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93)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94화(193/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94화
천맹성채(2)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뭐지?”
“무림맹의 본성에는 강력한 진법과 수많은 경비 병력이 상주해 있었을 텐데, 어떻게 들어오신 건가요?”
천 구역, 무당파의 건물 안에 있는 유성우의 방에 내려놓아진 제갈천화가 물었다.
유성우는 그녀의 물음에 퉁명스럽게 답했다.
“알 필요가 있나?”
“개인적인 궁금증입니다. 어떻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들어왔다가 나갈 수 있는지 그것이 궁금했기 때문에.”
“경계를 이용한 거다. 그것 말고는 답해줄 게 없군.”
유성우는 그리 답하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유월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말했다.
“어머, 제 후임인가요?”
“그래. 알아서 잘 써먹어라. 들을 수 있는 정보는 모두 듣고.”
“알겠습니다.”
“아, 그래. 일단 이것부터 먼저 물어보도록 하지. 무림맹주가 누군가를 자주 만난다거나, 그런 건 없었나?”
“무림맹주의 최측근이라고 하면 대군사 제갈웅주가 있습니다. 저를 지하뇌옥에 처박은 장본인이죠.”
“그리고?”
“그 외에는 모두 같은 부하들입니다. 한 가지 수상한 점이 있다면 무림맹주는 한 달 주기로 사흘 정도 맹을 비우는 일이 있습니다.”
“무슨 이유로?”
“개인적인 수련이라는 명목이었습니다만, 저는 줄곧 그것이 수상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무신이시여.”
제갈천화는 맹주에 대한 것을 미주알고주알 줄줄이 고했다.
무림맹의 군사였던 만큼, 내부 사정에는 빠삭했던 그녀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잠깐 맹주의 이야기만 들을 생각이었던 유성우는 꽤 흥미롭다는 얼굴로 이야기를 들었다.
“당가와 사이가 안 좋단 말이지. 그렇다면 제갈천화, 네가 당가를 끌어들여라. 어떤 방식을 써서라도.”
“알겠습니다. 오늘부터 계책을 짜내 무신님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의욕이 넘치는군.”
유성우는 그대로 유월에게 제갈천화를 맡겨 버리고는 방을 나갔다.
방 안에 둘이 남자 유월은 제갈천화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부터 한번 논의해 볼까요? 당신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과연 그분의 뒤를 따라도 되는 사람인지 말이에요.”
***
사패천을 지배하는 것은 힘의 논리였다.
강한 자가 하늘에 서는 것이고, 모든 것을 가진다.
호시탐탐 상사의 등을 노리는 집단이기에 결속력은 없어 보이지만, 무력으로 인한 공포만큼 강력한 결속력 또한 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패천 또한 나의 발아래 무릎 꿇었다. 하늘을 검게 물들일 묵천회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무릎을 꿇어라. 뇌검문의 문주여.”
본디 중국의 다이버 세계는 마교, 사패천, 무림맹의 삼강 구도였다.
하지만 사패천은 묵천회로 흡수되었고, 묵천회의 회주는 새로운 사파의 지존이 되었다.
‘묵천회의 간부를 부르랬지 회주를 부르라고 한 적은 없는데…….’
백우현은 느닷없이 등장한 묵천회의 회주를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깊게 생각해 봤자 달라질 건 없었다. 힘이 전부라면, 증명하면 되는 것뿐이었으니까.
그는 묵천회 회주, 영명과 시선을 마주쳤다.
백우현보다 한 뼘은 커다란 영명은 중후한 미남자였다.
얼굴에 새겨진 기다란 흉터와 자잘한 흉터는 그가 얼마나 많은 싸움을 거쳐왔는지 말하는 듯했다.
“회주, 나는 묵천회와 반목할 생각은 없다.”
“묵천회의 아래에 들어온다는 뜻이기를 바라지.”
“물론 그럴 생각도 없고. 사람들을 물려줄 수 있겠나?”
백우현의 말에 영명이 눈짓하자, 둘이 마주 보고 앉은 회담장의 사람들이 물러났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서야 백우현이 입을 열었다.
“나는 언젠가 이곳에서 사라질 사람이다. 굳이 묵천회와 반목할 생각은 없지.”
“흠.”
“역으로 내 쪽에서 묵천회에 제안하고 싶다. 함께, 천맹성채를 무너뜨리지 않겠는가?”
“천맹성채를?”
천맹성채가 언급되자 영명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영명이 말했다.
“천맹성채는 무림맹의 총본산. 그것을 어찌 공략한다는 것이지?”
“…협력하는 동료들이 있다. 머지않아 마교도 천맹성채로 향할 거다. 거기에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군.”
“마교가 움직일 거라고? 허세도 정도껏 하거라. 그놈들이 누군지 알고 너희들의 뜻에 따라 움직일 거라고 단언하는가?”
“움직일 거다. 내 모든 것을 걸고 이거 하나는 약속할 수 있다.”
백우현은 속으로는 슈아넬과 최아연이 잘해주기를 빌었다.
자신의 모든 걸 걸었는데 마교가 움직이지 않으면 조지는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영명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마교가 움직인다고 한들, 천맹성채는 견고하다. 마교가 신강에 숨죽여 근근이 살아갈 때 천맹성채는 심연혈을 공략하고 무공을 발전시키며 그 힘을 더욱 키워왔지. 사파는 사패천주의 존재만으로 그 결속을 유지해 왔으나, 내가 정점에 서며 결속 또한 느슨해졌다. 그런데 그런 놈들을 끌고 천맹성채를 공략하겠다고? 어불성설, 제정신인 놈이 할 말이 아니다!”
영명의 부릅뜬 눈이 백우현을 노려보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릴 계속 지껄일 거라면, 당장에라도 이 자리에서 베어버리겠다는 살벌함마저 느껴졌다.
그러나 백우현도 지지 않고 영명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혀가 길군. 회주. 결국 당신은 천맹성채가 두려운 것인가? 놈들과 싸워보지도 않고 줄줄이 변명만 늘어놓는 걸 보면 말이다.”
“뭣이?!”
“전대 사패천주를 그 손으로 죽여서 없앤 주제에, 무림맹주가 두려운 것인가?”
“네놈은 모른다. 천맹성채가 무엇을 품고 있는지! 천우공 그 여우 같은 놈이 어떤 놈인지!”
“당신도 마찬가지다. 당신도 내가 누군지 모르고, 나와 함께하는 이들을 모르지 않나.”
백우현은 유성우를 믿고 있었다.
그 사람이라면 마교주, 묵천회주, 무림맹주가 한 번에 덤벼도 이길 수 있을 테니까.
잠시간 입을 다물었던 백우현이 굳게 결심하며 입을 열었다.
“천맹성채는 머지않아 무너질 것이다. 내가 모시는 분께서 그것을 원하시니까.”
“네놈이 누굴 모시고 있는지 내 알 바는 아니다. 마교가 움직이리라는 확신도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묵천회는 움직이지 않을 것인가? 역시 사파는 사파라는 말을 듣고 싶은 건가?”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 나와라. 네놈의 실력을 보면 그 주인의 실력도 알 수 있겠지.”
영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는 거칠게 문을 열고 나갔다.
백우현은 때가 왔다고 생각하며 그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고, 둘은 널따란 연무장에 마주 섰다.
사람들은 전부 물린 터라 아무도 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백우현은 수십 개의 시선이 꽂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착각은 영명의 시선에서부터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백우현을 노려보는 영명에게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막대한 기운.
무(武)가 일천하여 하늘에 닿았다는 소문까지 돌았던 사패천의 천주를 죽이고, 그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묵천회주, 영명이 본신의 힘을 드러냈다.
“어린 아해야, 네 말을 듣게 하고 싶다면 너의 강함을 증명해라. 사파에서는 그것이 논리니까!”
“결국에는 그렇게 귀결되는군.”
이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백우현은 허리춤에 걸어둔 남청검을 꺼내 들고는 영명을 향해 겨누었다.
영명은 양 소매를 펄럭거리며 양손을 꺼내 들고는 시퍼런 불길을 피워올렸다.
꽤 떨어져 있음에도 열기가 후끈하게 전해져 온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기운은 S급 중에서도 상위임이 분명했다.
“오거라.”
선공을 양보하겠다는 오만한 말투.
백우현은 굳이 반발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가 전신에서 스파크를 튀겨대며 땅을 강하게 짓밟으며 쇄도했다.
그야말로 일섬(一閃).
허공에 번개와 같은 궤도를 그리며 짓쳐 든 그가 영명을 향해 검을 뻗었다.
목숨을 빼앗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검이 순식간에 영명의 목덜미에 도달했다.
카앙─!!
그러나 남청검이 영명의 목을 베어내지는 못했다.
검로 사이에 끼어든 불타는 손날이 남청검을 밀어내며 불꽃을 튀겨댔다.
“뇌검이라 불릴 실력은 있구나.”
“흡!”
제 일검이 막히자 백우현은 지금까지는 중국에 온 뒤로 사용하지 않았던 본국검법을 펼쳤다.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기며 그를 더욱 가속시켰고, 허공에 새하얀 선을 몇 번이고 그렸다.
영명은 양손을 어지러이 흔들며 남청검의 속도를 따라잡았다.
그러나 완전히 막아낼 수는 없었기에 영명의 몸 곳곳에 생채기가 생겨 핏방울이 흩뿌려졌다.
적어도 백우현의 실력이 영명에게 완전히 뒤지지는 않는다는 뜻이었다.
“하압!”
공격을 막아내던 영명이 쌍장을 앞으로 내질러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백우현은 그 순간 기다란 자국을 바닥에 새기며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영명이 뒤이어 흉흉한 안광을 내비치며 손을 휘두르자, 주변은 완전히 불바다가 되어 대기를 후끈하게 달구었다.
어마어마한 열기와 폭음에 사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백우현이 이끄는 흑도와 영명의 묵천회가 달려와 서로 살기를 뿜어댔다.
그러자 영명이 소리쳤다.
“갈! 경거망동하지 말라! 뇌검문의 문주의 역량을 시험하는 중이니!”
“그래, 물러나라.”
영명의 말에 백우현이 덧붙이자, 묵천회와 흑도들은 시선에 힘을 풀지 않은 채 뒤쪽으로 물러났다.
어차피 둘의 싸움에 끼어들어 봤자 고깃덩이밖에 안 된다는 걸 둘의 기세에서 깨닫기도 했고.
백우현은 숨을 길게 내뱉으며 웃었다.
“그런데 노친네, 누가 누굴 시험한다고? 이건 내가 시험하는 거다. 묵천회가 우리랑 함께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백우현에게서 폭발적인 기세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뇌전이 수십 번이고 연달아 터져대며 푸른 뇌광(雷光)이 주변을 물들였다.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백우현은 영명을 보며 가늠했다.
과연 지금의 자신은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까?
중국에 온 뒤로 전력을 내본 적은 없었다.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흑도들은 힘 좀 쓰는 양아치거나, 저등급 각성자에 불과했으니까.
그래서 전력을 낼 필요가 없었다.
S급 다이버를 마주친 적도 있었으나 수준이 낮아 상대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력을 내지 않으면 돌파할 수 없는 난관이었다.
“간다.”
백우현은 땅을 지르밟으며 청색의 뇌전으로 물든 전신을 총알처럼 쏘아냈다.
아까와는 격이 다른 속도에 영명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또한 전력을 내지 않으면 무사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었다.
푸른 뇌전과 푸른 불이 번쩍이고 일렁인다.
뇌전의 섬광은 불을 가르고, 불꽃은 뇌전을 잡아먹으려 들었다.
청염으로 물든 영명의 손과 백우현의 남청검이 부딪힐 때마다 충격파가 일었다.
뇌전이 흩뿌려지고, 불꽃이 폭발하여 흙먼지마저 태워 버리니 사방이 점점 난장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서로의 몸에 생채기가 새겨졌다.
화상과 검상이 피를 흩뿌린다.
그러나 흩뿌려진 피마저 둘의 열기에 휘말려 순식간에 증발해 사라진다.
“어린 나이에 제법이구나!”
“늙은이 주제에 잘도 움직이는군!”
“하지만…! 아직 멀었다!”
영명이 쌍장을 회전시키며 내지르자, 커다란 불기둥이 뿜어져 나오며 백우현을 덮쳐왔다.
백우현은 검을 크게 휘둘러 불기둥을 갈라냈다.
검으로 만들어낸 폭풍이 불길을 휘감아 오르며 커다란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그리고 소용돌이 속에서 튀어나오는 영명.
여기저기 엉망이 된 모습의 그는 백우현의 휘둘러진 남청검을 붙잡고는 중얼거렸다.
“이걸로 끝내자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