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25)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25화(125/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25화
검혼(8)
“말도 안 되는 소리! 고작 한 명한테 화경의 무인이 셋이나 당했다는 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제갈천화! 설명해 보게!”
유성우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 무림맹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영약을 복원하기 위해 전 세계의 약제사들을 불러 모은 건 좋았다.
하지만 영약 복원의 성과는 많지 않았고, 그들은 무리하게 약제사들을 감금하면서까지 성과를 내게 하려 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 그들을 탈출을 감행했고, 지금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화경의 무인, S급 다이버 세 명의 죽음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A급, B급 다이버들이 사망하거나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다.
팔이나 다리가 잘렸다는 건, 다이버로서의 사망선고나 마찬가지.
차라리 제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제갈천화!”
무림맹의 대군사인 제갈웅주가 그녀를 다그쳤다.
그곳에서 마지막으로, 지휘관으로서 명령을 내린 것은 그녀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곳에 유성우가 있었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무인들을 죽인 자가 누군지 알 수 없었습니다.”
“모습은 보았으나, 너무나도 빠르고 어두워 볼 수가 없었다고?”
“예. 죄송합니다. 정말로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만약 이걸 말하게 된다면.
어떤 방식이든, 그가 찾아와 제 목을 가져갈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제갈천화는 여전히 서늘함이 남아있는 제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그날, 유성우가 보여주었던 그 신위(神威)는 무형의 족쇄가 되어 그녀를 옭아매었다.
“언제부터 무림맹이 이리도 멍청한 집단이었던가? 고작 한 명이 무림맹을 농락하고 있군! 하북과 사천 너머에는 사파 놈들이 득실거리고, 마교 놈들도 다시 그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는데 최대 전력인 화경의 고수들이 셋이나 죽었어!”
“…혹, 마교나 사파의 고수가 온 건 아닌가?”
“그렇다고 해도, 놈들이 화경의 고수 셋을 이렇게 단칼에 죽여 버릴 수 있을 것 같소?”
“마교의 교주의 무위가 하늘에 닿아 초월경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그럴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 사패천의 천주도…….”
“갈-!!”
줄곧 입을 다물고 있던, 무림맹의 맹주, 화산파의 장문인이기도 한 천우공이 내공을 담아 소리쳤다.
우레와 같은 목소리에 소리를 높여 말다툼하던 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실력과 현묘함으로 무림맹주의 자리에 오른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모두 진정하시게. 대군사, 손녀를 탓하지 말게. 지금은 놈이 그곳에 있었음에도 무사히 살아나온 기지를 칭찬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네만.”
“…죄송합니다. 맹주.”
“놈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하도록 하고, 지금은 그것보다도… 영약 연구가 멈춰버린 게 가장 문제요.”
천우공은 숨을 길게 내뱉었다.
영약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면 무림맹의 전력은 한층 더 보강되어, 마교와 사파들이 노리지 못할 강대한 세력이 되었으리라.
중국은 현재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곳곳에서 사파가 출현하며, 마교도 비밀리에 출범을 준비했다.
혼란스러움을 바로 잡고, 시시각각 나타나는 검은 구멍, ‘심연공(深淵孔)’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림맹이 중국의 중심에 우뚝 서야 했다.
“…당가는 아직도 협조를 거부하고 있소?”
“그렇습니다. 맹주.”
“역시 오래도록 깊어진 골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가… 일단 이번 일은 제쳐두고, 심연공의 공략에 집중하는 게 좋겠군.”
천우공은 이후에도 몇 가지 대안책을 내놓았고, 무림맹의 간부들은 제안을 수긍하며 앞으로의 방침을 논했다.
그들이 회의를 계속하는 도중에도, 제갈천화는 식은땀이 흐르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유성우의 실력을 직접 보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만이 강하게 맴돌았다.
마교의 교주가, 사패천의 천주가, 무림맹의 맹주가 그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늘을 뒤덮었던 그 강대한 힘을 그들이 보여줄 수 있을까?
화경이니, 초월경이니 하는 경지놀음은 그의 앞에서 아무런 소용도 없지 않을까.
그야말로, 유성우의 그 광경은 신과 같았으니까.
‘무신…….’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 단어.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역사 속에 나오는 여포나 항우 정도는 되어야 맞수를 이루지 않을까.
“제갈군사?”
“예? 예?!”
생각에 잠겨 있던 제갈천화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퍼뜩 들었다.
무림맹주, 천우공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에 그녀는 멋쩍은 얼굴로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는 확실했다.
무림맹주 천우공은.
절대로 유성우를 이기지 못하리라.
* * *
유성우의 말대로 그는 안전한 루트만을 찾아 사람들을 이끌었다.
비교적 기후의 영향을 적게 받는 길과 괴물들이 없는 길만을 기막히게 찾아둔 것이었다.
“이런 길을 대체 어떻게…….”
잔느는 가장 앞에서 걷는 유성우의 뒤에서 그리 중얼거렸다.
유성우는 그녀의 의문에 짤막하게 답해주었다.
“마력의 흐름이다.”
“마력의 흐름이요?”
“그래. 이 이상한 기후가 그냥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명백히 이상기후지 않나.”
잔느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성우는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런 이상한 기후는, 이 땅의 지배자에게 영향을 받는 거다.”
“지배자라면, 보스 몬스터를 말하는 건가요?”
“그래. 놈들의 힘이 강력해서 기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지. 나는 그 흐름을 읽고, 놈들의 영향력이 가장 적은 길을 택한 거다.”
“…그런데 왜 저희가 갈 때는 그런 길을 택하지 않았나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서. 하지만 뒤의 저 사람들은 아니잖나.”
묘한 곳에서 배려심이 넘치는 유성우였다.
잔느는 그런 배려심이 자신에게도 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성우가 비교적 편한 길을 택한 덕분에, 사람들은 조금 힘들 뿐이지, 치명적일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괴물들은 유성우가 근방의 괴물들을 모조리 사냥해 버리니, 안전한 행군길만이 이어졌다.
“그런데, 여기 전체가 그 보스 몬스터의 영향권이라는 소리 아닌가요? 이미 저희를 인식했다는…?”
“그렇지. 하지만 뭐 크게 거슬리는 짓만 안 하면 별로 관심은 없는 모양이다.”
“특급은 보스도 특이하네요.”
“참고로 우리가 지금 지나가는 길 보스는 몸이 번개로 이루어진 새더군. 산꼭대기를 좋아하는 것 같으니 이 밑으로는 안 오겠지.”
현재 그들이 지나가는 지역은 뇌우가 몰아치는 험준한 산이었다.
유성우는 개중에서도, 안전한 지하길을 택했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뚫어둔 동굴이, 오랜 시간 사용되지 않아 풍화된 곳이었다.
잔느는 처음 이곳으로 발을 들였을 때 유성우가 용케 이곳을 찾았다 싶었다.
“갈 때도 이 길을 이용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요…….”
“그만 징징대.”
“아니, 징징댄 게 아니라요…….”
그녀는 유성우랑 대화할 때마다 본전을 못 찾는 것 같았다.
스트레스로 머리에 원형 탈모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듯했다.
수백 년간 살면서 한 번도 온 적 없던 탈모가…….
* * *
특급 어비스를 돌파하기 위해 출발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
그들은 일주일 동안 150㎞ 정도를 주파했으며, 별다른 문제 없이 잘 가나 싶었으나.
문제는 수림(水林)에서 벌어졌다.
수림에 진입한 지 얼마 안 돼, 유성우가 사람들을 뒤로 물리며 말했다.
“이놈은 순순히 보내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군. 잔느, 사람들을 모아서 방벽을 펼쳐라.”
“…알겠어요! 모두 이리로!”
지금까지 별문제 없이 지나왔기에 이번에도 그러리라 생각했는데, 수림의 주인은 대량의 먹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던 모양이었다.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괴물은 커다란 악어였다.
일반적인 악어보다 수십 배는 큰, 마땅히 수림의 주인이라 불릴 만한 놈이었다.
짙은 청록색의 몸뚱어리를 가진 놈은 바닥에서 흙더미와 늪 속에서 솟구치며 유성우에게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들었다.
“이 새끼가 어딜!”
유성우는 일생을 뽑아 들고는 놈의 주둥아리를 후려쳤다.
그러자 악어의 입이 옆으로 돌아가며, 폭풍이 몰아쳤다.
잔느가 펼친 빛의 방벽 뒤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은 유성우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크오오오오오오오-!!”
한 대를 크게 얻어맞은 악어가 큰 소리로 포효했다.
놈의 포효는 수림 전체를 쩌렁쩌렁 울려댔다. 사람들은 모조리 제 귀를 틀어막았고, 잔느는 방벽을 더욱 단단하게 굳혔다.
“크윽, 이거 얼마 못 버틸 것 같아요!”
놈의 포효에는 마력이 가득 실려있었기에, 잔느는 자신이 임시방편으로 펼친 방벽이 그리 오래가지 않으리라는 걸 깨달았다.
유성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혀를 한 번 차고는 말했다.
“최대한 빨리 끝내보지.”
악어의 몸이 크게 움직인다.
한 바퀴 회전하며 커다란 꼬리를 휘둘러왔고, 유성우는 정면에서 놈의 꼬리를 받아냈다.
시뻘건 오러가 피어오르며 악어의 꼬리를 멈춰 세우자, 하늘에서 날카로운 물의 창이 쏟아졌다.
커다란 몸뚱이 말고도 마법을 다룰 줄 아는 악어였다.
“이, 이길 수 있는 거 맞아?!”
“특급 어비스 보스면, S급들이 모여도 못 잡는 놈들이잖아!”
사람들에게서 불안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들의 말대로 특급 어비스의 보스는 S급들이 모여도 잡을까 말까 한, 너무나도 강한 괴물이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만 해도, 자그마한 움직임만으로 땅이 파헤쳐지고, 본 적도 없는 힘들이 난무했다.
지금 악어가 펼치는 마법만 해도, 마법사들이 술식을 짜내 사용하는 마법이 아닌 원시적인 초능에 가까웠다.
자연의 힘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만큼, 위력도 어마어마하다.
유성우는 전신에서 오러를 피워올려 오러아머로 물의 창을 막아내곤, 뒤로 물러났다가 앞으로 쇄도했다.
그의 검이 곧은 일직선을 허공에 그리며, 악어의 가죽에 닿았다.
그러자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더니 악어의 커다란 몸뚱이가 밀려나 바닥을 굴렀다.
그때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거대한 괴수의 일방적인 폭력이 아니라, 작은 영웅이 괴수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기 시작한 것이었다.
“오, 오우…….”
그때부터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 모습을 구경할 수 있게 되었다.
유성우의 모습을 눈으로 좇기조차 힘들었으나, 큰 소리가 터질 때마다 악어가 진흙탕을 굴러댔다.
“…한국에 저런 다이버가 있었나? 당신, 메테오 인더스트리 소속이라고 하지 않았나?”
“저, 저도 몰라요. 적어도 제가 중국에 파견 오기 전까지는 못 본 분인데요.”
메테오 인더스트리 소속 직원들은 사람들에게 질문 세례를 받았으나, 그들은 딱히 대답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들이 중국에 파견 가기 전까지는 유성우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헤트리스는 눈을 반짝이며 유성우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커다란 괴수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고, 오히려 압도하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동화 속에서, 신화 속에서 등장하는 영웅과 같았다.
‘…저 사람이라면.’
어쩌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확신했다.
연금술사로 살아오던 그녀가 계속해서 바라보고 바라던 꿈의 영약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메테오 인더스트리… 검혼이라고 했던가?’
이번에 한국으로 가게 되면.
반드시 가입해야 할 길드가 생긴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