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04)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04화(104/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04화
운동회(3)
“어비스에서 나오는 오크들만 어떻게 막아줘요! 이놈은 제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유지우는 그리 소리치며 검을 굳게 쥐었다.
눈앞에 서 있는 오크, 기아르는 확실한 강자였다.
놈의 대검에서 흐르는 녹색의 오러는 아직 유지우가 도달하지 못한 경지.
최소 한 단계 이상의 격차가 있는 강적이었다.
“인간 여자, 혼자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누가 혼자래?”
이미 지원 요청은 보내두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게 유지우였을 뿐이고, 그녀의 뒤를 이을 S급들이 오고 있으리라.
“그럼 좋은 여흥이 되겠군. 너를 찢어 죽이고, 다른 놈들도 죄다 베어버리면 그것이야말로 최고로 즐거운 일일 거다!”
“저질스러운 새끼…….”
기아르의 말에 유지우는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표하고는 검을 휘두르며 마법을 전개했다.
그녀의 주변에 떠오른 마법진들이 강렬한 화염의 탄환을 토해냈다.
불꽃이 기아르를 향해 날아가고, 그와 동시에 유지우가 해월검을 펼치며 땅을 박찼다.
“후읍!”
파도와도 같은 묵직한 검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그런 검이 내게 통할 성싶으냐!”
몰아치던 불꽃에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대검으로 불꽃을 튕겨 낸 뒤, 기아르는 유지우의 검을 받아냈다.
기아르의 대검에 비하면 유지우의 검은 너무나도 가벼웠다.
마력을 실었으나 완벽하지도 않은 해월검이라, 속절없이 밀려났다.
“약해빠진 주제에!”
육중한 검이 휘둘러져 유지우의 몸을 두들겼다.
검을 세워 방어했으나 그의 대검은 검마저 갈라버릴 기세로 그녀를 두들겼다.
쨍강!
미리 몸에 쳐두었던 마법 보호막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바닥을 굴렀다.
“커헉!”
한 번은 어떻게든 마법으로 버텼다. 하지만 두 번은 어려울 것 같았다.
혼자서는 말이다.
기아르가 다시금 대검을 유지우를 향해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대검은 다시금 멈춰 세워졌다.
이번에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었다.
한발 늦게 도착한 홍서화와 백우현이 검을 겹쳐 기아르의 대검을 막아냈다.
기아르는 새로이 등장한 두 명을 보며 으르렁거리더니 말했다.
“한 놈이든, 세 놈이든 달라질 건 없다.”
“맨날 하던 대로 가겠습니다!”
백우현의 말에 홍서화가 그와 함께 기아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푸른 뇌전과 짙은 홍염이 어우러지며 기아르를 덮쳤다.
기아르는 흉포한 오러를 두른 대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 순간을 노린 유지우가 그의 복부를 향해 마법과 함께 검을 뻗었다.
날카로운 얼음의 창이 기아르의 복부를 노리고, 검은 가슴팍을 노렸다.
다른 방향에서는 튕겨 나갔던 홍서화와 백우현이 어느새 따라잡아 검을 박아넣으려는 찰나.
기아르에게 피할 곳은 없는 완벽한 합공이었다.
그러나 그는 사방으로 오러를 퍼트리는 것만으로 세 명을 밀어냈다.
오러의 기파만으로 상황을 타파한 그가 숨을 길게 내뱉더니 말했다.
“잘 배웠구나.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크. 그걸로는 저희를 죽이기에는 부족하죠. 너무나도.”
백우현이 자세를 잡으며 그리 대답했다.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기아르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유성우만큼은 아니었으니까.
유성우보다 힘이 약했고, 속도 또한 느렸다.
지금까지 유성우와 얼마나 많이 대련했던가.
그것들을 떠올리면 기아르의 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유성우의 검을 생각하면, 기아르의 검 따위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네 번째 작전으로 갈게요!”
유지우가 소리치며 재빠르게 자세를 잡았다.
그녀의 말을 들은 두 명이 좌우로 갈라지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이것저것 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오른쪽으로 뛴 백우현의 손에는 메이너드의 검이던 남청검이 들려있었다.
그는 수기(水氣)를 끌어모아 주변으로 흩뿌리고는, 그 사이를 푸른 뇌전으로 가득 채웠다.
반대편의 홍서화는 그 누구보다 제 몸을 뜨겁게 달구었다.
가슴과 머리를 누구보다 뜨겁게 불태워 전신에 불꽃을 휘감았다.
검 끝에서부터, 머리끝, 발끝까지.
뇌전과 불꽃에 휩싸인 두 명이 서로 다른 부위를 노리며 검을 뻗었다.
기아르의 오른쪽에서는 불꽃의 파도가, 왼쪽에서는 수화(水花)를 두른 뇌전이 짓쳐 들었다.
서로 다른 성질의 기운이 기아르를 죽이기 위해 몰려들었다.
기아르는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보다 수준이 떨어진다지만, 세 명의 합공은 무시할 수준이 되지 않았다.
딱딱 떨어지는 듯한 공격과 물 흐르는 듯한 연계는 충분한 위협이 되었다.
“벌레들 주제에-!!”
오러를 대검에 듬뿍 밀어 넣은 기아르가 포효하며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술은 투박했다.
기술이 아닌 타고난 압도적인 힘과 오러에 의존하는 방식의 검술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다른 검사들을 압도하는 데는 충분했기에,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섰다.
기아르가 휘두른 검은 가장 먼저, 백우현과 부딪혔다.
남청검이 녹색 오러를 두른 대검이 맞붙어 서로 떨어지지 않았다.
기아르는 백우현을 튕겨 내고 곧장 홍서화의 공격에 대응할 생각이었으나, 백우현의 검이 생각 이상으로 강해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떨어져!”
“싫습니다.”
뇌전이 검을 타고 흐른다.
사방에 뿌려져 있던 물방울들이 움직여 날카로운 뇌전을 전달했고, 기아르는 전신을 덮치는 전격을 이빨을 뿌득 갈며 버텨냈다.
하지만 그의 검을 아무런 충격 없이 받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백우현의 입가에서도 핏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그대로 잡고 있어!”
반대편에서 홍서화의 검이 휘둘러졌다.
붉은 화염을 머금은 검이 곡선을 그렸다.
적룡염무검의 초식이 불꽃의 길을 만들어내며 기아르의 옆구리를 노렸고, 이내 틀어박혔다.
그러나 검이 닿기 전에 기아르는 옆구리를 틀어 치명상을 피했다.
홍서화가 연이어 공격을 가했으나 백우현을 튕겨 낸 기아르가 홍서화마저 밀어냈다.
그러나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난 둘은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기아르는 둘의 얼굴에서 불길함을 느끼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둘이 다가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던 유지우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기아르의 정면에 서 있던 유지우의 검이 푸르스름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러는 아니었다.
그저, 강대한 마력을 죄다 검에 때려 박아 그것이 형태로 구현된 것이었다.
유지우의 마력 양과 그것을 조절하는 솜씨는, 두 명보다 뛰어났다.
신체 능력은 조금 떨어질지 모르더라도, 그녀는 둘보다 일격에 담을 수 있는 마력의 양이 커다랬다.
“후읍!”
유지우는 숨을 들이켜며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검을 뻗는다.
기아르는 그 순간, 그녀의 마력이 커다란 해일처럼 보였다.
하늘에 뜬 달.
그 아래를 유영하는 막대한 바다의 폭력이 자신을 덮쳐오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기아르는 굴하지 않았다.
고작 이런 파도가 뭐란 말인가.
숱한 전장을 헤쳐나온 그는 이 정도의 공격에 당할 정도로 미숙한 전사가 아니었다.
대검에 오러를 실은 채 세로로 휘둘러 해일을 양단한다.
파도가 갈라지니 그 사이에 있는 유지우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대로 유지우마저 갈라버리기 위해 대검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
“죽어라!”
녹빛의 오러를 머금은 대검이 유지우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그러나 유지우의 형상은 이내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새로 배운 잔상 마법이지.”
이어 옆에서 들려오는 중얼거림과 함께 기아르의 옆구리에 검이 틀어박혔다.
푸욱, 하는 날붙이가 살을 가르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려왔다.
기아르는 곧장 대검을 휘둘러 검면으로 유지우를 쳐냈다.
얻어맞은 그녀가 피를 토하며 날아가 바닥을 굴렀고, 기아르는 이빨을 뿌득 갈며 제 옆구리를 꿰뚫은 검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크아아아악-!”
그러고는 비명을 터트리며 검을 뽑아내곤, 오러로 상처를 지져서 막았다.
가쁜 숨을 토해낸 그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로, 어느새 모여든 세 명을 노려보았다.
한 명, 한 명 따로 떼놓으면 별거 아니지만 세 명이 모이니 성가시다.
강자를 상대로 오랜 시간 이런 싸움을 해온 듯 익숙한 움직임과 손발이 딱딱 맞는다.
기아르는 세 명을 이 자리에서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 결론 지었다.
그들이 더 성장하면 자신들이 할 일에 분명히 방해가 될 테니까.
지구의 실력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힘을 아껴두었건만, 아낄 때가 아니었다.
그는 지금까지 억눌러두었던 오러를 모조리 끌어올렸다.
그의 대검에 담긴 오러의 빛깔이 더욱 진해지고, 흉포한 기세가 대지를 진동시켰다.
소드마스터라는 존재는 그러했다.
걸어 다니는 재해이자, 재앙.
그가 전력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세 명의 얼굴에는 더욱 짙은 긴장감이 어렸다.
그러나 그들이 걱정하는, 정면에서 저 검을 받아내야 할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끝났다, 아이들아. 지금까지 잘 버텼구나.”
슈아넬이 그들의 앞에 착지하며 그리 말했다.
그녀는 세 명이 기아르를 상대하는 동안 오크들이 나오던 어비스를 완벽히 봉쇄하고 왔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으나, 아직 소드마스터에 도달하지 않은 셋이 소드마스터를 막아선 것은 분명히 위업에 해당하리라.
“넌 이제 뒈졌다. 오크 새끼.”
“하이엘프! 거기서 비켜라! 아니, 네년마저 썰어버리고 근방의 인간들을 모조리 썰어버리면 되겠군!”
“흥. 그게 과연 가능할까?”
“잡기술밖에 쓰지 못하는 정령사 주제에 뭘 할 수 있다고?”
“나를 너무 얕잡아 보는 것 같은데 말이다… 나한테는 훌륭한 대전사가 있거든.”
슈아넬이 그리 말함과 동시에 어비스 쪽에서, 강렬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슈아넬이 봉쇄한 곳이 아닌, 그 옆에 있는 시커먼 구멍에서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신에 오크에 체액을 뒤집어쓴 채, 그것들을 뚝뚝 떨어뜨리며 걸어 나오는 자.
유성우였다.
기아르의 시선이 절로 유성우를 향해 돌아갔다.
무시하기에는 너무나도 강대한 기세였다.
시뻘건 검 한 자루만을 든 채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오는 그의 모습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네놈은 또 뭐냐!”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왜 오크가 바깥을 돌아다니지?”
“어비스 하나가 더 생겼다! 네가 들어간 곳 옆에!”
유성우는 봉쇄당한 옆을 보곤 상황을 이해했다.
그러고는 기아르와 다른 이들을 번갈아 바라보고는 물었다.
“피해는?”
“없다. 내가 막았으니까.”
“그래, 잘했다.”
“지금 누굴 앞에 두고 떠들고 있는 것이냐-!!”
기아르는 가장 위협이 되는 유성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극성으로 끌어올린 오러가 웅웅 대며 파괴적인 기세를 내보였다.
“호오…….”
일반적인 검사들이라면 막아낼 수 없는 기세였다.
그러나 유성우는 선 자리에서 기아르의 대검을 막아냈다.
아니, 막아내다 못해 튕겨 내고는 빛살같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기아르의 왼팔이 잘려 나가 바닥을 굴렀다.
순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그가 바닥에 철퍼덕 떨어지는 왼팔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오러만 무식하게 뿜어내는 것밖에 못 하는군. 기술이 없는데 마스터에는 어떻게 도달했지?”
유성우는 순수한 의문을 내뱉었다. 하지만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그의 검이 다음 순간 목을 갈랐기 때문이었다.
세 명이 고생해서 막아내던 소드마스터, 기아르의 목숨이 유성우에게 순식간에 사라졌다.
일생을 돌려보낸 유성우는 머리를 쓸어올리며 S급 세 명을 보았다.
고생한 흔적이 얼굴에 묻어나왔다. 마스터 클래스도 아닌데 소드마스터를 막아냈으니.
그 여파가 상당했다.
유성우는 그런 세 명을 보며 입을 열었다.
“뭐 하냐? 나머지 어비스 정리해야지. 빨리 들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