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15)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15화(115/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15화
토마스 데 토르케마다(4)
유성우는 슈아넬이 대체 이 말을 어디서 배워왔는지 한동안 입에서 달고 살던 걸 떠올렸다.
뭐만 하면 상여자 특, 상여자 특… 합리화를 해댔기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쓰는 입장이 되어보니 꽤 나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하남자 특, 쉽게 발끈함.”
유성우는 그리 중얼거리며 공중으로 떠오른 채 빛의 폭격을 내리꽂는 토마스를 바라보았다.
하남자라는 말에 발끈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토마스는 강렬한 신성을 뿜어대며 빛을 뿜어댔다.
토마스가 뿜어내는 빛은 강력한 열선이었다.
빛이 닿는 곳마다 처참하게 녹아내리니, 오러로 막아내더라도 그 소모가 클 것이 확실했다.
최대한 피하며, 피할 수 없는 것들만 검으로 베어내는 식으로 토마스의 힘을 가늠했다.
“하남자 특, 부하들 보내서 싸우게 하다가 막타만 치려고 함.”
왠지 이 말투, 하다 보니 중독되는 그런 게 있었다.
유성우는 몇 번인가 중얼거리며 제게 다가오는 빛을 오러를 두른 검을 휘둘러 빗겨냈다.
“흠.”
일단은 토마스를 바닥으로 끌어 내려야 했다.
공중에서 아예 상대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발판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확실하니까.
공중에서 한 바퀴 빙그르르 돌며 다시금 빛줄기를 피해낸 그는 일생을 꾹 쥐고는 바닥을 뒤집었다.
몇 개의 돌덩이들이 공중으로 솟구친다.
유성우는 공중으로 떠올라 돌덩이들을 발판 삼아 움직였다.
툭, 툭 하는 가벼운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토마스의 앞에 도달한 그가 일생을 쭉 뻗었다.
그러나 그의 검은 토마스의 전신을 감싸는 옅은 황금빛에 막혔다.
“인간의 기술이 신에게 닿으리라 생각하는가. 지금 이 순간 나는 진정한 신이 되었다.”
“착각이 심하네. 스스로를 예수라고 주장하는 놈들을 모아두면 더는 예수라고 주장 안 한다고 하던데.”
언제 자기가 신이라고 주장하는 놈들을 모아서 한 방에 가둬놔야겠다고 생각한 유성우였다.
토마스가 두른 빛이 더욱 강하게 뿜어지자, 유성우는 반탄력으로 튕겨 나갔다.
땅에 착지한 그가 곧장 다른 곳으로 뛰어 뻗어진 빛줄기를 피했다.
빛줄기의 속도가 워낙 빨라 미리 예측하지 않으면 피하기가 어려웠다.
이곳에 선 이가 자신이 아니라 다른 다이버들이었다면 몸이 몇 번이고 꿰뚫리고도 남았으리라.
“아, 아아… 토마스 추기경님, 저희를, 저희를 구원하소서…….”
“토마스 추기경님…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소서…….”
기절에서 깨어난 성기사들이 하늘에 뜬 토마스를 향해 구원의 기도를 올렸다.
그들을 내려다보던 토마스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그들을 구원했다.
“그래, 더 이상의 고통은 없을 것이다. 어린 양들이여…….”
그리 내뱉은 토마스는 양손을 높이 들었다.
그러자 그의 손안으로, 온갖 빛이 모여들었다.
성기사들에게서, 바티칸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흘러나온 생명의 빛이었으며, 그들에게 나누어주었던 신성이었다.
“오… 하남자 특, 줬던 거 도로 뺏음.”
이거 정말 중독된다.
유성우는 신성과 생명력을 빼앗겨 미라처럼 말라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붉은 검기를 토마스에게 날려 보냈다.
“과업을 방해하지 말라.”
토마스는 황금빛을 내뿜어 그의 검기를 막아 세웠다.
그러나 그 덕분에 사람들의 생명력을 흡수하던 놈의 움직임은 멈추었다.
유성우는 그 틈을 타서 소리쳤다.
“잔느! 아직이냐!”
오러를 실은 그의 목소리가 공기를 타고 널리 퍼졌다.
저 멀리, 성역을 깨부수기 위해 준비하던 잔느의 답신이 잠시 후에 돌아왔다.
-2분만 벌어주세요!
2분.
그 정도야 쉬웠다.
토마스의 고개가 잔느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이제야 잔느가 뭘 하고 있다고 눈치를 챈 건지, 그곳으로 움직이려 했다.
유성우는 다시 공중으로 뛰어올라 그의 앞을 막아서며 검을 휘둘렀다.
잠깐의 체공 시간.
수 초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유성우는 검을 수십 번 휘둘렀다.
토마스의 금빛의 막이 검을 막아냈으나 완전히 막아낼 수는 없었다.
여기저기 틈이 생겨 놈의 몸에 붉은 실선이 그어졌다.
“상남자 특, 아껴둔 거 한 번에 써버림.”
토마스의 몸에서 피가 뿜어졌다.
그러나 그것들은 시간을 되감은 것처럼 다시 그의 몸 안으로 흘러가더니, 상처도 깔끔하게 메워졌다.
“멍청한 것.”
“오, 씨팔.”
신성을 가진, 성직자들은 이게 문제였다.
대부분 자힐을 할 줄 알기에 상처를 입어도 웬만한 치명상이 아니면 스스로 치료한다.
상처를 순식간에 회복한 토마스가 전신에서 빛을 뿜었다.
유성우는 거의 동시에 일생으로 전방을 베었으나, 전부 막아내지는 못했다.
빛줄기 몇 개가 몸을 관통해 작은 구멍을 만들었다.
바닥에 착지한 그가 상처를 확인하곤 혀를 찼다.
‘치명상은 전부 피했지만 회복은 좀 걸리겠군. 신성이 담긴 빛이라 그런가.’
마신과 싸울 때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신성이 담긴 공격에 당하면 회복이 더뎌진다.
몇 마리의 용을 쓰러뜨리고 얻은 용의 재생력으로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앞길을 막는 자에게 천벌이 있으리라. 마녀를 돕는 이단이 갈 곳은 지옥뿐이다.”
토마스는 그리 말하며 이제는 빛으로 비를 내렸다.
성기사들에게 나누어주었던 신성을 전부 회수하니, 신성이 두 배가 뛰었다.
대체 누가 저런 놈에게 저런 힘을 준 건지 궁금해진 유성우는 혀를 차며 오러 아머를 형성했다.
생각대로 오러의 소모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곧.
-시작할게요.
2분이 다 되었다.
잔느가 말했던 시간이 지나자마자 빛으로 가득하던 하늘이 돌연 어두워지기 시작하더니, 먹구름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쿠르릉, 하며 붉은 번개가 번쩍였다. 그리고 먹구름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건.
커다란 못이었다.
웬만한 고층 건물의 크기를 넘어서는 시꺼먼 못은 첨단(尖端)을 앞세워 서서히 하강했다.
“장관이군.”
거대한 못은 이내 바티칸 전체를 감싸는 결계의 외피에 닿았다.
못과 맞붙은 결계에서 금빛의 스파크가 쉴 새 없이 튀었다.
결계는 막아내기 위함이고, 못은 뚫기 위함이었다.
토마스는 실시간으로 결계를 복구하기 시작했고, 유성우는 두 접전을 소모한 오러를 회복하며 지켜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쪽이 우세한지 알아차렸다.
마녀들이 만들어낸 게 분명한 거대한 못이었다.
그냥 못이 아니었다.
그저 거대하기만 할 뿐인 못이라면 하늘에서 나타나지도 않았을 테고, 결계도 뚫지 못할 테니까.
저 못은 마녀들의 증오로 이루어져 있었다.
오랜 시간, 수백, 수천 년에 걸쳐 핍박받은 마녀들의 증오로 벼려진 못이었다.
단 한 사람의 광기로는 막아내지 못하는 거대한 증오.
유성우는 못 뒤에 몰아치는 먹구름이 로브를 뒤집어쓴 마녀처럼 보였다.
가느다란, 그러면서도 거친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못을 내리누른다.
그러자, 못의 첨단은 서서히 결계를 찢어발기며 안으로 들어서더니 커다란 구멍을 내버렸다.
토마스는 그것을 복구하려 나섰지만, 못에도 마법적인 처리가 되어 있는지 뚫린 구멍을 기점으로 결계의 침식을 진행해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계 전체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더니, 산산이 부서져 비처럼 쏟아졌다.
반짝이는 별가루들이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약속된 작전은 이걸로 끝인가.’
바티칸 공략에 돌입하기 전, 마녀회와 유성우는 작전을 세웠다.
마녀회는 이것저것 유성우가 원한 요구조건 외에도 다른 것들까지 들어주는 대신 작전에 따라 달라 부탁했다.
유성우는 그것에 응했고.
마녀들의 작전은 결계 내부로 잠입해, 마녀회의 근거지와 바티칸까지 통하는 ‘패스’를 만들어 성역을 깨부수는 것이었다.
그동안 유성우는 앞에서 신나게 활개 치며 놈들의 이목을 끄는 게 주된 작전이었다.
성역을 부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평신도들을 위해서였다.
다이버도 아닌 그저 일반인에 불과한 그들은 신성에 이끌려 세뇌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기에, 무고한 자들을 살리기 위한 마녀들의 관대한 결정이었다.
일단 성역을 부숴 그들과 토마스의 연결을 끊어버리는 것.
토마스를 먼저 죽여버리려 하면 그가 연결된 통로를 통해 바티칸에 있는 이들을 모조리 죽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첫 번째 작전의 개요였고, 그 뒤에 이어질 두 번째 작전은…….
쿠웅…….
가톨릭의 성지인 바티칸에 마녀들의 못이 기둥처럼 세워져, 그림자를 만들었다.
토마스는 그림자 속에서도 한결같이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는 성역을 잃어도 힘을 잃지 않았다.
단순히 제 지배 영역이 사라진 것에 불과했으니.
회복을 끝마친 유성우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상남자 특, 언제든 한 놈 정도 죽일 힘은 남겨둠.”
이건 하남자인가?
모르겠다.
유성우는 일생을 꾹 쥔 채 그림자에 스며들었다.
일전에 엘프들을 사냥했을 때처럼, 못이 만들어낸 그림자 속에 스며들었다.
빛이 가장 강한 곳 뒤에는, 언제나 짙은 그림자가 있다.
토마스는 유성우를 찾기 위해 시선을 돌렸으나 그림자와 동화된 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토마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작은 틈을 드러냈다.
그를 찾기 위해 마법을 전개하기 위해 드러낸 아주 작은 틈.
유성우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와 뱀처럼 움직였다.
소리도 내지 않고 여기저기에 떠다니는 잔해를 밟고 튀어 오른 그가 토마스의 뒤로 접근해 일생으로 목을 그었다.
스걱, 하는 작은 소리가 나고 토마스의 몸에서 빛이 뿜어졌다.
반탄력에 의해 튕겨 나온 유성우는 땅에 착지하며 혀를 찼다.
‘조금 얕았나.’
“커, 커헉, 컥…….”
그러나 치명적인 공격임은 확실했다. 토마스의 목이 반쯤 잘려 흰 뼈가 드러났고, 검붉은 피가 울컥울컥 쏟아졌다.
“이, 이단 주제에…….”
“말은 안 했지만 합기도 삼 단이다. 이단이 아니지.”
토마스의 몸에서 연신 황금빛이 솟구쳤다.
막대한 신성은 죽음에 다가가는 토마스의 몸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반쯤 잘려 덜렁거리던 목이 다시 몸에 붙고, 상처를 치료했다.
죽음에서 돌아온 토마스는 신성을 사방으로 뿌리며 소리쳤다.
“네놈을 반드시 죽여버리겠다! 이 신의 힘으로! 천벌을 내려 지옥에 떨궈주마!”
“그런 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는데, 아직까지 내가 살아 있는 걸 보면 나는 지옥에 갈 운명은 아닌 것 같군. 상남자 특, 지옥 안 감.”
토마스가 양손을 펼치자 한 손에는 빛으로 된 검이, 반대 손에는 방패가 쥐어졌다.
두 개의 무기를 든 토마스가 땅으로 내려와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유성우로서는 아주 좋은 상황이었다. 공중에 떠 있던 놈이 제 발로 아래로 내려와 주었으니까.
검을 휘두르는 토마스의 움직임이 똑똑히 눈에 들어왔다.
하늘에서 빛을 뿌리는 놈의 공격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무기를 든 순간부터는 유성우의 전문 분야였다.
간격을 파악하고, 검로를 읽는다.
꽤 숙달된 움직임.
그러나, 소드마스터의 앞에서는 하잘것없는 기술에 불과했다.
방패를 가슴께로 당겨 카운터를 막으려는 듯했으나.
“다 보인다.”
유성우는 검신으로 토마스의 광검(光劍)을 빗겨내고, 안쪽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비어 있는 방패의 간격을 향해 검을 뻗는다.
그의 일생이, 평생을 갈고 닦은 검이 신성을 뚫고 가슴팍을 베어내니, 붉은 피가 공중으로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