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43)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43화(143/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43화
헤트리스(3)
지금의 락셀은 변경에 가까운 곳이 식사 등의 여건은 끔찍했다.
그러나 타이탄은 미국의 길드답게 스태프들도 잔뜩 데려와, 식사 등에 문제가 없도록 관리했다.
검혼과 흑천룡은 타이탄에서 열어준 뷔페에서 밥을 먹었고, 회의장에서 본 대표들은 따로 모여 코스 요리를 먹었다.
‘돈지랄이 따로 없군…….’
하지만 나쁜 건 아니었다.
전투식량보다 셰프의 코스가 좋은 건 당연하니까.
자리에 앉은 유성우는 코스로 나오는 음식들을 먹으며 양옆에 앉은 두 명을 흘깃 바라보았다.
묵묵히 식사하던 둘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자리에 앉은 상대를 살피며 묵묵히 식사를 이어 나갔다.
그러다 침묵을 깬 것은 타이탄의 대표였다.
“반갑네, 친구들. 오늘 이리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우리끼리의 친목이 필요해 보여서야.”
“당당히도 말하는군.”
“당연하지! 타지에서 뜻 맞는 친구들을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가? 더군다나 적들이 저리 나오는데 말이야.”
타이탄의 대표, 마크는 호탕한 성격의 남자였다.
사람 좋은 미소를 만면에 내보이며 유성우와 흑천룡의 대표를 향해 말을 이었다.
“검혼의 길드 마스터, 그래, 유성우라고 했던가? 슈팅스타, 좋은 이름이야.”
“마크 테이너라고 했던가?”
“그래! 마크 테이너! 내 이름을 기억하는군. 아주 기뻐.”
“그쪽은?”
유성우는 흑천룡 대표의 이름을 물었다. 저쪽 이름은 들은 적이 없었다.
“흑선무라고 하네. 흑천룡문의 문주이자 천마신교의 교주직을 맡고 있네.”
“마크 테이너, 흑선무.”
유성우는 두 명의 이름을 기억해 두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너희들은 뭘 원해서 이 유럽 끝까지 왔나? 한번 들어보고 싶은데.”
“뭘 원해서 여기까지 왔냐고?”
“그래.”
그의 물음에 마크는 잠깐 생각하는 듯하다가 말했다.
“당연히 끝내주는 아티팩트를 찾으러 온 거지! 좋은 아티팩트 하나만으로 길드의 전력이 얼마나 강화되는지 아나?”
“너는 아티팩트… 그럼 너는?”
“이쪽도 마찬가지네. 본 문에 도움이 될 기물을 찾아 이곳까지 온 것이네.”
둘 다 아티팩트를 위해 이곳에 왔다고 했다.
이상할 건 없었다.
이번 어비스는 신화와 관련된 어비스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아티팩트가 나오리라 생각해 많은 길드가 모인 것이었으니.
하지만 타이탄은 그렇다 쳐도, 흑천룡은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유성우는 흑선무를 쳐다보며 말했다.
“중국에서 마교니 뭐니… 신경을 잔뜩 쓰고 있던데, 여기까지 올 시간은 있던가?”
그의 말에 흑선무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흑천룡이 정말 마교라면, 이제 막 출범한 세력이라 내실을 다지기에도 모자랄 텐데 이 먼 북유럽까지 올 이유가 있느냔 말이었다.
“천마신교라고 하네만.”
“마교.”
“천마신… 아니, 됐네. 아무튼 천마신교 내부에서도 여러 문이 있지. 흑천룡문은 이번에 해외에서 기물들을 조달해 오는 역할을 맡은 걸세. 내가 없어도 잠시간은 괜찮은 정도인 거지.”
“흐음.”
내실을 다지면서도 해외까지 순방할 정도로 인력이 넘쳐난단 말인가?
인해전술의 중국이라는 말도 옛말이었다.
지금의 중국은 과거 대재해 때 완벽히 대처하지 못해 억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고, 나라가 수십 개로 갈라져 지방 영주가 있는 중세 시대로 회귀했다.
그렇기에 중앙 정부에서 관리하지 못하고, 각지에서 여러 세력이 출범하는 것.
“혹시 자네는 무림맹과 손을 잡았나? 그렇다면…….”
“그런 놈들이랑 손을 왜 잡아? 내 손만 더러워진다.”
유성우는 헛소리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그의 말에 흑선무는 ‘그런가.’ 하고 짧게 중얼거리곤 차를 홀짝 마셨다.
그리고 유성우는 궁금하던 한 가지를 더 물었다.
“그런데 왜, 흑천룡은 검혼과 대결하지 않았나?”
흑천룡은 두 번째 자리로 만족했다. 첫 번째 자리를 검혼에게 양보한 것처럼 말이다.
유성우는 내심 흑천룡이 검혼과 싸우기를 바랐다.
흑선무의 실력은 일천하여 백우현이나 유지우와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그의 물음에 흑선무는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싸워 득이 될 게 없었기 때문이네. 다른 문파의 무림인들은 내 실력으로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대들은 쉽게 이길 수 없어 보이더군.”
“우리 애들이 좀 강하긴 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나섰다가는… 자네가 직접 손을 쓸 생각이 아니었나?”
유성우는 흑선무가 감이 좋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흑선무가 직접 나섰다면, 유성우가 나갈 생각이었다.
자신들이 상대하는 게 누구인지 확실히 알려주기 위해.
하지만 흑선무는 싸움을 피했고, 그 결과 별 피해 없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자네에게 살기가 무척이나 짙게 느껴지네. 얼마나 많은 이를 그 손으로 해한 건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마교는 그런 거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닌가? 보통 이미지가 피에 미친 놈들이던데.”
요즘에는 마교가 멋들어지게 나오는 작품도 많지만, 과거 작품에 나오는 마교는 하나같이 광신도들의 집단이었다.
그런 이미지밖에 모르는 유성우가 무심하게 묻자, 흑선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해주었다.
“천마신교는 고통받는 민초들을 구제하기 위해 창설되었네. 검은 구멍, 심연혈(深淵穴)에서 튀어나오는 기기괴괴에게서 자신을 보호할 힘을 갖추기 위해서 말이네.”
“흠, 그렇다면 뭐, 인신공양 같은 건 안 한다는 소린가?”
“당연한 소리지 않나. 요즘 세상에 무슨 그런…….”
“천마신공 같은 건 진짜 있고? 내가 어릴 적에 무협 소설을 꽤 읽어서 말이야.”
“저기, 형제들. 두 명이서 아주 재밌게 대화하는 것 같은데, 나도 좀 끼워주면 안 되겠나?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흑선무와 유성우의 대화에 끼지 못하던 마크가 서글픈 얼굴로 둘을 바라보았다.
중년 남자가 짓기에는 안쓰러운 표정이었다.
“대충 얘네 소속이 자선단체 같다고 얘기하는 중이었지.”
“그래? 블랙 스카이 드래곤? 멋진 이름이군.”
“흑천룡이네만.”
“그래, 블랙 스카이 드래곤.”
서로가 가진 번역기 성능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마크는 클클 웃으며 손을 내젓고는 말을 이었다.
“아무튼… 원래 목적은 그거야. 우리끼리는 협력을 좀 하자고. 저 재수 없는 코쟁이 놈들이 활개 치게 둘 수는 없잖나.”
“코쟁이로 치면 네가 더 코쟁이인 것 같은데 말이지.”
“나는 찬성하네. 적어도 우리끼리는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하네만. 자네 의견은 어떤가?”
마크와 흑선무의 시선이 유성우에게 쏠렸다.
마크는 이렇게 맛있는 밥까지 줬는데 거절할 생각이냐는 표정이었고, 흑선무는 유성우를 적으로 돌리기 싫어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둘의 의도는 다르지만 방향은 같았다. 유성우는 무심한 얼굴로 둘을 번갈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흠, 그렇다면 흑천룡, 아예 같이 들어가는 건 어떤가?”
“…같이 들어가자고?”
“그래. 뭐, 1급 어비스답게 넓다던데. 길도 여러 군데일 테고. 어차피 우리 길드가 노리고 온 건 하나밖에 없어서 말이다.”
유성우가 이 먼 북유럽까지 출장을 온 이유는, 어디까지나 헤트리스가 흐레스벨그의 꽁지깃을 얻어야 한다고 난리를 쳐서다.
겸사겸사 길드원들의 실력 확인도 하는 것이고.
정찰 탐사 결과 1급 어비스, ‘흐레스벨그의 횃대’는 무척이나 넓은 어비스로 루트도 여러 군데다.
입장 순서를 정하는 건 비교적 안전한 루트의 선점과 겹치지 않기 위함도 있었다.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자는 거지. 너희도 빨리 공략하고 빨리 돌아가고 싶을 거 아닌가?”
“그렇네만… 그래도 되는 건가?”
“우리는 재료 하나만 얻으면 된다. 아티팩트는 부가적인 거고, 우리가 그 모든 루트를 뺑뺑이 돌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면 우리야 고마울 따름이네만, 과한 친절이라고 해야 할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군.”
“정 보답하고 싶다면 무림맹 놈들이나 잘 밀어보라고. 우리 회사 연구원들 감금했던 새끼들이니까.”
유성우는 아직 무림맹의 만행을 잊지 않았다.
귀찮게 그 먼 거리를 왕복하게 만들었던 개새끼들…….
무림 쓰레기들…….
개같은 칼잡이들…….
“그런 일이 있었군. 듣기는 했지만 그게 정말이었을 줄이야…….”
흑선무는 유성우의 이야기를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마크도 끼워달라며 거의 눈물을 흘렸지만 유성우는 나중에 따라오라며 식사를 마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떠나기 전, 흑선무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왜, 천마 행세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진짜 천마를 만나기를 바라지.”
그의 말에 흑선무는 얼굴이 굳었다. 이어서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마크에게 예를 표하고는 식사 자리를 떠났다.
홀로 남게 된 마크는 제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쉽지 않네…….”
* * *
“천마시여… 그에게서 등을 돌리게 되면 거대한 적이 될 것입니다. 곁에 두어 든든한 우군으로 만들어야만 대계(大計)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가. 자네에게 천마 행세를 시키게 되어 미안하네.”
“아닙니다. 제게 천마님의 명령은 그저 기쁨. 목숨을 걸고서라도 따르겠습니다. 천마시여…….”
흑천룡의 문주, 흑선무는 어두운 호텔방 안에서 한 사람의 앞에서 이마를 바닥에 붙인 채 말하고 있었다.
그의 앞, 의자에 앉은 이는 흑단과도 같은 검은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린 장신의 여인이었다.
그녀야말로 당대의 천마라 불리는 천마신교의 교주.
천마의 교리로 가련한 중생들을 구원하고, 힘으로 천하를 평정하기 위해 탄생한 교도들의 구세주.
“흑천문주, 이번 일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게. 이번 일에 대계의 성패가 달려 있네.”
“물론입니다. 다행히도 유성우 그자는 저희에게 악의는 없어 보이는 데다가, 같은 적을 두고 있는 듯하니 분명 천마께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번에도 그가 한발 양보해 주었으니, 천마께서도 감사를 표해주신다면, 더욱 끈끈한 우정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나중에 따로 감사를 전하도록 하겠네. 자네가 진짜 천마가 아니라는 걸 그리도 빠르게 알아채다니, 눈썰미가 대단하군.”
당대 천마, 흑사향은 도대체 유성우가 어떻게 흑선무가 천마가 아닌 걸 알아차렸는지 궁금했다.
나중에 직접 물어볼 기회가 있을 테니,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
“여기가 바로 흐레스벨그의 횃대…….”
다음 날이 되어, 어비스로 들어온 검혼과 흑천룡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압도되었다.
끝도 없이 펼쳐진 하늘에, 깎아지른 절벽.
돌풍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이곳은, 확실히 신화 속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산을 올라가는 루트는 여섯 개 정도 되는 모양입니다.”
미리 앞서 나가서 빠르게 정찰하고 돌아온 백우현이 바닥에 검 끝으로 그림을 그렸다.
개발새발… 알아보기 어려웠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할 수 있는 그림이었다.
“가장 완만한 루트는 2번이고, 가장 험한 지형은 6번이었습니다.”
“그럼 2번으로 가야겠네요.”
“예, 저도 그편이 제일 낫다고 생각합니다.”
백우현과 유지우가 의견을 나누었다. 가장 편하게 산을 오를 수 있는 루트.
그러나 그런 그들의 의견은.
“뭔 소리야? 당연히 6번으로 가야지. 정신 안 차려?”
유성우 선에서 정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