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38)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38화(138/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38화
개편(3)
“돈을 얼마나 처맥인 거야? 미쳤네 진짜.”
대한민국의 준법 시민으로, 둘은 법정에 출두하게 되었다.
물론 여론 또한 뒤집혔다.
정부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는 글로 온 커뮤니티가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나라를 지킨 영웅에게 이게 무슨 짓이냐며, 정부를 비난하기를 일색이었다.
메테오 인더스트리 측에서도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언론을 잔뜩 뒤흔들었다.
유지우와 유성우는 구속된 상태.
하지만 둘 다 S급 다이버라, 물리적 구속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영장은 떨어졌지만 둘은 자택에서 머무르는 중이었다.
유성우가 입을 열었다.
“그놈 짓이다.”
“누구?”
“민종호. 다관부 장관.”
“아, 그 민청운… 장관이 우리를 족치려 드는 거라고?”
“그래. 승천교 끄나풀이다. 부하는 아니라도 손은 잡았겠지. 그런데 내가 승천교를 박살 냈으니 그 보복일 거다.”
“제정신이야? 조용히 줄을 바꿔도 모자랄 판에 왜?”
유지우의 말은 합당했다.
승천교가 줘털렸으면 조용히 있을지는 못할망정, 죽자고 달려들고 있으니까.
불나방이 따로 없다.
“아오, 일이 잘 풀리나 했더니 이런 일이 생기네.”
“…언니, 많이 힘들어요?”
유지우가 몇 번인가 한탄을 내뱉자, 옆에 있던 녹스가 옷깃을 잡으며 그리 물었다.
“저는 언니가 집에 있어서 좋은데. 같이 놀 수 있잖아요.”
“…우리 녹스, 어쩜 이렇게 이쁜 말만.”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녹스를 끌어안은 채 소파에서 뒹굴었다.
녹스는 까르르 유지우의 품속에서 웃었다.
유성우는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쯧, 차고는 말했다.
“국가내란죄라, 내가 한 일은 나라 팔아먹으려 한 놈들을 죽여 버린 것밖에 없는데.”
“나라 팔아먹으려던 놈들이니까 한국인인 문제인 거지.”
유지우는 녹스의 얼굴을 손으로 주무르며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이번에는 뭐 하려고 하지 마. 법무팀 쪽에서 해결할 테니까.”
“이번 일은 우리를 잡아 처넣으려는 게 아니라 업무 마비가 목적이겠지. 메테오 인더스트리도 압수수색 들어갔다며?”
“씁, 그렇긴 한데… 괜히 정치인들과 반목해서 좋을 게 없단 말이지. 그것도 장관급이면.”
그녀의 말에 유성우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들겼다.
이 상황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작 그런 놈들의 이기심 때문에 이리저리 끌려다녀야 하는가?
아니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게다가 나라를 팔아먹으려던 놈이 아닌가?
‘매국노’에 해당하는 놈이었다.
“장관을 갈아치우면 되겠군.”
“…진심이야?”
“어차피 죽여야 할 놈이다.”
“오빠한테는 죽일 놈이랑 살릴 놈 두 개밖에 없어?”
“정확해. 나한테는 그놈이 그놈인데, 유일하게 가르는 기준이 그거다. 죽일 놈을 안 죽이면 나중에 화근이 되거든.”
유지우도 죽일 수 있다면 민종호를 죽이고 싶기는 했다.
자기 아들 좀 죽이고, 사업장 좀 망쳤다고 국가내란죄로 기소를 때리다니…….
‘기소할 만한데?’
아무튼, 유성우는 흑웅을 사주한 게 민종호라고 추측하고 있기에, 어떻게든 죽일 생각이었다.
‘이 새끼, 기다리고 있어라…….’
얼굴을 마주할 날이 머지않았다.
* * *
“저 전역하겠습니다.”
최아연, 군과는 별도로 운영되는 다관부의 직속 부대의 대장.
그녀는 정부 소속의 S급 다이버로서, 국민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지금까지 일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버틸 수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유성우를 체포해 오라는 명령,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전역하겠습니다.”
최아연의 상관은 다이버 관리부의 장관, 민종호밖에 없었다.
그런 민종호 앞에서 그녀는 전역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그녀의 말에 민종호는 미간을 구기며 소리쳤다.
“항명하겠다는 건가? 이건 국가의 존속이 걸린 중대한 사항이야! 그런데 그거 하나 못하겠다고 전역한다고? 항명죄로 감옥 가고 싶어?”
“그럼 보내시죠. 감옥 들어갔다 나오면 장관이 바뀌어 있을 것 같은데.”
최아연은 막나가기로 했다.
그녀는 유성우가 해낸 일들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들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를 잡아 오라는 건, 무장한 적진 속으로 알몸으로 뛰어들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유성우라면 적진에 알몸으로 떨어져도 모조리 죽이고 돌아올 테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이 새끼가!”
“이 새끼 저 새끼 하지 마십시오. 듣는 새끼 기분이 나쁘니까.”
그리 내뱉은 최아연이 인상을 구겼다. 그녀 또한 S급 다이버.
일반인 한 명 정도는 손가락 하나로 손쉽게 죽일 수 있는 초인.
최아연이 강하게 나오자 민종호는 이를 뿌득 갈며 말했다.
“네가 안 가면 그 아랫놈이 갈 거다. 그 아랫놈이 안 가면 또 그 아랫놈이 가게 되겠지.”
협박이었다.
부하들을 모조리 사지로 보내고 싶지 않으면 직접 가서 유성우를 잡아 오라는.
비열하게 나오기 시작한 그를 최아연이 노려보고는 주먹을 꾹 쥐었다.
지금 당장 내지르고 싶은 걸 참아낸 그녀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그렇게 살지 마세요. 이 치졸한 인간아.”
상관에게 막말까지 내뱉었으나, 처벌은 받지 않을 것이다.
현재 정부에 그녀를 대체할 인력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다른 S급 다이버가 있기는 하지만, 최아연에게는 미치지 못하는 실력.
그녀가 집무실을 나서자 민종호는 책상 위의 재떨이를 집어 던져 분노를 표출했다.
최아연이 나간 문에 부딪힌 재떨이가 산산이 부서져 흩어졌다.
“빌어먹을 년… 운 좋게 초인이 됐다고, 기고만장하기는…….”
대재해 이전이면 찍소리도 못했을 것들이,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민종호는 주먹을 꽉 쥐고는 몇 번이고 책상을 내리쳤다.
“씹어먹을 년, 빌어먹을 새끼, 웬 좆같은 것들이 세상에 벌레처럼 득실득실 넘쳐나기 시작해서는…….”
그는 제 아들을 떠올렸다.
유성우에게 죽은, 초인이었던 민청운을.
민청운은 훌륭한 아들이었다.
다이버 관리부 장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것도, S급 다이버인 민청운의 덕도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런 민청운이라도, 제 말 한마디에 꼼짝 못 했는데.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어버렸단 말인가.
“전부 죽여 버려야만…….”
* * *
“협조 부탁드립니다. 제발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대화로 해요.”
유성우는 일생을 쥐었다.
최아연은 무릎을 꿇었다.
“당신을 이길 자신이 절대 없습니다. 2급이랑 1급 어비스를 혼자서 공략하는 사람을 어떻게 이겨요?”
“그럼 뭐 하러 왔지?”
누가 끈질기게 벨을 눌러서 나왔더니, 이전에 한 번 만난 적 있는 최아연이 있었다.
유성우는 일생을 손에서 놓지 않은 채 무릎을 꿇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한 번만 잡혀주시면 안 됩니까? 그냥, 취조실로 끌려가는 정도로만…….”
“제정신인가?”
“…저도 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전역하고 싶었는데, 제가 안 가면 부하들을 보낼 거라고 해서 제가 왔습니다.”
“군대 부조리군.”
“…예, 그러니까 제발, 한 번만 잡혀주시면 안 됩니까?”
최아연은 두 손을 모으며 싹싹 빌기 시작했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모습은 추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자신들의 부하를 위해, 프라이드라고는 죄다 내버린 광경이었다.
이대로 현관문 앞에 두는 것도 상관없지만…….
“들어와라.”
유성우는 일생을 돌려보내고는 최아연을 집 안으로 들였다.
전투복이 아니라 사복인 데다가, 공격하려는 기세는 없었다.
그저 군대의 ‘까라면 까’라는 일념 하나만으로 온 것 같았다.
“거기 앉아봐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유지우는 법무팀과 회의하러 갔고, 슈아넬은 장비를 사 오겠다며 녹스와 함께 근처 마트로 향했다.
유성우의 맞은편에 쭈뼛거리며 앉은 최아연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우물거렸다.
‘…죽고 싶다.’
‘하지만 진짜 죽는 건 좀 그런데…….’
‘때려치우고 싶다…….’
늘 그랬듯, 머릿속에 온갖 잡념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것들은 이내 들려온 유성우의 목소리에 단번에 날아갔다.
“군인이 참 힘들긴 하지. 개 같은 새끼들이 너무 많아서 ”
“…네.”
“이해한다. 원래 군인들이라는 게 융통성이 없고, 특히나 윗대가리가 병신 같으면 답이 없는 집단이지.”
“제 상관은 민종호 장관님입니다만…….”
“틀린 말을 했나?”
“맞는 말이군요.”
최아연은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유성우와 공통화제로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오기 전에 본 그의 생방송 덕인지.
‘사실은 별로 안 무서운 사람일지도…….’
“나도 군대에 있던 적이 있었지. 한국이 아니라 이계였지만, 상관이 아주 개 같은 놈이라…….”
“어떻게 하셨는데요?”
“내가 직접 죽여버렸다. 작전을 펼치는데 아주 죽으라고 굿을 하더군. 그래서 죽이고 탈영했지.”
‘…무서운 사람이 확실하군.’
“너도 마음에 안 드는 상관 있으면 그냥 찌르고 도망가라.”
“저는 그럴 깜냥은 없어서…….”
“그러면 평생 까라면 까야지.”
최아연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평생 그러고 살기는 싫은 게 또 사람의 마음이었다.
“그래서 온 이유가 뭐라고?”
“그, 유성우 씨랑 유지우 씨에게 체포 영장이 떨어졌잖아요. 곧 재판도 벌어질 거고…….”
“그래.”
“그래서 한 번만, 같이 가주셨으면 해서. 아, 이건 그, 방문 선물입니다…….”
최아연은 그리 말하며 들고 온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내용물을 확인해 보자 꽤 비싸 보이는 한우 선물 세트가 고급술과 함께 들어 있었다.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
범죄자를 잡으러 온 군인이 되려 뇌물을 건네는 기묘한 상황.
유성우는 종이봉투를 받아 옆에 내려두고는 말했다.
“마침 잘 오기는 했다. 한 번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긴 했다. 매듭은 지어야 할 것 아니냐.”
“…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 청와대고 국회고 뭐고 전부 쓸어버리고 싶은 기분이다.”
“그건 좀…….”
“민종호가 나를 죽이려 했다. 흑웅을 사주해서. 정부가 나를 적대한다는 의미로 봐도 좋겠지?”
“아, 아니, 그, 그럴 리가요.”
분명 정치인 중에는 유성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고착된 세대를 검 한 자루로 베어버리는 자의 출현이라고.
변화를 바라지 않는 자들과 변화를 바라는 이들의 충돌이다.
유성우는 그 중심, 바람을 몰고 온 나라 전체를 집어삼키는 태풍이었고.
당황한 최아연을 쳐다보던 그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내가 직접 재판에 출두하겠다. 단, 나만. 그게 조건이다. 그 외에는 받아들이지도 않을 거고, 만약 거부한다면 국회로 찾아가지. 검을 들고.”
검을 들고.
그 한마디가 가져오는 충격은 너무나도 거대했다.
만약 유성우가 검을 들고 국회로 간다고 하면, 막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군대를 전부 동원하고, 정부 측 다이버들을 모조리 데리고 오더라도 막을 수 없으리라.
핵미사일을 발사해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이니.
최아연은 공포에 먹혀들었다.
방금까지 살짝 친근해지려던 유성우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운 듯,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머리카락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새빨간 눈동자는 그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그녀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