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41)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41화(141/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41화
헤트리스
유성우를 찾은 헤트리스는 그의 앞에 여러 서류를 늘어놓았다.
일생을 닦던 그가 그녀를 흘깃 바라보고는 말했다.
“뭐냐?”
“현자의 돌의 재료인 ‘흐레스벨그의 꽁지깃’을 얻을 수 있는 어비스의 정보에요!”
“현자의 돌, 그랬지.”
헤트리스가 개처럼… 아니, 성실하게 일하는 대신 유성우는 그녀의 비원을 이루는 데 돕기로 하였다.
시간이 좀 되어서 잊어먹고 있던 약속이었긴 하지만, 헤트리스의 활약은 유지우에게 전해 들었다.
메테오 인더스트리의 연구팀에 합류한 헤트리스는 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헤트리스의 가계는 연금술사의 가계. 과거부터 쌓아 올려진 막대한 양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니 당연할지도 몰랐다.
놀라운 건 그녀가 과거의 지식뿐만 아니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의 여러 과학에도 정통하다는 것이었다.
듣기로는 박사 학위만 일곱 개라고 하니…….
“…너는 현자의 돌을 정말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너희 가문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수백 년을 투자해도 불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고 계시네요? 당연히 가능하죠. 과거 조상님들이 실패한 건 그만한 지식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리 말한 헤트리스는 다시금 그를 향해 서류를 들이밀며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과거에는 신화가 곳곳에 만연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충분한 재료와 정보를 모을 수 있는 시대죠. 이번 대에서 저는 현자의 돌을 만들고 말 거예요.”
“애당초 현자의 돌이 뭐지? 소원을 들어주는 돌?”
“이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현자의 돌을 만드는 것 너머에 있는 게 중요해요. 현자의 돌을 완성함으로써 인간을 벗어나는 초월의 단계…….”
헤트리스가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기에 유성우는 눈썹을 씰룩이며 생각했다.
검사가 검을 갈고닦아 한계를 벗어나는 것처럼, 연금술사 또한 자신의 지식과 영혼을 빚는 행위… 그것이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마법사들 또한 마법과 마력을 통해 서클 등과 같은 형태로 빚어내 초월의 길로 향하니.
자신의 검과 헤트리스의 연금술이 별다른 것 없다는 걸 이해한 유성우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래서, 필요한 게 흐레스벨그의 꽁지깃이라고? 그건 무슨 효과를 가지는 재료지?”
“흐레스벨그의 전승 중에는 모든 바람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어요. 바람은 즉, 어디든지 향할 수 있는 자유를 상징하며, 영혼의 해방을 뜻하는 재료에요. 현자의 돌의 핵심 재료라고 보아도 무방한 것으로 반드시 얻어야만 하는…….”
“그만, 그만. 말이 너무 많다.”
“이런, 죄송해요. 아무튼, 저희 계약사항이기도 하니 함께 해주시는 거 맞죠?”
“그래. 서류를 보면 1급 어비스이기도 하니, 딱 좋겠군.”
“예? 뭐가 좋아요?”
“지금까지 단련한 놈들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딱 좋다고.”
겸사겸사, 해외 다이버들과의 격차도 확인해 볼 수 있으리라.
현재 헤트리스가 가져온 서류에 적힌 어비스는 노르웨이의 최북단, ‘호닝스버그’에 있었다.
우연히 발견된 어비스는 고대 북유럽 신화와 관련 있는 어비스였고, 신화와 관련된 만큼 많은 아티팩트가 발견되리라 예상한 길드들이 그곳을 먼저 공략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메테오 인더스트리, 아니 검혼도 그 입찰 경쟁이 뛰어드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 * *
-메테오 인더스트리 산하 길드 검혼, 북유럽 어비스 경쟁 입찰에 뛰어들어
-다이버 강국 대한민국! 이제 그 손길은 해외로 향하나?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해낸 다이버, 유성우 이번에는 북유럽으로
“호들갑 봐라…….”
인터넷 기사를 몇 개 읽은 유성우는 스마트폰을 내리고, 검혼의 길드 건물에 모인 멤버를 쳐다보았다.
이번에 북유럽으로 향할 멤버는 총 열두 명이었다.
“저는 왜 여기 껴 있나요?”
“힐 담당.”
“네…….”
잔느가 소심한 반항을 해보았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힐 담당인 잔느.
유성우와 백우현, 그리고 유지우.
어디까지나 ‘검혼’의 출진이었기에 적룡의 홍서화는 참가하지 못했다.
그리고 유월과 새로이 길드에 들어온 최아연.
최아연과 함께 들어온 A급 다이버 다섯 명.
마지막으로, 자신이 꼭 가야 한다고 주장한 헤트리스.
생산직이 어비스에 들어가는 건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향하는 건 1급 어비스. 안전에 대해 생각해야 할 곳이었기에, 최아연이나 백우현은 만류했으나 헤트리스는 반드시 자신이 가야 한다고 당당히 소리쳤다.
유성우가 그녀의 의사를 받아들이며 총 열두 명의 공격대가 완성되었다.
S급 다이버만 유성우를 제외하고 네 명.
1급 어비스를 공략하기에 충분한 전력이었기에, 유성우는 이번 어비스에서 위험할 때를 제외하고는 개입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유성우는 그들을 한번 주욱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다른 나라의 대형길드들도 공략에 참가한다고 하더군. 해외 놈들은 좀 어떠냐?”
“이번에 새로 발견된 어비스, ‘흐레스벨그의 횃대’에 공략 의사를 보인 길드는 저희를 포함해 총 아홉 길드에요. 개중 여섯이 유럽에 근거지를 둔 길드고, 셋이 해외 소재지의 길드죠.”
“어디인데?”
“미국의 타이탄과 중국의 흑천룡입니다. 타이탄은 대재해 직후에 설립된 곳이고, 흑천룡은 정보가 거의 없는 신생 길드에요.”
“꽤 강한가 보군. 신생인데 1급에 도전하려 드는 걸 보면.”
“길드 마스터가 천마라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천마? 내가 아는 그 무협의 천마를 말하는 건가?”
“네.”
브리핑을 잇던 유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은 지금 마교니 뭐니, 난리였는데, 흑천룡이 거기에 관련된 길드인 듯했다.
“그렇군. 재밌겠는데…….”
“그런데 길드장님, 이분은 누구신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와중에, 최아연이 손을 들고 말했다. 검혼의 사무와 이런저런 일을 돕는 사람이 있는 걸 알기는 했는데, 그녀는 유월과 직접 대면하는 건 처음이었다.
유월은 미리 들은 게 있었기에 쓰고 있던 모자를 벗으며 산뜻한 미소와 함께 인사했다.
“반가워요. 유월이라고 합니다.”
“어, 어어?”
최아연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그녀의 머리에서 쫑긋 솟아오르는 귀를 보며 놀랐다.
지구에서 모습을 감췄다는 토월족이 떡하니 눈앞에 있으니 당연한 일이리라.
유월은 익숙하다는 듯이 다시 모자를 쓰고는 브리핑을 재개했다.
“유럽에서 오는 길드들도 쟁쟁한 길드들이에요. 이번 어비스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치가 크기 때문에 정예 전력들이 온다는 정보를 입수했어요.”
“S급 몇 명?”
“길드당 세 명씩은 차출된 모양인데, 길드 중 오딘 길드는 혈안이 된 모양인지 S급 다섯에 A급만 20명을 데려왔어요.”
“그건 좀 많군.”
몇 명이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S급 다섯에 A급 20명이라.
1급 어비스를 공략하기에 충분히 차고 넘치는 전력.
반드시 자신들이 어비스를 차지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전력이었다.
그렇기에 자신들은 이만큼 데려왔다, 여기저기 공표한 거고.
유성우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너희들이 그 정도에 밀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간 많이 강해졌을 테니까.”
“…….”
“…….”
모두가 침묵했다.
특급 어비스에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강해지지 않으면 이상한 일임이 분명했으니까.
‘정말로 나쁘지 않은 전력이다.’
A급들은 그렇다 쳐도, S급들의 수준은 상당했다.
유지우와 백우현은 자신의 검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최아연 또한 갈고닦은 실력이 상당했다.
군인이었기 때문인지, 일과 시간 외에 남는 시간은 죄다 수련에 투자해 체력만큼은 어마어마했다.
이 정도면 과거 제자들과 나쁘지 않은 승부를 펼칠 수 있을 듯했다.
결과적으로는 지겠지만.
십몇 합 정도는 받아내겠지.
“이번 공략은 너희들의 실력 증진과 어디까지 할 수 있는 확인하기 위함이니, 무리하면서까지 공략할 필요는 없다. 뭐, 설렁설렁해도 다른 놈들을 제칠 수 있으리라고 믿지만…….”
유지우와 백우현은 속에 숨은 말뜻을 알아차렸다.
너희가 못 먹으면 다 뒈진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걸 알아차린 건 유월을 포함한 세 명뿐, 나머지는 살짝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공략 계획을 짜보자고.”
* * *
다이버들의 어비스 공략을 위한 주둔지는 노르웨이 최북단의 도시인 ‘호닝스버그(Honningsvåg)’에서 두 시간 반 정도 차를 타고 가면 있는 도시인 ‘락셀(Lakselv)’로 정해졌다.
락셀에는 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는 공항이 있는 데다가, 아직 도시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
이곳에서 길드의 대표들이 모여 협의를 거쳐 어비스를 공략하는 것으로, 노르웨이 정부와 합의를 끝내두었다.
노르웨이 정부는 어비스 모든 권리를 길드들에게 내놓았다.
다이버 약소국인 노르웨이의 다이버들로는 도저히 1급 어비스를 공략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비스의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타국의 길드가 공략해 주기를 바라는 것.
“…제 나라를 지킬 힘이 없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지.”
“오빠, 약 먹었어? 왜 그래?”
“이 새끼가 말을 해도 꼭.”
조금 무게 좀 잡으려고 했는데, 유지우가 전부 깨버렸다.
유성우는 쯧, 하고 혀를 차며 옛일을 회상했다.
이계에 있을 적, 힘이 없어 나라를 지키지 못한 왕족이 있었다.
꽤 커다란 나라였으나, 마족과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고 순식간에 몰락해버린.
몰락의 과정도 처참했다.
자신들의 힘으로 지킬 수 없으니, 타국의 용병이나 기사들을 끌어모아 재정을 퍼주다가 망했다.
권리를 점점 뺏기다가, 결국 남은 건 왕성 하나뿐.
그리고 왕족 한 명.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지막으로 남은 왕족이 재능이 있어 유성우가 제자로 거둬들였다.
‘…나라를 재건하겠다는 꿈을 품었던 아이였는데.’
결국에는 죽었다.
누군한테 죽었더라. 주변에서 죽은 이들이 너무 많아 사인(死因)을 떠올리는 것조차 어려웠다.
‘…마족한테 기습을 당했었지.’
잠깐의 고심 끝에 죽음을 떠올린 그는 다시 잊지 않도록 가슴 속에 꾹꾹 눌러 담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락셀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오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 텅 비어있어야 할 공항은 여러 비행기로 가득했다.
대부분이 길드 전용기.
유성우 또한 메테오 인더스트리 전용기로 날아왔으니 별다를 건 없었다.
다른 길드원들이 먼저 비행기에서 내리고, 유성우가 마지막으로 비행기에서 느긋하게 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공항의 분위기가 뒤바뀌기 시작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쏟아지기 시작한 수많은 적의.
자신들이 어비스를 공략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으니.
일치단결하여 기선제압을 하려는 듯했으나.
유성우는 우습다는 듯이 적의에는 적의로 되받아쳤다.
그러자 순식간에 수그러들었다.
단 몇 초도 버티지 못할 거면, 처음부터 왜 적의를 드러내는 것인지.
그들이 우습기만 한 유성우는 먼저 내려서 기다리는 길드원들을 지나쳐 공항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다이버. 하나하나가 A급 미만이 없는, 세계구급의 강자들.
어비스 공략은 벌써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