. 아른트에게는 말했지만, 전에 본 계시 속에서 북부의 상황이 심상치 않아서 갔다 왔었어.”
“그때 계시 속에서는 북부 거주민이 없었다고 하셨었죠. 정말이었나요?”
“응. 레안드로스와 함께 가봤지만, 북부의 사람은 없었어. 촌락도 방치되어 있었고. 산맥 너머에는 없던 마수종과 괴물만이 우글거리고 있었지.”
아른트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째서 이쪽에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을까요? 북부에서 이쪽으로 오는 상단이나, 저희 쪽에서 북부로 건너가는 상단도 있었지 않았나요?”
“첫 번째, 북부의 상단은 북부의 거주민이었지. 거기 있는 한 살아남을 수 없었을 거야. 두 번째, 여기서 북부로 간 상단도 마찬가지. 전해 들은 소식이 없었으니 마수종의 습격에 취약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어떻게 그렇게 된 겁니까? 북부의 인구수가 적다고 아무리 적다고 해도…….”
“맞아. 단번에 그렇게 사라지기에는 무리가 있지.”
북부로 건너가던 사람들도 전부 사라지고,
실종된 사람들을 찾으러 간 인원도 사라지고.
그 이유는 북부에 있던 신들 때문이지만.
나는 내 무릎 위에 올라온 눈사람을 내려다봤다.
이 눈사람이 아품 자의 분신이라는 건 레안드로스를 제외하고 아무도 몰랐다.
직접 배를 채워준 아멜리아마저 그저 마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것까지는 알아낼 수 없었어.”
북부의 진상을 말해 줄 생각은 없었다.
광기의 문턱에 들어갈 사람은 나와 레안드로스로 충분했다.
내가 그렇게 단정하자, 레안드로스는 입술을 달싹거리면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부에 마수들이 들끓는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지. 이 사실을 하르트만 공작령 영지 반환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영지 반환과 북부를?
모두가 일제히 물음표를 띄웠다.
“그 전에 아른트, 유릭 왕세자와 나눈 이야기를 공유해주면 좋겠는데.”
“아, 네!”
아른트는 유릭과의 회의에 들고 갔던 서류 뭉치를 팔락팔락 넘기며 말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왕세자 전하께서는 하르트만 공작령이 영지 운영에 필요한 능력 중 하나인 치안 유지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치안 유지력이라.”
“일반적인 범죄 방지부터, 크게는 마수의 침입까지. 하르트만 공작가에서 막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중심이었죠. 현재 공작가에서 구성하고 있는 사병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확실히 레안드로스 한 사람으로는 공작령을 전부 지키라고 할 수는 없지.”
“맞습니다. 이 때문에 왕실에서는 당장 반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왕세자 전하께서는 다른 제안을 하시더군요.”
“어떤 제안?”
아른트가 약하게 인상을 썼다.
“왕실의 의견과는 또 다르게, 민심이 움직인다면 공작령 반환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세상에.”
유릭이 일부러 그런 미션을 걸었다는 데에 내 오른쪽 눈을 건다.
유릭은 언제나 레안드로스를 성장시키고 싶어 했다.
적당한 시련을 통해 레안드로스를 자신에게 대적할 유일한 주인공으로 만들려고.
축사 안의 돼지처럼 레안드로스를 여러모로 포동포동 살찌운 다음에 자신이 도축하려고.
유릭은 그걸 위해서 레안드로스에게 명예를 위한 순례를 제안한 것이다.
다시 봐도 악취미적이었다.
게다가 더 기분 나쁜 건, 유릭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거다.
아른트의 말에 아멜리아의 표정이 팍 썩었다.
“미, 민심을 어떻, 게요? 이건 어, 억지밖에, 되지 않아요. 과, 과거 공, 작령에 있던 마을, 이나 도시가 왜, 왕실 직할령에서 고, 공작령으로 편입되기를 바라겠, 어요?”
“맞습니다, 공작님. 왕실이 소유하고 있는 직할령은 사망세와 결혼세가 면제되지요. 소작세도 헐하고요. 한 번 직할령으로 분류되면 다시 돌아오긴 쉽지 않습니다.”
“왕실 직할령이 그 정도야?”
내가 되묻자 아른트가 정색했다.
“일반적으로 영지민들은 불법 이주가 금지되어 있지만, 직할령 출신은 다릅니다. 게다가 여러 세금도 면제되고, 어디까지나 국가가 관리하고 대리인을 파견하다 보니……. 다른 영지에 비해 삶이 윤택한 편이죠.”
국가, 그러니까 왕실이 점유하고 있는 토지나 자유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나 보다.
확실히 그 정도라면 굳이 다른 영지로 옮겨갈 필요가 없을지도 몰랐다.
“직할령의 단점 같은 건 없나?”
“있기야 하겠습니다만, 그게 얼마나 비중이 있을지는…….”
아른트가 우물거리며 애꿎은 서류 페이지만 넘기던 차에 조용히 있던 레안드로스가 입을 열었다.
“왕실 직할령의 단점은 직할령 주민들과 대리인 사이의 유대 관계가 비교적 얕다는 데에 있습니다.”
“유대 관계?”
“직할령은 짧으면 2년, 길면 3년에 한 번씩 대리인을 교체합니다.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 적용하는 제도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대리인들의 피로도가 높고, 지역 문화와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데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사람이 자주 바뀌면.”
“그리고 아무리 대리인을 자주 교체한다고 해도 비리는 반드시 생깁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용병단 채용입니다.”
“용병단?”
갑자기 거기서 용병단이 왜 나오지.
아멜리아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요, 용병단이라면, 들은 적, 이, 있어요. 직할령은, 영주의 사병이 어, 없어서, 대신 대리인이 인근 용병단과 자, 장기 계약을 매, 맺는다고.”
“계약을 한 용병단은 일반 영주 사병과 다름없는 잡다한 치안 업무를 맡게 됩니다만,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니 넘어가겠습니다. 용병단을 결정하는 권한은 대리인에게 있기 때문에 용병단과 대리인이 작당하기 쉽습니다.”
“작당이라면?”
“용병단의 보수를 일부러 기존보다 높게 책정하고, 고용 비용이 나오면 차액을 대리인과 용병단이 함께 나누어 취한다던가.”
이거 리베이트 아니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들으니 황당한 건 마찬가지였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먼.
“대리인과 친분이 있는 용병단이 주로 고용되겠군. 그런 용병단이 일을 제대로 하진 않을 것 같은데.”
“그 말씀이 정확합니다. 지정한 인원수보다 적은 인원을 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도적 떼나 마수의 침입에 유독 취약할 겁니다.”
“그렇군. 레안드로스,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아?”
“제가 태어난 곳이 왕실 직할령이었습니다.”
“거기도 혹시 이런 비리가…… 있었다던가?”
“예.”
아른트가 슬쩍 물었다.
“그 마을엔 마수의 침입 같은 건 없었죠?”
“있었다.”
“……네?”
“그때 마을 인구의 절반이 죽었지. 용병단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마수가 포식을 하고 돌아간 이후였고.”
“그, 죄, 죄송합니다.”
“알면 됐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주인공의 과거사가 밝혀지는 순간이었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친구의 건드리면 안 될 부분을 건드려버린 기분이라고.
아른트는 필사적으로 나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아니, 나라고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하지만 아른트가 너무 애처로워 보여서 결국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흠, 크흠. 어쨌든 이렇게 되면 마수를 퇴치한 실적을 쌓고, 하르트만이 부재하던 중 늘어난 북부 마수들이 산맥을 타고 내려왔다는 식으로 왕실에 보고할 수 있어.”
“그렇게 된다면.”
“그 후에 하르트만은 마수를 추적해서 북부로 갔고, 거기서 북부의 이상 현상을 목격했다. 거대한 마수종 둥지를 발견했으며, 최초 발견자인 하르트만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합리적인 이유 아니겠어?”
“그, 그래도 마수종 두, 둥지가 있다고 하면 와, 왕실에서, 병력을 직접 파, 파견하, 지 않을까, 요?”
“계시를 활용하면 인명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할 예정이야.”
“하르트만의 계, 계시를 말씀 하시, 려고요?”
“그게 엄청난 비밀은 아니잖습니까. 전 공작부인도 가지고 있었는데.”
“하, 하지만.”
아멜리아는 마음이 복잡한 모양이었다.
아른트는 아멜리아를 흘긋 보더니 넌지시 물었다.
“혹시 저희가 이단으로 몰릴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공작님? 예언자와 계시는 다르고, 공작가는 예전부터 중앙 신전과 우호적인 관계는 아녀서 걱정됩니다.”
우리 이단 맞잖아.
내 동생을 신으로 숭배하고 있는 가문을 섬기면서 이단을 걱정하면 어쩌냐.
나는 아멜리아에게 물었다.
“그래서 생각해둔 게 있었는데……. 아놀드 영애, 그건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 ……아!”
아멜리아가 잠시 멍한 얼굴로 나를 보다가 깨달았다는 것처럼 입을 벌렸다.
“그래서, 시, 신전에게 도움, 을 요청하시려고 했었, 나요?”
“이단의 사특한 이능보다는 신전의 고결한 기적이 낫지 않을까요? 적어도 이단으로 의심받을 가능성은 줄어들겠지요. 완벽하게 제거할 수는 없어도.”
“아, 아직 답은 아, 안 왔는데. 그, 그래도 한 번 더 보내볼, 게요!”
그렇지, 그렇지.
손을 불끈 쥐고 있는 아멜리아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이대로 가면 공작가에 아예 눌러앉게 하는 것도 꿈이 아닐 것 같았다.
그걸 본 눈사람이 물었다.
“이단, 들키면 큰일 난다? 여기서는 어떤 신을 섬긴다?”
“나도 몰라. 그런데 유일신 비슷한 건가 봐.”
“유일신? 이름 대라. 내가 없애준다. 위대한 나를 섬겨라.”
“퍽이나 위대하겠다.”
눈사람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아른트는 적극적인 아멜리아를 신기하게 보면서 툭 던졌다.
“영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 건은 제가 대신 처리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왜, 왜? 내, 내가 할 수 이, 있는데?”
“그야 영애께서는 이따가 아놀드 남작가로 돌아가실 분이시니까 이런 잡다한 일은…….”
“야! 야!”
내가 소리를 지르자 레안드로스가 신속하게 아른트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아른트의 말을 들은 아멜리아는 살짝 굳어 있었다.
아냐! 아니라고!
나는 퇴사하겠다는 사원을 달래는 것처럼 온화한 말투로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영애께 부탁드리겠습니다. 방금 제 시종의 되먹지 못한 발언은 절대로 하르트만 공작가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만 알아주십시오.”
“그, 그럼, 그.”
“맞다. 저 인간 남자 말, 무시한다. 내 배 채워준 사람은 인간 여자뿐이다. 인간 여자, 일 잘한다. 헌신적이다. 일등급 신도다.”
“네, 에?”
“이 눈사람 녀석의 말이 맞습니다. 영애께서 보내주시면 무척 기쁠 겁니다. 늘 영애가 하르트만 공작저에 보내주시는 도움에! 아주! 많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아멜리아는 어안이 벙벙해서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아멜리아가 나간 후, 집무실에 남은 아른트가 정수리에 꿀밤을 엄청나게 먹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