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19)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19화(119/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19화
검혼(2)
“본국검회를 나가겠다고? 그것은 정말로 너의 뜻이냐?”
“그렇습니다, 스승님. 제 결정입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본국검회를 나가게 되는 것은 뼈아프나, 더는 이곳에 제가 있어야 할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성운룡은 제 앞에 앉은 백우현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본국검회를 탈퇴하겠다는 백우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화가 가장 먼저 났다.
백우현은 본국검회에서 나고 자랐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백우현의 부모는 대재해 때 죽었고, 친분이 있던 성운룡이 거두어 본국검회에서 길렀다.
어릴 적부터 신체능력이 뛰어났고, 다이버로 각성한 뒤에는 순식간에 S급을 거머쥔, 그야말로 번개처럼 번쩍이는 인재였다.
백우현은 계속해서 강해질 다이버였다. 재능을 갖춘 노력파.
백우현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딱 그런 꼴이었다.
언젠가는 세계구급의 다이버가 되어, 한 손에 꼽을 강자가 되리라고, 성운룡은 생각했다.
그도 S급 다이버기는 하지만 백우현의 성장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고, 자신은 퇴화하는 퇴물이었으니까.
“지금, 본국검회의 본국검이 잘못됐다고 했었지.”
“…잘못된 건 아닙니다, 조금 결이 다른 겁니다.”
“네게 그 검을 알려준 건 필시 그 남자겠고.”
“예, 그렇습니다. 스승님.”
“하아…….”
성운룡은 머리가 아팠다.
백우현은 별다른 사고 없이 조용히 자란 아이였다.
부모를 일찍 잃어서 조숙한 것도 있었겠지만, 또래 애들과 비교하면 감정의 표출이 적은 편이었다.
반항 한 번 한 적 없었고, 꿋꿋하게 수련하는 그런 아이.
‘그래서 더 그런 건가.’
지금까지 억눌러 두었던 것들이 한 번에 터져 나온 걸까?
그 유성우라는 남자에 의해서.
그는 백우현과는 정반대에 위치한 사람이었다.
감정을 숨기는 법은 없었고, 표출하는 방법도 극단적이었다.
제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베려 하리라.
그게 신이라고 하더라도.
“떠나겠다는 막을 권한은 없지. 본국검회는 길드니까.”
“…그렇다면.”
“나는 너를 잡지 않을 것이다. 그래, 이제 너도 나이가 찼으니 자신의 검을 찾을 때도 됐겠지.”
“…감사합니다. 스승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성운룡은 이마가 지끈거렸지만, 백우현을 막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본국검회도 지금까지 백우현에게 의지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었으니, 새로운 변혁을 꿈꿔야 할지도 몰랐다.
“본국검회에서 나가게 되면, 다른 이에게 본국검을 전수하는 건 불가능한 것, 알고 있겠지?”
“예, 물론입니다.”
“힘든 길을 선택하는구나, 우현아. 나는 네가…….”
“아닙니다, 스승님. 제게 힘든 일일 건 압니다. 그러나 이건 기회입니다. 한 발짝 더 나아갈 기회.”
백우현은 성운룡의 앞에 무릎을 꿇고는, 절을 올렸다.
“스승님, 아니, 할아버지.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불효손은 이제 할아버지의 품에서 떠나 뜻을 펼쳐보려 합니다.”
“……네 선택을 응원하마. 네가 나아가는 길에 승리만이 있기를 기원하마. 나의 손자야.”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백우현은 그리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금 허리를 굽힌 뒤 방을 나섰다.
홀로 남은 성운룡은 테이블 위의 담뱃대에 불을 붙이곤, 연기를 뿜어냈다.
분명 어렸던 아이가 이제는 훨훨 날아가려 날갯짓을 시작했다.
유성우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려 한다는 게 조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는 분명히… 누구보다 백우현을 더욱 높은 곳으로 이끌어주리라.
인간의 경지를 벗어나.
신의 경지로.
* * *
성운룡과의 이야기를 끝낸 백우현은 차차 본국검회를 탈퇴할 준비를 했다.
본국검회의 S급 다이버라 당장 탈퇴는 불가능하고, 이것저것 정리를 끝마쳐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은 가장 먼저 본국검의 도장에 다니는 원생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그들의 총사범이었던 백우현은 학생들에게 이제 총사범을 그만둔다고 말했고, 얼마 되지 않는 짐을 정리했다.
얼마 되지 않는 짐을 들고 나가려던 때, 그의 앞을 막아선 사람이 있었다.
백우현의 사촌 동생인 백오연 사범이었다.
“총사범님, 그만두신다는 게 진짜예요? 본국검회를 아예 나가신다고요? 왜요?”
“그렇게 됐습니다. 백오연 사범. 개인적인 사정입니다만, 다른 길드로 이적할 생각입니다.”
“…이적? 어디로요?”
“아직 설립도 안 한 길드기는 한데, 앞으로는 그곳에서 일하려고요.”
“여기보다 조건 좋게 준대요? 왜 가는 건데요? 오랫동안 함께한 본국검회를 버리고…….”
“버리다니, 서로 이해관계가 안 맞는 것뿐이죠.”
백우현의 말에 백오연은 눈을 부라리며 말을 이었다.
“그 사람 때문이죠? 저번에 본국검회에 찾아왔던 무례한 사람!”
“유성우 다이버님입니다.”
“그래요, 유성우. 지금 막 누구보다 강한 S급 다이버라면서 아주 언론 플레이를 해대던데요.”
“직접 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긴 하겠죠. 아무튼 저는 그분이 설립할 길드로 이적하기로 했습니다.”
“…….”
백우현의 말에 백오연은 입술을 댓발 내밀고는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B급 다이버의 힘이 잔뜩 들어가서 그런지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아, 백우현은 지나치려다 일단 멈춰 섰다.
“…가지 마, 오빠. 이제까지 계속 함께였잖아. 가지 마, 본국검회에 남으면 안 돼?”
“…오연아.”
“연이라고 불러.”
“그래, 연아… 너도 지금 본국검회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건 알 거다. 그래도 사범이니.”
“오빠가 나가면 더 이상해질걸.”
“아마도 그렇겠지. 하지만 본국검회는 더 나아가지 않으면 안 돼. 과거의 검술에 집착하지 말고, 좀 더 발전시켜야지.”
“그걸 오빠가 하면 안 되는 거야? 본국검회에 남아서.”
“나도 그러고 싶지만, 장로님들의 반발이 심해서 말이야. 그리고 너도 알지? 내가 그런 거 정말 싫어한다는 거.”
백오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우현은 조용한 사람이었다. 누군가와 부딪치는 걸 싫어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 대신 괴물들에게 쏟아내는 편이었다.
그들과는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되었고, 그저 검을 휘두르면 끝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리고 말은 안 했지만, 나는 복수해야 해. 대재해 때, 우리 부모님을 죽인 그놈에게. 그런데 본국검회에 계속 있으면 더는… 성장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오빠…….”
“나는 더 강해지기 위해서 가는 거야. 본국검회에서 배울 수 있는 건 전부 배웠으니, 이제는 나만의 길을 찾을 시간인 거지.”
백우현은 그리 말하곤, 숨을 들이마셨다.
이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오연아, 나도 네가 너의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네가 나를 가족으로서 많이 좋아한다는 건 알지만, 이건 고집일 뿐이야.”
백우현이 단호하게 말하자, 백오연은 잡고 있던 옷깃을 놓아주었다.
그는 들고 있던 짐을 내려두고는 백오연을 한 번 안아주었다.
“그분이 보여주었던 검을, 내가 보여주었던 검을 잊지 마. 그건 분명 네가 성장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줄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백우현은 본국검회의 건물을 벗어났다.
애초에 그는 본국검회와 다이버 계약을 맺은 적이 없었기에, 탈퇴하는데 제약은 없었다.
그저 믿음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던 그와 본국검회의 관계는, 너무나도 손쉽게 끊어졌다.
“어린애 달래는 것도 힘드네….”
건물을 벗어나 자동차에 올라탄 백우현이 그리 중얼거리고.
이내 운전해서 건물을 빠져나갔다.
오늘은 유성우가 귀국하는 날이었으니, 가서 환영파티라도 준비해 볼 생각이었다.
검혼의 설립도 머지않았으니.
* * *
“귀국을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축하해요!”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들려오는 건 폭죽 소리와, 축하한다는 한마디였다.
유성우는 제 머리 위로 쏟아지는 폭죽의 잔해를 손으로 걷어내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백우현, 홍서화, 녹스… 그리고 안쪽의 유지우까지.
“뭐냐?”
“무사히 귀국한 걸 축하드리는 자리입니다. 스승님. 안쪽으로 오시죠, 음식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네가?”
“아뇨, 배달이랑 백우현이.”
“그건 다행이군.”
“…제 요리를 먹어보신 적도 없으면서 왜 그런 반응을.”
뻔했다.
약불을 못 견디고 전부 강불로 태워버릴 것 같은 인상이니까.
엘리베이터가 느리다고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짓을 할 것 같은 인상이라 그랬다.
유성우는 시무룩해진 홍서화를 지나치고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거실의 커다란 테이블에는 온갖 요리들과 술이 있었다.
장르를 묻지 않는, 즐길 수 있는 파티 음식과 종일 마셔도 충분할 정도의 술이.
“웬일이냐?”
유성우가 주방에 기대고 서 있는 유지우를 향해 묻자, 그녀는 말도 말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대답해준 건 쪼르르 쫓아와 옷깃을 잡은 녹스였다.
“그, 언니들이랑 오빠가 아저씨 오는 날이니까, 뭔가 환영이라도 하자고 해서요! 별로… 기쁘지는 않으신가요?”
유성우는 녹스의 말에 다른 곳을 흘끔 보았다.
그곳에는 홍서화와 백우현이 살짝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애를 앞세우다니, 이 비겁한 새끼들이…….’
예전에는 뿔을 자르니 뭐니, 했던 유성우였지만 이제는 녹스가 너무 깊게 녹아든 모양이었다.
그는 인상을 팍 쓴 채 둘을 노려보았다가, 이내 녹스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먹기나 하자. 기껏 준비해 줬는데 안 먹으면 아까울 테니…….”
“……네!”
유성우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슈아넬, 살금살금 방으로 들어가지 말고 와라.”
“…한 판만.”
“먹고 가. 다들 준비해 줬는데 그냥 들어가는 것도 그렇잖나.”
“어쩔 수 없지…….”
슈아넬이 터덜터덜 걸어오더니 유성우의 옆에 턱 자리를 잡았다.
이어서 왼쪽에는 녹스가 털썩 앉았다.
유성우는 결혼도 안 했는데 딸이 둘이나 생긴 것 같은 오묘한 기분을 느꼈다.
슈아넬은 말 더럽게 안 듣는 장녀고, 녹스는 그래도 말 잘 듣는 귀여운 차녀다.
이대로 정말로 괜찮은 건가…….
거기다가 말은 잘 듣지만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제자가 둘.
어릴 때는 귀여웠지만, 지금 와서는 조금 징그러운 여동생이 하나.
유성우는 옆옆자리에 앉은 유월을 흘긋 바라보았다.
‘쟤는 뭐지?’
딸도 아니고, 제자도 아니고, 여동생도 아니고…….
비즈니스 파트너 정도일까.
유성우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느새 와 있는 서연정에게도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러나저러나 줄곧 유지우를 도와준 고마운 사람이었으니.
“그럼 건배라도 하지.”
유성우는 맥주병의 뚜껑을 손가락으로 똑 따버리고는 병을 위로 들어 올렸다.
다른 이들도 각자 잔에 술과 음료를 채웠다.
“건배사 해주시는 건가요? 스승님. 기깔난 걸로 해주시죠.”
“죽지 말고 살아라. 새끼들아.”
유성우는 대충 한마디 내뱉고는 다른 이들의 잔에 병을 부딪쳤다.
그리고, 본격적인 술파티가 시작되었다.
유성우의 무사 귀환을, 검혼의 설립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 * *
“S급도 술에 취하기는 하는군. 이 꽐라 새끼들…….”
“보통은 안 취하는데, 오늘 마신 양이 양이니까요.”
유성우는 양주를 병째 홀짝이며 그리 말했고, 그의 말을 받아준 건 서연정이었다.
S급들과 유월은 취해서 바닥에 널브러졌고, 슈아넬과 녹스는 방에 들어갔다.
유일하게 살아있는 건 기묘하게도 서연정이었다.
그녀도 꽤 마신 것 같았는데… 신기하게도 얼굴색도 별로 변하지 않고 멀쩡해 보였다.
그녀는 잠깐 유성우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유성우 씨.”
“그래.”
서연정이 잠깐 뜸을 들였다.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 아래에서,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어딘지 모르게 신성함이 느껴지는 듯한 광경이었다.
유성우가 눈살을 찌푸릴 즈음,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은 건가요? 이 혼란한 시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