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52)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52화(152/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52화
흐레스벨그(5)
흐레스벨그의 몸뚱이 위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그리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다.
흐레스벨그의 몸뚱어리가 거대해서 흔들림은 적었지만, 돌풍이 쉴 새 없이 불어댔다.
등에 붙은 벌레를 떼어내려는 것처럼 부는 돌풍은 발을 디디고 있는 것조차 어려웠기에, 그들은 준비한 와이어와 갈고리를 이용해 발을 놈의 몸뚱어리에 고정했다.
“이 씹새… 뒈져!”
“플레임 스트라이크-!!”
“그냥 공격-!!”
다이버들이 저마다 강력한 한 수를 뽑아냈다.
최아연은 아예 무릎을 꿇은 채 독 바른 단검을 푹푹 찔러댔고.
유지우는 마력을 죄다 쏟아부으며 마법을 퍼부었다.
해월검은 이런 상황에서 어울리지 않기에 모든 마력을 마법으로 돌리는 중.
지금까지 유성우 밑에서 구른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개개인이 넣는 공격은 미미할지 몰라도, 여럿이서 함께라면 얘기가 달랐다.
서로의 공격은 시너지가 되어 더욱 큰 위력을 선보인다.
유지우의 마법이 최아연이 낸 상처에 발동해 더욱 깊은 곳에 피해를 입힌다든가.
“가죽이 더럽게 질깁니다!”
“깃털도 거의 강철이에요!”
공격하던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그래도 그런 것들을 뚫고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기꺼워해야 하리라.
그것도, 앞에서 어그로를 모조리 끌어주는 유성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테니.
“있는 거 없는 거 다 때려 부어요! 으, 씨발, 백우현 그 인간은 이럴 때 또 어디로 간 거야!”
유지우가 소리쳤고, 그 순간 하늘에서 벼락이 쳤다.
쿠르릉- 하는 천둥소리와 함께 눈앞이 번쩍하더니 새파란 번개가 흐레스벨그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늦었습니다!”
벼락의 주인은, 당연하게도 백우현이었다.
그의 뒤를 따라 잔느가 느릿하게 내려왔고, 재회의 기쁨을 나눌 새도 없이 공격은 재개되었다.
흐레스벨그의 돌풍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바람을 불러일으켰으나, 잔느가 합류하고 난 뒤 상황은 더욱 달라졌다.
“바람은 제게 맡기세요!”
잔느가 보호막을 펼쳐 바람을 밀어냈다.
덕분에 좀 더 안정적으로 딜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이 완성되었다.
백우현의 남청검에서 연신 벼락이 뿜어졌다.
지금까지 훈련을 거듭했지만, 전력을 내본 적은 없던 그였다.
언제나 전력의 삼할은 숨기라는 유성우의 조언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숨길 이유가 없다.
그는 자신의 이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며, 연신 벼락을 때려 박았다.
몇 번이고 커다란 번개가 번뜩이자 흐레스벨그가 반응했다.
북유럽 신화 최후의 전쟁, 라그나로크에서 토르와 오딘의 벼락에 처맞은 기억이라도 있는 건지.
흐레스벨그는 괴성을 질러대며 발광했다.
그러나 그것도 이내 유성우에게 처맞으며 입을 닫았지만, 머리 위에 달라붙은 놈들을 그냥 둘 게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자식들을 불러들였다.
사방에서 어디선가 날아온 커다란 괴조들이 검혼의 다이버들을 덮쳤다.
흐레스벨그의 새끼들.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들을 지독하게 괴롭혀온 괴물들.
놈들은 잔느가 펼친 보호막을 부수기 위해 발톱과 부리를 놀렸지만, 잔느의 보호막은 그리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수많은 동료를 지켜왔던 그녀의 신념은 그리 무디지 않았으니까.
굳건한 보호막 속에서 그들은 가능한 한 모든 스킬과 마법을 흐레스벨그에게 쏟아부었고.
어느 정도 지난 뒤 유성우의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꽂혔다.
-뒤쪽으로 이동해라.
대가리가 세차게 휘둘릴 테니 휘말리지 않도록 이동하라는 소리.
유성우가 큰 거 한 방을 먹이겠다는 뜻이었다.
그들은 이동하며 품속에 넣어두었던 포션들을 꺼내서 마셨다.
헤트리스 특제 회복 포션과 도핑 포션들.
지쳐가던 몸이 단번에 회복되며, 소모한 마력들도 급속도로 차올랐다.
그와 동시에 굉음이 그들의 귀를 때렸다.
유성우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폭탄이라도 터뜨린 것 같은 소리가 놈의 머리 쪽에서 들려오며.
처음으로 흐레스벨그가 만들어낸 게 아닌 폭풍이 불었다.
흐레스벨그의 머리가 세차게 흔들렸다.
“고저어어어엉-!!”
유지우가 소리치자 다이버들은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와이어를 이용해 몸을 고정하고는, 다시금 스킬과 마법을 쏟아부었다.
폭음이 터지며, 마력이 어지러이 풀려난다.
그들은 잔느의 보호막과 유성우의 어그로를 믿으며 하염없이 가진 것들을 토해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신을 죽여버리기 위해서.
* * *
“생각보다 괜찮군.”
유성우는 흐레스벨그의 머리 위에서 날뛰는 이들을 보며 그리 평가했다.
생각보다는 잘 싸우고 있었다.
괴조들의 공격은 잔느가 굳건하게 막아냈고, 확실하고 꾸준하게 공격을 때려 박고 있었다.
공중에 뜬 유성우가 지금까지 공격에 검을 휘두른 횟수는 세 번.
나머지는 전부 방어를 위해 휘두른 검이었다.
흐레스벨그는 제 머리 위에 올라탄 인간들을 내버려 두는 대신, 모든 자원을 그에게 쏟아부었다.
사방에서 광선이 날아온다.
강철같은 깃털이 창이 되어 그의 심장을 노렸고.
흐레스벨그의 마력이 사슬이 되어 그를 옥죄려 들었다.
“이건 좀 귀찮은데…….”
강대한 마력이다.
몸집만큼이나 거대한 마력을 몸에 품고 있기에, 옥죄는 구속력마저 어마어마했다.
한 번 제대로 묶이면 몇 초 동안은 움직이지도 못할 터였다.
“쯧!”
크게 혀를 찬 그가 공중에서 몸을 비틀고, 뻗어온 사슬을 검 끝으로 건드리며 흘려냈다.
와중에 다가온 깃털의 창을 발로 차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공중에서 벌이는 곡예.
한순간이라도 틀린 판단을 하면 그대로 커다란 참사로 이어지겠지만.
유성우는 이런 곡예 정도야 아주 오랫동안 해왔고, ‘마스터’는 실수하지 않기에 마스터인 것이다.
검을 천 번 휘둘렀을 때 한 번 잘못 휘두르면, 마스터라 불릴 자격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유성우는 동작 하나하나에 의미를 실었다.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다 못해 완전히 없애 버렸고, 확신이 실린 검은 그의 수족처럼 따라주었다.
“그럼 이제 슬슬.”
콰아앙, 하고 흐레스벨그의 머리 위에서 다시금 굉음이 터졌다.
유성우는 굉음을 듣자마자 몸을 세차게 회전시키며 다가오던 것들을 튕겨내곤, 삼정을 불러내 발판으로 삼았다.
그러고는 다리에 힘을 주어 흐레스벨그를 향해 쇄도했다.
일생을 여전히 손에 꼭 쥔 채, 오러를 그러모았다.
‘생사여탈은 효과가 없겠지.’
거대한 몸뚱어리다.
그만큼 형체를 유지하는 영혼의 강인도 또한 어마어마할 테니.
“…그렇다면.”
무식하게 들이박는 게 정답이겠지.
놈의 몸이 물리면역이 아닌 이상, 처맞다 보면 뒈지는 건 확실한 사실이니까.
그의 손에 쥐어진 일생에서 정제된 오러가 길게 뿜어졌다.
두 배는 길어진 유성우는 가속도에 힘을 실었다.
아래에서 위로 검이 휘둘러진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매서운 검격은 그대로 흐레스벨그의 부리를 두들겼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유성우는 1초를 수십 번으로 쪼개어, 그 사이에 몇 번이고 검격을 박아 넣었다.
오로지 같은 곳에.
느려졌던 시간 속에서 단번에 수십 번의 검격을 때려 박은 그의 시간이 빠르게 흐르기 시작하자, 흐레스벨그의 턱이 한 번 들렸다.
터엉…….
하는 미약한 소리와 함께.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터엉… 터엉….
하는 소리가 연달아 이어지고.
그 간격은 점점 짧아졌다.
텅, 텅, 텅, 텅…
터터터터터터터터터터텅-!!
드럼이라도 두드리듯.
연속적인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흐레스벨그의 머리가 점점 위로 들리고, 이내 콰아앙- 하는 굉음이 결정타를 꽂아 넣어 이제 머리가 아닌, 발을 들리게 했다.
“…천 번 베기.”
초에 일천 번의 검격을 꼬라박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기술.
“드디어 횃대에서 발을 뗐군.”
누군 공중에서 이 지랄을 하고 있는데, 누구는 발을 딱 붙이고 있는 모습이 아니꼬웠다.
“너도 날아라, 이 새끼야.”
흐레스벨그의 몸뚱어리가 뒤로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놈은 강렬한 바람을 조정해 균형을 잡고는, 입을 쩌억 벌리며 마력을 그러모았다.
대형 괴물들의 흔한 브레스 패턴.
그것을 증명하듯 흐레스벨그의 이빨 가득한 입 안에, 푸른 마력이 모여들었다.
그냥 방출한다면 산 여러 개는 가볍게 날리고도 남을 마력.
피부에 와닿는 마력은 유성우의 살결마저 떨리게 했다.
단번에 이만한 마력을 운용하는 존재는 처음 보았다.
단순한 마력의 밀집도로 따지자면 지금까지 쓰러뜨렸던 그 어느 신격도 보여주지 못한 광경이었으니.
“이건 좀 선 넘는데.”
나지막이 중얼거린 그가 다시금 삼정을 소환해 디딤대로 삼았다.
삼정을 오러로 띄워놓고는 그 위에서 일생을 두 손으로 쥐었다.
두 손에 쥔 일생에서 붉은 오러가 분출되었다가, 이내 집약되어 일생의 색을 진홍색으로 바꾸었다.
‘벨 수밖에 없겠군.’
검을 제 쪽으로 끌어당기며 영혼을 두들겼다.
영혼 속에 새겨진 신격이 그에 반응하며 검에 깃들었고.
일생이 작게 공명하며 대기를 진동시켰다.
-죽어라-!!
그것은 마치, 흐레스벨그의 마지막 발악처럼 보였다.
놈의 입에서부터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렬한 마력광선이 길게 뻗어졌다.
유성우는 마력광선의 앞에서 그저 일생을 높이 들었다가.
아래로 내리그었다.
반드시 베어야만 한다는 의지가 깃든 확신의 검.
검이 내리그어지는 순간, 세계를 가르는 붉은빛이 퍼졌다.
일순간 먹구름과 폭풍으로 어두운 하늘을 번쩍이게 만든 붉은 빛은, 푸른 마력광선을 반으로 갈라버리며 전진했다.
흐레스벨그의 몸뚱어리 위에 있던 사람들은 세계가 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착각을 겪었다.
유성우의 일검은 흐레스벨그의 마력을 가르고, 그 위에 있는 하늘과 아래에 있는 횃대마저 갈랐으니.
흐레스벨그의 머리의 중앙에 세로로 기다란 상흔이 새겨졌다.
일검, 하늘 가르기.
유성우가 펼친 기술의 이름.
지금까지 몇 번인가 펼친 적이 있으나, 한 걸음 더 나아간 유성우가 펼친 그것은, 인간의 경지를 초월했음이 분명했다.
그런 검을 펼쳐낸 유성우는 삼정에서 가볍게 뛰어 고통스러워하는 흐레스벨그의 머리 위에 착지했다.
그러고는 일생을 돌려보내고, 삼정을 다시 소환한 뒤 눈동자가 있는 곳에 그대로 찍어버렸다.
“불타올라라.”
삼검, 절부정화.
부정한 것을 태우는 녹염(綠炎)이 흐레스벨그의 신체와 마력을 장작 삼아 아름답게 피어올랐다.
흐레스벨그의 눈동자 안쪽에서 시작된 불꽃은 내부로 침투한다.
안쪽에서부터 피어오르기 시작하면 답이 없는 불꽃.
흐레스벨그 또한 그것을 깨달았는지, 마력을 그러모아 불길을 잡으려 했다.
‘마력 승부로 가면 끝이 없겠군.’
절부정화가 상대를 장작 삼아 타오르는 불길이라고 해도.
그것을 넘어서는 압도적인 마력으로 진화(鎭火)하면 그만큼 오러를 소모해 다시 크기를 키워야 했다.
마력과 오러의 치킨게임으로 가면 패배할 것이 분명했다.
놈은 오랜 시간 마력을 축적한 신화 속의 존재고.
자신은 백 년도 묵지 않은 인간에 불과했으니.
그렇기에 유성우는 놈의 눈동자에서 삼정을 뽑아내며, 그대로 머리에서 떨어졌다.
그러고는 삼정을 돌려보내고, 다시 손에 일생을 쥐었다.
그와 동시에, 흐레스벨그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보스전으로 치면.
“3페이즈 시작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