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0화(20/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0화
시체들의 왕(4)
“군단장들이여, 준비되었는가.”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왕이시여.”
“왕이시여! 인간들을 쳐 죽이고 왕국을 되찾을 기회를 제게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왕의 뜻대로 하소서.”
“…….”
흑성의 지하가 아닌, 지상에 있는 대전의 왕좌에 앉은 아자하가 손을 올렸다.
그러자 검은 기운이 ‘군단장’이라 칭한 세 스켈레톤을 휘감았다.
검은 기운은 그대로 군단장의 힘이 되었다.
앙상한 뼈대밖에 없던 그들의 뼈가 굵어지고, 검은 안개가 전생에 사용하던 장비가 되었다.
천하를 손에 거머쥐려던 엡실 왕국의 마지막 군단장들이 현세에 재림하는 순간이었다.
각각 개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최소 리치급에 달했다.
아자하는 그들에게 말했다.
“1군단장부터 3군단장은 인간들을 맞이하러 가거라. 4군단장은 짐의 곁에서 그 몸을 바쳐 지키라.”
“존명!”
“존명!”
세 명의 군단장들이 경례를 올리며, 대전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그들의 정신에는 이미 흑성 내부의 수많은 언데드들이 연결되어 있었기에 그들이 흑성 바깥으로 향할수록 그들의 뒤를 따르는 언데드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대전에 남은 아자하는 손을 뻗어 왕좌 옆에 기대어두었던 스태프를 붙잡았다.
그런 아자하에게 곁에 남은 네 번째 군단장이 다가왔다.
다른 군단장들과 비해 작은 체구의 언데드는 허리춤의 쌍단검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왕이여, 묻고 싶은 게 있다.”
“질문을 허하노라.”
“왕은 무슨 이유로 잠든 우리를 다시 깨웠는가?”
“엡실의 비원을 위해서다. 때가 되었노라. 언제까지고 암약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지상으로 나가 다시금 엡실의 위용을 널릴 때가 온 것이니라.”
“……그런가. 알겠다. 계약에 따라 왕이여, 그대를 지키겠다.”
그리 말한 군단장이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모든 군단장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아자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커다란 창밖으로 다가갔다.
흑성의 바깥이 점점 소란스러워졌다.
군단장들이 나섰고, 헤아릴 수 없는 숫자의 망자들이 걸음을 옮기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제 곧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인간들은 압도적인 망자의 군세에 짓밟힐 것이고, 죽은 이들은 군세에 합류해 위세를 드높이리라.
“엡실의 부활이다! 과거의 영예가 인간들의 땅 위에 다시 서리라!”
그리 소리치며 아자하가 양팔을 크게 벌렸고.
다음 순간 양손을 앞으로 모아 뼈로 이루어진 방벽을 펼쳤다.
그러나 콰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이미 금 가 있던 창문이 부서짐과 동시에 뼈 방벽도 박살 났다.
깨진 유리와 부서진 뼈 사이로 한 사람의 인영이 나타났다.
“우리 구면이지?”
“벌써 왔는가! 인간이여!”
“원래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서.”
파편 사이로 파고든 유성우가 오른 주먹을 그러쥐었다.
일생을 쥔 왼손으로는 허공에서 날아드는 뼈 화살을 베어내며, 몸을 돌려 오른손을 뻗었다.
허리까지 써가며 잔뜩 힘을 실은 주먹이 아자하의 골통을 두들겼다.
어마어마한 힘에 아자하는 그대로 날아가 왕좌가 있는 쪽의 벽에 처박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처박혔던 벽에서 나온 아자하가 스태프를 굳게 쥔 채 말했다.
“예언하노라. 네놈의 시체는 짐의 부하조차 되지 못하고, 땅속에서 처참히 썩어갈 것이다.”
“그래? 그럼 나도 예언 하나 하지. 너는 죽을 것이다. 그것도 두 번.”
일생을 오른손으로 고쳐 쥐고 어깨에 올려둔 유성우가 섬뜩하게 웃었다.
* * *
흑성 돌입 30분 전.
흑성의 성벽 앞, 평원에서 망을 보던 눈이 좋은 다이버가 외쳤다.
“적습! 적습입니다! 다수의 언데드 확인! 육안으로 확인되는 지휘관급 개체는 일곱 체! 그 외 단순 숫자만 육백이 넘습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망자의 군세는 계속해서 불어나는 중이라 조금만 더 있으면 천이 훌쩍 넘어가리라.
“시작해라!”
홍서화의 커다란 외침에 마법계 다이버들이 전면에 나서서, ‘벽’을 만들기 시작했다.
신의 힘을 빌리건, 마법식을 통해 구축하건.
언데드 놈들의 진군을 멈추고 수성을 위한 벽이었다.
대략 4미터 정도 되는 높이의 성벽을 둥그렇게 세운 다이버들은 성벽 위에 서서 수성을 준비했다.
수십밖에 안 되는 숫자로 수백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다이버 전부가 수성에 나서는 건 아니었다.
S급 다이버, 채미령을 제외한 나머지 S급 다이버들은 A급 몇 명과 함께 성벽 아래로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우리 목표는 버티는 거다. 버티고, 버티고, 버틴다! 저놈들이 어비스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해!”
홍서화가 다시금 소리쳤다.
그들의 목표는 막아서는 것이다.
놈들이 인간들의 땅을 밟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막아내는 것.
유성우가 엘더 리치를 처치할 때까지 버티는 것.
“마법사단! 쏴라!”
짤랑, 짤랑.
오색무당회의 다이버들이 방울을 흔들며, 신칼을 휘둘렀다.
그러자 하늘에는 먹구름이 모여들기 시작하며 천둥이 울려댔다.
그것은 무당들이 ‘신’을 부르는 소리였다.
“‘뇌정신(雷霆神)’이시여, 하늘의 순리를 거스르는 망자들에게 천벌을 내려주소서!”
대표로 ‘번개부름’의 역할을 맡은 다이버가 소리침과 동시에.
그들보다 뒤쪽에 있던 ‘마탑’ 소속의 다이버들의 마법 또한 완성되었다.
“몰아쳐라! 적을 뒤덮을 파도여! [해일(海溢)]!”
마법진이 허공에 구성되며 푸른 파도가 일어나 언데드의 군세를 덮치고.
그 위로 번쩍이는 벼락이 수십 발 떨어진다.
물과 번개의 조합은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일으켜 언데드 수백을 단번에 쓸어버린다.
파도의 영향으로 진군도 느려지고, 놈들의 전선이 조금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마법사단의 활약에도 빈자리는 금방 다른 언데드로 채워졌다.
무시무시한 물량 공세에 마법사단이 다시금 마법을 준비했으나, 언데드 측에서도 반격이 쏟아졌다.
“주제 모르는 인간들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발악하는구나.”
군단장 중 한 명이 스태프를 쥔 손을 들었다.
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 커다란 마법진이 펼쳐지더니 뼈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리치의 마법이다! 방어 전개!”
“방어술식 전개!”
마법계 다이버들이 다시금 마법을 펼치는 동시에, 성벽 아래의 S급 다이버들은 각자 지휘관급 개체를 노렸다.
특히나 강해 보이는 언데드는 세 마리.
방금 커다란 마법을 전개한 리치와 중갑옷의 데스나이트 둘이었다.
한 명은 대검, 한 명은 창.
성운룡과 백우현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동료들과 함께 앞으로 나서서, 한 놈씩 맡았다.
홍서화와 유지우는 마법을 연이어 시전하려는 리치에게 향했다.
“명예를 아는 이만 앞으로 나오라-!! 위대한 왕의 진군을 막을 이는 어디에 있으랴-!!”
대검을 든 언데드, 제1군단장이 대검을 휘두르며 뛰쳐나왔다.
“나는 엡실의 제1군단장! 폭풍검의 베일론이다!”
군단장, 베일론의 앞을 막아선 것은 성운룡이었다.
“본국검회의 장로 성운룡이네.”
“기개 있는 검사로군! 하지만 그럼에도 자네는 죽을 것일세!”
“오만이 지나치군.”
베일론의 대검과 성운룡의 검이 부딪힌다.
그 옆에서는 제2군단장과 백우현이 부딪치며 불꽃을 튀겨댔고.
그 사이에 유지우와 홍서화가 리치에게 달려들어 마법을 저지했다.
사방에서 몰아치기 시작한 언데드들은 그들의 뒤를 따르던 A급 다이버들이 막아 세운다.
생자와 망자의 격전이 이어지는 사이, 성벽의 위.
“정말로 괜찮으시겠어요?”
“여기서 잘 버티고 있기나 해라. 가습기 역할 잘하고.”
“네, 넵. 알겠습니다.”
유성우는 성벽 위에서 흑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평원을 가득 채운 언데드는 무시한 채, 자신이 있는 곳과 흑성까지의 거리를 재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그러고는 일생을 소환해 성벽 위에 꽂고는 한쪽 발을 손잡이에 올려 일생을 구부렸다.
유성우의 발을 통해 마력을 머금은 일생은 부드럽게 휘었다.
거의 180도로 누워버린 검신.
유성우는 양발을 그 위에 올리더니 마력을 다시금 듬뿍 머금었다.
그러자 누워버린 검신이 다시금 뻣뻣해지더니 총탄처럼 유성우를 발사했다.
채미령은 순식간에 저 멀리 사라지는 유성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헛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공기를 가르며 하늘을 날아간 유성우는 왼손으로 일생을 불러들이고는 발에 마력을 모아 터트리며 더욱 가속력을 더했다.
거의 한 줄기의 붉은 유성처럼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그는 검으로 날아가는 방향을 조정했다.
날아가는 방향은 흑성의 대전.
창문에 보이는 빌어먹을 엘더 리치의 대갈통이었다.
날아가는 건 순식간이었고, 도착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우리 구면이지?”
“벌써 왔는가! 인간이여!”
“원래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서.”
창문을 깨고 들어가는 순간 아자하가 뼈 방벽을 세웠으나 왼손의 검으로 뼈를 깨부수고, 바닥에 발이 닿는 순간 꽉 쥔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에 아자하의 골통이 깨부숴지는 느낌이 빡, 하고 들었다.
얻어맞은 놈이 날아가고, 뒤통수가 지끈거리는 살의가 날아왔다.
이 대전에 있는 게 아자하 한 놈뿐만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얼마나 버텨주려나.’
유성우는 대충 평원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버틸지 계산했다.
기껏해야 30분 남짓일까.
그것도 방어에 전념할 때.
그렇다면 30분 이내에 아자하와 결판을 내야 하리라.
“예언하노라. 네놈의 시체는 짐의 부하조차 되지 못하고, 땅속에서 처참히 썩어갈 것이다.”
아자하가 말했다.
유성우는 오랜만에 들어보는 협박에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그래? 그럼 나도 예언 하나 하지. 너는 죽을 것이다. 그것도 두 번.”
이미 한 번 뒈진 놈.
두 번 죽이기 뭐가 어렵다고.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아자하가 스태프를 들었다.
아자하의 주변이 검은 마법진을 가득 찼고, 마법이 쏟아져 나왔다.
주문을 외우지조차 않는 무영창의 속공 마법.
검은 사슬이 그를 옥죄기 위해 쇄도했고, 사방에서 뼈로 이루어진 화살이 날아들었다.
이제 유성우에게 방패(드래곤)가 없었기에 아자하는 거리낌 없이, 자신의 마법을 내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유성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허리춤에 있던 걸림돌(드래곤)이 없어졌기에 자유로이 검을 휘둘렀다.
한 번의 휘두름에 사슬이 박살 나고, 뼈가 산산조각이 났다.
한 번의 격돌로 대전에 돌풍이 몰아치며 돌멩이들을 튀겼다.
“뒤쪽에 숨어 있는 놈도 그냥 나오지 그래.”
유성우는 검을 든 어깨를 한 바퀴 돌리며 말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숨어 있던 쌍단검의 언데드가 튀어나오며 급소를 노려왔다.
“어설프다.”
그러나 유성우는 놈의 무시무시한 속도에 반응해 막아내곤 힘을 주어 튕겨냈다.
제4군단장, 실리언은 제 속도에 반응한 유성우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이빨을 딱딱거렸다.
“어떻게……!”
“어떻게긴 뭐가 어떻게.”
이 새끼는.
검사 처음 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