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75)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75화(175/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75화
고유세계(4)
유성우가 모두를 쓰러뜨리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는 제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채, 5분도 채 안 되어 모두를 쓰러뜨렸다.
검 또한 한 번도 휘두르지 않았다.
유성우의 고유세계는 그의 의지와 심상으로 이루어진 곳.
검을 휘두르지 않아도, 그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검들이 있었다.
수백, 수천 자루로 이루어진 검의 파도는 모두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유성우의 의지에 따라 휘둘러지는 무시무시한 숫자의 검.
그들이 아무리 발버둥 치더라도 유성우가 휘두르는 검랑(劍浪)은 넘어설 수 없었다.
“당신은… 정말로 괴물이군요. 괜히 체페슈의 고유세계를 찢고 나온 게 아니었어요.”
“이 정도도 견뎌내지 못하는 너희들이 한심한 거다.”
유성우는 그리 말하며 작게 하품하고는 말했다.
“다시 해보지. 전력으로 와라.”
그의 말에 잠깐 쉬며 체력을 회복하던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로따로 덤벼서는 안 된다는 걸 몸으로 느꼈는지, 이번에는 전위에 홍서화가 백우현이 검을 든 채 섰다.
최아연과 유월은 좌우로 늘어섰고, 뒤에는 A급 다이버들이 든든하게 받쳐주었다.
후열에는 마법사들이 마법을 펼칠 준비를 했다.
보스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한 대형을 취한 그들은 일제히 전진했다.
그와 동시에 유성우가 검의 파도를 일으켰다.
부러진 검, 금이 간 검… 전쟁터에 흔히 굴러다니는 검이 몰아친다.
“오래 못 버틴다!”
바토리와 슈아넬이 동시에 마법을 펼쳐 마력방벽을 세워내고는, 다른 마법을 캐스팅했다.
그와 동시에 전위에 선 이들이 전진하며 검의 파도를 갈라내기 위해 제 검을 휘둘렀다.
청색 전뇌와 진홍색 화염이 넘실거리며 파도를 갈라냈으나, 빈 공간을 이내 다시 검이 채웠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검의 파도.
이미 한 번 겪은 뒤라 그런지 이전처럼 무력하게 당하지는 않았으나, 웬만한 보스몬스터의 광역기를 당해내는 것보다 힘겨웠다.
“흠.”
유성우는 그들이 꽤 잘 막아내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한 곳으로만 움직이던 검의 파도가 두 갈래로 갈라져 양방향을 공략했다.
“빌어먹을! 뇌의 연산능력에 무슨 문제가 있나?! 이만한 검을 어떻게 조종하는 거야!”
“말할 시간 있으면 영창이나 해요!”
“닥쳐라, 빌어먹을 뱀파이어!”
덕분에 바빠지기 시작한 건 후열의 대마법사 두 명이었다.
바토리는 지팡이를 휘둘렀고, 슈아넬은 정신없이 수인(手印)을 맺으며 마법을 추가로 펼쳐냈다.
펼쳐진 마법이 갈라진 검의 파도를 요격했고, 드디어 공격할 타이밍이 생겼다.
전위의 검사들이 전력을 쏟아내 유성우에게로 향하는 길을 뚫자, 유지우가 전면에 나섰다.
아무리 그래도 동생에게 과격한 공격은 하지 않겠지, 싶은 생각에서 나온 전술이었다.
유지우가 자신의 마력을 일으키며, 이번에는 마법사가 아닌 한 명의 검사로서 도전했다.
양쪽을 사용해 어중간하게 하기보다 한쪽에 집중할 요량이었다.
마력을 일으킨 유지우가 해월검을 운용하자, 그녀를 중심으로 초원에 파랑(波浪)이 솟구쳤다.
그녀의 마력을 담보로 한 푸른 파도는 유성우의 검랑을 파고들어 그의 품 안으로 향했다.
“죽어-!!”
“오빠한테 못 하는 말이 없군.”
하지만 그게 유지우의 의지라면, 응당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유성우는 여전히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러자 그의 앞에 검으로 이루어진 벽이 솟구치더니 그녀의 전진을 멈춰 세웠다.
“큭…!”
카가가가강-!
유지우는 재빨리 검을 크게 휘둘러 벽을 베어냈으나, 어느새 그녀의 목을 수십 자루의 검이 에워싸고 있었다.
“한 명은 끝.”
그리 중얼거린 유성우는 처음으로 한 발자국을 뒤로 움직였다.
어느새 다가온 최아연이 그가 있던 자리를 제 검으로 내리긋고 있었다.
유지우가 일으킨 파도의 그림자에 숨어 다가온 그녀였으나, 유성우의 옷조차 스치지 못했다.
낭패라는 얼굴로 그녀는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어느새 검이 최아연의 퇴로를 틀어막았다.
“실패한 것 같은 순간 빠졌어야지…….”
그리고 둘.
유성우는 최아연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검으로 구속하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번에는 검혼의 A급 다이버들이었다. 그들은 개별로 움직이기에는 힘이 약했기에, 무리를 지어 쐐기처럼 돌진했다.
그런 그들의 뒤에는, 백우현과 홍서화, 유월이 마법사들의 마법을 두른 채 뒤따르고 있었다.
A급 다이버들은 말 그대로 쐐기고, 나머지 셋이 망치였다.
이번에는 방금과는 다르게 손을 맞춘 전술을 짠 채 돌진해 왔다.
유지우와 최아연도 미끼였던 걸까.
유성우는 퍽 재밌는 전술을 쓴다 생각하며 처음으로 검을 들었다.
전방의 A급 다이버들이 이능을 발휘하며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
이게 실전이었다면,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뒤의 세 명에게 미래를 맡겼겠지.
올바른 선택이다.
자신들의 힘이 닿지 않는다면, 더 강한 이들을 위해 그 몸을 불사르는 것이 전장의 도리였다.
하지만, 유성우는 이들 또한 죽지 않기를 바랐다.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했다.
“좋은 걸 보여주지.”
그래서, 그들을 위해 유성우는 검을 휘둘렀다.
조금이라도 이 검에서 무언가를 배워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유성우의 세계에서, 유성우의 검이 휘둘러진다.
그것이 의미하는 건, 그의 의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검이 그리는 것은 우아하기 짝이 없는, 아름다운 곡선이었다.
오러가 남기는 잔상은 그를 향해 달려오던 모두의 시선을 빼앗았다.
지극히 아름답기 짝이 없는 검은 눈으로 좇을 수 있을 정도로 느렸지만, 보인다고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유성우가 가장 앞에 선 다이버의 검 끝에 제 검을 가져다 대자, 빨판이라도 붙은 것처럼 속절없이 끌려왔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유성우의 검은 계속해서 움직여, 다른 이들의 검까지 제 검에 붙여서 끌더니, 그대로 옆으로 밀어 쐐기를 해체했다.
A급 다이버들이 옆으로 모조리 밀려나자, 노출된 망치인 세 명은 이를 악물더니 그대로 전진했다.
이것 또한 좋은 선택이었다.
작전이 중간에 어그러지면, 전사들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속행할 것인가, 아니면 몸을 돌려 도망갈 것인가.
그것도 급박한 상황이라면 생각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아주 짧은 순간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눈앞의 셋은 속행하기로 결론을 내린 듯했다.
세 명이 각기 다른 방향에서 짓쳐 들었다.
방위를 점하고, 압박하겠다는 노림수가 뻔히 보였기에 유성우는 거기에 올라타 주었다.
바닥에 굴러다니던 칼의 손잡이를 콱 밟아 띄워 홍서화의 검을 막아내고, 손에 들린 일생으로는 백우현의 남청검을 빗겨낸다.
비어 있는 손으로는 빠르게 짓쳐 들어오는 유월의 손아귀를 맞잡아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단번에 세 명의 공격을 막아낸 그가 유월의 팔을 비틀며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홍서화의 검을 막아낸 칼을 발로 밀어 차 그녀를 함께 밀어냈다.
백우현이 섬전처럼 검을 휘둘러 왔으나, 유성우의 검이 엿가락처럼 휘어버리더니 남청검을 옭아맸다.
힘싸움에서 유성우를 이길 수는 없었기에, 백우현은 곧장 손잡이를 놓고 박투를 벌였으나 유성우는 그 정도는 아프지도 않다는 듯 전부 맞아주었다.
도리어 이마를 들이대 백우현의 이마에 박치기를 먹여주었다.
“커헉!”
“판단 좋군.”
자신도 같은 꼴이 되리라 예상했는지, 유월은 재빨리 물러났고, 홍서화는 유성우가 날려 보낸 검과 사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홍서화에게 검기를 한 번 날리는 것으로 상황을 끝낸 유성우는 저 멀리, 두 명의 대마법사를 바라보았다.
앞에서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둘은 마력을 그러모아 마법을 준비한 모양이었다.
유성우는 발걸음을 옮기는 대신 둘이 무슨 마법을 준비했는지, 구경이나 좀 해보기로 했다.
“반드시 죽여 버릴 거야…….”
어딘가 증오 서린 슈아넬의 목소리에 이어, 둘을 중심으로 커다란 마법진이 완성되었다.
공중에 떠오른 마법진은 회전과 함께 기이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 이 마법 정말로 괜찮은 거 맞아요?! 아무리 봐도 화력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요?!”
“이게 바로 엘프의 마법이다!”
공중에 새겨진 커다란 마법진에서 흐르는 마력이 마법진의 규칙에 따라 현실을 일그러뜨렸다.
그곳에서 등장한 것은 푸른색의 자그마한 불꽃.
슈아넬이 손가락으로 유성우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강림하소서, 악을 태우는 대해의 불꽃이여! 심해 깊은 곳에서부터 타올라 전부, 불태우소서!”
대마멸악술식(對魔滅惡術式)
멸악청염(滅惡靑炎)
인간이 아니라, 대악마 정도에게 사용하는 화염계 대마법이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마법을 구현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대마법사 두 명의 마력과, 미칠듯한 증오와 분노를 끌어낸 슈아넬의 재능이었다.
내면의 평화를 위해서는 표면의 분노를 분출할 필요가 있다.
유성우는 그녀가 구성해 낸 마법을 보며 눈썹을 씰룩였다.
이 기세라면, 고유세계를 가장 먼저 완성하는 건 슈아넬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보답을 해줘야겠지.”
자그마한 푸른 화염은 이내 그 크기를 키워가더니, 태양처럼 보일 정도로 무시무시한 크기가 되었다.
화염에서 뿜어지는 열기는 대지를 불태우기 시작했으며, 유성우의 붉은 세계를 푸르게 덧칠하려 들었다.
“뒈져어어어어어-!!”
거대한 불꽃은 찢어지는 듯한 슈아넬의 목소리와 함께 유성우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의 주변에는 널브러진 다른 다이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경 쓰지 않는 무자비한 기색이었다.
역시 인간 따위는 미개인 취급하는 하이엘프라는 걸까.
아니면 그들마저 인질로 삼아, 유성우가 피하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한 걸까.
어느 쪽이든 악질이기는 했기에, 유성우는 피식 웃으며 일생을 돌려보내곤, 다섯 번째 검을 꺼내 들었다.
체페슈를 베고 나서, 드디어 다섯 번째 검을 완전히 수복할 수 있었다.
이것도 네 번째 검인 흑사처럼 까다로운 놈이었기에.
그래도 수복에 한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앞으로는 자주 꺼내 쓸 수 있으리라.
여러모로 쓰임새가 많은 검이기에.
“내게로 오라, 오월(五月).”
오월, 혹은 용광(龍光).
악명 높았던 해룡(海龍)의 단 하나밖에 없던 기다란 이빨을 통으로 깎아서 만든 검.
그의 부름에 응답한 검이 푸른 빛무리의 형태로 모여들더니, 그의 손에 쥐어졌다.
원뿔 모양의, 기병의 랜스보다는 얇고 날카롭기 짝이 없는 검은, 베는 것보다 레이피어보다는 에스터크에 가까운 찌르기에 특화된 형태였다.
상앗빛의 오월은 오랜만의 부름에 부르르 떨 듯 검명을 토해내고는 푸른 마력을 나선으로 뿜어내며 자동으로 세차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씩 웃은 유성우는 자세를 잡았다.
그와 동시에 유성우의 오러가 넘실거리며 오월의 마력과 조화를 이루더니, 전신에서 세찬 기세를 뿜어냈다.
그리고, 푸른 화염의 덩어리가 눈앞까지 다가왔을 때.
최대한으로 안쪽으로 당겼던 오월을 화염 쪽으로 찔러넣었다.
발끝에서부터, 검 끝으로 이어지는 회전과 힘의 연결.
숱한 악마의 심장을 꿰뚫었던, 손에 들린 오월로 펼쳐낼 수 있는 비기 중 하나가 세계에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