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27)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27화(127/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27화
검혼(10)
일단 길드를 설립한 이상, 유성우는 일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힘을 숨길 필요도 없어졌기 때문에, 그는 홀로 1급 어비스에 들어가기도 했다.
다른 길드라면 최대한 많은 전력을 꾸려, 도전해야만 하는 그런 어비스를 단신으로 공략한다.
1급 어비스 대부분은 정부가 주관하고 있기에, 정부가 어비스를 닫기 위해 검혼에게 공략을 수주하는 형식이었다.
위험도는 더럽게 높지만, 득은 별로 되지 않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어비스.
“이번에도 꽝인가.”
하지만 1급 어비스에서, 유성우는 승천자를 마주치지 못했다.
아쉽게도 승천자는 그리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찾으려고 하면 안 보이고, 내버려 두면 불시에 습격하는 바퀴벌레 같은 놈들이었다.
유성우는 1급 어비스의 핵인 자그마한 보석을 손에 쥔 채, 도로 걸어나와 출구로 나왔다.
그러자 커다란 검은 구멍이 서서히 닫히며 그 모습을 감추었다.
“오오, 진짜 닫았어…….”
“그 힘은 진짜란 말인가?”
어비스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감탄을 터트리며 노트북을 두들겼다.
혼자서 1급 어비스를 공략한 것도 대단한데, 공략 시간도 무척이나 짧다.
세계로 잡아도 1급 어비스의 공략 시간을 절반 이상으로 단축했으니.
“캬, 이게 바로 국뽕이지. 매국노도 때려잡겠다고 선언했으니, 정치인들도 요즘 조심하는 게 보인다고.”
“전설의 레전드로군. 정치계에서도 경계하는 움직임이 심한 것 같긴 하던데, 이건 어떻게 되려나?”
“뭐 어떻게 할 수 있겠어? 고작해야 법으로 견제하려고 할 텐데. 그런데 그것도 괜히 들쑤셨다가는 곧장 광화문에 목이 매달릴 거라고.”
기자들이 신이 나서 떠들었다.
대한민국에 다른 이들을 능가하는, S급 다이버의 탄생은 마땅히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도저히 통제되지 않는 미지의 강함을 손에 쥔 이는 경계 당할 뿐이다.
특히나 다이버의 강함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책상에만 앉아 탁상공론만 해대는 이들에게는 더욱이 눈엣가시일 뿐.
특히나 한국은 그런 경향이 강했다. 다이버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치인이 있는 반면, 그들을 통제하려 드는 정치인들도 있었다.
“슬슬 입질할 때가 됐는데…….”
1급 어비스의 공략을 완벽하게 끝내고 길드 건물로 돌아온 유성우는 코어를 책상 위에 대충 올려두곤 생각을 거듭했다.
날이 꽤 많이 지났다.
승천교가 꽤 깊숙이, 한국 사회에 스며들어 있다는 걸 확인했다.
엘프를 잡을 때 안드로라는 놈까지 개입했다.
‘놈의 성격으로 보면 그렇게 간단히 포기할 성격은 아닌 것 같은데.’
지금 잠잠한 걸 보면 분명히 무언가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하리라.
정부가 견제하는 것만 봐도, 일부는 승천교와 손을 잡은 것 같으니…….
“애초에 1급 어비스 공략해 달라고 수주하는 것도 안에 들어가서 콱 뒈졌으면 하는 거겠지.”
“분수도 모르는 사람들이네요. 나라를 가져다 바쳐도 모자랄 판에.”
서류를 정리하던 유월이 말했다.
유성우는 그건 좀 너무 나갔다고 생각했지만, 유월은 진심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1급 어비스 의뢰는 당분간 가리지 말고 받아. 내가 공격적으로 나와야 저쪽도 미끼를 물겠지.”
“물고기도 죽은 미끼보단 생미끼를 좋아하는 편이니까요.”
유성우는 스스로를 미끼 삼아 놈들을 꾀어낼 생각이었다.
1급 어비스에 계속 들어가다 보면, 놈들이 알아서 나타나리라.
이대로 계속 공략을 해나가는 것도 그들에게는 눈엣가시일 테니까.
1급 어비스를 공략하면 공략할수록, 이름값은 점점 커지니 건드리기 어려워진다.
그가 완전한 하나의 세력으로 옹립되기 전에, 쓰러뜨리는 게 그들에게 가장 이로울 테니까.
“이번에는 놈들이 뭘 준비할지 좀 궁금하군. 저번에는 조금 싱거웠거든…….”
“성우 님이니까 그런 말이 가능한 거겠죠? 말려든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벌써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 같은데요.”
“그런 나니까 노려지기도 하는 거지. 놈들이 노리는 것도 이제 대충 감이 잡히기도 시작했고.”
“그게 뭔데요?”
“승천, 초월의 방법이다. 초월한 영혼을 원하는 것 같기도 하더군. 자신들의 격을 상승시키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하는 광신도 집단에 가까운 거지.”
그 뒤에 어떤 신이 있는지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아니, 신이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겠군.’
딱히 종교라고 해서, 신을 받드는 게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종교의 종(宗)은 근원, 우두머리를 뜻하기도 하는 것이니.
차원을 넘나들 수 있으며, 그만한 이들을 따르게 할 만한 힘을 가진 괴물이 군림하고 있는 것이리라.
“말세다, 말세야…….”
아직도 지구가 멸망하지 않은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미친놈들이 이렇게 날뛰는데도.
* * *
“여보쇼.”
-그래, 잘 지내고 있었나? 석형이. 오랜만에 연락하는군.
“이런 씹… 내가 이제 연락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나? 자네가 누구 덕분에 지금의 자리에 앉았는지 잊지 말았으면 하는데.
“그래서 내가 지금 당장에라도 당신 대가리를 가만두는 거 아니겠어? 가능하면 지금도 대가리를 터트려 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이 심하군. 그렇게 말해서 네게 좋을 건 하나도 없을 텐데 말이야.
“뭐, 그래서 지금 협박이라도 하는 건가? 민청운도 뒈졌겠다, 이제 뭐 걸리는 것도 없는데.”
-청운이가 죽은 건 아쉽지만, 내게 청운이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관계이며 사람이었다.
무언가를 계속 숨기며, 그것을 필요할 때만 드러낸다.
날카로운 비수는 가장 치명적인 곳을 쿡쿡 찔러대니…….
차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이빨을 뿌득 갈았다.
“그래서 뭐? 이번엔 뭔데? 이번이 정말로 마지막이다. 네놈의 명령을 듣는 건.”
-별것 아니다. 네게도 분명 좋은 이야기일 거다.
스마트폰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에게 해야 할 일을 전달했다.
목소리를 들을수록 표정이 석형이라 불린 이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미친 짓이다.
미친 짓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놈을, 죽이라고?”
-그래. 승천교가 너를 도울 거다. 놈을 확실히 죽여버릴 수 있도록 말이다.
“그놈이 벌이는 짓을 보고도 하는 얘기인가? 그놈은 괴물이야. 혼자서 1급 어비스를 공략하는 괴물을 어떻게 죽이라고?”
-그래서 승천교가 도울 거라고 말하지 않았나. 너희들, 조폭 새끼들이 할 일은 시간 끄는 정도로 충분해.
조폭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석형의 얼굴이 다시금 일그러졌다.
조폭이 아니다.
지금은 ‘흑웅(黑熊)’이라는 어엿한 이름이 있었다.
석형은 다시금 화를 억누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알겠다. 하지만 너희들한테 협조하는 건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다. 더는 연락하지 마라.”
-그래, 그러도록 하지. 이번 일이 무사히 마무리된다면 말이야.
뚝.
전화가 끊어졌다.
마지막까지 찝찝한 말이었다. 마치 일이 잘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예상하는 듯한 말투.
그러나, 석형은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한국에서 손에 꼽는 길드 중 하나인 흑웅(黑熊).
그들의 전신은 조직폭력배인 ‘흑곰파’.
흑웅의 길드마스터인 유석형은 흑곰파의 수장이었으며, 대재해가 시작된 이후 흑곰파를 흑웅으로 변신시켜 양지로 나오려 했다.
하지만, 그의 뜻대로 양지로 나가기에는 워낙 큰 어려움이었다.
흑곰파는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조직폭력배였으며, 정치인들과도 이래저래 끈이 닿아 있었다.
정치인들이 뒤를 봐주는 대신, 그들을 위해 더러운 일을 도맡기도 했었다.
방금 전화한 민종호도 그런 부류의 정치인이었다.
흑곰파일 때부터 몇 번이고 이용해 먹었으며, 흑웅이 되고 나서도 여러 약점을 잡아 일을 시켰다.
민종호가 없어지던가, 흑웅이 없어지던가.
둘 중 하나는 사라져야만 끝나는 관계이리라.
유석형은 주먹을 꽉 쥐어 스마트폰을 부숴버렸다.
‘그래,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번이 끝이다.
이번 일만 끝내면 흑웅은 그림자에서 벗어나 완전한 양지 위에 설 수 있으리라.
유석형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흑웅의 간부들을 호출했다.
어떻게든 성공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다.
* * *
“1급 어비스 의뢰가 또 들어왔어요. 이번에는 다이버관리부에서 직접 의뢰한 거네요.”
“얼마 준대?”
“코어는 검혼, 의뢰비는 500억이요. 면세에요. 이전보다 200억이나 더 올랐네요.”
유월은 그 외에도 이것저것 설명해 주었다.
이번에 의뢰가 들어온 1급 어비스는 세현시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산에 있었다.
도심지와는 조금 떨어져 있으면서, 그리 큰 이득은 얻을 수 없어 클로징 대상 1순위인 어비스였다.
“드디어 왔군.”
유성우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건 자신을 위해 준비된 함정이라고.
그러니까, 받아줘야 하지 않겠는가. 어떤 함정을 준비해 두었던 그걸 깨부수는 맛이 있으리라.
그리고 그걸 깨부순다면… 놈들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그 모습을 드러낼 테지.
“함정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렇지. 저번에 공략한 1급 어비스나, 이번에 공략할 어비스나 별다른 차이는 없다. 그런데 가격을 두 배 가까이 뻥튀기시킨다는 건, 받아주기를 원하는 거지.”
“거절하면 볼만하겠네요. 그러면 또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공략하게 시키겠지만…….”
“음… 그거 좋은 생각인 것 같은데. 몇 번 튕겨. 다이버관리부면 민청운 놈의 아빠가 장관이었던가? 승천교도 엮였을 테니 뜯을 수 있을 만큼 뜯어보라고. 쫄리면 뒈지시던가…….”
“알겠습니다. 최대한 뜯어보도록 할게요.”
유성우의 말을 토대로 유월은 보수를 재조정하기 시작했다.
그의 생각대로 이번 의뢰는 유성우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의뢰였다.
다이버관리부의 민종호가 승천교와 손을 잡아 마련한 무대.
반드시 그곳으로 끌어들여야만 했기에, 어떻게든 유성우를 서산으로 보낼 필요가 있었다.
다이버관리부의 예산을 최대한 끌어 썼으며, 승천교의 재산까지 일부 털어야 했다.
점점 높아진 의뢰비 보통 1급 어비스를 공략하는 데 드는 금액보다 수 배는 넘는 금액이 되었다.
그런 금액을 허가받기 위해 이런저런 이유를 덧붙여야만 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대표 다이버가 될 유성우와 신뢰 관계를 공고히 다지기 위함이라느니, 다른 나라로 내보내서는 안 되는 다이버라느니…….
그렇게 최종적으로 결정된 금액은 1급 어비스 공략에 면세 850억에 아티팩트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최대한 아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대출혈 서비스를 한 것이었다.
정부 인사들 입장에서는 진짜 미쳤나, 소리가 나올 정도로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이만한 금액이 이제 막 설립된 신생 길드로 흘러가는 것이니.
계약을 끝마친 유성우는 제 손에 들린 계약서를 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 목숨값이 이 정도는 돼야지. 이것보다 더 받아야 하지만 우리가 좀 봐준 거라고 치자고.”
“…그런데 정말로 괜찮으시겠어요? 함정인 걸 알면서도.”
그녀의 말에 유성우는 코웃음을 치며 답해주었다.
“함정인 걸 안 순간부터, 함정은 그 쓸모를 다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