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45)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45화(145/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45화
헤트리스(5)
바위산을 올라갈수록 신기한 구조물이 발견되었다.
산 아래쪽에는 그런 흔적이 별로 없었는데, 올라갈수록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바위산 곳곳에 있는 동굴들과 그 안에서 발견되는 여러 흔적.
알 수 없는 문자가 새겨진 벽, 무언가를 숭배한 듯한 의식의 흔적 또한 가득했다.
“으스스하네요…….”
잔느의 말에 사람들이 동의했다.
광원 하나 없는 어두운 동굴 속에 백골이 굴러다녔다.
어찌나 오래된 것인지 조금만 건드려도 파삭, 하고 부서질 것 같았다.
잔느가 마법으로 내부를 밝히자 무언가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분석 담당은 헤트리스였다.
그녀는 내부를 자세히 살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무언가를 향해 기도하던 채로 죽은 것 같은데요.”
백골들의 위치는 모두 한 구석을 향해 있었다.
동굴의 안쪽, 벽에 새겨진 건 새를 그린 듯한 형상.
그 앞에는 작은 제단이 있었고, 지금까지 만난 백골들은 제단을 향해 기도하다가 죽은 듯한 형태.
“이런 일관적인 형태의 죽음이 보인다는 건, 오랜 시간 이곳에 군림하던 지배자가 있었다는 뜻이겠죠. 기도하다가 죽을 정도의 집착이면 지배자의 기적은 눈으로 확인 가능할 수준이지 않을까요?”
“흠.”
유성우는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죽은 이들의 신앙은 어디로 향했는가. 유성우는 어렴풋이 그 정체를 깨닫고 있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확연하게 느껴지는 존재감이 있었다.
아마도 바위산의 정상에 도달한들 마주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 바위산을 지배하던 존재는 진짜이리라.
“다른 쪽은 어떨지 모르겠군.”
유성우는 동굴 바깥으로 나가 다시 위쪽을 바라보았다.
아직 정상까지는 한참 남아 있었다. 여전히 구름에 가려져 끝이 보이질 않으니.
게다가 올라갈수록 산소가 점점 희박해졌기에, 다이버들이라도 활동하기 어려워지고 있었다.
유성우는 괜찮았지만, 다른 이들의 상태로 볼 때 빠르게 공략하는 건 불가능할 듯했다.
“새끼들, 빠져가지고…….”
휴식을 취하는 다이버들을 보며 유성우들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애초에 몇 시간 만에 공략하리라 생각한 유성우가 이상한 것이었다.
보통 2급이나 1급은 공략에 일주일 이상을 잡는다.
길면 어비스 내부에서 한 달 넘게도 보내야 할 수 있었다.
“다들 오빠 같은 줄 알아?! 페이스가 너무 빠르다고, 너무.”
다른 이들은 내심 유지우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유지우도 없었다면 유성우의 말에 찍소리도 못하고 입 다물고 있어야 했을 텐데.
하고 싶은 말을 그녀가 전부 대신 해주고 있었다.
아무리 까불어도 죽이거나 집에서 쫓아내지는 않는 존재.
그게 바로 여동생이라는 존재일 테니까.
유지우마저 없었다면 이미 속이 터져 죽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고구마 속의 한 줄기 사이다라고 해야 할까.
“저희가 올라온 루트는 다른 루트에 비해 힘든 대신 속도가 빠른 편 같아요. 다른 루트로 향한 길드들은 아직도 초입에서 헤매는 중일 거예요.”
유지우의 말에 유월이 호응했다.
요지는 그것이었다. 우리 더럽게 빠르니까 천천히 좀 가자고.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괴조의 습격이 네 번이나 있었고, 계속된 전투에 심신이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말은 잘하는군. 나는 10분도 안 쉬고 사흘을 넘게 싸웠는데. 그 정도 체력은 있어야지.”
“…그건 사람이 아니라 괴물입니다. 괴물.”
지금까지 묵묵히 지시에 따르던 최아연도 결국 불만을 한마디 툭 내뱉었다.
그리고 유성우가 주먹에 힘을 주는 모습이 보이자 모두의 입이 싹 닫혔다.
“드디어 해가 지는군.”
바깥에서 하늘을 살피던 유성우가 그리 말했다.
바위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한나절은 넘게 지났는데, 드디어 하늘에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제외하고는 더는 바위산을 오르기 힘들어 보였기에, 오늘은 여기서 야영해야 할 듯했다.
“오늘은 여기서 쉬고 가지. 다시 출발하는 건 날이 밝고 나서다.”
그의 말에 빠르게 사람들이 야영 준비를 시작했다.
동굴 속에 있던 백골들은 한쪽에 몰아두고, 아공간 가방으로 가져온 캠핑 도구들을 꺼냈다.
사람들이 준비를 빠르게 끝마치는 동안 유성우는 동굴 바깥에서 상황을 살피며 경계했다.
지금도 여전히 지켜보고 있는 놈이 있었다.
인식 범위 바깥에서 공격해 온다면 막을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었기에, 긴장을 끌어올렸다.
그러다 갑자기 느껴진 인기척에 고개를 들고 위쪽을 쳐다보았다.
눈에 오러를 집중해 가늘게 바라보니, 무언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게 뭔지 인식한 순간 유성우는 검을 빼 들고는 크게 휘둘렀다.
카아아아아앙-!!
강렬한 쇳소리가 울려 퍼지고, 유성우가 차낸 거창(巨槍)이 튕겨 나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경계하고 있던 게 정답이었다.
노을이 지고, 밤이 찾아오는 순간 어디서 던진 건지도 모를 저격이 날아왔다.
강렬한 소리에 안쪽에 있던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나오려 했으나, 유성우가 소리쳤다.
“안으로 들어가! 밖으로 나오지 마라! 잔느! 유지우! 기척을 숨기는 마법이 있으면 빨리 펼쳐!”
그가 다시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창이 재차 날아왔다.
정확하게 그들이 있는 방향을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창은 아까 날아왔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재차 창을 튕겨낸 그는 이빨을 뿌득 갈았다.
‘어디서 던진 거지?’
기감을 확장해도 어디서 던진 건지는 찾아낼 수 없었다.
그렇다는 건 상대는 그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 바깥에서, 이런 무지막지한 투창을 쏘아내고 있다는 뜻이었다.
척 보기에도 커다란 창은 유성우의 두 배는 되는 크기였고, 한 손에 쥘 수도 없는 두께였다.
‘육안으로 보고 던지는 건 아니겠지.’
이런 곳에서 시야를 확보하기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으니, 적어도 그건 아니라고 확신한 유성우는 둘에게 기척을 숨기는 마법을 펼치라 지시한 것이었다.
유성우는 두 명이 마법을 펼친 것을 확인하곤, 숨을 길게 내뱉으며 기척을 죽였다.
그러자 날아오던 투창이 멈추었다. 유성우는 아직도 손에 남은 감각을 느끼며 혀를 찼다.
“쯧, 이건 좀 골치 아프겠군.”
밤이 되자마자 투창을 시작하는 걸 보면 밤마다 이 투창은 계속되리라.
창을 던지는 놈을 죽이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혀를 작게 찬 그가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정체도 모를 놈이, 확인되지 않는 곳에서 거대한 창을 던져댄다고.
“…그래서 기척을 숨기는 결계를 펼치라고 하셨군요.”
“그래. 밤에는 섣불리 결계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갑자기 날아온 창에 몸이 꿰뚫리고 싶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 광경을 상상했는지 몸서리를 쳤다.
만약 유성우가 없었다면 그들은 야영하려던 중, 누군가가 창에 맞아 한두 명은 반드시 죽었으리라.
“놈이 우리를 감지하는 방식은 아마도 기척이다.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거리에서 투창을 던지니, 마력이나 생명력 등을 감지해 던져대는 거겠지.”
인간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는 생명력. 혹은 마력.
다이버들이라면 그 생명령과 마력이 모두 강하기 때문에, 모종의 방법으로 그것을 감지해, 투창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그게 가능한 거야? 그렇게 먼 거리에서 정확하게 투창해서 맞힌다는 게…….”
“나도 그 부분이 좀 신경 쓰이기는 하는데, 깊게 생각할 건 없다. 보나 마나 날아온 창에 무슨 마법이 작동하고 있는 거겠지.”
일생으로 창을 두들겼을 때, 강력한 마력의 파동을 느꼈다.
거대한 창 그 자체로 강력한 아티팩트임이 분명했기에, 유성우도 멀리 쳐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위로 올라가는 것밖에 정답은 없는 모양이군.”
아무튼, 그들은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야만 했다.
그들이 향해야 하는 길은 위쪽밖에 없었으니까.
* * *
다른 이들이 안쪽에서 잠을 청할 때, 유성우는 홀로 동구 입구 쪽에서 검을 품에 안은 채 앉아 있었다.
버릇이기도 했고, 적어도 편안하게 수면을 취하게 해주고 싶었다.
싸움이 계속되면 아무래도 가장 부족한 건 수면이었으니까.
날이 밝을 때까지 동굴 앞을 지킬 생각이었던 그는,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가서 자라.”
그의 말에도 유지우는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유성우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그녀는 제 무릎을 끌어안더니 중얼거렸다.
“생각해 보니 오빠랑 이렇게 단둘이 얘기한 적도 없는 것 같아서.”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가서 잠이나 자라니까.”
“아니, 그냥…….”
입을 우물거리던 유지우는 입맛을 몇 번 다시더니 말했다.
“오빠, 내가 맨날 불평만 하는 것 같아서, 그거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어.”
“어릴 때부터 일상이었으니까 별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지…….”
“오빠가 돌아오고 마음이 놓였는지… 불평이 더 많아진 것 같았어. 아니, 그냥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네.”
유지우는 어릴 적에 부모를 잃고, 고등학생 때는 유일한 가족인 유성우마저 잃었다.
주변에 어리광을 부릴 어른도 없었기 때문에 홀로 고독하게 어른이 되었다.
그런 어릴 적에 담아두었던 감정들이 유성우가 돌아오고 나서 풀린 건지, 괜히 투정을 부리는 일들이 늘어났다.
유지우는 어느 순간 그것을 자각했기에 말이라도 한 번 해둬야 할 것 같아, 모두가 잠든 이런 시간을 택했다.
“…….”
“오빠, 다시 말하지만 돌아와 줘서 정말로 고마워. 진심이야. 오빠가 돌아온 것만으로도 나는 정말로 기뻐…….”
“나도 너를 다시 보게 되어서 정말 기뻤다. 계속 바라던 일이었으니까.”
유지우의 진심에 유성우 또한 진심을 털어놓았다.
오랜 시간 묵혀둔, 케케묵은 감정을 털어낼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믿지 못했어. 10년 만에 오빠가 돌아왔다고? 우리 오빠가 귀환자라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
믿기 어려웠다.
자신이 잘 나가니,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제 오빠 행세를 하며 찾아온 게 아닐까 싶었다.
귀환자라며 기억을 잃은 척, 그저 호의호식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차를 끌고 센터로 가는 동안 수십 번이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죽었다고 생각한 오빠가 갑자기 떡하니 모습을 드러냈다는 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센터에서 만나게 된 유성우는 기억을 잃은 것도 아니었으며, 여타 다른 귀환자들과는 격이 다른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제게 말했다.
너를 보기 위해 수십 년의 시간을 견뎌내 도달했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유지우는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수십 년 동안 그 세계에 있었다면, 그 세계에 정도 많이 들었을 텐데.
그곳에서 살아가지 않고 자신을 위해 돌아오는 길을 택했다.
“나는 오빠를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빠는 나를 잊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 너무, 미안하더라.”
“그래, 좀 미안해해라.”
“이럴 때는 미안해할 필요 없다, 그런 말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진짜 미안해할 필요가 있으니까 그런 거다. 계속해서 갈망하는 방법은, 잊지 않는 거니까.”
유성우 또한 잊지 않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런데 유지우는 잊었다고 하니 조금 괘씸하지 않은가.
“생각해보니 열받네. 딱 대, 조금만 맞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