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81)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81화(181/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81화
비약제조(2)
청람의 물안개는 사람의 감각기관을 교란하는 특수한 환경이었다.
물안개 속에서 방향을 정확히 잡을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해줄 다이버가 존재하지 않으면 공략이 불가능한 곳.
유성우는 물안개 속에서도 체내 나침반을 통해 방향을 정확히 특정하는 게 가능해, 청람에서도 길을 잃지 않았다.
소드마스터가 되며 얻은 그의 예민함은 청람에 존재하는 ‘적’의 위치를 탐지했다.
물안개 속에 한 명.
이쪽을 주시하는 듯한 동태였기에, 유성우는 눈을 가늘게 뜬 채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을 인식했는지 놈이 곧장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으나, 유성우는 입가를 끌어올리며 중얼거렸다.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지금까지 감지에 걸리지 않은 건 칭찬해줄 만하지만, 이미 걸린 상태에서 도망치기에는 요원하다.
유성우가 땅을 지르밟으며 박찼다.
그러자 물안개 속으로 그의 신형이 길게 늘어지더니, 이내 적이 있는 곳에 도달했다.
도망치려는 신형을 손을 뻗어 목을 붙잡은 그가 그대로 바닥에 처박았다.
“크헉!”
“흥.”
유성우는 처박은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체구는 작고, 복면 바깥으로 드러난 녹색 눈동자.
얼굴을 천천히 뜯어보던 유성우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붙잡은 놈의 얼굴의 굴곡이 이상했다.
코가 있어 우뚝 솟아 있어야 할 부분이 평평했고, 그 외에도 기이한 힘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코가 없군.”
코가 썩어버린 건지, 도려낸 건지 알 수 없었으나 제정신인 놈이 할 짓은 아니었다.
놈은 유성우에게 붙잡힌 채, 사방으로 독기를 뿌려댔다.
마치 노린재가 발악하듯이 버둥거리며 녹색 눈동자를 흔들어댔다.
사방으로 뿌려진 독기가 초목을 죽이기 시작했다.
어찌나 지독한지 땅을 녹이고, 풀과 나무를 죽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바뀌어 가는 주변 환경을 파악한 유성우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이내 독기는 그를 죽이기 위해 쏟아졌다. 일반인이라면 벌써 몸이 녹아내려 곤죽이 되었겠지만, 유성우는 소드마스터.
오랜 시간 여러 방법으로 담금질된 그의 몸은 독기를 가볍게 밀어냈다.
독기가 통하지 않자 목을 졸린 인영은 복면 속에서 암기를 토해냈으나, 그것들조차 유성우의 피부를 뚫을 수는 없었다.
마지막 한 수까지 통하지 않자 입을 우물거리더니 그대로 이빨 속의 독단을 깨물어 자결했다.
유성우는 굳이 그것을 막지 않았다. 이놈 말고도, 물어볼 놈은 아직 이 숲에 널려 있을 테니까.
독기로 가득한 운무 속에서 그가 몸을 천천히 일으키며 중얼거렸다.
“독이라. 안 좋은 선택을 했군.”
독이 통하지 않게 된 게 몇 년 전이더라.
유성우는 입가를 끌어올리며 다시금 기감을 넓게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달랐다.
방금 쓰러뜨린 놈의 기운을 기반으로 탐색 대상을 바꾸었다.
방금까지는 물안개 속에 숨은 이질적인 기운을 찾아내는 걸 목표로 했다면, 지금은 특정한 기운을 목표로 삼았다.
때문에 정확도가 더욱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
“…흠.”
어디서 보낸 놈들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준비는 치밀하게 한 모양이었다.
그가 다시금 땅을 강하게 박찼다.
이번에는 콰앙! 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땅이 패고, 나무들이 뿌리뽑혀 널브러졌다.
순식간에 정면으로 치고 나아간 그는 앞길을 가로막는 것들은 죄다 부숴버리며 손을 뻗었다.
그가 도달한 길의 끝에는 또다시 한 명의 목이 쥐어져 있었다.
“아까랑 똑같은 놈이군.”
코가 없고, 독기를 뿜어낸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게 두지 않았다. 가장 먼저 반대 손을 뻗어 놈의 입에서 독단과 암기를 뽑아내고, 오러로 독기의 흐름을 통제했다.
독기를 완전히 차단한 유성우는 그대로 목을 틀어쥔 채 물었다.
“헤트리스는 어디에 있지?”
“우오어아아아아아아아아!!”
제대로 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악하며 손발을 휘두를 뿐.
유성우는 그 모습을 보고나서야, 이들이 철저히 누군가의 손에 의해 길러진 암살자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들이 암살하려는 자는 분명히 자신이겠지.
‘몸을 쓰는 방식이 날것이 아니라, 일정한 흐름이 있다.’
지금도 마구잡이로 손발을 휘두르는 것 같지만 어떠한 묘리가 담긴 것이었다.
유성우는 그 형태에서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무림맹?’
무공에 대해 그리 잘 알지는 못했다. 그러나 저번에 중국에 연금술사들을 구하러 다녀왔을 때, 흘깃 보았던 무림인들의 무공.
놈이 발산하는 공격의 형태는 그것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유성우는 간단하게 팔다리를 모조리 꺾어버리고는 녹색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눈동자의 색깔 또한 인위적으로 생성된 것 같군. 강렬한 독기 때문인가?’
말도 제대로 못하고.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독기를 배출하는 것과 암기술, 그리고 특색 없는 무공뿐이었다.
다시금 인상을 찌푸린 그는 그대로 목을 부러뜨려 옆으로 내버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흐름이 네 쪽으로 향하는 걸 보면 네가 지휘권자인 모양이로군. 다른 놈들이랑 다르게 말은 할 수 있겠지?”
“물론.”
처음으로 돌아온 대답에 유성우는 작게 웃으며 한 손에 일생을 빼 들었다.
“내가 분명 말하면 죽이러 간다고 말했는데, 못 참고 불어버린 모양이야. 무림맹에서 암살자까지 보내고…….”
이름이 뭐더라.
유성우는 중국에서 무림맹의 S급 다이버 세 명을 죽이고, 마지막으로 마주친 다이버에게 경고했다.
오늘 본 것을 입 밖으로 내지 말라고.
만약 정보가 새어 나간다면 어떻게든 찾아가서 죽여 버릴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무림맹이 암살자를 보낸 걸 보면, 전부 불어버린 모양이었다.
‘무림맹이 아닐 수도 있기는 하지만.’
무림맹이 아니면 섭할 것 같았다.
놈들이 사용하는 독도 쉬이 볼 수 없는 형태였으니, 붙잡힌 헤트리스를 구출해서 물어보면 더욱 확실시되리라.
손에 들린 일생을 가볍게 한 바퀴 굴린 그가 말을 이었다.
“순순히 붙잡아간 놈을 풀어주고 사죄한다면 살려서 보내주지. 마지막 경고다.”
“…네가 만약 내 몸에 손을 댄다면, 주저하지 않고 인질을 죽여버리겠다. 검을 버리고 물러서라.”
“네가 협박할 수 있는 위치라고 생각하는 건가?”
유성우의 말에 모습을 드러낸 복면인은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인질은 자신이 잡고 있는데, 어째서 저쪽이 협박을 하고있는 것인지.
유성우가 말했다.
“죽이던가. 그런데 걔를 죽이면, 너는 무조건 죽고 네 뒤에 있는 놈들도 모조리 죽여 버릴 거다.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싸그리 말이다.”
그리 말한 유성우에게서 튀어나오는 흉포한 기세.
거짓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듯 언제든 썰어버리기 위해 기운을 잠재우기는커녕, 더욱 커다랗게 부풀리며 물안개를 핏빛으로 물들였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강렬한 오러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에 복면인은 흠칫 몸을 떨었다.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물리적인 시술로 인해 거세당한 두려움이 터져 나올 리는 없으니, 몸을 떠는 것은 분명히.
두려움이라는 감정보다도 더욱 원초적인 것.
물리적인 시술로는 지워낼 수 없는 종족 본능.
유성우에게서 피어오르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분수를 모르는군. 그리고 어리석어. 너희들이 나를 죽이려 했다면, 이런 병신 같은 인질극이 아니라 정면에서 맞서야 했을 거다.”
어느 쪽이든 승산은 없었겠지만 말이다.
유성우는 그리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검을 크게 휘둘렀다.
대충 휘두른 듯한 그의 검격에 물안개 속에 숨어있던 몇 명이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검이 닿는다. 인간을 초월한 소드마스터가 내보인 참격에 복면인은 반대로 살의를 불태우며 소리쳤다.
“죽여라!”
복면인의 커다란 외침에, 사방에서 느껴지는 기척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치명적인 독기를 뿜어내며, 대지를 잠식했다.
일신의 무력도 상당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유성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 명 한 명이 A급 수준이군.’
사방을 에워싼 채 다가오는 이들의 면면을 살핀 유성우는 더욱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체격을 보자니 하나같이 어린애들 밖에 없지 않은가.
스물은 절대로 넘지 못했을 것 같은 체격.
성별도 뒤섞여있고, 골격도 판이하게 달랐다.
‘부모 없는 고아들을 데려다가 만들어낸 암살부대인가?’
아니면 납치해서 만든 거겠지.
이들을 만든 놈은 이 어린 암살자들을 철저하게 소모품으로 사용되기를 원한 모양이었다.
그렇기에 필요 없는 기관은 잘라내고, 목숨의 위협이 있을 시에는 자살하도록 철저히 방어기제를 심어두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유성우는 일생을 쥔 손에 힘이 꾹 들어가는 걸 느꼈다.
어느 세상이나, 이런 미친 짓을 벌이는 놈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허탈하면서도.
동시에 안도했다.
“나를 만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그 끔찍한 삶을 빠르게 끝내줄 테니.”
타인의 의지에 의해 조작된 정신과 신체는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몸을 이렇게 독기 가득히 변형시켜 두었는데, 아무런 부작용이 없을 리가 없었다.
독기는 이들의 내부를 갉아먹으며 호흡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괴롭히겠지.
그럴 바에는 차라리.
“후읍.”
짧게 숨을 들이마신 유성우가 세차게 회전했다.
왼발을 축으로, 일생을 뻗은 채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그와 동시에 뻗어져 나온 충격파가 물안개를 밀어내며, 세찬 폭풍을 만들었다.
놈들이 토해낸 독기는 하나도 닿지 않았고, 유성우가 만들어낸 참격의 폭풍만이 대기의 흐름을 뒤집으며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복면인들의 기습은 완벽한 타이밍이었지만,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아주 작은 틈을 허용한 이상 소드마스터의 반격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유성우를 공격하려던 이들이 도리어 공격당해 핏물을 흩뿌렸다.
비명조차 없이 산산이 흩어지는 복면인들은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호흡이 끊어졌고.
한 차례의 회전을 마친 유성우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살려두는 건 말할 수 있는 한 놈으로 충분하겠지.”
그의 말에 작전을 바꾸었는지, 남은 이들이 물안개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으나.
유성우는 이미 그들의 기척을 자신의 인식 속에 넣어둔 뒤였다.
지금 모습을 감춘다고 하더라도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다시금 숨을 짧게 들이마심과 동시에, 그의 모습이 자리에서 사라진다.
소드마스터의 몸을 통해서 펼쳐지는 입체기동은 눈으로 좇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도출되는 결과 또한 막아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비명 없이 핏물만이 흩뿌려졌다.
독을 머금은 피가 초목을 죽이며 죽음을 불러왔으나, 결코 그 죽음이 유성우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명령을 내리던 복면인이 뭔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물안개 속에서 하나둘 죽어갔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가 손을 들어올리자, 그림자 속에서 기절한 헤트리스가 치솟았다.
복면인은 독기로 가득한 수도를 그녀의 목덜미에 가져다대며 소리쳤다.
“그만! 이 여자를 죽여 버리기 전에 멈춰라!”
“역시 근처에 있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