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1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10화(110/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10화
마녀회(2)
유성우의 말에 잔느는 경악했다.
승천교와 승천자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에 승천자가 있다니.
그녀는 모르는 사실이었기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이게 무슨 소리죠? 마녀회에 승천자가 있다고요?”
“진정하세요, 잔. 그리고 마스터 유성우, 당신도 살기를 거둬주세요. 지금부터 설명하겠습니다.”
“납득되지 않는 설명이라면 죽어서 여길 나가게 될 거다.”
“농담도 참.”
유성우는 농담이 아니었다.
메디는 목소리를 한번 가다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승천자는 오래전부터 이 땅에 존재했습니다. 자신의 종을 초월해 신좌(神座)에 다가가려는 자는 모두 승천자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겠죠. 마스터 유성우.”
“내가 듣고 싶은 건 그런 이야기가 아닌데.”
“물론, 과거에 그랬다는 거죠. 지금은 그 의미가 변질됐어요. 과거에는 수행하는 자들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였다면, 지금은 한 가지 전제가 생겼죠.”
그 전제가 무엇인지는, 유성우도 알고 있었다.
이미 몇 번이고 승천자와 마주치며 그들의 뜻을 알았으니까.
“이제는 신의 힘을 받아 그 신성에 물든 자들을 승천자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래. 그리고 저기에 있는 마녀가, 신성에 물든 듯하군.”
유성우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건,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는 갈색 머리칼을 늘어뜨린 한 마녀였다.
승리의 마녀 데비.
유성우는 이 자리에 있는 마녀 중, 그녀에게서 이질적인 신성을 느꼈다.
꼭꼭 숨기기는 했지만 결코 숨길 수 없는,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의 신성.
메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분명 신성을 받아들여, 승천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적은 아닙니다.”
“왜지?”
“세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신들의 놀이판이 되었으나, 모든 신들이 뜻이 같은 건 아닙니다. 저기에 있는 데비 같은 경우에는 이런 행태에 반하는 신의 신성을 받아들였죠.”
“증명이 가능한가?”
“승천자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는 게 그녀입니다.”
유성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다들 오래 살아온 듯한 분위기를 풍겼으니, 자신이 하는 생각을 이들도 하지 못할 리는 없다.
데비가 적이 아니라는 걸 여러 방법으로 증명했을 테고…….
“그녀가 모시는 신은 인간에게 우호적입니다. 이대로 지구가 점점 망가지는 걸 두고 볼 수 없던 신이 그녀를 승천자로 택해, 다른 승천자들과 대적하기를 바랐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대리전… 그녀는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겁니다.”
“승천자를 지지하는 신마다 세력권이 다르다… 그렇다면 승천교를 지지하는 신의 세력은?”
“저희는 그들을 ‘혼돈’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현재 확인된, 혼돈에 속하는 세력은 승천교를 비롯한 다수의 세력입니다. 혼돈 세력이라고 확인된 신 중 한 명은… 로키.”
“로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그 로키?”
“그렇습니다. 마녀 중에는 과거부터 신탁을 받는 이가 있었는데, 어비스가 나타나는 대재해 이후 신과 인간의 연결은 더욱 긴밀해졌습니다. 인간과 신이 긴밀해지면 그걸 악용하는 자가 생기는 법. 그 틈을 타 로키가 혼돈 세력과 접촉해 세력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신화에서 나오는 신들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구에 내려와 직접 움직이는 건 아닐 테지만, 간접적으로라도 그들이 미치는 영향력은 하나 같이 강력하리라.
“현재까지 파악된 건 로키뿐이지만, 저희는 그 외에도 움직이는 신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저 마녀에게 붙은 신은 누구지? 우호적이라면 그 이름을 들어둬야겠는데.”
“그분께서는 이름을 밝히길 거부하셨기에… 이름 없는 선신이라 기억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름 안 밝히는 쪽이 더 수상쩍은데… 일단 도움을 주는 쪽이라고 하니 넘어가겠다.”
여기 앉아 있는 마녀 중 그 누구도 유성우보다 어리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유성우는 그 누구보다 당당했다.
아쉬운 건 저쪽이다.
굳이 먼 동방의 땅까지 찾아와 자신을 찾아왔다는 건 그만큼,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뜻일 테니까.
메디의 시선이 유성우에게로 향했다.
“그럼 이제, 당신에게 궁금한 걸 묻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당신은 어떤 신성을 받아들인 건가요? 무슨 신성을 받아들였기에 그만한 힘을 손에 쥐게 된 건가요?”
“그게 무슨 소리지?”
“당신의 뒤를 봐주고 있는 신이 누군지 궁금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대체 무슨 소리지? 나는 특정한 신의 수혜를 입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당신이 보여주었던 그 모습들은 전부 본연의 힘이라는… 뜻인가요?”
“무언가를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군. 설마 내가 어떠한 신의 힘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던 건가? 나를 옆에서 봤음에도?”
유성우는 잔느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툭 내뱉었다.
“눈깔이 삐었군.”
잔느는 자신이 해오던 것들을 보았다.
옆에서 직접 보았으면서 그것이 신의 힘이라고 착각하다니.
유성우는 마녀회가 자신을 왜 불렀는지 깨달았다.
그들은 자신들처럼, 우호적인 신의 힘이 필요한 것이었다.
승천자는 곧 신의 힘을 받은 신의 대리자다.
신의 힘은 세계를 주무를 힘이다.
일반적인 인간이 상대할 수 있는 힘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유성우는 보란 듯이 그런 짓을 몇 번인가 해냈다.
엘프들을 모조리 썰어버리고, 타락했다고는 하나 세계수마저 반으로 베어냈다.
그런 면에서 유성우가 어떠한 신의 힘을 받은 승천자라고 마녀회는 파악한 것이었다.
인간의 힘으로 가능할 리가 없으니까.
“내가 승천자와 승천교를 적대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를 승천자라고 생각했다고?”
“사람들은 승천자가 되어도 그걸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신도 그런 부류라고 생각했죠. 이계에서 선택받은 용사… 그리고 귀환자. 딱 들어맞지 않나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오랫동안 살아온 마녀회라고 해서, 머리가 잘 돌아가는 곳인 줄 알았더니 영 맹탕이군.”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루나 또한, 넓게 보면 자신 또한 승천자와 같다고 말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자신의 힘을 타인에게 빌린 힘으로 착각하다니 기분이 나쁘다.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한 소리를 들은 마녀들은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였다.
“나를 계몽시키기 위해 이 자리에 초대한 건가? 신의 힘을 얻은 주제에 그걸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으니, 알려주려고?”
“그럼, 당신에게서 느껴지는 그 짙은 신성은 뭐죠? 오래되지 않았으면서도, 오래되었고 날카로운 증오를 형상화한 것 같은 신성이요.”
잔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녀는 분명히 유성우에게서 신성을 느꼈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만 같은 이질적인 신성을 말이다.
유성우는 그녀가 말하는 신성이 마신의 신성이라는 걸 곧장 알아챘다.
그것은 받은 것이 아니라 빼앗은 것이다. 받을 생각도 없었는데 강제로 쥐어진 힘.
어떻게 사용할지도 모르는 힘이라… 그저 내버려 둔 힘이었다.
게다가 그것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여럿 승천자를 베며 신성을 쌓았으니 혼탁한 신성이 몸 안에 있는 것은 확실했다.
그렇기에, 남의 것이지만 자신의 것이다.
“그건 나의 것이다. 빼앗은 것이니 나의 것이라 해도 상관없겠지.”
“…인간의 검이 신에 닿았다는 건가요? 당신의 검이?”
“닿지 못할 건 또 없지. 나는 지금 당장에라도 너희 전부를 베어버리고 이 자리를 탈출할 자신이 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그랬다가는 당신도 무사하지 않을 테죠.”
“그렇겠지. 하지만 나를 빼고 살아나가는 놈은 없을 거다.”
유성우는 혀를 한 번 쯧, 하고 차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녀회라고 해서 기대하고 왔는데 하는 일들이 영 그랬다.
“유월, 슈아넬. 가자. 역시 마녀들은 믿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는군.”
“예.”
“섭리를 거스른 자들의 말은 어딘가 모순이 있게 마련이지.”
슈아넬의 말이 쐐기를 박았다.
분위기가 한층 더 흉흉해지려는 때, 메디가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마스터 유성우. 역시 저희는 당신이 필요해요. 인간의 몸으로 신을 베었다면, 오히려 더 좋은 일이죠.”
“……그렇다면?”
“적어도 정해진 운명을 베어내는 힘이 있다는 뜻이 아닙니까. 그런 당신과 마녀회, 발푸르기스는 뜻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역시 그쪽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 것 같군. 개인에게 매달리는 걸 보면.”
“…부끄럽게도, 그렇습니다. 이로 인해 피해가 늘어나는 실정이라 그렇습니다. 부디 저희의 무례를 용서하시고, 뜻을 헤아려 주셨으면 합니다. 마스터 유성우.”
다음 순간, 유성우는 기습적으로 일생을 불러들여 휘둘렀다.
인지하지도 못할 시간 속에서 펼쳐진 검기가 원탁을 열두 갈래로 쪼갰다.
그리고는 다시 의자에 털썩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이야기를 듣지.”
“…토마스 데 토르케마다(Tomás de Torquemada)라는 이름을 알고 계시는지요.”
“모른다.”
“그자는 과거, 이단심문관으로서 수많은 무고한 이를 학살하고, 마녀사냥을 즐기던 자였습니다. 마녀를 죽이고, 마녀의 피로 목욕하며, 그 피를 마셔 자신의 힘을 늘리고자 하는 이단이기도 하였죠.”
메디가 숨을 길게 내뱉었다.
“어떻게든 토벌에 성공했으나, 지금 어찌 된 영문인지 다시 모습을 드러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죽은 자가 다시 일어나 활동한다, 승천자가 맞는 것 같군.”
“저희 쪽에서는 그가 다이버로 각성한 이후, 승천자가 되어 과거의 기억을 되찾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전생의 기억을 되찾았다?”
“예. 그는 마녀를 사냥하는데 도가 튼 자, 저희로서는 상대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세력을 일궈 마녀회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심산이 분명하니, 부디 마스터 유성우, 당신의 힘을 빌리고 싶습니다.”
상성의 문제인가?
마녀는 이단심문관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그런 걸까.
아니, 아니다. 그것도 있겠지만 마녀회는 좀 더 넓은 걸 보고 있으리라.
그가 기억하는 한, 이계의 마녀들은 악독한 이들이지만 지구의 마녀들은 아니었다.
인터넷으로 몇 번 검색하면 알 수 있는 것들.
지구의 마녀들은 점술에도 능하니 미래를 내다보는 이들도 있을 터.
‘하지만, 유월조차도 내 미래는 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저들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자신에게 집착하는 것이리라.
마녀의 집착이란 두려운 것이겠지만, 그것조차도 뜻대로 써먹을 수 있다면…….
“토마스라는 자를 죽이면 되나?”
“정확히는 그의 무리를 토벌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제는 몰락한 가톨릭의 광신도들을.”
신화 속의 신들은 응답했으나, 그들의 신은 답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많은 것을 상징했다.
그렇기에 스스로가 그 신이 되어 종교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놈들이 넘쳐나는 게 지금의 현실이었다.
토마스 또한 그런 이중 한 명이라 메디는 덧붙였다.
유성우는 잠시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좋다. 그 대신, 너희들이 좀 들어줘야 할 게 있다.”
사실 좀이 아니라 조금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