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46)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46화(146/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46화
헤트리스(6)
다행히 유지우는 사랑이 담긴 딱밤 한 대를 얻어맞는 걸로 끝났다.
얼얼한 이마를 문지르며 그녀는 잠들었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다시금 바위산을 계속 오르다 보니, 이번에는 살아있는 사람을 마주할 수 있었다.
“카아아아악-!!”
“카아아아아아악-!!”
몸에 걸친 건 누더기인 데다가, 팔다리가 기괴할 정도로 길고, 괴성을 질러대는 점만 아니었다면 대화라도 시도해봤으리라.
마을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에서 어슬렁거리던 그들은 검혼이 마을에 진입하는 순간 일제히 몰려들었다.
서른가량 되는 숫자에 유성우는 뒤로 물러나 자신을 제외한 이들의 전투를 지켜보았디.
어디까지나 이번 어비스 공략은 실력의 확인이다.
지금까지 단련한 이들의 기량을 확인하고, 더욱 발전시킬 기회.
소드마스터와 유능한 힐러가 뒤를 봐주고 있으니 그들도 부담 없이 제 실력을 펼칠 기회였다.
서른 가까이 되는 인간 형태의 백색 괴물들이 기다란 손톱을 휘둘러오며 달려들었다.
그들은 비전투직인 헤트리스와 힐러인 잔느를 중심으로 전투를 진행했다.
유성우는 싸우는 열한 명을 바라보며 분석했다.
전투할 때 나오는, 자신도 모르는 나쁜 습관 등을 고쳐주기 위함.
“진짜 나 같은 길드장 없다니까…….”
검술도 가르쳐줘, 나쁜 습관도 고쳐줘, 거기다 강하기까지.
이런 완벽한 길드장이 또 어디에 있을까.
이런 일은 이계에서도 많이 해보았기 때문에 유성우는 한 명 한 명을 꼼꼼히 분석해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이번 전투로 저들은 한층 더 성장할 것이다.
한 명으로는 안 되겠지만, 여럿이 뭉쳐서 자신을 대신할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유성우는 그런 수준까지 저들을 갈고 닦을 생각이었다.
“저놈 자꾸 어깨 들리네…….”
유성우는 혀를 쯧 차고는, 전투가 막 끝나 재정비하는 이들 사이로 다가갔다.
“잘 싸운다, 잘 싸워.”
도저히 칭찬으로는 들리지 않는 말투에 몇몇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이 떠올려봐도 방금은 좀 잘 싸웠다고 생각했는데.
유성우는 전투 중에 발견한 문제점을 몇 가지 알려주었다.
그의 지적은 모두 합당했기에 그들은 지적을 새겨들었다.
유성우의 실력을 모를 때였다면 그게 무슨 소리냐고 반박했겠으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는 모두 유성우의 실력을 알았다.
조언 하나하나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들.
조언을 끝낸 그는 다시금 공략을 재개했다.
모처럼 살아있는 사람도 만났고, 마을의 흔적도 발견했으니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을 터.
마을 곳곳으로 흩어진 열두 명은 내부를 꼼꼼히 조사해 공략에 도움이 될 만한 흔적을 찾았다.
그리고 찾은 건 석판 몇 개와 기묘한 힘이 느껴지는 신상들.
바위산을 오르다 동굴에서 발견한 벽화에 그려져 있던 새를, 신상으로 깎아낸 것이었다.
헤트리스는 곧장 그것들의 분석에 들어갔고, 결과를 내놓았다.
“신상이 만들어진 연도는 최소 천 년이 지난 것 같아요. 무척이나 오래됐네요. 석판에 새겨진 건 푸사르크(fuþark)… 룬 문자네요. 정말로 북유럽 신화…….”
“해석도 가능한가?”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라면 가능해요. 음, 그러니까… ‘바람에 닿으리라 생각했던 우리는 풍화되어 아스라이 사라지리라’… 이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으음.”
눈살을 찌푸린 채 석판과 신상을 번갈아 바라보던 유성우는 이내 결정을 내렸다.
이런 걸 일일이 신경 쓰다가는 시간이 소요되기만 할 뿐.
가치 없는 것들이라면 버리고 나아가야 하리라.
“필요한 것만 챙겨라. 어차피 우리 목표는 흐레스벨그지, 이런 것들이 아니니까.”
“네.”
그리고 그들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길을 찾아내, 마을을 벗어났을 때.
불길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육중한 무언가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
모두의 고개가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돌아갈 때.
유성우는 홀로 움직여 어느새 꺼내 든 일생을 휘둘러 날아온 창을 쳐냈다.
까아아아앙-!!
귀를 울리는 소리에 사람들이 귀를 틀어막았고, 유성우는 되돌아가는 창을 쳐다보며 말했다.
“아직 낮인데 던져대기 시작한 걸 보니 이제 눈으로도 보이는 위치에 있나?”
놈이 밤에 창을 던져댈 수 있었던 건, 이 바위산에 밤이 찾아오면 산을 둘러싼 마력의 흐름이 잔잔해지기 때문이라는 걸 잔느와 유월의 충고에서 알았다.
낮에는 마력의 흐름이 극심하기에 마력을 포착하지 못해 창을 던지지 않았는데.
지금은 낮인데도 불구하고 저 멀리서부터 창이 날아왔다.
마력의 폭풍이 거셈에도 탐지할 수 있을 만큼 거리가 가깝다는 뜻이리라.
그렇다면 유성우 또한 놈을 찾아낼 방법이 있었다.
“너희는 먼저 가라. 나중에 뒤따라서 갈 테니.”
그리 말한 유성우는 재차 날아온 쳐내고는, 창이 날아온 방향으로 가볍게 뛰어올랐다.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남은 이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유성우가 없을 시에는 부길드장인 백우현이 지시를 내리기로 했다.
그는 한층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는 길드장의 지시대로 계속해서 올라갑니다. 모두 주변 경계를 철저히 부탁드립니다.”
* * *
빠른 속도로 돌아간 창이 다시 날아왔다.
유성우는 벌써 네 번째 창을 쳐냈고, 다섯 번째 창이 날아왔다.
이번에 그는 창을 쳐내지 않고, 궤도를 읽어냈다.
오른손에 들려있던 일생을 돌려보냄과 동시에 몸을 틀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거대한 창이 옆을 지나가자, 그는 손을 뻗어 창대를 붙잡았다.
“드디어 잡았다.”
그의 손에 붙잡힌 창이 손길을 거부하며 강렬한 마력을 뿜어냈다.
지금 당장 놓지 않으면 네 몸을 전부 태워버릴 것이라는 의지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유성우는 반대로 자신의 오러를 때려 박으며 창의 의지를 찍어눌렀다.
창이 잠잠해지자 창을 반 바퀴 돌려 쥔 그가 그대로 던졌다.
만약 창이 주인에게 돌아가는 마법이 걸려있다면 창의 주인에게 돌아가 꽂히리라.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재빠르게 발을 박차 창 위에 올라타, 오러로 발을 고정했다.
근두운에 탄 손오공처럼 거센 마력폭풍과 구름을 가르며 한참을 날아간 그는, 또 다른 바위산을 눈에 담았다.
그들이 있던 지형에서는 가려져 보이지 않던 바위산.
그곳에는 거대한 첨탑이 있었고, 첨탑의 옥상에는 거인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마을에서 보았던 것처럼 전신은 온통 백색에, 누더기를 걸친 놈.
잠도 편하게 못 자게 만드는 새끼. 불면증의 원인!
‘8미터쯤 되겠군.’
어마어마한 크기.
드디어 창을 던져대던 놈의 모습을 본 유성우는 헤트리스가 말해준 이야기를 하나 떠올렸다.
‘북유럽 신화에서는 저런 것들을 요툰(Jǫtunn)이라고 부른다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애시르 신족과 바니르 신족의 적.
헤트리스가 말해준 특징이 저 거인과 딱 들어맞았기에, 요툰이라는 것을 특정해낸 그는 창에서 뛰어내리며 일생을 꺼내 들었다.
창은 빠른 속도로 날아가 거인의 다리에 박혔고, 유성우의 검 또한 크게 휘둘러졌다.
그러나 거인은 덩치에 걸맞지 않게 빠르게 뒤 쪽에 놓인 다른 창을 주워 일생을 막아냈다.
쿠웅, 하는 육중한 소리와 함께 둘을 중심으로 충격파가 퍼져나가고, 첨탑이 작게 흔들렸다.
“막아?”
거인이 제 검을 막아내자 유성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재차 검을 휘둘렀다.
그는 일부러 검으로 강하게 창대를 두들겨댔다.
한 방, 한 방 감정을 실어서 휘두른 검은 거구의 거인마저도 서서히 밀려나게 했다.
유성우를 밀어내기 위해 창대를 움직였으나, 그의 검보다는 훨씬 느린 속도였기에 반격다운 공격은 하지 못했다.
“우워, 우워어!”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이상한 비명을 질러대는 거인.
유성우는 연속으로 놈의 창대를 두들겼고, 이내 창대에 금이 쩍, 하고 가더니 산산이 부서졌다.
“우워어어어어-!”
창대가 부서지자 거인은 당황하며 다리에 박히 창을 뽑아내려 했다.
그러나 유성우는 놈이 창을 뽑아낼 틈도 주지 않았다.
일생을 휘둘러 놈의 팔을 잘라내고는, 가볍게 뛰어 발로 턱주가리를 걷어찼다.
커다란 거인의 몸이 몇 발자국 뒷걸음질로 물러나더니, 이내 탑의 난간으로 넘어갔다.
-우워어어어어……
난간 너머로 거인의 비명이 점점 멀어졌다.
어찌나 높은지 몸이 지면에 부딪히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유성우는 숨을 길게 내뱉으며 숨을 고르곤 첨탑을 살폈다.
거인이 서 있던 자리에는 얼마나 오랜 시간 서 있던 건지, 발자국이 움푹 패 있었고, 그 뒤로는 첨탑 내부로 들어가는 길이 있었다.
“별 것도 아닌 놈이…….”
일생을 돌려보낸 그는 첨탑 위에 굴러다니는 창 몇 자루를 발로 툭툭 차보고는, 첨탑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인이 이용하던 첨탑이라 그런지 내려가는 계단 또한 거대했다.
푸른 횃불이 줄줄이 걸린 계단을 한참을 내려가니, 커다란 공동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백골이 수두룩하게 쌓여있었는데, 그 크기 또한 거인의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거인이 이곳에서 죽었는지 바닥이 거대한 뼈로 가득 차 있었다.
“…이건 뭐지?”
유성우는 뼈 무더기 사이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했다.
푸른 횃불의 빛을 반사하는, 자그마한 거울이었다.
유성우의 손바닥만 한 거울은 기묘한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아티팩트다.’
유성우는 뼈무더기 사이로 걸어 들어가 거울을 주워들었다.
거울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자, 표면에 작은 빛무리가 어리더니 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일직선을 그리는 빛.
유성우는 빛이 가리키는 방향이, 자신이 온 방향이라는 걸 알아차리고는 중얼거렸다.
“이게 위치를 특정하게 해준 아티팩트인가?”
어쩐지 너무 정확하게 던진다 싶었다. 창을 살펴보니 마법이 담긴 건 확실해도, 그런 정확한 조준 보정이 되는 정도는 아니었다.
이 아티팩트를 기준점 삼아 거인은 창을 던진 것이었다.
“이 정도 성능이라면……”
꽤 유서 깊고 쓸만한 아티팩트임이 분명했다.
흐레스벨그의 꽁지깃을 찾으러 왔다가 의외의 수확을 얻었다.
유성우는 이름 모를 거울을 곧장 허리춤의 아공간 가방에 집어넣고는, 뼈 무더기를 좀 더 뒤져보았다.
그렇게 주운 건 몇 개의 낡은 무기들.
거인이 쓸 법한 거대한 검이나 창, 도끼.
낡아 빠졌기에 그다지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대장장이로서의 견식으로는 처음 보는 금속으로 만들어졌기에 연구 가치는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는 다시 첨탑의 위로 올라와 자신이 온 방향을 살폈다.
한참을 날아왔기 때문인지 왔던 바위산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건너편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살짝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기세에 맡겨 창을 던지던 놈을 잡으러 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돌아갈 방법까지는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왔을 때와 같은 방법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유성우는 첨탑에 굴러다니던 창 한 자루를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아공간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 오러를 주입하자, 빛 한 줄기가 건너편의 하늘로 이어졌다.
유성우가 의도하는 바가 맞다면, 이 빛줄기는 열심히 공략하고 있을 검혼의 다이버들에게로 향하는 것이리라.
그는 힘차게 하늘을 향해 창을 던지며 중얼거렸다.
“알아서 잘 피하겠지.”
못 피하면 죽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