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196)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97화(196/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97화
천맹성채(5)
“알겠다고 전해라.”
이번 일을 주도한 이를 만나봐야겠다는 당가의 요청.
유성우는 선뜻 받아들였다.
제갈천화에게 듣기를 당가는 무림맹과 모종의 이유로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였다.
그래서 제갈천화가 접촉했을 때 흔쾌히 조력하겠다 답했고, 그 조건으로 배후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유성우는 이번 일이 적절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그리던 그림의 마지막 조각. ‘명분’을 완성할 때였다.
화산파의 무인들을 시켜 주변을 정리하던 유월에게 그가 말했다.
“서문영일한테 연락해라. 준비가 끝났다고.”
***
당가와의 미팅은 금방 잡혔다.
사천당가라 불리는, 오대세가의 한 축을 차지한 가문은 무림맹과 그리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오대 세가로서 협력하고 있지만, 실상은 곪을 대로 곪은 사이.
“저, 정말로 제가 앞에 나서도 되는 겁니까?”
“처음부터 너를 위한 자리였다.”
접선 장소에 먼저 도착한 유성우는 서문영일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부터 그녀는 이 모든 일을 계획한 장본인이 될 것이다.
서문세가 서문엽의 숨겨진 칼 두 명을 데리고, 무림맹의 상황을 지금까지 끌어온 천재 전략가.
“대화를 몇 번 하면 금방 들통날 겁니다. 분명히…….”
“그러니까 연기를 잘해야지.”
“…저는 연기에 별로 소질이 없습니다만.”
“그리고 뭐, 들켜도 상관은 없을 거다. 당가가 원하는 건 명분과 힘일 테니까. 지금까지 쌓인 게 꽤 많던 것 같군.”
유성우는 그리 말하며 어깨를 툭 쳤다.
사천당가가 도착했다.
문을 열고 수행원 한 명과 방 안으로 들어온 건 중년의 남자였다.
느껴지는 기운은 S급 다이버.
한 가문을 이끄는 만큼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다른 힘을 지닌 듯했다.
그리고 희미하게 느껴지는 여러 향. 독과 암기를 다룬다고 했던가.
그런 부류의 이능을 각성한 듯,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향이 났다.
서문영일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를 맞이했다.
“반갑습니다. 당 가주. 서문세가의 서문영일입니다.”
“…서문세가?”
“버려진 몸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렇군. 본인은 당가를 이끄는 당천성이라고 하네.”
서문영일과 당천성은 서로 마주 포권한 뒤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문영일은 잔뜩 긴장했던 것과는 다르게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이끌었다.
“저희가 원하는 것은 서문세가와 무림맹의 붕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무림맹의 붕괴라… 어째서 그것을 원하는지 들어볼 수 있겠나?”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저와 어머니를 내버린 서문세가… 그리고 이러한 세계를 만들어낸 무림맹을 부수고 싶을 뿐입니다.”
“야망이 커다랗군. 개인의 힘으로는 부술 수 없는 게 무림맹인데.”
“그래서 지금, 제가 그렇게 미덥지 않으십니까? 당 가주께서도 저희의 제안에 응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예상했던 대로 서문영일은 범상치 않은 사람이었다.
지금 실력은 잘 쳐줘야 B급 다이버에 불과하지만, 성장 가능성도 꽤 크고.
머리도 잘 돌아간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고 있기에, 미리 알려준 정보를 토대로 당 가주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무당과 화산은 수중에 넘어왔고, 다른 중소 문파의 규합도 끝나가는 와중입니다. 당 가주께서 힘을 실어주신다면 무림맹을 뒤흔들기에 부족함은 없겠죠.”
“…그렇다면 본인의 이야기도 좀 들어보겠나? 서로 케케묵은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 같네.”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 가주.”
서문영일의 대답에 당 가주는 길게 한숨을 내뱉더니, 입을 열었다.
그것은 자기 딸에 관한 이야기였다.
“본인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황제… 영영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지. 그 아이는 몇 년 전 무림맹에 입맹했네. 어린 나이에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 그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지.”
당영영.
당 가주의 하나뿐인 금지옥엽.
방금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 당 가주가 그녀를 얼마나 아꼈는지 그 감정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아이는, 무림맹에 간 뒤로 돌아오지 않았네. 일이 바쁘다고 생각해 기다려 보았으나 몇 달이 지나도, 일 년이 지나도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지.”
품을 떠난 자식이 돌아오지 않는다. 더군다나 마지막으로 떠난 곳이 온갖 권모술수가 판치는 곳.
당 가주의 입장에서는 마음을 졸이는 일이었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모두 같은 마음이리라.
“무림맹을 찾아가도 얼굴을 볼 수가 없더군. 그래서 무림맹에게 정식으로 딸의 귀환을 요청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불가하다는 것이었네. 영영이가 중한 임무를 맡고 있기에 볼 수가 없다는 답변이었지. 그 말을 믿고 기다렸지만… 끝끝내 돌아오는 건 무소식뿐.”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있으니, 당 가주는 조용히 기다렸다.
무림맹이 무엇을 숨기고 있든 무림맹의 주축인 사천당가를 배반하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나중에 무림맹은 영영이가 먼 곳으로 출장을 갔다고 했지. 하지만 나는 그 애를 걱정해 만리추종향(萬里追從香)을 묻혀두었네. 확인을 해보니 그 아이는 무림맹 안에 있었어. 출장이 아니었던 게지.”
“모종의 이유로 영영 소저를 무림맹 내부에 가두었다는 겁니까?”
“추정하기로는 그렇네. 만리추종향을 통해 그 아이를 만나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무림맹 내부, 그것도 지하뇌옥보다 더욱 깊은 곳에 있었기에 성공하지 못했네.”
그 외에도 당 가주는 여러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서문영일과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듯, 제 딸을 되찾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투로.
서문영일의 옆에 선 채 당 가주의 이야기를 듣던 유성우는 ‘당영영’의 소재에 대해 생각했다.
몇 년 전에 무림맹 내부로 들어가서, 그대로 행방불명.
하지만 만리추종향은 여전히 무림맹을 향하고 있다고 했으니…….
‘뭐가 됐든 단순한 일은 아니겠군.’
어쩌면, 바토리가 말했던 무림맹 내부에 숨은 놈이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를 터였다.
속내를 털어놓은 당 가주는 다시금 한숨을 길게 내쉬며 확답을 내주었다.
“내 딸아이를 찾아내는 것을 도와준다고 약조한다면, 자네들이 하려는 일을 전력으로 돕겠네. 무슨 일이든지.”
“…그 말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영영 소저는 반드시 당 가주님의 품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렇게 당가와의 동맹이 체결되었다.
당가주가 몇 가지 논의를 더 거치고서 돌아가자, 서문영일은 진이 다 빠졌는지 숨을 길게 토해냈다.
지금까지 참고 있었다는 것처럼 아주 길게.
“푸하아아아… 이, 이걸로 된 겁니까?”
“그래. 생각하던 것보다 잘해냈군. 이 정도면 당 가주도 의심은 별로 하지 않을 거다.”
“…그보다 딸이 무림맹에 갇혀 있다는 말이 조금, 가슴 한구석이 아프네요.”
서문영일은 그리 중얼거리며 쓰린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아비에게 내버려진 딸이었는데, 당 가주의 딸은 사랑으로 키워져 몇 년 동안 그 아비가 찾아다니고 있지 않은가.
유성우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잠깐 쳐다보다 고개를 돌렸다.
“모두가 행복한 가정을 가질 수는 없는 법이지. 그럼 일어서라. 아직 해야 할 일이 몇 개 더 남아 있다.”
“더, 있습니까?”
“그래.”
계획은 대부분 그려졌지만, 갈 길은 멀었다.
***
현재 유성우가 규합한 문파는 해, 지, 천 구역을 모두 합쳐 수십 개가 넘어갔다.
물론 중소 규모의 문파는 수백 개가 넘어가기에 그렇게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그 모든 문파가 무림맹의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것은 천 구역의 문파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소림과 곤륜, 점창은 중립을 선언했다고 했지. 그렇다면 그놈들도 뭔가 켕기는 게 있긴 한 모양이군.”
“발을 빼는 걸 보면 직접적으로 손을 댄 건 아닌 모양이죠.”
유성우는 유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깊게 발을 담근 놈들은 무조건적으로 무림맹을 비호하려 들 것이고, 그렇지 않은 놈들은 중립을 선언하거나 무림맹을 공격할 테고.
유성우는 붙잡은 팽철운을 조건으로 팽가를 중립으로 물러나게 했다.
팽철운이 현 팽 가주의 장남이라 일이 좀 더 수월했다.
팽 가주가 이를 박박 갈고 있겠지만… 그러게 아들 간수를 잘했어야 할 게 아닌가.
“그럼 이제 체급이 좀 비슷해졌군.”
“무림맹이 보유한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적으로 추산도 끝났습니다. 외부 세력까지 끌어들이면 함락은 시간문제입니다.”
제갈천화의 말에 유성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무리를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오대 세가 중에서도 팽가는 빠졌고, 남궁은 S급이 둘이나 뒈졌으니 움직일 수 없겠지. 제갈도 별 볼 일 없고 남은 건 모용과 서문.”
“개중에 서문만 점령하시면 세가와 구파 간의 전쟁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무신이시여. 모용에 있는 화경의 고수는 한 명. 무신께서 손가락질 한 번으로 죽여 버릴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얘는 대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 건지 좀 궁금하군.’
아무리 그래도 손가락질 한 번으로 S급을 죽일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잠깐 고민하던 유성우는 의외로 할 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가락질 한 번으로 S급 죽이기…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한번 시도 정도는.
“서문세가로 간다. 서문영일을 데려와.”
“예.”
유성우의 말에 제갈천화가 곧장 바깥으로 향했고, 걸어가는 유성우의 뒤로 몇 명이 따라붙었다.
규합한 문파에서 데려온 A급 다이버들만 서른 명.
그리고 제갈천화가 데려온 서문영일까지 합류하니, 일단의 무리가 완성되었다.
유성우는 서문영일의 뒤에 서며 말했다.
“네 소원을 이룰 때다.”
서문영일의 소원.
그것은 제 어머니와 자신을 내버린 서문세가에 복수하는 것.
그리고, 자신을 잊지 않은 서문엽을 위한 가문의 복수.
“…이런 날이 오기는 하는군요.”
서문영일의 인생은 크게 뒤바뀌었다. 말로 전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크게.
평생을 해 구역에서 살아가야 할 것 같던 시궁창 인생에서.
천 구역에서 한 집단의 수장으로.
그것이 그저 역할 놀이에 불과할지라도, 서문영일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어머니는 좋은 시설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으며, 복수 또한 이룰 수 있게 되었으니까.
“앞으로 더 좋은 날이 올 거다.”
“이것보다 좋은 날이 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알겠습니다.”
“…자, 그럼 출발하지. 한마디 해라.”
유성우의 말에 서문영일이 뒤를 돌아보며 멈춰 섰다.
그러자 그녀에게 맞춰 멈춘 이들이 강렬한 시선을 보냈다.
서문영일은 어마어마한 압박감에도 그에 맞서며 입을 열었다.
“나를 위해 모여준 그대들에게 감사를 표하겠다. 미덥지 않을지도 모르겠으나, 한 가지는 확실히 약조하도록 하지.”
숨을 고른다.
그녀의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었으니, 확실히 선언해야만 했다.
“오늘부로 세상은 바뀔 것이다. 하늘을 우리의 손으로 부수게 될 테니, 암약하던 우리의 이름을 파천문(破天門)이라 칭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