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3)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3화(13/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3화
유성우(3)
데스나이트를 쓰러뜨린 유성우의 앞에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낡은 열쇠였다.
척 보기에도 일반적인 열쇠가 아니라, 기이한 힘을 품고 있는 것이라 줍기가 꺼려질 정도.
그러나 유성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열쇠를 주워 들곤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그는 무심코 중얼거렸다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의 걱정과는 달리 열쇠가 건장한 남성으로 변하는 일은 없었다.
유성우는 열쇠를 좀 더 살펴보다, 그 기원을 알 수 없었기에 일단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중간보스 격인 데스나이트가 떨구었다는 것은, 필시 어딘가 쓸모가 있는 물건이라는 뜻.
그리고 그건 아마도.
“흑성에 있겠지.”
그는 고개를 돌려 훤히 뚫린 성벽을 바라보았다.
옅은 빛을 띠는 초승달 아래에 자리 잡은 새카만 흑성.
유성우의 기억 속에, 불야성에서 얻을 수 있는 물건 중에 열쇠는 없었다.
공개된 내용도 그렇고, 유지우가 보내준 메테오 인더스트리의 정보력으로 수집한 정보 중에도 없었다.
“흐음.”
백성의 데스나이트.
그리고 흑성과 열쇠.
이 세 가지에 어떠한 연결고리가 있음은 틀림없으리라.
유성우는 훤히 뚫린 구멍으로 몸을 던졌다.
백성을 정복했으니, 이제 최심부인 흑성까지 가야 할 시간이었다.
* * *
최심부인 흑성 근처에서 사냥을 진행하던 사람은 한 파티밖에 없었다.
흑성 근처에 출몰하는 몬스터의 강함은 백성과는 다를뿐더러, 청소 주기가 아니라면 굳이 안쪽까지 들어와 위험을 자처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주로 전투하는 것은 흑성에서 떨어져 나온 괴물 무리.
하급 뱀파이어나 무리를 지은 드라우그들이었다.
기운이 둘러진 무기나 마법만으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밴시와 레이스 같은 영체 몬스터도 간간이 나타났다.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파티는 오랜 시간 흑성 근교에서 사냥한 경험이 있는 만큼, 능수능란하게 대처하며 사냥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갑자기 싸우던 언데드 무리가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뭐야? 저 새끼들 어디 가?”
검을 휘두르던 다이버가 의아하게 생각하며 검을 회수했다.
그들은 쫓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언데드 주제에 함정으로 유인하는 지성을 갖추지는 못했겠지만.
놈들이 도망친다고 탐색되지 않은 곳으로 발을 들여봤자 위험에 처할 뿐이었으니까.
“이런 현상은 처음 봅니다. 살다 살다 언데드가 도망치는 꼴도 보네.”
“신령들께서는 별말 없으십니까?”
“조금 술렁거리시기는 합니다. 죽음으로 인해 그 이지(理智)를 잃고 본능적으로 생을 갈구하는 망령들이 이리 도망칠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요?”
“명백한 이상 상황이란 거지요. 저희도 일단 캠프까지 귀환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 말한 오색무당회 소속의 다이버는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언데드가 저 멀리 달려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딘지 모르게, 언데드가 달려가는 모습이 겁에 질려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다.
* * *
사람들은 절대로 단일 파티로 흑성에 진입하지 않는다.
흑성 근교와 내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악명을 자랑했다.
시시각각 바뀌는 내부 구조.
어디선가 끝없이 몰려오는 괴물들.
단일 파티로 상대하기에는 무척이나 고된 일.
게다가 불야성을 공략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알려졌으니, 굳이 목숨을 불사르며 흑성으로 향할 이유는 없는 것이었다.
“이 새끼들은 왜 나만 보면 도망치지?”
흑성으로 향하던 유성우는 기이함을 느꼈다.
백성에서 벗어나 흑성으로 느긋하게 향하며 사냥이라도 좀 해볼까 싶었더니만, 자신을 보자마자 언데드들이 부리나케 도망갔다.
언데드가 도망간다는 기상천외한 상황에 유성우도 놀랐다.
도망가는 언데드라니.
“고위 언데드가 쫄아서 튀는 건 봤어도 자아도 없을 놈들이 튀는 건 또 처음 보네.”
아는 사령술사가 있다면 방금의 상황에 대해 물어보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에게 사령술사 지인은 없었다.
원수는 많아도.
그래도 유성우가 가야 할 길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흑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보에 의하면 흑성은 진입하기도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이전에 공략했던 이들도 소규모 공성전을 몇 번이고 치른 뒤에야 진입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유성우는 정보와는 다른 상황을 맞이했다.
흑성의 문 앞에서 그를 마중한 것은 공성전을 위한 병력이 아닌.
성벽 너머에서 대가리를 내미는 커다란 스켈레톤이었다.
“이건 또 무슨…….”
또 정보와는 다른 놈이 튀어나왔다. 새파란 안광을 뿜어내는 스켈레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구조가 흉측스러웠다.
수많은 스켈레톤의 뼈가 모여 커다란 스켈레톤 하나를 구성했다.
일종의 합체라고 보아야 할까.
고위의 사령술사들만이 할 수 있는 그런 기술이 아닐까.
유성우는 나름 짐작을 하며 손을 뻗어 검을 불러들였다.
까아아아아아아악-
까마귀와도 같은 귀곡성이 울려 퍼진다.
고막에 때려 박히는 듯한 거대한 스켈레톤의 외침은 하늘과 대지를 두들겼다.
이내 흑성의 성벽을 타고 넘어온 스켈레톤이 커다란 손을 내질렀다.
위에서 아래로 찍어 내리는 압도적인 질량의 공격.
유성우는 그에 맞춰 검을 뻗었고, 핏빛의 기운이 일렁이는 검이 일직선으로 나아가 손을 꿰뚫었다.
파학, 하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뼈로 이루어진 손이 단번에 부서진다.
하지만 부서진 손은 순식간에 복구되더니 그를 노려왔다.
유성우는 손가락 사이로 뛰어올라 피하고는, 다시금 검을 내질러스켈레톤의 상반신에 커다란 검흔을 남겼다.
“아, 옘병.”
그러나 유성우의 매서운 검격에도 스켈레톤은 멈추지 않는다.
도리어 공중에 뜬 유성우를 제 손으로 후려쳐 날려 버렸다.
흑성 근교에 있는 부서진 신전터까지 날아간 그가 바닥에 처박힌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달이 참 어둡군…….”
몸에 상처는 없었지만, 스켈레톤이 껄끄러운 놈이라는 건 깨달았다.
보통 몸에 커다란 상처가 생기면 언데드라도 일시적으로 정지하는데, 놈은 ‘뼈’를 주고 살을 취했다.
이런 부류의 적은 유성우가 싫어하는 유형이었다.
베어도 손맛은 별로 없고, 형체를 유지하는 근원이 되는 매개를 깨부술 때까지 의미 없는 소모전만이 이루어지리라.
유성우는 잔해 속에 편히 드러누운 자세로 고개만 들어 스켈레톤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가 흑성에서 멀리 떨어지자 스켈레톤은 다시금 성벽 너머로 모습을 숨겼다.
“술자가 있는 건 확실하고.”
그렇다면, 놈을 구성하는 매개는?
‘핵’이 되는 물건을 깨부순다면 저놈은 형체를 유지하지도 못하고 산산이 부서질 터였다.
유성우는 잔해 속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허리를 통통 두드렸다.
말년에 이게 무슨 고생이란 말인가.
지구로 돌아와서 놀고먹을 일밖에 없을 줄 알았더니.
팔자에도 없는 언데드랑 쌈박질이나 하고 말이다.
‘……아니, 이 정도면 그냥 운명인가?’
별 쓸데없는 생각이다.
유성우는 고개를 가로저어 잡념을 털어버리고는 땅을 박찼다.
그가 다시금 성벽 가까이 다가오자 거대한 스켈레톤이 다시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유성우는 검을 든 오른팔을 뒤로 쭉 뻗었다가, 투창하듯이 검을 던졌다.
콰아앙, 하는 굉음의 소닉붐이 일며 검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고.
다음 순간 성벽에서 대가리를 내민 스켈레톤의 머리가 ‘터졌다’.
“저기군.”
수많은 뼈로 이루어진 머리가 사방으로 비산하니 그제야 그 안에 있던 핵이 눈에 들어왔다.
새파란 수정같이 생긴 핵은 주먹만 한 크기였다.
웬만큼 눈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저 뼈 무더기 속에서 발견하기도 힘들었으리라.
핵의 위치를 파악한 그는 땅을 박차며 도약했다.
순식간에 십수 미터 위로 뛰어오른 그가 손을 뻗으니, 날아갔던 검이 다시금 빛무리가 되어 돌아왔다.
“두 번은 안 되지.”
이번에도 스켈레톤은 뼈를 내주고 살을 취하려 들었다.
그가 뛰어오른 곳으로 모여드는 거대한 두 손.
하지만 두 번이나 같은 수에 당할 그가 아니었다.
공중에 뜬 채로 한 바퀴 회전하며 세찬 소용돌이를 만들었고.
그가 만들어낸 검격의 폭풍은 양쪽에서 짓쳐 들어오던 손뼈를 분쇄했다.
그와 동시에 부서진 뼈 무더기를 발판 삼아 한 번 더 몸을 날렸다.
이제 막 복원되기 시작하는 스켈레톤의 머리뼈 속.
그는 머리뼈가 복원되는 것보다 빠르게 핵이 있는 장소에 도달해 손아귀에 핵을 거머쥐었다.
그러고는 성벽 밖으로 다시금 몸을 빼내니, 스켈레톤은 제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이건 지우한테 선물로 가져다주면 되겠군.”
척 보아하니 많은 마력이 저장되어 있었고, 고도의 술식이 쓰여 있다.
마법계인 유지우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는 물건일 터.
자신의 기운을 흘려 넣어 핵의 마법 회로를 정지시킨 그가 이제는 흑성의 정문으로 당당하게 걸어갔다.
문지기도 쓰러뜨렸겠다, 이제 앞길을 가로막는 건 흑성의 커다란 대문뿐.
검을 크게 휘둘러 대문을 사선으로 그어버리니, 강철로 이루어진 대문이 넘어가며 그에게 앞길을 틔워주었다.
“여기가 바로 흑성…….”
대문 안쪽으로 진입해, 내성의 문마저 발로 차서 활짝 열어버린 뒤 들어서니 음산한 내부가 드러났다.
로비로 보이는 곳에 걸린 샹들리에의 불꽃은 몇 개에 불과했고, 여기저기 핏자국과 거미줄이 가득했다.
퀴퀴한 냄새까지 코를 찌르는 것을 보아 언데드들의 소굴임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이곳이 바로 3급 어비스.
불야성의 최심부 흑성.
“쯧.”
그리고 유성우는 흑성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몰려드는 군세를 맞이했다.
사방팔방에서 몰려드는 각종 언데드들.
“도망친 새끼들이 죄다 여기에 몰려 있었군.”
이 씨부럴 놈들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유성우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검 자루를 굳게 쥐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검에서 시뻘건 검기를 피워올리며 주변을 휩쓸기 시작했다.
그의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스켈레톤들 수십이 단번에 무너졌다.
다가오던 좀비와 구울들도 토막 나 바닥에 널브러졌고.
흉흉한 기세만으로 영체인 밴시와 레이스들은 다가오지 못했다.
그렇게 로비를 언데드들의 시체로 가득 채웠을 때.
“하, 이거 디펜스 게임이냐?”
언데드를 한 차례 전부 쓰러뜨리니, 무슨 디펜스 게임처럼 두 번째 언데드들이 몰려온다.
이제 1웨이브를 끝냈으니 2웨이브라는 듯, 좀 더 숫자가 많고 강화된 듯한 놈들도 섞여 있었다.
유성우는 여기서 위화감을 느꼈다.
넘겨받은 정보에서는 흑성 내부 공략 방식은 이런 게 아니었다.
내부 구조가 들어올 때마다 바뀌기는 하지만, 로비는 항상 같았다.
로비를 안전 구역 삼아 여러 복도를 공략해 나가는 게 핵심.
그런데 안전 구역이라는 그 로비로 언데드들이 수백이 들이친다.
유지우에게 넘겨받은 정보는 수십 번이고 공략하면서 쌓인 데이터의 총집합.
던전의 변화는 예측할 수 없다지만 쌓인 정보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마침 자신이 들어온 타이밍에 던전이 변화한다는 것도 웃긴 일이고.
“어지간히도 감추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야…….”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신을 제거하려 들지는 않을 테니까.
유성우는 불야성이 감추려 하는 것이, 자신이 가진 열쇠와 관련이 있으리라는 걸 거의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불야성 내부의 변화는 자신이 백성에서 데스나이트를 쓰러뜨리고, 열쇠를 거머쥔 순간부터 시작되었으니까.
일종의 히든피스.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등장하는 악질적인 기믹.
유성우는 다시금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씩 웃었다.
흑성의 주인이 자신의 죽음을 원한다면.
자신도 죽음을 들고 찾아갈 뿐이다.
“기다려라 시체 새끼. 두 번 죽는다는 게 뭔지 알려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