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24)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24화(124/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24화
검혼(7)
갑자기 연구소에서 날뛰기 시작한 괴인을 막기 위해 파견된 다이버, 중국에서는 ‘무인’이라 불리는 그들은 각각 S급에 해당했다.
중국에서는 ‘화경’의 경지에 다다른 이들이라 불리는 세 명 중 두 명은 남궁세가 출신이었고, 한 명은 마찬가지로 명문 정파인 아미파의 출신이었다.
남궁세가의 남궁현록과 남궁강.
아미파의 선룡사태(先龍師太).
S급, ‘화경’의 경지인 세 명의 무인은 유성우를 처리하라는 무림맹의 명령이 떨어졌을 때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작 한 놈을 죽이기 위해 S급 세 명을 내보내다니 말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 명은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생각했다.
“무림 쓰레기들,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인데.”
연구소를 습격한 괴인, 세 명은 이름을 모르는 유성우는 홀로 세 명에게 덤벼들었다.
남궁현록이 그를 홀로 상대하겠다며 앞으로 뛰어들었으나, 한 합 만에 뒤로 밀려나 바닥을 굴렀다.
유성우가 그대로 남궁현록의 목을 베어버리려는 때, 남궁강이 끼어들어 막아냈다.
“괜찮으냐! 현록아!”
“백, 백부님! 잠깐 방심한 것뿐입니다!”
“아니다! 보건대 저놈은 너 혼자서는 상대할 수 없는 놈이니, 힘을 빌려주도록 하마!”
“크윽……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남궁현록이 남궁강과 함께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검에 어렴풋이 어린 기운이 어둠을 가르며 유성우를 향해 쏟아졌다.
그러나 유성우는 한 명이나 두 명이나 다를 것 없다는 태도로, 일생을 휘둘러 두 개의 검을 밀쳐냈다.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남궁강은 곧장 소리쳤다.
“선룡! 그대도 힘을 보태야겠소!”
“쳇…….”
선룡사태는 남궁강의 말에 귀찮다는 듯이 검을 뽑아 들고, 유성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세 명의 S급을 상대하게 된 유성우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금 앞으로 파고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남궁강의 코앞까지 다가온 유성우는 시뻘건 오러를 두른 일생을 휘둘렀다.
남궁강은 허겁지겁 검을 제 앞으로 끌어당겨 막아냈으나, 남궁현룡처럼 뒤로 밀려나 바닥을 굴렀다.
그 사이에 남궁현룡과 선룡사태가 유성우를 향해 검을 뻗었으나.
두 명의 검 또한 벽에 막힌 듯, 그에게 닿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나갔다.
‘허공섭물?!’
선룡사태는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었다.
아니, 허공섭물은 아니었다.
미세하지만 작게 불꽃이 튀는 걸 보았으니,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검을 휘둘러 튕겨냈다는 뜻이리라.
‘무슨 속도가!’
세 방향에서 세 명의 무인들이 유성우를 둘러 싼 채 검을 겨누었다.
이만한 실력자가 대체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모습을 드러낸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유성우는 눈동자를 굴리며 입맛을 다셨다.
‘그 셋보다는 합이 안 맞는군.’
개개인으로 보자면 비등하지만, 합격술은 수련한 적 없는지 부족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기에 금방 끝내기 위해 검에 기운을 끌어올릴 때쯤.
남궁강이 자신의 기운을 잔뜩 끌어올리며 소리쳤다.
“대 남궁세가를 모욕하고도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줄 아느냐!”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남궁의 진정한 검을 보여주마!”
남궁강의 기세가 단번에 변했다.
뭔가 큰 기술을 쓰려는 건지, 남궁강의 검에서 시퍼런 마력, 중국인들은 내공이라 불리는 힘이 피어올랐다.
“백부님의 제왕검형!”
남궁을 대표하는 검 중에는, 창궁무애검법과 제왕검형이 있다.
개중에서도 경지에 도달한 자들만이 배울 수 있다는, 제왕검형.
무협지 속에나 등장할 법한 검이 현대인들에 의해 재해석되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남궁강이 위에서 아래로 검을 길게 내리긋자, 무형의 기운이 유성우의 머리부터 짓눌렀다.
유성우는 갑자기 지붕을 뚫고 푹 들어간 제 발을 내려다 보곤, 인상을 찌푸렸다.
“중력을 다루는 검?”
“그대로 찌부러져 죽어라!”
압력이 더욱 강해진다.
그러나 유성우는 맨몸으로 중력을 거스르며 입가를 끌어올렸다.
뭔가 준비하나 싶었더니, 별로 볼 것도 없었다.
오러를 비효율적으로 짜 맞춰 그대로 상대의 머리 위에 내리찍는 정도에 불과한 힘.
“하찮다.”
유성우는 일생을 위로 뻗었다.
그러자 기다란 붉은 선이 허공에 그어지며, 남궁강이 펼쳐냈던 제왕검형을 갈라냈다.
몸을 짓누르던 힘이 사라지자 유성우는 푹 들어간 지붕에서 발을 빼며 나오며 말했다.
“더 보여줄 게 없다면 이만 끝내도록 하지.”
유성우의 검에서 새빨간 오러가 솟구쳤다.
남궁강의 내공보다 한층 더 높은 격의, 강렬한 힘이 솟구쳐 하늘을 뒤덮는다.
그의 주위를 맴돌던 불꽃이 사그라들고, 어둠이 내리깔렸던 하늘이 새빨갛게 물들어 노을로 변모했다.
그는 노을 아래 서서 새빨간 검을 든 채 남궁강을 노려보았다.
다른 방향에 서 있던 남궁현록과 선룡태사는 감히 움직일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과 기세, 그것은 범접할 수 없는 부류의 것이었으니.
“진정한 무(武)가 뭔지 알려주마. 무림의 쓰레기들. 앞으로 제 입으로 무를 칭하지도 못하게 만들어 주지.”
유성우는 일생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극히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일검을 내질렀다.
하늘이 반으로 갈라진다.
이어 검끝이 바닥에 닿았을 때, 남궁강의 입에서 한 마디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이게 바로, 무, 무신(武神)…….”
그의 몸이 반으로 갈라져 피와 내장을 흩뿌렸다.
유성우가 이번에는 횡으로 검을 그었다.
남궁현록의 머리가 하늘을 날아 바닥에 떨어졌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내 선룡태사를 갈라버리기 위해 그가 다시금 검을 쳐들었을 때.
“무의미한 살생은 멈춰 주십시오! 유성우 님!”
날카로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처음 보는 얼굴의 여자가 두려운 눈으로 선 채 유성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는 제갈세가의 제갈천화입니다. 부디 간청컨대 더 이상의 살생은 멈추어 주십시오!”
“내가 왜?”
“이미 원하는 건 손에 넣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이만, 물러나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흠, 머리가 꽤 잘 굴러가는 놈인가 보군.”
자신을 단번에 알아본 것도,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는지도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알아챈 모양이었다.
떠보는 게 아닌 확신이 담긴 목소리는 어떻게든 이 자리에서 자신을 물러나게 하고 싶은 듯했다.
“그럼 내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 봐라. 나는 여기서 너희들을 모조리 썰어버려도 별로 달라질 게 없어서 말이다.”
제갈천화는 유성우의 말이 진심임을 느꼈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무시무시한 살기는 주변을 뒤덮고도 남을 정도로 농도 짙었으니.
하지만 여기서 겁먹고 물러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죽을 터였다.
“메테오 인더스트리, 검혼의 다이버가 아니신가요? 이곳에 메테오 인더스트리 소속의 연구원들이 구금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특급 어비스를 통해 오신 거겠죠.”
“그렇지.”
“무사히 귀환하실 수 있도록 저희는 이만 모든 병력을 물리겠습니다. 그러니 이만, 그 검과 분노를 거둬주시기를 바랄게요.”
“…아니, 부족해.”
유성우의 검이 휘둘러졌다.
제갈천화는 반응도 하지 못하는 검격에, 그녀의 옆에 주저앉아 있던 선룡태사의 목이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제 목이 잘린 지도 몰랐는지, 여전히 두려움 가득한 표정이었다.
제갈천화는 서늘한 제 목 언저리를 쓰다듬으며 숨을 가늘게 내뱉었다.
“마치 협박이라도 하는 모양새군. 물러나지 않으면 공격을 계속하겠다는 것처럼.”
“그럴, 생각이…….”
“머리는 좋지만 생각은 짧아. 말투를 좀 더 가다듬는 편이 좋을 거다. 나는 뭐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지만 말이다.”
유성우는 세 명의 S급을 베고 나서야 검을 거두었다.
하늘을 붉게 물들였던 유성우의 오러가 공중에 흩어지고 나서야, 불길한 노을은 모습을 감추었다.
“내가 여기 왔다는 사실을 너 말고 누가 알고 있지?”
“…저 말고는 없습니다.”
“그 말은 사실이어야 할 거다. 그럼 병력을 모두 물려라. 네 말대로 이 도시에 있는 이들이 모조리 썰려 나가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예.”
제갈천화는 그의 말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 * *
“가자.”
“오셨군요!”
유성우는 다시 연구소의 지하로 돌아가 사람들을 이끌었다.
그들이 특급 어비스로 향하는 길에는, 막아서는 이 한 명도 없었다.
처음에는 중국의 다이버들이 습격해 오지 않을까 걱정하던 사람들은 아무도 습격해 오지 않자 한시름 놓고 유성우의 뒤를 따라, 특급 어비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유성우는 그들을 이끌고 잔느와 다른 이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잔느가 사람들을 반겼다.
“그분들이 마지막인가요? 다치신 분들은 이쪽으로 와주세요, 제가 치료해드릴게요.”
“서, 성전의 마녀?! 마녀회가 온 건가요?”
“아니요? 온 건 저랑 여러분들을 데려오신 저분뿐이에요.”
“두, 두 분이서 특급 어비스를 돌파해서 오셨다고요?!”
“그런 셈이죠. 참고로 한국의 특급 어비스 포인트에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잔느는 설명에 시달렸는지, 새로운 사람들이 오자마자 빠르게 설명하고는 출발할 준비를 시작했다.
가져온 음식들로 사람들의 기력을 북돋아야만, 다시 특급 어비스를 돌파할 수 있을 테니까.
“그, 그런데 정말로 특급 어비스를 넘어 돌아갈 수 있는 건가요?”
“그건…….”
한 사람의 물음에 잔느는 유성우를 쳐다보았다.
여기서 한국의 특급 어비스까지 가기 위해서는 직선거리 200㎞ 이상을 주파해야 했다.
전투직도 아닌 생산직인 이들을 데리고 그만한 거리를,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특급 어비스를 건너갈 수 있을까, 라는 당연한 의문이 그들을 덮쳤다.
“가장 가까운 다른 출구는 중국 내부에 있으니, 역시 중국 외로 가야 할 텐데…….”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말에 잔느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온 길을 떠올렸다.
철산부터 시작해서, 수림, 그리고 발이 푹푹 빠지는 사막, 종일 뇌우(雷雨)가 몰아치던 험준한 산까지.
그녀가 보기에는 수십에 달하는 생산직, 그것도 일반인들이 섞여 있는 무리를 끌고 가는 건 무리일 것 같았다.
그들이 처음 세운 작전은 다시 한국의 특급 어비스 출구로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다들 그럴만한 체력은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성우는 중국 내의 출구로 나가서, 한국으로 향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잠시 생각하는 듯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안전한 루트는 이미 탐색해뒀다. 시간만 충분히 들이면 돌아갈 수 있을 테니, 작전에 변경은 없다.”
“안전한 루트를 이미 탐색해 뒀다고요? 대체 언제?”
잔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언제?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와 대부분 붙어 있었는데.
대체 언제 안전한 길을 탐색해 뒀단 말인가?
그녀가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이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자, 유성우가 짤막하게 대답해 주었다.
“네가 볼일 볼 때 알아뒀다. 꽤 시간이 남아돌아서 말이지.”
“…….”
조금 돌려 말하는 방법도 있지 않은가.
진심으로 잔느는 살생을 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