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3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30화(130/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30화
흑웅(3)
드래곤이 어떤 존재인지는 예전부터 계속 논의되어왔던 주제다.
수십 미터가 넘는 커다란 몸, 피막 날개와 튼튼한 비늘, 날카로운 발톱과 초능…….
그 거대한 몸집으로 날아다닌다는 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고.
드래곤의 비늘은 지구에 현존하는 그 어떤 광물보다 단단해 어떤 무기로도 뚫리지 않았다.
판타지적인 동물이니, 판타지만이 놈을 해치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날아다니는 재앙,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괴물.
과거에는 위대한 상징으로 쓰이기도 하던 드래곤은 이제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금기가 되었다.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드래곤은 이제 위대한 존재가 아닌 사이다를 위한 전투력 측정기 정도로 격하됐으며, 드래곤을 증오하는 모임도 여럿 생겼다.
과거 대재해 때 많은 이가 드래곤에게 가족을 잃은 덕분이었다.
대재해 당시, 세계에 모습을 드러냈던 드래곤은 한 마리가 아니었고, 사상자의 숫자는 억 단위에 가까웠다.
놈들은 그러한 재앙을 만들어낸 뒤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지금까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는 이들이 많았지만, 일부는 여전히 지구에 남아 기회를 노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사람들이 아는 드래곤이었고, 유성우가 아는 드래곤은 생물의 정점에 서 있으면서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 놈들이었다.
힘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쓰든 본인의 마음이겠지만.
놈들은 그 ‘마음’의 기준이 아주 대단히도 어긋나버린 놈들이었다.
세상이 멸망해 가는데도 자신의 둥지에 틀어박혀 움직이지 않는 멍청한 놈들…….
현명하지만 지혜롭지는 않은 도마뱀 새끼들…….
당한 게 조금 있어서 그런지 도무지 좋게 생각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녹스를 막 주웠을 때도 뿔부터 자르려고 했던 그였다.
“…그런데 여기에 드래곤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절경, 24계층.
더는 내려갈 길이 없는, 짙은 심연에 도달하니, 그곳은 마치 둥지와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심연의 둥지라고 해야 할까.
짙은 보라색의 광물로 이루어진 돔 형태의 공간에는, 덩굴들이 벽을 타고 올라가 돔의 천장에서 자그마한 광원을 이루었다.
그 아래에 몸을 둥그렇게 만 채 샛노란 눈동자를 뜨고, 그를 바라보는 건 틀림없는 드래곤의 형체.
유성우는 놈을 바라보다 이내 깨달은 듯 입꼬리 한쪽을 올리며 비웃었다.
“…아니, 너는 여기서 탄생한 놈이 아니군. 이곳에 살던 생물들과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놈에게서 어비스 코어의 기운이 느껴지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놈은 이곳에서 태어난 생물이 아니다.
본래 생물이란 태어난 환경으로부터 비롯되는 법.
이곳까지 내려오며 파충류 비슷한 생물은 본 적이 없는데, 마지막에 떡 하니 모습을 드러낸 드래곤이 어찌 이곳에서 태어난 생물일까.
그렇다는 건,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준비해 둔 선물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디서 온 놈이냐?”
“…예상하던 것보다 빠르게 왔군. 네가 유성우라는 놈이겠지.”
드래곤이 거체를 일으켰다.
드드드, 하는 소리와 함께 공동이 울려대고, 하늘에 뜬 광원이 흔들려 깜빡인다.
그와 동시에 그들이 있는 공동이 점점 거대해지더니 넓은 투기장과 같은 형태의 공간이 완성되었다.
드래곤의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다시금 울려 퍼졌다.
“네놈은 이곳에서 그 누구보다 고통스럽게 죽을 것이다. 안식을 맞이할 수 없을 것이다.”
“지랄…… 승천교에서 보낸 놈이냐? 드래곤이 인간들 말도 듣고 참 대단해.”
“인간이여, 이곳까지 도달한 것은 칭찬하나, 살아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나, 암멸룡(暗滅龍)에 의해서!”
암멸룡.
스스로를 그리 소개한 드래곤이 날개를 활짝 펼치며, 선제공격으로 브레스를 쏟아내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것이 브레스의 전조라는 걸 아는 유성우는 곧장 일생을 꺼내 들고는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땅을 박차 순식간에 놈의 머리 위에 도달한 광물처럼 불규칙적으로 솟은 뿔을 붙잡곤 검을 역수로 쥐어, 미간에 꽂아 넣었다.
탱-!!
강렬한 소리와 함께 일생이 반대로 튕겨 나왔다.
제대로 꽂아 넣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완전히 튕겨 나온 건 예상외였다.
‘…오래 묵은 놈이다.’
고룡(古龍)급인가.
크기나, 기운으로 보면 살아온 세월이 수천 년은 가볍게 넘는 놈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유성우는 일생에 더욱 많은 오러를 때려 박았다.
검신이 더욱 시뻘겋게 불타오르듯이 변하고, 더욱 날카롭게 변한다.
그대로 다시금 미간에 박아 넣자 검신의 끝이 암멸룡의 머리의 비늘을 박살 내며 파고들었다.
“내게서 떨어져라-!!”
그러나 놈의 머리 안쪽에 검 끝이 도달하기 전에 놈이 강렬한 피어를 토해냈다.
용의 말에는 의지가 실린다.
검사들이 검에 의지를 담아내 세계를 덧칠하는 것처럼, 용은 말 한마디만으로 세계를 다시 쓴다.
그러한 의지가 담긴 암멸룡의 목소리가 유성우를 밀어내 바닥에 처박았다.
유성우는 혀를 차며 바닥에 처박힌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암멸룡은 어느새 공동의 천장까지 날아올라 다시금 숨을 들이켰다.
브레스의 전조.
“이런 씨X…….”
유성우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중력은 여전히 몸을 짓누르고, 고룡인 암멸룡이 뿜어내는 기운이 더욱 무겁게 정신을 압박한다.
그러나 그는 이런 상황에서 지지 않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싸움은 수백 번이고 해왔고… 용을 사냥하는 법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눈을 깜빡이면, 암멸룡의 가슴이 크게 부풀며 사방이 마법진으로 가득 찼다.
원시적인, 용의 부름에 제멋대로 구성된 형태의 마법진.
그러나 그렇기에 더없이 위험했다.
암멸룡의 입이 쩍 벌어지고, 놈의 입에서 검은 불꽃의 농도 짙은 브레스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유성우는 일생을 양손으로 잡은 채 정신을 집중했다.
드래곤의 브레스는 마력이 극한으로 농축된 원시적인 마법이다.
그 질량으로 따지자면 능히 대마법을 발동하고도 남으니, 저걸 정면으로 상대하면 뼈도 남지 않고 녹아버리리라.
“…일생, 저걸 갈라낼 거다. 할 수 있겠지.”
그렇기에 유성우는 정면으로 갈라내기를 선택했다.
-물론이지. 너만 잘하면 돼.
일생의 목소리가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일생이 자아를 일깨운 이후로, 때때로 이리 대답하는 일이 많았다.
검의 대답을 들은 그가 상단세의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그대로 내리 벤다.
극한으로 압축한 오러가, 극한으로 단련된 기술과 만나 일순간 붉은 세계를 만들었다.
일검-하늘 가르기
예리하게 벼려져 흘러나온 그의 검기가 전진하며 브레스를 반으로 갈라버린다.
브레스의 뜨거운 열기가 그를 덮쳐왔으나, 직접 닿지 않는 브레스는 따뜻한 정도에 불과했다.
유성우는 검을 재차 휘둘러 브레스의 여파를 밀어내고는 말했다.
“암멸은 개뿔… 계란도 못 굽겠군. 병신 같은 도마뱀 새끼.”
“진동하라-!!”
암멸룡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대지와 땅이, 공기가 진동하며 세계를 한층 무겁게 했다.
유성우의 양발이 바닥에 푹, 하고 파묻혔다.
안 그래도 무거운 몸이 더욱 무거워졌다.
“어둠에 파묻혀라-!!”
암멸룡이 다시금 소리치자, 이번에는 시야에 어둠이 찾아왔다.
보이는 건 오로지 자신과 여전히 새빨간 일생뿐.
‘…시야 차단.’
단순히 어두워진 게 아니라, 시야 자체를 빼앗겼다.
어두운 거라면 오러를 눈에 집중하는 것으로 꿰뚫어 볼 수 있지만… 이건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세계의 의지.
“성가신 기술을 쓰는군.”
예전의 유성우라면 이 감각에 적응하는 데 조금 걸렸겠지만, 지금은 적응조차 필요 없었다.
그의 오러 조절 능력은 더욱 세심해졌고, 대신 눈이 되어줄 검 또한 있었다.
일생에 오러를 흘려 넣고 그것을 사방으로 퍼트리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암멸룡으로부터 바람이 훅, 하고 불어왔다.
-온다.
“알고 있어.”
암멸룡의 주위로 소리 없는 마법이 계속해서 전개되었다.
원시적이며 파괴적인 마법진이 수십 개고 생성되며, 모두 유성우 한 명을 향해 쏟아졌다.
검은 빛줄기와 검은 불덩이.
유성우는 한 발을 내디디며 빛줄기를 피하고, 일생을 휘둘러 불덩이를 갈랐다.
그 모습을 본 암멸룡은 더욱 흉포하게 기운을 내뿜으면서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둠에 파묻혀라’의 용언(龍言)은 암멸룡의 무엇보다도 가장 강력한 언어였다.
상대의 시야를 빼앗아, 온갖 감각을 단숨에 차단해 버리는 말이다.
그 증명으로 유성우의 두 눈동자는 새까맣게 물들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발걸음을 옮겨 빛줄기를 피하고, 불덩이를 갈라냈다.
‘인간이라고 얕봐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그와 같은 인간이 한 명 더 있었을 줄이야.’
고작 인간 한 명이라고 너무 얕보고 있었다.
암멸룡은 한층 더 빠른 속도로 마법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더욱 많은 빛줄기와 불덩이가 쏟아져 내렸다.
공동 내부를 죄다 녹여 버리겠다는 의지가 그대로 구현되어 모조리 뒤덮어버리기 시작했다.
“멈추어라-!!”
암멸룡의 용언이 다시금 울려 퍼졌다.
유성우의 움직임이 시간을 고정한 것처럼 뚝, 멈췄다.
멈춰버린 그를 향해 암멸룡의 마법이 쏟아져 내려,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나 죽음을 확신할 수가 없었다. 아직 저 폭발 속에, 유성우의 기운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폭발의 흙먼지 속에서 붉은빛이 십자로 번뜩였다.
그와 동시에 붉은 오러의 십자 검기가 암멸룡의 앞으로 날아와 부딪쳤다.
“크흑-!!”
공중을 날던 암멸룡이 검기에 부딪혀 크게 흔들렸다.
“드디어…….”
암멸룡은 공중에서 겨우 균형을 잡았지만, 잠깐 흔들린 사이.
유성우는 눈앞에 있었다.
“드디어, 제대로 한 방 먹일 수 있겠군.”
거체에 꽂히는 작은 이의 목소리.
서늘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는 지금까지 두려움이라고는 모르고 살았던 암멸룡에게, 처음으로…….
‘공포’라는 감정을 새겨주었다.
“떨어져라-!!”
암멸룡의 공포 섞인 용언이 공동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러나 유성우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전신을 붉게 빛내며 일생을 휘두를 뿐이었다.
일검-생사여탈
일생에서부터 길게 뻗어진 오러가 암멸룡에게 닿는다.
그것은 암멸룡의 영혼을 헤집고, 근간을 뒤흔들었다.
암멸룡은 순간 정신이 푹 꺼지는 것을 느꼈다.
드래곤인 만큼 강한 영혼을 지니고 있기에, 유성우의 일검만으로 영혼이 조각나지는 않았으나.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지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유성우는 그대로 한 바퀴를 더 회전하며, 위에서 아래로 검을 휘둘렀다.
쩌어엉-!!
하는 청명한 소리와 함께 암멸룡의 몸에 겹겹이 둘려 있던 방어 마법이 모조리 깨져 나가며 바닥에 처박혔다.
바닥에 처박혔던 걸 그대로 돌려준 유성우는 바닥에 착지하며, 입에 고인 피를 퉤, 하고 뱉어냈다.
“이 빌어먹을 도마뱀 새끼. 드디어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