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0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02화(200/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02화
천맹성채(10)
사파연맹과 마교와의 상의를 끝낸 유성우는 다시 천맹성채로 돌아와, 마지막 전투를 준비했다.
내부에서 파천문이 전쟁을 시작하면, 사파연맹과 마교 또한 성채 내부로 돌아와 진군을 시작하리라.
“무림맹에서 답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요구를 무시하는군요.”
“그럴 줄 알았지.”
무림맹이 파천문의 요구를 무시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많은 가문과 문파를 규합한 곳이었으나, 아직 무림맹과 비견하기에는 작은 곳이었다.
하룻강아지가 짖는다고 코끼리가 꿈쩍이나 할까.
“무림맹 측에서 병력을 움직이려는 기색은 없습니다. 뭔가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잠입시킨 애들은 모두 불러들여라. 전쟁을 시작해야겠군.”
“데이브레이크 프로토콜을 발동하겠습니다. 사파연맹과 마교를 위한 길을 열죠.”
“어, 그, 그래라.”
제갈천화의 말에 유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브레이크 프로토콜이라니, 저런 건 대체 누가 생각해 내는 걸까.
아무튼.
서문세가의 수습도 어느 정도 끝났기 때문에 이제 움직일 때가 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유성우가 철검을 빼 들며 말했다.
“해 구역의 제압이 끝나는 대로, 마교와 사파를 불러들여라. 우리는 무림맹으로 간다.”
***
제갈천화와 유월의 공작으로 해 구역에 있는 표국이나 작은 문파들은 대부분 파천문 쪽으로 넘어왔다.
그들은 자체적으로 무림맹 소속의 무인들을 숫자로 제압한 뒤, 무림맹 쪽으로 배송시켰다.
그게 살아서 갔는지 죽어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전쟁의 봉화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마교가, 마교가 온다!”
“사파연맹도 온다! 미친, 더럽게 많이 몰려오는데?!”
“관문에서 떨어져!”
시작은 해 구역의 성벽 위에서 피어오른 커다란 폭죽이었다.
화려하게 타오른 폭죽이 바로 유성우가 보내는 신호.
사파연맹과 마교는 빠른 속도로 진군하기 시작했고, 유성우의 말대로 마교가 더욱 빠르게 달려와 선봉에 섰다.
“모두 물러서라.”
관문의 제어시스템은 무림맹에서 관리하고 있기에, 마교와 사파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천맹성채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관문을 부숴야만 했다.
먼저 관문에 도착한 흑사향은 관문을 앞에 둔 채 눈을 가늘게 뜨고는 가늠했다.
‘가능하겠군.’
천맹성채의 외벽.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었지만, 이걸 직접 자신의 손으로 부수는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감회가 새로웠기에 잠시 추억에 잠겼던 그녀가 서서히 검붉은 힘을 전신에서 피워올리기 시작했다.
강렬하게 휘몰아치며, 팽창하는 패도의 힘.
천마신교의 마신이 진신(眞身)을 드러내며 폭풍을 일으켰다.
검은 폭풍 속에서 그녀가 한 손을 뻗자 검은 안개가 모여들어 검의 형태를 이루었다.
마교의 신물 중 하나인 천마흑검(天魔黑劍)이 그녀의 손에 쥐어지며 흉흉한 기세를 뿜어냈다.
그 모든 것이 더해져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내보이는 그녀를 향해 천마신교의 교도들이 모두 머리를 조아렸다.
마신을 향한 배알(拜謁).
수천 교도들의 절을 받으며 홀로 선 그녀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천맹성채가 비로소 무너지는 날이 오는구나. 이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단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
놈들의 박해와 착취를.
그렇기에 그녀는 모든 고통을 한 몸에 받아들여 마신으로 오롯이 설 수 있었다.
“마신의 검은 하늘을 베어 진실된 모습을 지상에 드러내니…….”
그녀는 검을 높게 들었다가, 이내 천천히 사선으로 내리 베었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검격.
그러나,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는 결코 단순하지 않은 패검이었다.
천마패검류 절천(絶天)
하늘을 가르는 일검.
마신의 힘은 강대하기 짝이 없으니, 인간의 힘으로 세운 성벽 정도는 간단하게 허물어버리라.
그녀가 휘두른 검기가 허공에 먹물처럼 뿌려져 외벽을 덧칠했다.
신이란 현실을 가공하는 자들.
자신의 뜻대로 재단하여 결과를 창조해내는 자들.
흑사향은 마신의 힘을 내보이며 현실을 원하는 형태로 개변했다.
검을 한 자루의 붓 삼아, 현실이라는 도화지를 가로 긋는다.
먹물이 지나간 자리에는 검은 선이 남는다.
그렇기에, 굳건하게 외적에게서 사람들을 지켜내던 성벽은.
가로 그은 자국 그대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굉음과 함께 완전히 박살이 나버리는 천맹성채의 외벽.
범인에게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을 실현한 흑사향은 숨을 길게 토해내며 날뛰는 힘을 진정시켰다.
“후우…….”
그리고 그와 동시에, 교도들의 천마를 칭송하는 목소리가 황무지에 울려 퍼졌다.
흑사향은 자신을 향한 교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
“마교와 사파연맹 모두 무사히 진입했다고 합니다.”
“그럼 조금만 기다려 볼까?”
대놓고 파천문의 병력을 이끌고 무림맹으로 향한 유성우 일행은 무림맹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한 일련의 병력과 마주하게 되었다.
중립을 선언한 문파나 세가 이외에, 여전히 무림맹을 지지하는 이들로 이루어진 병력.
서문영일이 가장 앞에 서서 놈들과 대치하는 동안, 유성우는 뒤쪽에서 제갈천화와 유월을 통해 상대를 분석하는 중이었다.
“저놈들이 어디서 모였는지 파악은 끝났나?”
“네. 방금 분석을 마쳤습니다. 소림과 곤륜, 점창은 여전히 중립을 유지 중이므로 아미, 종남, 공동, 청성과 형산, 해남입니다. 세가 측에서는 모용과 제갈밖에 없습니다.”
팽가는 일전에 장남을 인질로 잡아 물러나게 했고, 남궁은 S급이 두 명이나 죽어서 움직일 힘이 없었다.
그렇게 남은 건 모용과 제갈.
구파와 오대 세가 중, 무림맹의 편에 선 것은 여섯 개의 문파와 두 개의 세가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전력은 파천문과 비교할 수 없었다.
놈들에게는 적어도 여섯 명 이상의 S급이 있었으니까.
그에 반해 파천문에 소속된 S급은 유성우와 유월을 제외하고 다섯이 채 되지 않았다.
“적당하군.”
절대적인 숫자는 이제 파천문이 많겠지만, 질적으로 따지면 상대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무림맹의 숨겨진 본 전력은 나오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파천문이 무림맹과 대적할 수 있는 건, 이제 곧 도착할 친구들 때문이었다.
방금 해 구역을 통과했다고 했으니, 천 구역의 대로까지 도달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터였다.
무림맹 측에서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이제 중년에 접어드는 듯한 얼굴의 여성이었다.
허리춤에 검을 찬 온화한 인상의 여성은 아미파의 현송사태(賢松師太)사였다.
그녀는 서문영일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미파의 현송사태라 하오. 서문세가에 일어난 참극에 유감을 표하겠소. 하지만 이번 일은 그것과는 다르게, 천맹성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오. 이쯤에서 물러갈 수는 없겠소?”
“서문의 가주 서문영일입니다. 선배님, 이 모든 일은 무림맹이 요구를 들어주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입니다.”
“요구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것이오? 파천문에서 요구한 것들은 전부 무림맹의 현재 역량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이외다.”
“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관문을 허물고, 당신네들이 가진 빌딩을 개방하고 식료품을 풀면 되는 간단한 것들입니다. 신선이 되려는 분들이 자신의 것을 나누어주지 못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런 차원이 아니지 않소.”
“그런 차원입니다.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세상이라지만, 지 구역은 참혹하기 그지없습니다. 무인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자들은 구정물을 마시며, 돼지 밥보다도 못한 썩은 것들을 먹으며 살아갑니다.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해 달라는 건데, 왜 그게 무리라는 겁니까?”
서문영일은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함께 해 구역으로 쫓겨났다.
이후에도 서문세가의 여러 방해를 받으면서도 어떻게든 꿋꿋하게 살아왔기에, 해 구역에 대한 것들은 속속들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현룡사태, 이것들은 모두 당신네들이 제 잇속을 채우느라 벌어진 것들입니다. 그런데 정당한 요구에도 이제는 외면하려 드는군요. 그들을 부자로 만들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최소한, 인간답게 살게 해달라고 한 것뿐입니다.”
서문영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하나같이 감정에 실려 있었다.
미리 준비해 둔 패턴이 있었지만, 굳이 거기까지 갈 것도 없이 서문영일은 제 생각을 토해내는 것만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파천문은 그런 이들을 위해 싸울 뿐입니다.”
“…그대의 생각은 잘 알았소. 하지만 이대로 시작하면 양측 무시할 수 없는 커다란 피해를 입게 될 것이오. 지금 사파와 마교마저 천맹성채에 더러운 흙발을 들였는데, 그것부터 함께 막아낸 뒤 다시금 논의해 보지 않겠소?”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현룡사태.”
“말 그대로요. 마교와 사파가 천맹성채에 발을 들였소. 방금의 폭음은 해 구역에서 관문이 무너지는 소리였고.”
“그러니까,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냐는 겁니다.”
“사파와 마교가…….”
현룡사태는 말하다가 불현듯 깨달았는지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은은히 피어오르는 분노.
“망할 년, 사파와 마교랑 손을 잡은 것인가! 정파 무림의, 그것도 오대 세가의 가주라는 년이!”
“결국 당신도 똑같군.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 외에는 허용하지 않는 천 구역의 돼지 새끼들. 강호의 도리는 시궁창에 처박힌 지 오래니 이런 놈들이 무인이랍시고 돌아다니는군.”
현룡사태의 말에 서문영일은 예의를 차리던 모습을 버리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파천문의 뒤쪽에서 좌우로 나뉜 병력이 정렬된 발걸음으로 걸어와 파천문의 곁에 섰다.
오른쪽에는 마교가, 왼쪽에는 사파가.
무림맹을 부수기 위해 정ㆍ사ㆍ마가 힘을 합치는 진귀한 광경.
순식간에 적이 세 배 이상으로 불어나자 무림맹의 무인들은 당황했다.
파천문은 어찌어찌 제압할 수 있었을 테지만, 사패연맹과 마교까지 합세한다면…….
-신교불패(神敎不敗)! 마신천하(魔神天下)!
-신교불패(神敎不敗)! 마신천하(魔神天下)!
마교 측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더니, 화려한 가마의 입구가 천천히 열리고, 그 안에서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분위기를 뿜어내는 흑사향이 걸어 내렸다.
적진 한복판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집 마냥 느긋한 발걸음.
그녀는 좌중을 한 번 주욱 둘러본 뒤 서문영일에게 다가가 섰다.
서문영일은 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마교주, 흑사향을 올려다보고는 포권했다.
“서문세가의 가주, 서문영일입니다. 이런 일로 발걸음 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흑사향이다. 괘념치 말라. 나는 빚을 갚을 뿐이니까.”
서문영일은 마교와 사파 연합이 온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이 왜 오는지까지는 몰랐지만…….
마교주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더더욱 현월과 용월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사파 측에서도 한 명이 나섰다.
펄럭이는 화려한 옷을 걸친 중년의 남성은 강렬한 투기를 피워올리는, 묵천회주 영명이었다.
서문영일이 그에게 같은 인사를 건넸고, 영명은 짧게 답했다.
“묵천회주 영명이다.”
묵천회.
사패천의 천주를 죽이고 새로운 하늘을 세운 곳.
마교주와 묵천회주를 양옆에 세운 서문영일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서문영일이 소리쳤다.
“현룡사태!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고 싶다면 물러나라! 고작 그 정도의 병력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녀는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