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23)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23화(123/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23화
검혼(6)
헤트리스는 잔느가 왜 자신에게 힘내라고 했는지 얼마 가지 않아 깨달았다.
초반에는 꽤 안락했으나, 갈수록 빨라지는 속도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속이 거북해지기 시작했다.
“욱, 우욱…….”
유성우는 비행기나 기차와 같은 속도로 달리지만, 비행기나 기차와 같은 안락한 좌석은 없었다.
공기저항을 그대로 몸으로 받아야 한다는 소리였다.
보통 인간보다 튼튼한 다이버의 몸이었기에 어느 정도는 버텼지만, 이리저리 장기가 흔들리는 건 견디기 버거웠다.
유성우가 그녀를 내려놓았다.
그녀를 걱정해서 한 일은 아니었고, 앞에 적들이 출현했기 때문이었다.
이전에 동굴로 사람들을 추적하던 무림맹의 다이버들이었다.
유성우는 헤트리스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들을 모조리 목을 꺾어 죽여버리고는, 다시 그녀를 주워들어 옆구리에 끼웠다.
말 그대로 짐짝 취급을 당하는 중이었다.
‘인간 맞아?!’
아닌 것 같았다.
수 킬로미터를 몇 걸음 만에 주파하고, 내로라하는 다이버들을 단숨에 쓰러뜨린다.
아무리 강한 다이버라고 해도, 보여줄 수 있는 광경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유성우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나아갔다.
그의 앞길을 막는 건 없었다.
아니, 있을 수가 없다고 하는 편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앞을 막아섰다가는 그대로 썰려 버리니, 그는 수십 명의 다이버를 쓰러뜨리며 출구에 도착했다.
“이쪽 출구가 맞나?”
“우욱, 네, 네… 그런데 바깥에 나가면 더 많은 적이 있을 텐데요.”
“별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군.”
“S급들도 있을 텐데…….”
“S급이나 A급이나…….”
유성우는 그리 중얼거리며, 헤트리스를 옆구리에 낀 채 어비스를 넘었다.
그러자 어비스 근처에 주둔하고 있던 이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로 돌아갔다.
쏟아지는 시선 속에서 유성우가 말했다.
“연구소 방향.”
“저쪽이요!”
헤트리스가 손가락으로 사람들이 다시 잡혀갔을 연구소의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뭐야 저 새끼?!”
“잡아! 이상한 놈이다!”
사람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유성우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들을 지나쳐, 공중으로 치솟았다.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경공’을 펼치는 듯한 광경에,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무림인들이 그를 넋을 놓고 쳐다보았다.
“우아아아아악-!!”
“시끄럽다.”
정작 거기에 매달려있는 헤트리스는 위아래로 흔들려서 죽을 맛이었다.
공중으로 떠오른 그는 육안으로 공장처럼 생긴 연구소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삼정을 불러 발판으로 사용했다.
육중한 삼정을 발판 삼아 연구소 방향으로 튀어 나간 그는 삼정을 재소환에 한 손에 쥐고는, 그대로 내리꽂아 연구소의 천장을 부숴버리며 진입했다.
연구소 내부에 커다란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고, 유성우는 연구소 내부에 오러를 흩뿌려 사람들을 탐색했다.
‘지하인가.’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으니, 다음은 약재들이다.
유성우가 다시금 말했다.
“창고 방향.”
“저쪽 길! 저기서 오른쪽으로 꺾고, 쭉 가다가 가로막힌 길에서 왼쪽이요!”
길을 전부 기억하고 있다는 건 거짓말이 아닌지, 그녀는 곧장 그에게 길을 알려주었다.
유성우는 길을 따라 움직이며, 마주치는 사람들은 죄다 지나쳤다.
그의 속도에 아무리 무장병력이라도 반응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커다란 금고 문으로 잠긴 약재 창고에 도착한 그는 삼정을 집어넣고, 일생을 꺼냈다.
그리고 곧장 오러를 두르더니 종잇장을 자르는 것처럼, 금고 문을 두 동강 내고는 발로 차서 열었다.
여전히 옆구리에 끼워져 있던 헤트리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특수합금으로 만든 금고 문이 두부처럼 잘리는 거였어?’
말도 안 되는 광경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유성우는 커다란 약재 창고로 들어서고는, 내부를 한 번 둘러보았다.
무림맹의 최첨단 보관고는 온갖 시스템으로 내부 환경을 완벽하게 유지하는 곳이었다.
동양, 서양 할 것 없이 온갖 진귀한 약재들이 모여 있었기에, 연금술사나 약제사들이 보면 눈이 돌아갈 것들이 많았다.
“미친 새끼들, 재료를 이렇게 쌓아뒀으면서 그딴 쓰레기 같은 재료로 영약을 만들라고 시켜?”
“놈들의 죄목이 늘었군.”
“그런데 여기 약재는 어떻게 가져가시게요? 전부 가져가기는 힘들 테니, 불태워버리는 것도…….”
“아니, 전부 가져간다.”
유성우는 이럴 때를 대비해, 유지우에게 받아둔 게 있었다.
아티팩트 중 하나인 ‘빨아들이는 가방’이었다.
내부 공간이 무척이나 넓은, 아공간 계열의 아티팩트.
식량과 생필품을 저장해 둔 일종의 ‘인벤토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아티팩트였다.
그는 헤트리스를 내려주고, 허리춤의 가방의 끈을 풀고는 가방을 활짝 열며 말했다.
“전부 빨아들여라.”
그러자 가방에서 어마어마한 흡인력이 발생하더니, 창고에 쌓여 있는 약재를 전부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가방은 얼마 지나지 않아 창고의 약재를 죄다 집어삼켰다.
귀중한 약재인지 안전하게, 별도의 강화유리로 보관된 약재는 유성우가 일생으로 유리를 부숴버리고 빨아들였다.
엄중히 보관되던 약재들까지 챙긴 유성우는 다시 가방을 허리춤에 차고는, 헤트리스를 다시 옆구리에 끼고는 검을 들어, 바닥을 향해 휘둘렀다.
족히 몇 미터 두께는 되는 바닥에 갈라지며 지하층이 드러났다.
그는 곧장 그곳으로 몸을 던졌고, 지하층에 도착한 그는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재빠르게 움직였다.
“여기군.”
창고의 문도 단번에 뚫어버린 그에게, 잠금장치 몇 개 달린 문은 종잇장이나 다름없었다.
문을 연 그는 내부에 있는 사람들을 확인했다.
붙잡은 사람들을 죄다 한 방에 모아놨는지, 이들 말고는 느껴지는 기척은 없었다.
“메테오 인더스트리 소속 손.”
갑자기 열린 문을 어벙하게 바라보던 사람들이 그의 목소리에 두 명이 손을 들었다.
그가 아는 인상착의와도 비슷했기에, 유성우는 방 안에 헤트리스를 집어넣고는 말했다.
“주변을 정리하고 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라.”
“예, 예…….”
간단하게 말한 유성우가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남은 헤트리스는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메테오 인더스트리에서 파견한 구조대원이에요. 저는 안내역으로 자처해서 따라온 거고요. 그러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메테오 인더스트리에서 왔다고요? 대표님이 대체 어디서 저런 분을 데리고 오신… 그런데 두 분이서 오신 거예요?”
“사실상 저분 혼자서 온 거죠. 저는 진짜 길만 안내했으니까요.”
“오, 안 돼! 안 돼요! 놈들이 경비를 강화하겠답시고, S급 다이버를 세 명이나 불렀다고 들었어요!”
S급 다이버가 세 명.
무시무시한 전력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헤트리스는 지금까지의 유성우의 실력을 보건대, S급 셋으로 과연 그를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그는 한 번도 전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간단한 움직임만으로 다른 이들의 속도를 넘어섰고, 수십 명을 쓰러뜨렸다.
“괜찮을 거예요.”
어렴풋이 느낀 거지만.
S급이나 A급이나, 그에게는 별다를 것 없을 것 같았다.
“저희는 여기서 안심하고 기다리도록 하죠. 금방 돌아올 것 같으니까요.”
* * *
데려가야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꽤 많았기에, 유성우는 주변을 정리하기로 했다.
아무리 그라도 열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을 이끌고 안전히 특급 어비스까지 가는 건 무리가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법사라도 한 명 더 데려올 걸 그랬군.’
이럴 때 슈아넬이 없는 게 좀 아쉬웠다.
연구소의 지상층으로 올라간 그가, 다시 지붕을 뚫고 올라와 지붕 위에 섰다.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다이버들과 무장병력들.
유성우는 그들이 잘 알 수 있게 기운을 퍼트리며 노골적으로 도발했다.
견디지 못하는 이들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실감했고, 견디는 이들은 분노를 드러내며 다가왔다.
“죽여도 된다! 이미 특급 어비스에 들어간 무인들이 당했다는 소식이다!”
중국의 다이버들이 고래고래 소리치며 무기를 들이밀었다.
유성우는 지붕 위에서 다가오는 그들을 바라보다, 가볍게 일생을 휘둘렀다.
그러자 일생의 궤적을 따라 불길이 피어오르더니,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밝혔다.
“삼, 삼매진화(三昧眞火)?!”
“모두 조심해라! 화경의 경지에 이른 무인이다!”
“무림맹, 무림맹 하더니 죄다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군…….”
삼매진화가 아니라 정령의 불꽃인데 말이다.
유성우는 다시금 일생을 휘둘러 주변으로 불꽃을 흩뿌리고는, 가볍게 지붕에서 발을 떼었다.
떠오른 불꽃들이 작게 흔들리고,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사, 사라졌다!”
“모두 주변을 경계해!”
“경계해도 소용없다.”
검을 꼭 쥔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무인 한 명의 귓가에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섬뜩한 목소리에 곧장 검을 휘둘렀으나,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하늘을 날고 있는 팔이었다.
검을 쥐고 있던 자신의 팔이 몸에서 분리되어 하늘에서 빙글빙글 날고 있었다.
유성우는 하늘을 날던 팔을 검 끝으로 툭 쳐내, 다른 이에게 날려버렸다.
날아간 검을 쥔 팔이 다른 다이버의 다리를 꿰뚫는다.
동시에 두 명의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진다.
유성우는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다른 이들의 팔이나 다리를 잘라 전투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으아, 으아, 으아아아아악-!!”
“내 다리, 다리! 다리가악-!!”
갖가지 비명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연구소를 가득 채운다.
무장병력들이 유성우를 향해 총탄을 쏘았지만, 그는 총구가 번뜩임과 동시에 검을 휘둘러 튕겨냈다.
그들이 쏘아낸 총알은 다른 동료에게 향했기에, 총탄 세례도 금방 멈추었다.
유성우가 잘라버린 다리와 팔의 숫자가 스물을 넘어갈 즈음, 다이버들이 부상자들과 팔다리를 챙기며 일제히 물러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상대했던 이들과는 명백히 다른 기세의 다이버들이 지붕 위로 올라섰다.
“네 이놈!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를 부리고 있느냐!”
숫자는 세 명.
가운데에 있는 풍채 있는 중년의 남자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사자후(獅子吼)가 쩌렁쩌렁 연구소 주변을 울려댔다.
유성우는 인상을 찌푸린 채 귓가를 후비적대고는 말했다.
“귀 아프다. 조용히 말해라.”
“네 이놈-!!”
“백부(伯父)님, 제가 이야기하겠습니다. 저런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작자를 백부님께서 상대하실 필요는 없으니까요.”
중년 남자의 옆에 서 있던 훤칠한 귀공자가 앞으로 나서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검을 유성우에게 겨누더니 입을 열었다.
“나는 대 남궁세가의 장남, 남궁현록이다! 정체를 밝혀라, 괴인!”
“대 남궁세가는 개뿔… 사람 감금이나 하는 놈들이…….”
“그 모든 것은 더럽혀진 이 땅을 구하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어찌 그 대의를 이해하지 못하는가! 역시, 세외인(世外人)은 어쩔 수 없나 보군.”
“뭐 이런 병신 같은 새끼가… 그럼 백부라고 부르는 것도 너도 남궁이고, 너는 누구냐?”
유성우는 건들거리며 일생의 끝으로 남은 한 명을 가리켰다.
검은 머리를 곱게 땋은 여자는 유성우를 바라보더니 대답조차 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그런 태도에 유성우는 잠깐 생각하다, 이내 검을 앞으로 쭉 뻗으며 말했다.
“그래, 아무튼 덤벼라. 시정잡배 무림 쓰레기들.”
진짜 무(武)가 뭔지 알게 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