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62)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62화(162/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62화
귀환자(5)
유성우는 직접 신창수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언젠가는 죽여야 할 놈이기는 하지만, 그 역할은 네 명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신창수는 네 명을 지나쳐 자신에게 날아들었다.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누구를 쓰러뜨려야 할지 잘 아는 듯했다.
‘아까 그렇게 처맞고도 안 된다는 걸 아직도 모르나?’
하지만, 방법은 올바를지 몰라도 선택해서는 안 됐다.
결과는 무조건 최악이 될 테니까.
자신을 향해 한 줄기의 섬광이 되어 날아오는 신창수와 눈을 마주쳤다.
살기와 흑마력으로 점철된 눈동자는 마주치고 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더러웠다.
몇 명의 심장을 먹어 치운 건지, 가늠조차 가지 않았다.
유성우는 일생을 꺼내 들었다. 지금까지 꺼내지 않았던 붉은 검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번뜩였다.
“후회하지 마라.”
신창수의 검붉은 오러를 뒤덮는, 붉은빛의 오러가 유성우에게서 터져 나왔다.
번뜩이는 검광.
순간적으로 터진 붉은빛이 세계를 뒤덮었다.
자리에 있던 모든 이의 시야를 가리고 나서야, 붉은빛은 그 모습을 감추었다.
하늘에서 햇볕이 내리쬐었다.
먹구름으로 인해 침침한 하늘에 기다란 선이 그어졌기 때문이었다.
그 원인은 틀림없이, 유성우의 일격이리라.
그리고, 하늘에서 먹잇감을 노리는 매처럼 쇄도했던 신창수의 몸은 엉망진창, 너덜너덜해진 채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일생을 집어넣은 유성우가 힘겹게 숨을 내쉬는 신창수에게 다가갔다.
몸 전체를 가득 뒤덮은 검상.
정말로 멍청한 짓이었다.
그렇게 처맞아 놓고도 힘의 차이를 깨닫지 못한 자의 결말이었다.
“어이.”
유성우가 그를 발로 툭 차서 몸을 뒤집자, 신창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울고 있었다.
눈물을 질질 흘리며 작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엄마, 엄마, 아빠……. 흐, 흐윽… 나는, 나는 그저 가족이 보고 싶었을 뿐인데…….”
열일곱.
신창수가 이계에 끌려간 나이였다.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신창수는 조용하고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교실 한구석에서 노래를 듣거나 독서를 하며, 친구들과 시시콜콜 떠드는 걸 좋아하는 고등학생.
그런 나이에 갑자기 이계에 떨어졌으니, 살아남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그 과정에는 무수히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고…….
신창수의 목소리가 처량하게 들렸다. 온갖 고생을 하고 돌아온 지구에서 받는 취급은 괴물.
억울하고, 억울해서.
편안하게 눈도 감을 수 없으리라.
‘돌아오자마자 사람만 안 죽였으면 평범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흑마력의 탓이겠지.
부정한 방법으로 축적한 힘은 정신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견디기 어려워서, 그 자리에서 폭발하고 만 것이리라.
‘왜 왕이 되겠다고 한 건 좀 이해가 안 가기는 하는데…….’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게 어린애의 사고다.
유성우는 혀를 쯧, 하고 차고는 손에 오러를 둘러 신창수의 목을 그었다.
그어진 수도가 그의 목을 정확하게 양단 내며 숨통을 끊었다.
신창수의 몸에서 흑마력이 뿜어져 나오며 공중으로 솟구쳐 흩어졌다.
유성우는 손을 휘둘러 흑마력의 잔재마저 지워버리고는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러고는 넷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가자. 근처에 맛있는 술집 없나?”
“제가 알고 있습니다.”
정신을 차린 최아연이 퍼뜩 손을 들며 말했다.
이런 더러운 기분은 역시 먹는 걸로 푸는 게 제일이다.
그렇게 귀환자 소동이 일단락되는가 싶었는데.
유성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신창수가 서 있었다.
방금 죽인 신창수의 시체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으니, 부활 같은 게 아니었다.
‘두 번째?’
두 번째 신창수.
이상함을 감지한 유성우는 곧장 일생을 뽑아 들었고, 갑자기 나타난 신창수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제 시체를 보고는 중얼거렸다.
“이,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그러고는 이어지는 폭주.
전신에서 뿜어진 흑마력이 재차 하늘을 뒤덮어, 내리쬐던 빛을 차단했다.
유성우는 곧장 일생을 휘둘러 신창수가 무슨 짓을 하기 전에 목을 날려버렸다.
두 번째 신창수의 시체가 바닥을 굴렀다.
“빌어먹을, 이건 또 뭐지?”
한 번은 진짜 귀환이었다고 치더라도, 두 번은 아니다.
유성우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위화감이 느껴지는 건 없었다.
그는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소리쳤다.
“주변을 경계해라! 그리고 마법사들한테 결계를 강화하라고 전해라! 잔느도 불러와!”
이 상황에 대해 면밀한 분석이 가능한 사람이 필요했다.
지금 국내에 있는 마법사 중 가장 뛰어난 건 잔느일 테니, 일단 그녀를 호출했다.
그렇게 유성우가 세 번째, 네 번째 신창수의 목을 베었을 때 잔느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부르셨다고요?!”
“그래. 불렀다. 그런데 달고 온 건 누구지?”
유성우는 잔느의 뒤에 빗자루에 탄 채 둥둥 떠 있는 사람에게 눈길을 흘깃 주고는, 말을 이었다.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아무튼, 미친 귀환자가 연속으로 귀환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마법적인 추론은 없나?”
“귀환자가 연속으로 귀환한다고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봐라.”
유성우는 검 끝으로 바닥을 굴러다니는 시체를 가리켰다.
모두 같은 얼굴의 시체.
잔느는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단박에 이해했다.
같은 귀환자가 연속으로, 같은 장소로 귀환한다.
본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귀환자는 단 한 명일 테니까.
“적어도 시공간을 건드리는 고도의 권능이나 마법으로 생각되는데, 짐작 가는 건 없나?”
“자, 잠시만요, 이런 건 저도 처음 보는 현상이라…….”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네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입을 연 건 잔느의 곁에, 여전히 빗자루를 탄 채 공중에 떠 있는 여자였다.
마녀회의 마녀로 보이는 그녀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말했다.
“다른 차원으로 향한 귀환자가 끊임없이 복제되어 귀환하는 현상… 일단은 귀환자 복제 현상이라고 명명하죠. 한 가지 확실해 보이는 건 동시에 두 명이 귀환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맞죠?”
“그래. 한 명씩 귀환하고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귀환자가 있던 세계의 시간축을 고정해 둔 것 같네요. 다분히 고의적으로.”
“시간축을 고정했다고?”
“시간은 흘러가는 것. 그것이 순리. 하지만 저쪽 세계는 ‘되감기’를 계속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요. 그쪽 세계에서 지구로 돌아오는 그 짧은 순간을, 계속.”
“복잡하군.”
“그리고 그 되감기의 트리거는 아마도, 지구로 건너온 귀환자의 죽음이겠고요.”
“지구로 건너온 놈이 죽으면 새로운 놈이 온다.”
유성우는 혀를 찼다.
그렇다면 신창수를 계속 죽이는 것만으로는 이 사건은 해결되지 않으리라.
그가 일단 새로 귀환한 신창수의 목을 보지도 않고 베어버리며 말했다.
“이만한 힘을 가진 존재를 되감기를 계속하는 건, 저쪽에서도 큰 부담일 텐데?”
“편법을 쓰고 있을 거예요. 자신의 힘이 아닌 다른 곳에서 힘을 빌려다 쓰고 있겠죠. 그 세계 자체의 힘이라거나.”
“그런가. 그럼 이제 방법이 아니라 목적과 해결법에 대해 생각해야겠군. 이놈이 죽으면 다른 놈이 온다. 그걸 막기 위해서라면…….”
“한 세계에 똑같은 존재가 둘 이상 존재할 수는 없죠. 다음으로 온 귀환자를 죽이지 않으면 해결될 문제예요.”
“하지만 놈을 죽이지 않는 건 위험부담이 크다. 언제 폭주할지 모르는 위험한 놈이야.”
“그것도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부분에서?”
“제가 정신계열 마법도 조금 하는데… 뇌를 아예 백지로 만들어 버리는 건 어떨까요?”
“마녀는 마녀로군.”
이름 모를 마녀는 작게 웃었다.
나쁜 방법은 아니었다. 아예 백치로 만들어 버리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테지만…….
오히려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한테 마검을 쥐여주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까.
잘못된 선택은 분명 순수악을 탄생시키리라.
“봉인하는 방법은?”
“그것도 괜찮은 선택이에요.”
“그렇다면 봉인을 준비하지. 놈이 나오는 순간 기절시키겠다. 때에 맞춰 봉인을 진행해라. 마법사들은 마음대로 가져다 써도 좋다.”
“들었죠? 잔느.”
“저한테 떠넘기시는 거예요?!”
“떠넘기다뇨. 봉인은 제 전문이 아니라서요. 흑마력을 가진 흑마법사를 봉인하는 거랑 비슷할 테니, 대마봉인진(對魔封人陳)으로 충분할 거예요.”
봉인이 전문이 아니라면서 무슨 봉인진을 쓸지까지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마녀.
잔느는 툴툴거리면서도 그녀의 말에 따라 마법사들을 모으고, 마법진을 그렸다.
“저 아이도 참 많이 변했군요. 예전에는 무뚝뚝해서 재미가 없었는데, 이제는 놀리는 재미까지 생겼네요.”
“그런가.”
“아마도 당신 때문이 아닐까요? 많이 부드러워진 건.”
“나한테는 처음부터 시끄러운 녀석이었는데 말이다.”
갑자기 찾아와서 무릎을 꿇지를 않나.
이래저래 잔느와 만난 지도 꽤 오래되기는 했다.
“그런데, 저는 궁금하시지 않은 모양이에요? 이름도 묻지 않는 걸 보면.”
“말하면 들어는 두겠다.”
“마녀회의 열두 장로 중 하나, 선혈의 마녀 바토리예요. 저를 잊으셨나요?”
“기억도 안 난다.”
이전, 마녀회를 만나러 갔을 때 있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꽤 오래전이라 가물가물했다.
“그런데 한국에 온 장로는 선혈이 아니라 연금이었을 텐데.”
연금의 마녀 칼리.
잔느와 함께 한국에 온 마녀회의 장로였다.
하루 중 15시간 이상을 수면에 쓴다는 그녀는 종종 메테오 인더스트리의 연구실의 연금술사나 연구원들에게 지식을 전달해 주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세 번째 장로가 이곳에 있었다.
“무슨 일로 한국에 온 거지?”
“무슨 일이라기보다는, 오랜 친우들의 얼굴이 보고 싶었던 것뿐이지요. 성전과 연금, 모두 제 오랜 벗이랍니다.”
“시치미 떼지 마라. 얼굴에 욕망이 번들거리는데.”
“빈말이라는 걸 해봤는데, 통하지 않는 모양이었군요.”
선혈의 마녀, 바토리는 유성우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더니 말을 이었다.
“마녀회의 전언이에요. 새로운 승천자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력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지요.”
“거기에 너도 관련되어있나?”
“네. 이번에 잡아야 할 승천자는 저랑도 관계가 있는 자거든요.”
그리 말하는 바토리의 눈동자에 살기가 아른거렸다.
유성우는 그녀의 살기에 입맛을 다시며 답했다.
“그런가. 그럼 앞으로 더 부려 먹어야겠군.”
“안 하겠다는 말씀은 안 하시네요?”
“어차피 죽여야 할 놈들인데, 위치를 알고 있을 때 죽이는 게 속이 편하지.”
게다가 아직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미리미리 해결해두지 않으면 해결하지 않은 것들이 쌓여 고름을 만들 테니.
유성우는 숨을 길게 내뱉으며 손을 움직였다.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신창수가 혼란스러워하는 도중.
재빠르게 타격해 정신줄을 끊어버렸다.
신창수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고, 잔느가 준비한 봉인진을 펼쳤다.
유성우는 봉인이 신창수를 옭아매는 걸 보고는 중얼거렸다.
“서울의 명물이 생기겠군.”
귀환자 신창수의 광장…….
신창수 존…….
그런 이름이 붙을 명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