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58)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58화(158/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58화
귀환자
북유럽으로 떠났던 검혼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검혼이 해외에서 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리라 예측했다.
검혼, 유성우가 보여주었던 지금까지의 행보는 이례적이고, 파격적이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내였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
물론, 뭣 모르는 이들이 떠드는 이야기였다.
유성우는 이미 해외에서 엘프와 토월족의 일로 실력을 증명했다.
그런데도 해외의 대형 길드들 때문에 힘을 쓰지 못하리라는 의견이 나오는 건, 여전히 검혼이 신생에 불과했기 때문이리라.
마녀회와 여러 길드가 지지한다고 한들, 아직 아니꼽게 보는 시선도 가득했고.
하지만, 그러한 여론들은 이번 검혼의 원정 실적 발표에서 모두 뒤집어졌다.
북유럽의 끝, 그곳에서 벌어진 일들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유럽의 길드들은 부끄러워 말하지 않았고, 마교는 폐쇄적이다.
결국 모든 걸 해낸 검혼에서 물꼬를 틀 수밖에 없었기에.
-검혼, 원정 실적 발표.
-검혼 단독으로 1급 어비스 공략 성공. 채취한 소재는 신화 속에 등장하는 괴물…….
단독 공략.
이 단어 하나가 크나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쟁쟁한 경쟁자들로 가득한 자리에서, 단독으로 어비스를 공략해 냈다.
유성우 혼자만의 능력뿐만 아니라 검혼 자체의 능력에도 힘이 실리는 소식이었다.
더군다나 미국의 타이탄 쪽에서 터져 나온 폭탄 발언.
-타이탄, 북유럽의 어비스는 평범한 1급 어비스가 아니었다고 증언. 최소 특급에 준하는…….
-길드 오딘의 비밀병기, 백우현에게 패배해…….
때맞춰 유럽에서 누가 터트린 건지, 백우현과 싸웠던 토니의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오딘 길드에서 영입한 유망주이자 비밀병기, 토르의 후예로 불리는 S급 다이버가 백우현과의 대련에서 처참하게 패배했다는 소식에 국뽕이 치사량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것 참, 부끄러운데 말입니다.”
백우현은 그리 말하며 쑥스러운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대련에서 한 번 이긴 거 가지고 종일 뉴스에서 떠들어대니…….
“그래, 부끄러워해야지. 그거 한 번 이긴 거 가지고…….”
오랜만에 검혼의 길드 건물에 모인 길드원들.
그들이 채취해 온 소재들은 메테오 인더스트리에 위탁해 처리했다.
헤트리스는 흐레스벨그의 꼬리깃을 가지고 곧장 연구실에 틀어박혔고…….
잔느는 좀 쉬겠다며 마녀회 한국지부로 복귀했다.
길드원들도 대부분 휴가를 받았기에, 건물에 있는 건 너덧 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 큰 건물에 저희밖에 없다는 게 조금 으스스한 기분입니다.”
잠깐의 정적이 찾아오자, 침묵을 견디지 못한 최아연이 말했다.
그녀의 말에 유성우는 눈가를 씰룩이며 툭 내뱉었다.
“혹시 귀신을 믿나? 아니, 조금 멍청한 질문이었군. 무당들이 판치는 시대에 무슨…….”
“뭘 물어보고 싶으신 겁니까?”
“…사람의 영혼이 존재하고, 그것이 윤회한다는 이야기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이긴 한데.”
“저는 믿습니다.”
유성우의 말에 답한 건 백우현이었다. 그는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윤회는 불교에서 시작된 개념이 아닙니까? 부모님이 불교 신자라, 저도 어릴 적에 절도 몇 번 다녔고요. 그렇기에…….”
백우현은 잠깐 말을 멈추었다.
입맛을 다시고는, 조금 힘겹게 입술을 떼었다.
“윤회가 있어야만, 돌아가신 부모님도 새로운 생을 얻어 다시금, 행복한 삶을 살아가실 테니까요.”
“오, 그런… 속사정이 있었군. 그렇다면 여기는 고아 모임인가?”
유성우가 툭 내뱉으며 피식 웃었다. 자신도 부모님은 죽은 지 오래고.
백우현도 오래되었다.
유월이야 말 안 해도… 되었고.
최아연이 손을 슬쩍 들며 말했다.
“저는 부모님이 멀쩡히 살아 계십니다만…….”
“배신자군.”
“하, 하지만 연락을 끊은 지 오래됐습니다. 부모 같지도 않은 자들이라.”
“그럼 준고아로 인정해 주마.”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 사연 없는 자가 없었다. 유성우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는 최아연을 보며 다시금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이계에 있을 적에, 동료들이 있었다. 검을 쓰는 이들이 모인 원정대였고, 나는 그 원정대의 대장이었지. 반쯤 떠밀려 맡았지만.”
유성우는 동료의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 별로 해준 적이 없었다.
백우현과 최아연은 처음 듣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원정대의 이름은 검혼이었다. 자신의 검에 영혼을 실은 자들이라는 뜻이었고, 우리의 영혼은 검과 하나였다.”
“…낭만적이군요.”
“낭만으로만 남았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말이다. 마지막 전투에서 모조리 죽어버렸으니…….”
“아, 그…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고,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한다. 죽어버린 동료들의 영혼은 어디로 가서, 어디에서 잠드는가… 누군가는 그러더군. 죽은 동료의 영혼이 다른 세계에 태어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유성우는 옛 동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외양이 많이 달라졌을지도, 과거를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오직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어서.
자신이 무능한 대장이라 너희들을 죽게 만들었다고, 그리 사과하고 싶어서 말이다.
유성우는 소파에 드러누우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윤회가 진실이었으면 좋겠다. 말할 수 있을 때 하지 못한 걸 후회하게 되었으니.”
“…스승님.”
“뭐가 그렇게 우울한 이야기라고. 표정 풀어.”
“성우 님, 어라? 제가 때를 잘못 맞춰 왔나요?”
“아니.”
분위기가 한층 심각해지려 할 때, 유월이 끼어들었다.
그녀의 손에는 태블릿 하나가 들려 있었다.
“저번에 알아보라고 하신 거, 지금에야 전부 간추려졌거든요. 확인해 보시겠어요?”
“이리 줘봐라.”
유성우는 유월에게서 태블릿을 넘겨받고는,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일전에 그가 연암 사립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과 같은 사례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한 것이었다.
두 개의 어비스가 약간의 시간 차를 두고 나타났던, ‘더블 어비스’.
태블릿에 적힌 내용은 각국에 나타난 더블 어비스 현상에 대한 것들이었다.
유성우의 예상대로 더블 어비스는 한국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었다.
더블 어비스는 여러 나라에서 일어났고, 대부분이 도심지 한복판이었다.
고등급의 어비스가 연달아 열린 데다가, 브레이크까지 동시에 일어났기에 대응하기도 어려웠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수많은 사상자.
다이버들뿐만 아니라 민간인들도 많이 죽고 다쳤다.
“…더블 어비스가 벌어진 날짜가 대부분 비슷하군.”
“전문가들의 추측으로는 차원파가 많이 불안정하다고 하네요. 마탑 측에서는 차원 간의 경계가 흔들리는 것 같다고 해요.”
“확신이 아니라, 같다라…….”
“차원마법은 무척이나 난도 높은 마법이니까요. 이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죠.”
하기사.
유성우가 있던 이계에서도 차원 마법을 다루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드래곤들이 깔짝이는 것 같기는 했는데, 그건 고작해야 현계와 천계, 마계의 경계를 허무는 정도.
완전히 다른 차원까지 손을 댈 수는 없었다.
유성우가 지구로 돌아올 수 있던 것도, 마신의 심장을 제물로 바친 불완전한 차원 이동.
‘…어비스에서 발키리들이 나타난 것도 그렇고.’
그는 차원 마법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차원과 차원이 어떤 방식으로 유지되는지도 잘 몰랐고…….
지구에 그 누구도 이해하고 있는 자는 없으리라.
마땅히 내놓을 답이 없던 그는 입맛을 다시며 태블릿을 돌려주었다.
“잔느에게 연락 넣어둬. 얼굴 좀 봐야겠다.”
“뭐라고 전하면 될까요?”
“마녀회랑 연락 좀 하자고. 연락 넣은 뒤에는 승천교의 최근 동향 좀 알아봐라. 한국지부는 박살 났으니, 해외 쪽으로.”
“네.”
말을 끝낸 유성우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이제.
애들을 놀아주러 갈 시간이었다.
* * *
대재해 당시, 증발하듯이 모습을 감춘 사람들의 숫자는 꽤 많았다.
그런 이들은 수년이 지나 어느 날 돌아오거나, 아니면 영영 돌아오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 귀환자의 숫자는 전 세계적으로 보면 수만 명에 해당했다.
유성우는 그중 한 명이었고, 자력으로 돌아온 극히 드문 케이스에 해당했다.
이계에서 자력으로 돌아온 이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계에서 지구로 돌아왔다는 건, 차원을 넘었다는 뜻이다.
그만한 능력을 가진 존재는 신밖에 없으니, 이계에서 위업을 이루어 신의 힘을 빌어 귀환한 케이스는 전 수천 명의 귀환자 중 열 손가락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한 귀환자들은 다들 S급 다이버에 준하거나, 그를 넘어서는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귀환자들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크나큰 파장을 몰고 왔다.
오랜 이계 생활로 인해 피폐해져 불안정한 정신상태인 자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도시 내에서 그런 이들이 테러라도 일으키면 그야말로 살아있는 재해가 되는 것이었다.
“크, 크하, 크하하하하…….”
도심 한복판에서,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울의 중심에 나타난 건 산발을 한 소년이었다.
더러운 머리칼을 길게 늘어뜨린 소년은 번뜩이는 핏빛 눈동자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거리, 익숙한 공기.
달라진 부분도 있지만, 틀림없는 자신의 세계였다.
오랜 세월, 그리고 그리던…….
불현듯 나타난 소년은 자신을 둘러싼 시선들을 느꼈다.
‘뭐, 뭐야? 갑자기 나타났어.’
‘귀환자인가?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불안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시선.
소년은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그리고, 울려대는 클락션.
빠앙- 빵- 빠아앙-
소년이 나타난 곳은 도심 한복판, 그것도 하루에도 수만 대의 차가 지나가는 커다란 교차로였다.
갑자기 나타난 소년에 의해 교통이 마비되자, 여기저기서 클락션을 울려댔다.
자동차의 조명이 깜빡이고, 클락션이 뒤따른다.
빛이 명멸하며 귓가를 시끄럽게 울려댄다.
소년은 자신의 선명한 오감을 자극해대는 빛과 소리가 견디기 어려웠다.
이계의 환경에 익숙한 탓인지, 숨도 쉬기 어려웠고 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은 소년은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다, 제 옆에 놓인 검을 주워들었다.
그제야 조금 소음이 줄어드는 듯했으나, 여전히 머릿속은 어지러웠다.
“-생, -찮아?”
“뭐-? 왜 차가 -움-여?”
무슨 상황인지 확인하기 위해 소년에게 다가온 사람들이 떠들어댔다.
개중 한 명이 소년을 향해 손을 뻗었고, 소년은 반사적으로 소리치며 그 손을 뿌리쳤다.
“내 몸에 손대지 마-!!”
그리고 그 순간, 소년의 목소리에 담긴 마력을 견디지 못한 사람의 몸이 부풀었다가 쪼그라들고.
강인한 몸에 부딪힌 연약한 인간의 몸은 산산이 터져 나갔다.
피와 살점이 비산하여 흩뿌려졌다.
방금까지 인간이었던 존재가 한낱 고깃덩이로 전락해 더는 인간이라 부를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을 눈앞에서 보게 된 사람들에게는 공포가 찾아왔다.
사람이 한순간에 짓이겨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바뀐다.
경계에서 ‘공포’로.
두려움으로 가득한 시선으로 소년을 쳐다보고, 몸을 돌려 달아난다.
자신이 소년의 다음 타겟이 되지 않도록.
자신을 피해 달아나는 사람들을 본 소년은 도망가지 말라며, 손을 뻗고 싶었으나.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에 손을 내렸다.
“흐아아앗-!!”
소년을 향해 한 남자가 뛰어들었다. 지나가던 다이버로, 움직이려는 소년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소년은 손가락 하나를 까딱하는 것으로 남자를 바닥에 처박아 짓이겼다.
고깃덩이가 두 개가 되었다.
소년은 검을 품에 안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이곳도 내가 있어서는 안 되는 곳이구나.”
그렇다면, 받아들이게 만드는 수밖에.
이계의 구원자이자 용사.
그리고 최악의 귀환자.
신창수가 검을 검집에서 뽑으며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