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7)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7화(17/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7화
시체들의 왕
“불야성에서? 어디까지 들어간 거야? 흑성?”
“흑성의 지하에 있는 걸 데려왔지. 3급이 1급이 된 건 지하에 있던 언데드 때문일 거고.”
“방금은 모른다며?!”
유지우는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들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녀의 머리는 도저히 따라가지 못했다.
갑자기 3급이 1급이 되어 호출당한 것도 머리 아픈데, 제 오빠가 불러서 왔더니 호텔 침대 위에 뿔이랑 꼬리가 달린 어린애가 누워 있지를 않나…….
여러모로 상황이 꼬이고 꼬여 머리가 이해를 거부했다.
그녀는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입술을 떼었다.
“……후우. 애초에 어비스에서 나온 이종족이 아예 없는 건 아니긴 해. 어비스 내부의 생물이 인간에게 우호적인 경우도 있고.”
“그런데?”
“그런 경우는 보통 의사소통이 되는 종족이었단 말이야. 판타지에서 흔히 등장하는 엘프나 드워프 같은 종족들. 근데, 오빠가 데려온 애 종족은 처음 봐. 뭐야? 도마뱀 수인이라도 돼?”
“여기 뿔 안 보이냐? 뿔 달린 도마뱀이 있긴 해?”
“텍사스 사막에 서식하는 뿔도마뱀이 있긴 하지.”
있구나.
“하지만 오빠가 데려온 애는 뿔은 무슨 소뿔 같고, 꼬리는 파충류가 맞는 것 같은데…….”
워낙 특이한 생김새다 보니 짐작 가는 게 없는지 유지우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결국 유성우는 손가락으로 소녀의 볼을 쿡쿡 찌르며 말해주었다.
“드래곤이다. 아직 어린애.”
“드, 드래곤?”
드래곤이라는 말에 유지우는 화들짝 놀랐는지 뒷걸음질 쳤다.
생각보다 격한 반응에 유성우가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심호흡하더니 제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을 이었다.
“말도 안 돼. 드래곤이라고?”
“반응이 왜 그따구야?”
“……당연하지. 드래곤은 인류 최대의 적이라고 불리는 괴물이니까.”
그리 말한 유지우가 짤막한 설명을 덧붙였다.
과거 전 세계적으로 S급을 넘어서는 어비스가 출현하여, 동시다발적으로 어비스 러쉬가 벌어졌던 ‘대재앙’ 당시.
괴물들의 선두에 서서 누구보다 많은 인류를 죽여버린 것은 다름 아닌 드래곤이었다.
날개를 펄럭이며, 미사일, 창칼이 들지 않는 비늘 가득한 몸으로 전장을 휘저었다.
그들이 내뿜는 마법과 브레스는 한 번에 수많은 이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대재앙 이후 수많은 기록을 남긴 드래곤은 그렇게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만약 출몰하기라도 한다면 기피대상임과 동시에 척살대상이 될 정도로 말이다.
그만큼 드래곤은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종족이었다.
“다른 이종족들도 드래곤에 대해 경고했어.”
“이놈들이 포악한 건 어느 세상이나 똑같구만.”
“……오빠가 있던 곳도 그랬어? 그렇다면 왜 얘를 바깥으로 데려온 거야?”
“……그냥 그대로 두면 더 큰 일이 벌어질 것 같기도 하고. 얘가 갑자기 엄마를 부르더라. 그게 네 어릴 때랑 겹쳐 보여서 죽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모르는 유성우만의 기억.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둘만이 살아갈 때 유지우는 부모님을 많이 그리워했다.
밤중에 엄마나 아빠를 부르며 끙끙 앓기까지 했고.
유성우는 그런 유지우의 모습을 드래곤과 겹쳐 보았던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막말을 들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드래곤은 공포의 대상이고.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적이다.
그래서 유지우가 한소리 하지 않을까, 해서 조용히 있었는데.
“……그래? 알았어.”
유지우는 냅다 수긍해 버렸다.
물론 그 과정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심호흡하고, 한숨을 길게 내뱉기는 했지만.
“그럼 일단 깨어날 것 같지는 않으니까 걔는 놔두고, 불야성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은데?”
“맞다, 저번에 네가 말한 것 중에, 어비스는 코어를 들고 어비스 밖으로 나오면 없어진다고 하지 않았나?”
“응. 그게 어비스의 가장 쉬운 클로징 방법인데. 왜?”
“내가 보기에는 이 드래곤의 심장이 어비스의 코어였다. 그런데 내가 드래곤을 데리고 나왔음에도 어비스가 유지되는 현상이 궁금해서 말이다.”
유성우의 의문점이었다.
유지우에게 듣기로는 어비스 코어를 바깥으로 들고 나오면, 어비스는 유지되지 못하고 무너져야 한다.
하지만 어비스의 코어임이 분명한 드래곤을 데리고 나왔음에도 무너지기는커녕.
더욱 커다란 기운을 뿜어내며 3급에서 1급까지 격상하지 않았는가.
그의 질문에 유지우는 잠깐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으음,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면 내부에 코어를 대신할 대체재가 있다는 거겠지.”
“대체재?”
“응. 코어를 대체할 만큼의 방대한 기운을 가진 매개체가 있다면 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런 거라면…….”
있었다.
충분히 드래곤 하트를 대신할 만한 물건이 말이다.
아자하의 왕관.
오랜 세월 드래곤 하트에서 뽑은 마력으로 어비스의 코어를 대신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 힘으로 엘더 리치까지 승격하기도 했으니, 대체 얼마나 많은 양의 마력을 저장해 둔 건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짐작 가는 게 있구나? 오빠.”
“그래. 그리고 불야성 안에 있는 보스몬스터는 엘더 리치다.”
“리치? 리치 정도면 1급이 나올 리가…… 아니, 엘더 리치? 그건 또 뭐야?”
“모르냐? 리치보다 상위종인데.”
“처음 들어보는데…….”
“판타지 소설 좀 평소에 잘 읽지 그랬냐.”
유성우의 말에 유지우가 개소리하지 말라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아무튼, 더럽게 위험한 놈이다.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음을 초월해, 반신의 경지에도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 괴물이니까.”
“반신…… 그런 놈을 어떻게 잡아?”
“……리치의 상대법이랑 다를 것 없어. 놈들의 영혼을 담아둔 ‘소울 크리스탈’을 부숴야 한다.”
그리고 그 소울 크리스탈은.
‘놈의 왕관이겠지.’
그것 말고는 설명할 게 없었다.
결국에, 어비스를 없애기 위해서는 다시 저 어비스로 들어가야 한다는 소리였다.
물론 다시 갈 생각이었던 유성우는 숨을 길게 내뱉었다.
“빌어먹을 시체 새끼…….”
* * *
불야성이 1급 어비스로 승격한 이후, 기용 가능한 인력은 전부 괴산으로 몰려들었다.
S급 다이버들은 물론이고, A급 다이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불야성 공략 회의에 참여하고 온 유지우에게 유성우가 물었다.
“……정찰대는 편성됐어. 3급이 1급으로 격상한 만큼 내부도 바뀌었을 거고, 애초에 불야성은 코어를 발견하지 못한 어비스였으니까, 초반 정찰이 무척이나 중요할 거라더라.”
“틀린 말은 아니군. 정찰대의 전력은 어느 정도지?”
“S급 세 명에 A급 열 명.”
“너는?”
“나는 본대 쪽이야. 기동력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흠…….”
유성우는 잠깐 고민했다.
엘더 리치는 존재만으로도 재앙이다.
놈이 뿜어내는 죽음의 기운은 지나가는 것만으로 시체를 되살려내고, 그 능력을 강화한다.
자신이 나오고 꽤 시간이 흘렀으니, 안에 있는 아자하 또한 전력을 축적하고 있으리라.
어비스 바깥으로 나와, 자신과 드래곤을 잡기 위해서 말이다.
“그 병력으로는 전부 죽을 거다. 엘더 리치가 있으니 일반 스켈레톤들도 데스나이트보다 약간 못한 정도로 강화됐을 테니.”
“그렇게 강해?”
“그래. 엘더 리치는 존재만으로 재앙이다. 나타난 것만으로도 그 땅을 버리고 떠야 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게다가 엘더 리치를 몰아내거나, 퇴치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죽음의 기운은 짙게 남는다.
즉, 그 땅은 아예 죽은 땅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작물조차 자라지 않고, 생명도 살아가지 못하는 죽은 땅이.
그렇기에 엘더 리치를 절대 밖으로 내보내면 안 되고, 안에서 처리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뿐만이 아니다. 엘더 리치의 근처에 접근하는 것조차 어렵지. 보통 인간은 죽음의 기운에 저항력이 없으니까. 강력한 정화력을 가진 사제가 필요하다.”
“사제?”
“뭐야, 없어?”
“아니, 있기는 한데 보통 힐러직을 말하는 거지? 막, 신성력이니 뭐니 해서 힐 쓰는 애들.”
“그래. 어떤 원리인지는 몰라도 신앙의 힘은 운명을 거스른 것들을 제 흐름을 찾게 하는 능력이 있지.”
그렇기에 언데드를 상대할 때 성직자는 필수 요소였다.
‘나는 상대할 때 성직자가 없어서 피똥 쌌지…….’
그래도 그때는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엘더 리치에는 걸치지 못한 리치였고, 같이 싸울 동료들도 있었다.
사람들은 전부 죽거나 피난한 상태라 지켜야 할 게 없어 거리낌 없이 싸울 수도 있었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전해. 정찰대는 정말로 발 빠른 몇 명만 보내고, 절대로 언데드랑 맞서지 말라고.”
“일단 그렇게 전해보기는 할 텐데,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어. 나는 그렇게 발언권이 강하지는 않으니까.”
유지우는 메테오 인더스트리라는 상승곡선을 그리는 기업이 CEO지만, 다이버로서 보자면 발언력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S급이기는 하지만 S급 중에서도 중하위권에 속했으니까.
“뭐 안 받아들이면…… 다 죽는 거지. 아니다, 차라리 같이 가자.”
“괜찮아? 오빠 별로 눈에 띄는 거 싫어하는 것 같던데.”
같이 다이버들에게 가자는 유성우의 말에 유지우가 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유성우는 귀환 이후, 그다지 유명해지고픈 생각은 없었다.
유명세를 뒤따르는 것이라고 해봤자 강함에 대한 두려움뿐이라는 것을, 충분히 깨달았다.
그냥 적당히, 정말로 별 간섭없이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은 것뿐이었다.
조용한 생활,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세상이 그를 조용하게 두지 않았다.
“……깨달았거든. 평화로운 생활도, 방해하는 놈들이 없어야 평화로운 거라고.”
“뭔가 깨달은 현자처럼 말하네.”
“현자타임이거든.”
그리 말한 유성우는 먼저 앞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향한 곳은 커다란 심연의 구멍 앞에 있는 다이버들의 막사였다.
안에는 S급 다이버들이 모여서 불야성을 공략할 방법을 모색하기에 여념 없었다.
그런 그들 사이로, 장신의 남자 하나가 끼어들었다.
“본 적 있는 얼굴도 있고, 본 적 없는 얼굴도 있군.”
“어, 다, 당신은!”
유성우를 보자마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적천아룡(赤川兒龍)’이라는 이명을 가진 검사, 홍서화.
마치 오랜만에 주인을 만난 개처럼 눈을 크게 뜨고는 다가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마찬가지로 눈을 크게 뜬 ‘전천도객(電天刀客)’ 백우현도 있었다.
이전 2급 어비스를 함께 공략했던 S급 다이버들이 모여 있었다.
“담배 있나?”
“여기 있습니다.”
그의 물음에 홍서화가 제 부하 다이버의 주머니에서 담배를 빼앗아 진상했다.
유성우가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자 홍서화가 능력으로 일으킨 불을 붙여주었다.
“오빠 담배도 피워?”
“옛날에 잠깐.”
뒤따라 들어온 유지우가 물었고, 유성우는 짤막하게 답해준 뒤 연기를 내뿜었다.
그러고는 대충 제 옆에 있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그런 그의 태도에 그의 정체를 모르는 다이버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분노 서린 시선을 보냈다.
유성우는 그들의 시선을 담담히 받아내며 입을 열었다.
“메테오 인더스트리 CEO 전속 다이버 유성우다. 지우 오빠기도 하고. 내가 누군지 궁금해하는 얼굴 같은데 일단 너희들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