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14)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14화(114/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14화
토마스 데 토르케마다(3)
일생을 꺼내 든 유성우의 기세는 단번에 바뀌었다.
붉은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며, 공기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 성기사들은 움직임에 제약을 받았다.
그들은 성역 안에 있기에, 이 땅에서는 그 누구보다 강한 집단이어야 하는데.
개인의 힘이 그것을 뛰어넘어 흐름을 장악해 버렸다.
“이제 좀 몸이 풀리는군.”
순식간에 그를 포위했던 성기사들을 죄다 날려버린 그가 목을 뚜둑거리며, 앞을 바라보았다.
그의 앞에는 두 명의 성기사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서 있었다.
두 명이 함께면 유성우를 죽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은 어느새 사라진 터였다.
그들의 눈앞에 선 자의 힘이 너무나도 커다랗게 느껴졌기에.
그들이 자그마한 들짐승이라면, 유성우는 태산(太山)이었다.
“나를 죽여버리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어서 덤벼야지 뭘 병신 같이 보고만 있어?”
유성우의 말에 두 명의 오대기사가 땅을 박찼다.
두 명의 검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양방향에서 유성우에게 짓쳐 들었다.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에 베이고야 마는 훌륭한 타이밍.
몇 번이고 합을 맞춰온 자들이 보여주는 딱딱 맞는 합격술이었다.
그러나 유성우는 두 명의 공격을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막아냈다.
오른쪽에서 들어온 공격은 검신의 끝으로, 왼쪽에서 짓쳐 든 공격은 손잡이의 끝부분으로.
딱 맞는 타이밍의 공격이었기에 가능한 신기(神技)였다.
“이 미친……!”
“부족한 것 같으면 저기 기절한 놈도 깨워서 셋이서 해도 된다.”
파앙.
다시금 유성우에게서 터져 나온 기파가 둘을 밀어냈다.
저항할 수 없는 강렬한 기운에 둘은 속절없이 바닥을 구르다 일어났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더러웠다.
손 한 번 못 쓰고 밀려나는 꼴이라니.
오대기사 중 한 명인 머스탱이 이를 악물고는 소리쳤다.
“뭣들 하고있는 거냐! 저놈을 죽여라! 벨렌을 깨워!”
정신을 못 차리는 성기사들에게 일갈한 그가 앞으로 튀어 나가며 검에서 불길을 뽑아냈다.
오대기사들은 각각 여러 초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머스탱은 개중에서도 푸른 불을 다룰 줄 알았다.
“내가 바로 청염의 기사 머스탱이다! 네놈 같은 이단 새끼가 넘볼 존재가 아니라고!”
“청염이고 나발이고…….”
유성우는 인상을 찡그리며 한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간결한 동작으로 일생을 뻗어 푸른 불길을 두른 머스탱의 검을 쳐내며 말했다.
“검 실력이 이렇게 형편이 없는데 기사라고 칭하다니, 부끄럽지도 않나 보군.”
무릇 기사란 기사라 불릴 만한 실력을 가지고, 그에 맞는 신념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겠는가.
적어도 유성우는 그리 생각했다.
그가 쳐낸 푸른 불을 두른 검이 방향을 바꾸어 다시 유성우에게 짓쳐 들었다.
“음?”
“죽어라! 사자의 노래가 네가 보는 마지막 불꽃이 될 것이다!”
그에게 짓쳐 들던 푸른 불꽃이 사자의 형태를 취했다.
커다란 앞발을 내밀며, 아가리를 쩌억 벌린다.
넘실거리는 갈기가 철조차 녹여버릴 듯한 열기를 뿜어냈다.
확실히 뜨겁다.
하지만…….
‘홍서화의 불꽃과 비교하면 사우나 수준이군.’
용의 불길이 고작 이런 불꽃과 비교할 수 있을쏘냐.
눈앞의 사자가 성냥불에 불과하다면, 홍서화의 불꽃은 모닥불.
그래도, 어느 쪽이든 그에게는 별로 뜨겁지 않은 불길이라는 건 마찬가지였다.
“나한테는 사자나 고양이나 거기서 거기라 말이다.”
그가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붉은 오러가 담긴 일생이 사자의 미간을 툭, 건드리는 순간 사자가 터져 나가 허공에 흩어졌다.
그리고 아래에서 위로 이어서 휘두르자 상승기류가 형성되어 돌조각들과 성기사들이 빨려 올라갔다.
“후우…….”
빨려 올라간 성기사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진다.
그들이 떨어질 때마다 어딘가 부러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려 퍼졌다.
여름이 가까워지는 5월, 하늘에서 성기사가 비처럼 내리는 계절이다.
유성우는 바닥에 떨어져 뿌득대는 소리를 내는 성기사들 사이를 걸어가다, 고개를 돌렸다.
“드디어 다섯 명이 다 모였군. 독수리 오형제…….”
기절했던 벨렌은 어느새 깨어났고, 싸우던 둘은 뒤로 빠져 상승기류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잔느 쪽으로 향했던 두 명의 기사도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돌아왔다.
바티칸의 자랑이라는 다섯 명의 성기사가 한데 모여 유성우를 쳐다보았다.
열렬한 시선이 그에게로 꽂혔다.
“네놈은, 네놈은 대체 정체가 뭐냐!”
“너희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이단이다. 이단, 이단 노래를 부르길래 이단옆차기를 차주러 왔는데… 의도와는 다르게 코밖에 못 부러뜨렸군. 미안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통역 마법의 한계인 듯했다.
아무래도 이단과 이단옆차기의 뉘앙스는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알아들었으면 배꼽을 잡고 깔깔 웃었을 테니까…….
아무튼.
“덤벼라. 다섯 명 전부.”
그의 말에 벨렌이 소리쳤다.
“전원! 전력 전개를 허가한다! 전력으로 저 이단을 찢어 죽여라!”
벨렌의 외침에 다섯 명의 성기사들이 전신에서 각기 다른 빛깔의 빛을 뿜어냈다.
그와 동시에 느껴지던 기운이 배 이상으로 증폭되었다.
그들의 안에 있던 신성이 공명하며 벌어지는 현상.
유성우는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신성에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지.’
옛날 생각이 나게 만드는 다섯 명의 성기사는 각자 검에서 다른 속성의 기운을 피워올렸다.
불과 빛, 바람과 물…….
마지막 한 놈은 조금 애매했다. 검에 나무를 둘렀는데 저게 무슨 소용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신성을 사용해 일시적으로 전체적인 능력을 증폭했는지, 이전과는 다른 속도로 다섯 명의 기사가 달려들었다.
그들의 전진에 주변에 널브러진 성기사들이 폭풍에 휘말려 저 멀리 날아갔다.
유성우는 숨을 길게 내뱉으며 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러고는 어깨 쪽으로 끌어당기며 자세를 낮추었다.
그의 호흡과 함께 심장이 둔중하게 요동치며, 전신 곳곳에 오러를 내보냈다.
혈맥을 따라 질주하는 붉은 오러가 전신의 감각을 일깨우자, 세계가 점차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초를 쪼개고,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고…….
모든 것이 느려진 세계에서 유일하게 올바른 시간을 인식할 수 있는 건 유성우밖에 없었다.
다섯 명이 각기 다른 곡선과 직선을 그리며 다가온다.
그들이 피워낸 능력은 허공이라는 도화지 위에 쨍한 색깔의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듯했다.
‘나무는 페이크인가.’
진짜는 목(木)이 아니라 토(土)인 듯했다.
뒤를 슬쩍 돌아보니 그곳에 쇠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창이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중이었다.
정면에서 정신없는 틈을 타 뒤를 찌르겠다는 계획.
유성우는 피식 웃으며 거의 멈추다시피 한 세계에서 일생을 휘둘러 창을 갈라버리고는.
앞으로 한 걸음, 두 걸음 내디디며 나아갔다.
그러고는 검 끝으로 다섯 명의 검 끝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어 다섯 명을 지나쳐 뒤쪽에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며, 느려진 세계를 벗어났다.
원래대로 돌아온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그의 감각에 걸려든 것은 청명한, 검이 부딪히는 소리였다.
거의 동시에 들려오는 다섯 개의 공명음.
쩌어엉…….
이어서 폭풍이 몰아쳤다.
느려진 세계에서 평범하게 움직였다는 것은, 원래의 세계에서 더럽게 빨리 움직였다는 뜻.
다섯 명의 기사들이 눈으로 좇지도 못하는 속도의 여파는 상상을 초월했다.
순간적이나마 음속을 돌파했다.
유성우의 등 뒤로 소닉붐이 몰아쳤으며, 고막을 찢어버리는 굉음과 폭풍이 쉴 새 없이 몰아쳤다.
검을 쥐고 있던 기사들의 손바닥이 찢어발겨졌으며 팔 또한 이리저리 뒤틀려 뼈가 튀어나왔다.
초능 또한 산산이 부서져 더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이내 정신을 잃은 채 바닥을 굴러다녔다.
와중에 목숨을 잃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지경이었다.
‘나도 많이 물러졌어.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냥 살려두다니.’
어차피 전투 불능이다.
토마스를 죽여도 멀쩡하다면 그때 죽여도 되는 일이고.
오대 성기사라는 놈들이 단말마도 지르지 못한 채 허물어진다.
바닥에 늘어져 고통에 바르작대는 그들을 내려보던 유성우가 말했다.
“이제 애꿎은 놈들 그만 내보내고 직접 나오시지.”
-…성스러운 힘을 받은 오대 성기사를 모두 쓰러뜨릴 줄이야. 사악한 이단의 신의 힘을 받은 모양이군요. 역시 신께서 내게 내리는 마지막 시련다워…….
“중증 망상 환자군. 신이 정말 인간 따위를 위한다고 생각하나?”
신은 이타적인 존재가 아니다.
유성우는 그것을 이계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신은 인간에게 별 관심이 없다.”
일전에 루나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말에서는 토월족을 위하는 듯했지만.
그 안에 진정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루나에게는 그저, 자신을 멋대로 숭배하는 종족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다른 신들도 마찬가지다.
신들이 총애하는 종족이라고 불리는 엘프의 신은, 그들이 만들어낸 신이다.
인간들은 신들을 사랑할지 몰라도 신들은 인간들을 어여삐 여기지 않는 족속들이다.
만약 신이 정말로 인간들을 어여삐 여겼다면 세상이 이 모양이 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리고 나의 기도 또한 들어주었겠지.’
유성우는 일생의 손잡이를 꾹 쥐고는 검을 크게 휘둘렀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음속을 넘는 속도로, 가로로 휘둘러진 검이 허공에 붉은 선을 남겼다.
쿠르릉…….
그러자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자로 잰 듯한 일직선으로 교황청이 반으로 잘린 채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소드마스터는 검 한 자루로 바다와 태산을 가른다.
고작 이런 건물 따위 베지 못할 것 없었기에, 그는 폐허로 변해가는 교황청을 보며 인상을 굳혔다.
-아아, 승천을 위한 마지막 시련이 도래하였도다…….
교황청에 안쪽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성기사들과는 다른 막대한 신성이 느껴졌다.
신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었으나, 이 정도의 신성을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할 정도.
무너진 교황청에서 샛노란 황금빛이 솟구쳤다.
교황청의 잔해들이 공중으로 두둥실 떠오르더니 그 안에서 한 명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금발, 그리고 샛노란 눈동자를 가진 미남자.
토마스 데 토르케마다였다.
흰색 사제복에 붉은색 영대를 두른 그는 더는 추기경이 아니었다.
그가 입은 복장과 손에 들린 것들은 교황을 상징하는 상징물들.
“나를 이제 교황이라 부르라. 토마스 데 토르케마다는 과거의 시간을 넘어 현대에 현현해, 가톨릭의 교황이 되었노라…….”
그리 중얼거린 토마스는 눈을 번뜩였다.
그의 눈에서 일렁이는 빛이 뿜어져 나오며, 몸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하늘에서 바티칸을 내려다보았다.
“아니, 이 정도라면… 교황으로는 부족하군. 이제부터 나를 신이라 부르라. 주님과 하나가 되어 나 스스로가 주가 되었나니, 그것이야말로 순리에 적법한 운명이리라.”
“미친놈이 뭔 개소리야?”
망상증 환자의 말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유성우는 그가 더 떠들기 전에 일생을 그를 향해 겨누며 말했다.
“당장 거기서 내려와라. 열등감에 찌들어서 마녀사냥이나 하던 새끼가 뭐가 잘났다고 지가 신이네 뭐네 지랄을 하고 있군.”
그래, 요즘 말로 뭐라고 하더라.
이내 유성우는 슈아넬이 하던 말을 떠올렸다.
“이 하남자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