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86)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86화(186/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86화
유현월(2)
어머니를 위해 탕약을 가져온 여자의 이름은 서문영일.
중국에 서문 씨는 흔하지 않은 데다가, 현재 천맹성채를 지탱하는 오대 세가 중 하나였다.
모녀의 대화에서 유추해 낼 수 있는 건, 서문세가의 누군가가 아랫도리를 잘못 놀린 게 아닐까.
여관으로 돌아온 유성우는 이 일일 유월에게 공유했고, 그녀는 순식간에 유성우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고는 손목에 찬 초소형 단말기를 조작하더니,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워 올렸다.
처음 보는 기기에 유성우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건 뭐냐?”
“이번에 새로 개발된 차세대 웨어러블 타입 스마트 콘솔 프로토타입이에요. 오성에서 비밀리에 제작한 걸 개발원이 빼돌렸더라고요. 그걸 제가 구매해 소프트웨어를 조금 개조한 물건이에요.”
“뭔 그지발싸개 같은…….”
“초소형인 데다가 성능이 좋더라고요. 딥웹에 접속해서 서문세가에 대한 정보를 알아볼게요.”
유월은 허공에 손가락질을 몇 번 하는 것으로 홀로그램을 움직이더니, 바쁘게 손가락을 휘저었다.
유성우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이게 진짜 이계인이 맞나 싶었다.
진짜 한국인보다 몇 배는 더 지구에 적응한 모습이 아니던가.
‘내가 이계에 너무 오래 있었나?’
지구에서 산 시간보다, 이계에서 산 시간이 더 길어서 그런 걸까.
아무튼.
얼마 지나지 않아 유월은 서문세가의 정보를 찾아냈다.
그녀는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의 텍스트를 읽어 내려가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서문영일. 서문세가 쪽에서 기록을 말소하려고 했지만, 현대 사회에서 완전 말소는 힘들죠.”
“그러냐.”
“네. 서문영일은 서문세가 현 가주인 서문제의 딸이네요. 올해로 스물둘… 분명 서문제의 나이가 올해로 팔십일 텐데…….”
“기운도 좋군 늙은이.”
“인간들은 다 이래요? 좀, 뭐랄까, 추잡하다고 해야 하나…….”
“욕심 많은 늙은이들은 대체로 그렇지.”
“그런데 신기하네요? 지구에 대재해가 벌어진 건 10년 전인데 말이죠. 애초에 오대 세가라는 건 창작물의 산물에 가까운 게 아니었나요?”
“난들 알겠나. 시대가 변하니 연관이 있다는 것만으로 자기 성을 갈아치우는 놈들도 있는 모양이지.”
유성우는 그리 내뱉고는 좀 더 쓸만한 정보가 없나 살폈다.
유월이 띄워놓은 텍스트를 읽는 정도면 그 또한 가능했으니.
“서문영일의 어머니는 서문세가의 하녀라고… 미친 늙은이가 맞군. 그렇다면 일단 서문세가를 공략하는 것부터 시작해 볼까.”
“좋아요.”
“너는 서문영일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하는 것부터 시작해 봐라. 같은 여자니까 나보다는 낫겠지. 그동안 나는 낭인 표사의 실적을 쌓겠다.”
“그 외의 정보 수집도 착실히 해둘게요. 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 같으니까요.”
“그래.”
대화를 마친 유성우는 훌쩍 뛰어 이층 침대의 윗자리로 올라갔다.
몸에 두르고 있던 로브를 이불 삼아 눈을 감은 그가 말했다.
“아래에서 자라. 올라올 생각하지 말고.”
“…….”
조용히 계단을 오르려던 유월은 얌전히 아래층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천맹성채의 첫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
“…이대로는 안 돼.”
잠든 어머니를 등지고, 맨션을 나와 일터로 향하던 서문영일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머니의 상태는 나날이 나빠지고 있었다.
식당 일이라도 해서 어떻게든 돈을 벌어 탕약값을 대고는 있지만, 꾸준히가 아닌 가끔 먹는 정도로는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젠장.’
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분을 삭였다.
서문세가의 사생아로 태어난 그녀는 태어나자마자 서문세가에서 어머니와 함께 버림받았다.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자비라고 하던, 서문세가의 일원들.
어째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자신의 어머니는 늘 말한다.
자신이 이런 신분이라 미안하다고.
자신이 좀 더 나은 사람이었으면, 해 구역이 아니라 천 구역에서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었을 거라며.
‘그런 게 모두 무슨 소용인가?’
그녀는 제 아비가 서문세가의 가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해 구역으로 쫓아낼 거라면 조용히라도 살게 해주던가.
도리어 서문세가는 자신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생활고에 시달리게 하거나, 더욱 어두운 곳으로 내쫓거나.
자신들은 관련되지 않게, 스스로 죽어버리도록.
서문영일이 일하던 가게는 망하기 일쑤였고, 이제는 일하는 것조차 점점 어려웠다.
게다가 요즘에는 묘한 살기까지 느껴졌다.
‘이제는 나도 버거워…….’
밀려나다 못해, 이제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조금이라도 더 밀려나면 도시의 어두운 바다에 잡아먹힐 터.
그렇게 터덜터덜 일터로 향하던 도중에 그녀의 앞길을 막아서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검은 로브로 전신을 두른 사람.
서문영일은 비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으나, 로브를 입은 사람은 그녀의 앞에서 비켜서지 않았다.
“……?”
서문영일은 좌우로 움직였으나, 로브를 입은 사람은 그녀의 번번이 그녀의 앞길을 막아섰다.
뭔가 불길함을 느낀 그녀가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로브를 입은 이의 속도가 더욱 빨랐다.
그림자 진 로브 속에서 튀어나오는 매끈한 칼날.
그녀의 급소를 노리고 짓쳐들어오는 칼날은 반응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직감하는 죽음.
그것은 느리면서도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칼날이 서문영일의 목을 꿰뚫기 전에 뒤쪽에서 튀어나와 칼날을 우악스럽게 그러쥐는 손길이 있었다.
“이런, 대낮에 암살 시도는 생각 못했는데요.”
“누구…?!”
“지금은 그런 것보다 자기 목숨을 걱정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악력으로 칼날을 구겨버린 유월이 그대로 단검을 제 쪽으로 당기며 반대편 손을 뻗었다.
서문영일의 어깨를 스치며 뻗어진 주먹이 암살자의 안면을 두들기며 피를 튀겼다.
단검을 놓고 서문영일을 제 쪽으로 당기며 끌어안는다.
“반가워요?”
“누구?!”
“지나가는 착한 사람이요. 잠깐만 뒤에 있을래요? 금방 처리하고 올 테니까.”
방금의 한 방으로 자신이 상대할 수 없다고 느꼈는지, 암살자는 곧장 몸을 빼려고 했다.
그러나 놈의 속도보다 유월의 속도가 압도적이었다.
그녀가 땅을 박차며 날 듯이 달려가, 막 건물 위로 뛰어오르려는 놈의 뒷덜미를 잡아 바닥에 처박았다.
그러고는 곧장 주먹을 내질러 얼굴을 곤죽으로 만들고는 손에 묻은 핏물을 탈탈 털었다.
암살자를 단번에 죽여 버린 그녀가 얼어붙은 서문영일에게 다가왔다.
“반가워요. 우리 처음 보죠?”
“…누구세요?”
“상황이 좀 그래서 세 번째 질문에 대답하는 건 사과할게요. 제 이름은 용월. 서문영일, 당신을 만나러 왔어요.”
“…저를 만나러 왔다고요?”
“그래요. 어디, 조용한 곳에 가서 이야기라도 하지 않을래요? 할 말이 정말로 많거든요.”
유월은 그리 말하며 작게 웃었다.
서문영일은 그러나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그녀는 일터로 향하는 중.
어떻게 구한 일자리인데, 조금이라도 더 돈을 벌어둬야 했다.
아무리 대낮에 암살 위협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저는 일을 하러 가야 해서…….”
“그럼 당신의 시간, 제가 사도록 할게요.”
유월은 품속에서 지폐 한 뭉치를 꺼내서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어젯밤, 유성우가 남들의 품속에서 주워온 지갑에 들어 있던 돈이었다.
그녀의 석 달 치 급료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갑자기 어마어마한 거금이 손에 들어온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돌려주었다.
“바, 받을 수 없어요. 목숨도 구해주셨는데 이런 돈까지.”
“거절하지 마세요. 다 목적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요. 이거 받고 잠깐만 시간을 내주시지 않을래요?”
“…….”
잠깐 고민하던 서문영일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거금이 있다면, 어머니에게 줄 약을 살 수 있다.
그걸로 조금이나마 명줄을 늘릴 수 있겠지.
둘은 근처의 음식점으로 들어가 아침 겸으로 음식 몇 개를 주문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손님은 몇 없었으니,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유월은 머리에 두르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흑단발의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며 내려왔고, 루비처럼 붉은 눈동자가 그녀를 주시했다.
“다시 소개할게요. 저는 용월이라는 사람이고, 서문영일, 당신을 만나기 위해 왔습니다.”
“저를요? 왜요?”
“…서문세가의 본가에, 서문엽이라는 이름을 알고 계시는지요?”
“서문엽이라면…….”
어머니에게 들은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서문세가의 본가에서, 유일하게 도움을 주었던 자였다.
그녀에게는 삼촌뻘쯤 되는 사람으로, 어머니가 종종 그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칼날 위와 다름없는 서문세가에서 유일하게 훈풍과도 같은 사람이었다고.
그런데 그 이름이 갑자기 왜 나오는지, 서문영일은 짐작하기 어려웠다.
서문세가에서 쫓겨나며 연락 또한 끊겼다. 막 태어났던 그녀는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사람.
“예.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종종 말씀하시던 분인데…….”
“서문엽 님이 얼마 전에 타계하셨습니다. 세가의 내부 항쟁으로 인해…….”
“…그런 일이.”
“저는 서문엽 님의 종자로, 서문엽 님께서 타계하시기 전에, 서문영일 님을 도우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걸…….”
유월은 품속에서 편지 한 장을 꺼내, 서문영일에게 밀어주었다.
어젯밤에 급조해 낸 서문엽의 편지였다.
필체는 굳이 흉내 내거나 하지 않았다. 어차피 서문영일도 모를 테니, 적당한 달필의 편지였다.
편지를 받아 든 그녀는 그 자리에서 펼쳐보았다.
『지화야 보거라.
네가 세가에서 떠난 지 많은 시간이 지났구나.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이 편지에 모든 일을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다.
아마도 이 편지를 네가 읽을 때쯤이면 나는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세가 내부의 항쟁은 점점 심해지고 있고, 형님은 여전히 강경하니.
그렇기에, 세상을 떠나기 전 여전히 네가 눈에 밟히었다. 겨울바람은 점점 거세질 텐데, 네 연약한 몸은 견뎌낼 수 있을까…….
그것이 너무나도 신경 쓰여 너를 도울 종자 둘을 보내겠다.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그 둘이 들어줄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라며.
-서문엽』
유월은 자신이 생각해도 명문이라고 생각했다.
편지를 읽은 서문영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편지와 그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유월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편지 대로입니다. 저 말고도 다른 한 명이 지화 님과 서문영일 님을 돕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오늘처럼 경호 등, 필요한 것들을 처리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어머니의 병도.”
“당연합니다. 어머니의 병은 물론, 원하신다면 이 천맹성채를 나가, 타국의 망명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
유월의 말에 서문영일의 얼굴에 안도가 어렸다.
그러나 이내 안도감은 사라지고, 얼굴에 증오가 서렸다.
그것을 본 유월은 속으로 미소를 삼키며 말했다.
“하지만, 서문영일 님께서 원하시는 건 그런 게 아니겠죠.”
그녀는 다 알고 있다는 말투와 함께 얼굴에 증오를 내비쳤다.
서문세가를 향한 꾸며낸 증오를 얼굴에 물들인 채 입을 열었다.
“서문세가, 복수하고 싶지 않으신가요?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