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63)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63화(163/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63화
귀환자(6)
아쉽게도 봉인된 신창수가 명물이 되는 일은 없었다.
그는 수많은 사람을 죽인 학살자였고, 귀환을 막을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서울 한복판에 봉인된 채로 원망을 받을 테니까.
질이 나쁘다는 쪽에서 명물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
이번 신창수 토벌에 참여한 사람들은 서울의 영웅이 되었다.
수백 명이 넘게 죽었고, 다이버들도 어찌 못한 귀환자를 봉인했다.
이 부분은 마녀회와 마탑이 잘 수습해서, 지금은 수정의 형태로 그 자리에 봉인된 채.
그리고 유성우의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 사람들이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곳에 모였던 S급들은 모두 보았다.
S급 다이버 네 명이 분투하면서 겨우 밀어붙였던 적을, 단 한 수만으로 제압하는 것을.
하늘 위의 하늘.
유성우는 모든 다이버에게 천외천의 존재로 각인되었다.
본인은 별 감흥이 없었지만…….
그에게는 지금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 있었다.
“연결해.”
유성우는 마녀회의 한국지부에서 본사로 연락을 취했다.
그의 말에 바토리가 손가락을 튕기자 선혈이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와 거울처럼 원을 이루었다.
피로 이루어진 거울에 마력이 흐르자, 사람의 형태를 비추었다.
거울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일면식이 있는 사람이었다.
“오랜만이군.”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스터 유성우. 그곳에서 아이들은 잘 지내던가요?
“잘 지내다 못해 살이 뒤룩뒤룩 찌는 것 같던데.”
“제가 무슨 살이 쪄요?!”
옆에 서 있던 잔느가 반박했으나, 유성우는 무시했다.
칼리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쩍쩍 하품만 해댈 뿐이었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났다지.”
귀환자 사태는 한국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중국에서는 위천마(僞天魔) 마후룡이 나타나 행패를 부렸기에, 마교주, 천마 흑사향이 손수 처리했다.
일본에서는 자신이 진정한 용사라 주장하는 고등학생이 하렘을 선보이겠다며 괴물들을 소환해 난장을 피웠다가 죽었다고 한다.
본인의 눈에는 미소녀라는데, 사람들의 눈에는 여지없이 괴물들로만 보였다.
하지만 한국처럼 귀환자가 여러 번 귀환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한 특이점은 한국에서만 일어났다.
만약 다른 나라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어마어마한 피해로 번졌으리라.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는 초기 피해도 어마어마했지만, 제압하면서도 피해가 적지 않았다.
-덕분에 마녀회도 아주 바쁘죠. 이래저래 수습하는데 마법만큼 좋은 것도 없거든요.
“돈은 많이 벌었겠군. 그보다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어비스 내부에서 다른 차원으로 연결하는 게 가능한가?”
-이번 귀환자 일이 아니라 그것부터 물어보시는 건가요?
“이쪽이 더 중요하다.”
-가능은 해요. 오히려 쉬운 편이죠. 어비스 내부의 차원은 방벽이 약하니까요.
“이번에 간 북유럽의 어비스에서 흐레스벨그를 사냥하던 중, 발키리가 개입했다.”
-잔느에게 듣기는 했지만… 그렇게 대놓고 모습을 드러낼 줄은 몰랐네요.
“놈들의 목표는 우리가 아니라 흐레스벨그처럼 보였다. 라그나로크의 패잔병을 정리하러 온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었지.”
유성우는 자신이 보았던 발키리들의 분위기를 말해주었다.
흐레스벨그 또한 발키리들을 보고는 분노했었으니.
그의 이야기를 들은 평온의 마녀, 메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라그나로크는 아직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군요. 신화 속의 내용은 대부분의 신이 전사하는데… 발키리가 버젓이 활동하는 걸 보면 오딘도 아직 죽지 않았다는 뜻이겠고요.
“그런 놈들의 개입이 앞으로 많아질 거라고 생각하나? 이번에 더블 어비스 사건도 늘었지.”
-…점점 늘 거예요. 언젠가는 걷잡을 수 없는 전란의 불길이 전 세계를 뒤덮겠죠.
“그런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유성우는 담담하게 답했다.
메디는 그런 그의 정신력에 내심 감탄하면서도 말을 이었다.
-그럼 다음 이야기겠군요. 새로이 파악한 승천자… 위치는 예전부터 파악해두고 있었지만, 의심 단계라 감시만 하고 있던 자에요.
“누구지?”
-블라드 3세 드러쿨레아(Vlad III Drăculea)… 혹은, 블라드 체페슈(Vlad Țepeș)라고 불리는 남자. 루마니아의 민족 영웅이죠. 오랜 시간 숨죽이고 있던 드라큘라가 드디어 잠에서 깨어났어요.
유성우는 희미한 기억 속에서 블라드 체페슈라는 이름을 떠올렸다.
드라큘라의 이미지를 굳건하게 만든, 그런 존재가 아니던가?
그는 블라드 체페슈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다른 존재들의 이름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다, 옆의 바토리를 바라보았다.
‘…흠.’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메디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을 죽이면 되는 건가?”
-그건 최후의 수단이에요. 블라드 체페슈는 아직 혼돈 세력인지 확실하지 않거든요. 일단 가서 대화를 해본 후,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려주시면 될 것 같아요.
“결국 떠넘기는 거군.”
-보좌로는 바토리가 따라갈 거예요. 피의 권능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권능을 다룰 줄 아는 자가 같이 가야 할 테니.
메디는 유성우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제 할 말을 전했다.
그는 피의 권능이라는 말에 입맛을 다셨다.
“…피의 권능이라. 빌어먹을 뱀파이어 놈들이 떠오르는군.”
-그들을 만난 적이 있으신가요?
“만난 적만 있겠나. 죽어라 싸웠는데. 생각만 해도 찢어서 죽여 버리고 싶군.”
그의 말에 옆에 있던 바토리가 움찔했다.
유성우는 흘끔 그녀를 보곤, 메디에게 말했다.
“그럼 언제 출발하면 되지?”
-준비되시는 대로 바로요. 목적지는 루마니아에요.
“지금 가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으니.”
-…내일까지 시간을 주세요.
“게을러터졌군…….”
* * *
마녀회가 루마니아로 향할 준비를 하는 동안, 유성우는 집에서 잠깐의 휴식을 가졌다.
그러다 루마니아에 슈아넬도 데리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뱀파이어, 흡혈귀는 신성에 약하다. 일단 기본적으로 ‘망자’에 속하는 존재들이기에.
그렇기에 어느 정도 신성을 머금은 슈아넬의 정령술은 뱀파이어들에게 무척이나 효과적으로 작용할 터.
그래서 거절하더라도 끌고 갈 생각으로 그녀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생소한 것들이 눈에 띄었다.
분명 슈아넬의 방에 있는 건 침대와 옷장, 책상과 컴퓨터 한 대였으리라.
그런데 어느새 한 대였던 모니터는 세 대가 되었고, 마이크랑 키보드 등의 장비도 번쩍거리는 걸로 바뀌어 있었다.
이게 무슨 조화인가 싶어 눈살을 찌푸리고 있자, 슈아넬이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인간 놈들이 뭘 안다고 떠들어? 게임도 못 하면서 훈수 작작 해라. 훈수할 거면 나보다 티어 높이고 와라.”
‘뭐지?’
그녀의 말 한마디에, 세로로 세워둔 보조 모니터에 채팅이 주르륵 올라왔다.
그것들을 전부 읽으려면 동체시력이 어마어마하게 좋아야 할 정도로 말이다.
저번에 인터넷 방송을 해도 된다고 하기는 했는데, 그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모르는 유성우였다.
“안 그래도 시즌 초라 예민한데 브실골 새끼들이 와서 훈수를 다 두네…….”
“뭐 하냐?”
“…조졌다.”
유성우의 한마디에 다시금 채팅창이 불타기 시작했고, 슈아넬은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빼고는 유성우를 돌아보았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슈아넬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곧장 마이크를 뮤트하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무슨 일?”
“내일 루마니아로 간다. 준비해두라고. 집중할 일을 찾은 건 좋지만 적당히 해라.”
짧게 말한 유성우는 문을 닫고 방을 나섰다.
홀로 남은 슈아넬은 입맛을 다시고는, 뮤트를 해제하고는 채팅창을 확인했다.
-누구임???
-남자 목소리????
-어디서 들어본 목소린데
-이건사기야이건사기야이건사기야이건사기야이건사기야이건사기야이건사기야이건사기야이건사기야
-아빠임? ㅋㅋ
-아빠 없다고 하지 않았냐?
-그럼 남친임?ㅋㅋ
생각했던 대로 불타고 있었다.
슈아넬은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특유의 통찰력으로 시청자들이 어떤 부류인지 파악한 지는 오래였다.
그래서 이번 사태를 잘 수습하지 않으면 무슨 결과를 맞이할지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슈아넬은 그것보다 설명하기가 더 귀찮다는 걸 깨닫고는 말했다.
삼촌? 아빠? 오빠? 그 어느 말로도 유성우를 설명하기 복잡했다.
“내일부터 해외 출장 잡혔다. 돌아오면 방송 켤게. 바이.”
* * *
거실로 돌아온 유성우는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던 녹스에게 물었다.
“녹스, 너는 쟤가 뭐 하는지 아 달고 있었나?”
“슈아넬 언니요?”
“그래.”
“네! 요즘 인터넷에서 엄청 화제던데. 못 보셨어요?”
“못 봤는데.”
애초에 유성우는 종일 스마트폰을 붙잡고 들여다보는 중독자가 아니었다.
그의 말에 녹스는 제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빠르게 조작해서 화면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트리위키에 등재된 슈아넬의 정보가 있었다.
‘베일에 싸여 있던 랭커 ‘하이엘프슈아넬’의 등장’이라는 거창한 문구로부터 시작해, 여러 기록이 줄줄이 쓰여 있었다.
며칠 만에 몇만 팔로워 달성이라든지, 그런.
그리고 또 눈에 띄는 게 ‘사건 사고 및 논란’ 항목이었다.
며칠이나 됐다고 문서의 절반이나 차지하는 항목.
대부분이 막말 논란이었다.
랭크가 높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 프로들이 잡히는 일이 많은데, 그걸로 몇 번 싸운 모양이었다.
근데 또 사실만 말한 것들이라 여론도 우호적.
별로 논란이라고 할 만한 거리는 아니었기에 유성우는 손을 내젓고는 말했다.
“이제 됐다. 내가 없는 동안 별짓을 다 벌여놨군.”
그래도… 일만 잘하면 별로 터치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만약 루마니아에서의 활약이 시원찮다 싶으면 방송을 금지하면 될 테고 말이다.
‘그래, 얼마나 하는지 보자.’
지구에 게임하러 왔나?
분명 그녀도 유성우를 따라갈 때 뭔가 사명감이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사명감은 어느새 게임으로 변질된 뒤.
이번 기회에 단단히 심성을 고쳐놔야겠다고 생각했다.
* * *
루마니아는 동유럽과 남유럽에 걸쳐있는 나라였다.
인구는 2천만 명 정도였으나, 대재해 이후 여러 사건으로 인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루마니아는 애초에 그리 부유하지는 않은 나라였다.
돈을 벌기 위해 다른 나라로 떠나는 사람들도 많았고, 이래저래 사건사고가 많은 나라였다.
그런 루마니아가 대재해 이후에도 망하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던 건, 대재해 이후 정권을 잡은 루마니아 마피아 때문이었다.
여러 사기로 루마니아의 마피아들은 악명이 높았다.
그러던 중, 루마니아가 대재해에 휩쓸리며 정권을 잡고 있던 정치인들 대부분이 죽어버렸다.
그 자리를 루마니아의 마피아들이 차지해 나라를 어떻게든 이끌었던 것이다.
나라가 유지가 돼야 자신들이 사기도 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들의 꼭대기에 앉은 것이, 블라드 체페슈였다.
블라디 쿨레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는 루마니아 마피아의 꼭대기에 앉아, 왕처럼 행동했다.
원하는 게 있으면 취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자는 숙청한다.
카리스마와 힘으로 점철된 공포의 군주.
그것이 이 시대에 도래한 드라큘라, 블라드 체페슈였다.
그리고 그런 루마니아에, 세 명의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밀입국은 오랜만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