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89)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89화(189/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89화
유현월(5)
마교와 천맹성채에서 일이 벌어지고 있을 무렵, 누구보다도 가장 많은 싸움을 한 건 단연 백우현이었다.
사파의 영역으로 향했던 그는 몇 개의 흑도, 양아치 문파를 규합하고는 쾌속 진격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여러 흑도 문파를 실력으로 평정하고 ‘뇌검문’을 세운 뒤, 다른 흑도 문파까지 헤집었다.
인근에 있던 중소 흑도 문파는 모두 백우현에게 무너졌다.
중소 문파라고 해도 문주의 수준이 B급 다이버 정도에 불과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점점 세력을 키워나가는 도중.
“큭… 우리가 어디 소속인지 알고 이런 행패를 부리는 것이냐!”
“어디 소속이지?”
“우리는 묵천회 산하 문파다! 우리를 건드린다면 본회에서 네놈들을 모조리 척살할 것이다!”
백우현은 입을 터는 사파의 앞에서 곰곰이 묵천회에 대해 떠올렸다. 들은 적이 있는 이름.
“아.”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 넘겨받은 정보에 ‘묵천회(墨天會)’의 이름이 있었다.
이름 그대로 묵천, 먹색 하늘을 원하는 이들이 모인 곳으로 일종의 사파 연합이었다.
무림맹과 마교와 더불어 삼강(三强) 구도를 유지하는 곳이었다.
백우현이 목표로 하는 곳이기도 했고 말이다.
놈의 말에 백우현의 뒤에 있던 뇌검문의 사파인들이 소리쳤다.
“우리 문주님이 그 정도 협박에 굴할 것 같으냐!”
“멍청한 자식! 뇌검문은 묵천회를 넘어설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파인들의 외침과는 다르게 백우현은 공격을 멈추었다.
묵천회와는 이야기를 한번 해보아야 했다.
놈들도 천맹성채의 몰락을 바라고 있을 테니, 대화의 여지는 있을 터였다.
묵천회도 근육뇌만 모인 집단은 아닐 테니까.
“그렇다면 불러와라. 흑천회도 모조리 상대해 주지.”
백우현은 검을 집어넣으며 바닥에 엎어진 놈을 발로 걷어차 날려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사파인들이 끝내주게 멋있는 백우현을 향해 찬사를 보냈다.
“저게 진짜 남자지!”
“역시 우리 형님이야!”
“문주님! 문주님!”
백우현은 그들을 쳐다보다 이대로 괜찮나 싶었다.
…일이 수월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자신이 없어졌을 때 뇌검문은 어떻게 변할까.
조금 도와달라는 시선을 바토리에게 보냈지만, 그녀는 여전히 알아서 하라는 듯 느긋하게 공중에 떠서 술이나 마시는 중이었다.
백우현이 진짜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결국 그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말했다.
“빨리 불러라.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
유성우가 정면에서 시간을 끄는 동안, 유월은 재빠르게 공장 내부에 폭탄을 설치하고 빠져나왔다.
유월에게 폭탄 설치가 끝났다는 연락이 들려오자, 유성우는 손에 들린 철검을 빙글빙글 돌려 피를 털어냈다.
“적당히 떨어졌으면 터트려.”
-네! 예술의 시작이군요!
“너도 인터넷 좀 그만해야겠다.”
그리고.
꽈아앙─!!
화려한 폭발이 불꽃놀이처럼 피어올랐다.
갑자기 터진 커다란 폭발에 사방으로 열풍과 폭풍이 몰아쳤고, 버티지 못한 이들은 바닥을 나뒹굴었다.
유성우는 화염이 피어오르는 것을 구경하며 작게 미소 지었다.
피와 화염에 둘러싸여 있으니 어쩐지 즐거워지는 기분…….
“…이런, 잠깐 정신을 놓았군.”
유성우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숨을 길게 내뱉었다.
폐에 들어찼던 열기를 토해낸 그가 제 앞으로 다가오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채 다가오는 이들.
처음에 감지했던 꽤 실력이 있는 다섯 명이었다.
개중 가장 흉악하게 생긴, 대머리의 남자가 말했다.
“이 씹어먹을 자식이…….”
“드디어 튀어나왔군. 안에서 느긋하게 차나 마시던데… 내가 준비한 선물은 마음에 들었나? 지켜야 할 공장도 폭발했는데, 얌전히 돌아가면 죽이지는 않겠다.”
“돈은 이미 받았으니, 네놈이라도 잡아가야겠구나.”
“받은 만큼 일은 하는 놈들이라 이건가. 대머리인 걸 보니 소림사에서 나왔나?”
대머리는 모두 소림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게다가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대머리는 단련한 흔적이 엿보이는 권사였으니 더욱이.
그런데 그게 정답이었는지 남자는 정색하며 주먹을 꾸욱 쥐었다.
그의 뒤에 있던 다른 이들도 각자 무기를 빼 들었다.
검이 두 명, 창이 한 명.
그리고 채찍이 한 명.
여러모로 균형이 잘 잡힌 조합이었다.
권사가 먼저 땅을 지르밟으며 돌진했다.
여전히 피어오르는 불꽃을 뒤로한 채 공기를 가르며, 유성우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주먹에 일렁이는 금빛.
S급 각성자라는 걸 증명하듯 강렬한 기세는 유성우의 갈비뼈를 모조리 박살 낼 기세였다.
유성우는 굳이 흘려내지 않고, 검면으로 받았다.
강력한 주먹질에 저 멀리 밀려난 그가 벽에 처박혀 흙먼지를 피워올렸다.
“별 것도 아닌 주제에!”
“아직 안 끝났다.”
권사의 말에 날카로운 인상의 검사가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흙먼지 속에서 유성우가 옷을 탈탈 털며 걸어 나왔다.
손에 들린 철검은 권사의 주먹을 정면에서 받아냈음에도 흠집 하나 없었다.
철검을 본 권사가 말했다.
“좋은 검을 쓰는구나! 별 볼 일 없는 실력에 비해서!”
“좋은 검이라고?”
유성우는 제 손에 들린 검을 살펴보았다.
균형도 제대로 맞추지 않은, 길거리에서 산 철검이었다.
그래도 관리는 해야겠다 싶어 기름만 조금 먹였는데.
그런데 자신의 주먹을 막아냈으니 좋은 검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흠…….”
잠깐 고민하던 유성우가 말했다.
“길거리에서 산 철검이 마침 보검이었나 보군. 나는 운이 참 좋아.”
그리 중얼거린 유성우가 느긋한 발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광분한 권사가 다시금 그를 향해 뛰어들었다.
진각을 강하게 밟으며 대지를 진동시키고, 이번에는 권(拳)이 아니라 장(掌)을 내밀었다.
양손에서 펼쳐진 장법이 넘실거리는 금빛의 기운이 유성우를 덮쳐왔다.
유성우는 철검을 굳게 쥐고 몸을 틀었다.
철검을 사선으로 세우며 파도처럼 몰려오는 금빛 기운 틈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딜!”
틈 사이로 유성우가 뛰어드는 걸 본 권사는 양손을 어지러이 얽으며 빈틈을 메우려 들었다.
그러나 유성우의 검은 이미 뻗어진 뒤.
“느리다.”
희미한 붉은 기운이 둘린 철검이 금빛 기운의 틈을 꿰뚫고, 권사의 손바닥과 부딪혔다.
검과 맨살이 부딪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강한 반탄력이 둘 사이에 일며, 충격파가 퍼졌다.
“등이 비었다.”
그와 동시에 어느새 뒤로 접근한 검사가 무방비한 유성우의 등을 향해 검을 찔러왔다.
유성우는 자세를 급격하게 낮춰 찌르기를 피하고는 바닥을 굴러 자리에서 벗어났다.
“나려타곤의 수까지 쓸 정도로 급급해 보이는군!”
“후우.”
권사가 입꼬리를 올리며 유성우를 향해 재차 주먹을 뻗어왔다.
소림사에서 무학을 배우기는 한 건지 꽤 절도 있는 동작들이었다.
그러나 유성우는 재빠르게 다리를 뻗어 권사의 팔에 제 다리를 걸어 부드럽게 힘을 흘리고는, 반대 무릎으로 턱을 가격했다.
“큭!”
적당히 힘을 빼고 두들긴 탓에 잠간 흔드는 정도에 불과했으나, 상황을 바꾸기에는 충분한 시간.
‘너무 압도적으로 두들겨 패도 의심받을 테니, 적당히 해야지.’
지금 이 자리에서 놈들을 모조리 참살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랬다가는 ‘현월’의 존재에 대해 의심이 커질 터였다.
유성우라는 존재는 일단 어비스를 공략한다는 알리바이를 만들어두기는 했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촤아악.
저 멀리서부터 날아온 채찍이 유성우의 팔을 옭아맸다.
그대로 무시무시한 힘으로 끌어당겨 바닥에 처박았다.
다시금 돌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먼지구름이 퍼졌다.
“한 번에 덮쳐라!”
누군가가 외쳤다.
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성우는 모든 공격을 능수능란하게 흘려보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몇 번의 공격을 허용한 것처럼 보여도 외상이 보이지 않았으니.
검사와 창사가 양옆을 점하고, 권사가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뒤쪽은 어느새 이동한 또 다른 검사가 서 있었다.
네 방향을 모두 점하고, 유성우가 공중으로 빠져나가면 채찍이 요격한다.
현장에서 급조해 낸 포지션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하아아압!”
가장 먼저 달려든 창사의 창끝이 휘청이며 기묘한 곡선을 그렸다.
유성우가 흙먼지 속에서 기다리던 것이었다.
창이 짓쳐들어오는 방향을 향해 흙먼지 속에서 뛰쳐나간 그가 검을 뻗었다.
철검과 창끝이 부딪히며 쇳소리를 내었고, 유성우는 그대로 창을 지나 창대까지 긁으며 전진했다.
창사는 곧장 뻗었던 창을 회수해 다른 수를 이어 나가려 했으나, 유성우의 검이 더욱 빠르게 회전했다.
창사의 목의 경동맥이 잘려 나가고, 피 분수가 솟구쳤다.
순식간에 그들의 방진을 뚫고 탈출한 유성우는 뒤를 돌아보며 검에 묻은 피를 털었다.
“…지치는군.”
싸움도 어느 정도 무르익었겠다.
이쯤에서 한번 좀 힘들다는 티를 내주고.
“계속 싸워도 무익이다. 너희들을 모조리 죽일 수도 없을 것 같으니 이쯤 하도록 하지.”
“도망칠 셈이냐!”
한 명이 죽었음에도 당황하지 않는 무림인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서로 같은 용병들이라 그런지 다시금 덤벼올 뿐이었다.
권사가 재차 달려들었다.
황소와도 같은 기세의 권사는 주먹을 뻗어 커다란 먼지구름을 만들었고, 유성우는 그 틈을 타 공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멍청한 권사가 처음으로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유성우는 불타버린 공장을 뒤로 하고 현장을 떠났다.
범인은 현장에 돌아오는 법이라지만, 두 번은 올 일은 없으리라.
공장을 벗어나 미리 지정해 둔 포인트에서 유월과 접선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는 기척 없이 다가온 유성우를 보고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말했다.
“꽤 재밌어 보이시던데요.”
“…그렇게 보였나?”
“네. 아주요.”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았지.”
다섯 명의 경지를 평가하자면, 권사와 채찍이 S급이고, 나머지 셋은 A급 정도였다.
그들이 나서기 전에 덤벼들었던 각성자들은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들이었기에, 다섯 놈의 합공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적당히 받아주면서 상대하기 딱 좋은 실력이었다고 할까.
그래서 조금 흥이 올랐을지도 몰랐다.
“폭탄의 위력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던데. 어디서 구한 거냐?”
“딥웹에서요.”
딥웹은 뭐든지 파는 만물상쯤 되는 걸까?
서문세가의 무공구결도 사고, 정보도 사고…….
유성우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이 알아봤자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공장을 조금 망가뜨리면 되는 건데, 아주 화려하게 날려 버렸어.”
“그편이 좀 더 좋지 않을까 해서. 잘했죠?”
“…뭐, 일을 잘했으니 뭐라고 할 수도 없군.”
유월의 판단은 알맞았다.
화려하게 하는 편이 더 알려지기 쉬울 테지.
아마도 이번 폭발은 주변의 다른 공장들도 보았을 테니, 생각보다 더욱 빠르게 퍼질 터였다.
게다가 다섯 명의 강한 무림인과 싸워 한 명을 죽이고 탈출했으니.
내일이 되면 근방에서 해운표국의 현월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지리라.
유성우는 손을 뻗어 유월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어주고는 말했다.
“그럼 돈 받으러 가자고. 브로커 놈 멱살도 좀 잡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