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01)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03화(201/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03화
천맹성채(11)
“어떻게 할 것인가?”
마교주와 묵천회주를 등에 업은 서문영일은 무림맹에게 재차 고했다.
물러날 것인지, 싸울 것인지.
그러나 무림맹도 자존심은 있는지 물러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적들이 두렵다고 이대로 물러나면 조롱거리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
결국, 무림맹은 물러나는 것보다 전쟁을 택했다.
“우매한 선택을 하는군…….”
무림맹이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처럼 검을 뽑은 채 살기를 피워내자, 흑사향이 무심한 얼굴로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허공에서 형성된 칠흑색의 기운이 검의 형태가 되어 쏟아졌다.
자비 따위는 존재하지 않은 악의로만 가득한 기운이 무림맹을 향해 쏟아졌다.
그것만으로도 일종의 자연재해에 가까웠다.
쏟아지는 검기의 비를 피해낼 수 있는 자는 없었으며, S급, 화경의 다이버들이라도 쳐내는 게 고작이었다.
파천문을 상대하기 위해 모인 대부분의 무인이 검기에 꿰뚫려 죽거나 불구가 되었다.
손짓 한 번만으로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히는 마교주의 위용에 힘입어, 서문영일이 검을 들며 소리쳤다.
“돌격하라! 저 기름진 배때기에 칼침을 놓아주어라!”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파천문의 무인들이 일제히 달려 나가고, 마교와 사파의 무인들 또한 내달리기 시작했다.
무림맹 측에서는 아직 건재한 S급 다이버들이 나섰지만, 맞은편에서도 S급 다이버들이 나섰다.
열 명이 넘는 S급 다이버들이 천맹성채의 한가운데에서 부딪히며 사방으로 충격파를 퍼뜨렸다.
땅이 무너지고, 하늘에 색색의 기운이 휘몰아치며 폭풍을 일으켰다.
S급 한 명만 있어도 지형을 바꾸는 데는 충분하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열이 넘자, 말 그대로 천 구역은 개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날아간 이들에 의해 빌딩이 무너져 내리고, 바닥에 커다란 흔적이 새겨진다.
온갖 별호들을 가진 자들이 부딪히며 자신의 강함을 별에 새긴다.
검을 뽑을 필요도 없이, 손가락만으로 무인들을 어린애 다루듯 힘을 휘두르던 흑사향이 두리번거렸다.
‘보이지 않는군.’
유성우는 이런 때 어디로 갔을까.
뭐,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결론은 금방 나왔다.
아마도 여기서 싸움을 붙여두고, 자신은 무림맹의 본성 쪽으로 향했겠지.
거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제 몸을 공중에 띄워 올리더니 그대로 하늘을 날아 무림맹의 본성 쪽으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본 영명 또한 훌쩍 뛰어올라 무림맹 쪽으로 움직였고, 둘의 모습을 본 무림맹의 다이버들도 헐레벌떡 쫓아갔다.
갑자기 S급 다수가 전장을 이탈하자 일어난 공백.
그것을 채우는 건,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세 명의 S급 다이버였다.
빠지직-하고 스파크가 튀겼다.
어둠 속에서 복면을 쓴 한 명의 인영이 치솟았고.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권사가 주먹을 탕탕 맞부딪히며 나타났다.
“이렇게 셋이서만 싸우는 건 처음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그럴 일이 거의 없긴 했네요! 자, 그럼 출발해 볼까요?”
“스승님은 뭐 하신답니까?”
“확인할 거 있다고 무림맹으로 가셨어요.”
“그럼 저희도 빨리 처리하고 쫓아가야겠군요.”
그리 중얼거린 백우현이 먼저 뛰쳐나갔다.
전신에 청색 뇌전을 두른 그가 한 줄기의 번개가 되어 전장을 가로질렀다.
형용할 수 없는 속도로 나아간 그는 순식간에 전투를 벌이던 S급들 사이에 끼어들어 치명상을 입히며 종횡무진, 전장을 헤집었다.
백우현의 선제 공격에 당황한 이들이 물러나면, 그림자 속에서 최아연이 모습을 드러내 단검을 휘둘렀다.
모조리 급소를 노리는 공격은 그들을 무리하게 움직이게 만들어 상처를 더욱 크게 키웠고.
움직임이 굳은 이들은 파천문과 사파, 마교의 S급과 유월이 처리했다.
그렇게 전투가 한참을 이어질 때쯤, 파천문의 뒤쪽에서 한 명이 부리나케 달려오며 소리쳤다.
“모, 모두 도망! 도망치세요!”
제갈천화였다.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제갈천화의 모습과 외침에 의문을 품었다.
전쟁의 승기가 기울었는데 어째서 도망을 쳐야하는가?
그녀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다시 전투를 재개하려는데, 그들이 있던 자리에 이상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간이 일그러진다.
그들의 시계에 있던 세계가 한 점으로 수렴하듯이 빨려 들어가고.
이내 세계를 잡아먹듯이 검은 구멍이 팽창했다.
사람들은 이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다이버들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어비스’가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팽창한 어비스는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을 강력한 인력으로 집어삼킨 뒤.
웬만한 빌딩과 준하는 크기를 유지한 채 팽창을 멈추었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아주 조용히.
***
무림맹으로 향한 유성우는 무림맹의 본성 곳곳을 기척을 죽인 채 헤집으며 맹주 천우공의 행방을 쫓았다.
놈이 빠져나가지 않은 건 확실했는데, 무슨 수를 썼는지 그의 기감에 잡히지 않았다.
아주 작은 인기척마저도 알아챌 수 있는 그였는데.
“또 주술인가?”
이 정도로 기척을 없앨 수 있다면, 서문제의 가주전에 있던 술진도 같은 놈이 한 걸까.
아무런 연관성도 없고, 그저 추측에 불과하지만 유성우는 직감만으로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기척을 죽일 수 있을 만한 장소에 숨어있으리라.
‘지하겠군.’
지상은 사람 한 명 없었다.
혹시 몰라 기척을 죽이고 다녔는데, 여기저기 쏘다니는 동안 마주친 사람은 전무.
와중에 약재창고와 무기고를 발견해 아공간 가방에 죄다 쓸어 담은 건 덤이었다.
유성우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지하로 내려가는 길을 찾았다.
이런 일은 몇 번이고 해봤으므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맹주전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무 진부한 거 아닌가? 카페트 아래에 문을 숨겨두는 건…….”
카페트를 걷어내고 드러난 지하의 입구는 굳게 닫힌 채였고.
그 위에는 흰색 도료로 기하학적인 도형과 문자열로 가득했다.
입구로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진인 듯했지만…….
“흡.”
유성우는 입구의 틈새에 철검을 꽂아넣고 기운을 분출했다.
그러자 콰앙, 하는 굉음과 함께 입구가 통째로 날아갔다.
입구에 새겨진 술식에 비해 강도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입구를 힘으로 열어버린 그는 지하로 이어지는 기다란 계단을 내려다보았다.
“전부 아래에 있나 보군.”
문을 열고 나니 느껴지지 않던 것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 아래에 천우공을 비롯한 나머지 놈들이 모두 모여 있다.
그렇게 지하를 향해 발을 들이려는데, 느닷없이 천장이 부서지더니 흑사향이 들어왔다.
“유성우.”
“문을 놔두고 왜 천장을 부수고 그러냐.”
“문을 찾지 못했다.”
문을 찾지 못해서 지붕을 부수고들어왔다라.
참으로 합당한 논리였다.
유성우는 대충 납득하고는 지하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목적 또한 무림맹주와 놈의 수족들일 테니, 별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그녀 또한 유성우의 뒤를 따라 지하 계단을 내려왔다.
“마교주, 저 뒤에 있는 놈은 네 따까리인가?”
“따까리?”
“부하라는 뜻이다.”
“아니다.”
“가, 같이 가시게!”
둘의 뒤를 헐레벌떡 쫓아온 건 묵천회주, 영명이었다.
유성우는 이 미친 연놈들이 자기들 부하는 어디다 버리고 여기까지 왔는지 살짝 궁금해졌지만…….
굳이 묻지는 않기로 했다.
“묵천회주, 스토커인가?”
“…맛있는 부분은 네놈들이 모조리 차지할 생각인가?”
“아니지, 썩은 부분을 미리 처리해 주려고 한 건데 말이다.”
“천우공, 그놈은 내 손으로 죽일 것이다. 넘겨라.”
영명은 흑사향의 뒤를 따라 걸으며 무림맹주는 제 손으로 죽일 수 있게 해달라 말했다.
백우현에게 대강 듣기는 했지만, 사파도 어지간히 맺힌 게 많은 모양이었다.
“그놈은 내 것이다.”
입을 다물고 있던 흑사향이 말했다. 유성우는 두 놈 다 천우공을 죽이기 위해 헐레벌떡 달려온 거라는 걸 깨달았다.
이러다가는 지하 계단에서 천우공의 소유권을 놓고 한 판 싸울 것 같았기에, 해결책을 제시했다.
“삼 등분을 하지. 나도 놈에게 볼일이 있으니까. 머리는 나, 상반신은 마교주, 하반신은 묵천회주다.”
“왜 내가 하반신이지?”
“가장 늦게 왔으니까. 아니면 내가 맹주, 마교주가 제갈놈, 회주 네가 나머지를 맡아라.”
“크으으… 하반신으로 참을 수밖에 없겠군.”
흑사향은 상반신으로 만족하는 모양이었다.
적어도 심장을 제 손으로 뽑아낼 수는 있을 테니까.
무림맹주를 마교주와 사파의 지존과 삼 등분하기로 약속한 유성우는 돌연 내려가는 속도를 높였다.
아래쪽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점점 증폭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덩달아 흑사향과 영명도 속도를 높였고, 셋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 심처에 도착했다.
그곳에 발을 들이자마자 풍겨온 건 짙은 피 냄새였다.
안력을 집중해 안쪽을 들여다보니, 그곳에는 두 명이 서 있었다.
유성우가 인기척을 드러내 걸어가자 둘은 고개를 돌려 유성우를 쳐다보곤 말했다.
“…현월, 나를 죽이러 온 것이냐? 거기에 마교주와 영명, 자네들도 오랜만이군.”
“천우공! 네놈의 하반신을 찢어버리기 위해 이 몸이 왔노라!”
“왜 하반신… 별로 상관없겠군. 자네들은 어차피 이곳에서 모두 죽을 테니까. 그리고 위에 있는 멍청이들까지도.”
그리 말하는 천우공의 곁에 서 있는, 무림맹의 대군사인 제갈웅주는 덜덜 떨고 있었고.
그들의 뒤에는 붉은빛으로 번쩍이는 복잡한 술식이 벽면에 가득했다.
술식의 가운데에는 한 여성이 공중에 둥둥 뜬 채 기절해 있었다.
유성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여성을 쳐다보다, 어이가 없어 콧방귀를 뀌었다.
“당영영.”
당가의 가주가 무림맹으로 제 딸이 떠나기 전에 찍은 사진이라며 보여주었던 사진과 똑 닮아 있었다.
왜 집으로 안 들어오나 했더니, 무림맹과 아주 깊은 관계를 맺은 모양이었다.
“영영이 아니라, 영접이다.”
천우공이 유성우의 말을 정정해 주고는 말을 이었다.
“나는 그녀를 신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리되면 나는 그 옆에서 영생을 누리게 되겠지…….”
“헛소리! 인간이 신이 될 리가 없지 않나! 아무리 네놈이 인신공양을 통한 사술을 부린다고 해도, 결국 인간은 인간!”
영명이 그의 말에 반박하며 양손에서 불꽃을 피워올렸다.
제 옆에 인간의 몸으로 신에 도달한 사람이 둘이나 있다는 건 모르고 말이다.
“회주, 그만두어라. 섣불리 접근했다가는 저것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구나.”
흑사향이 당장에라도 뛰쳐나가려는 영명을 말렸다.
유성우 또한 같은 의견이었다.
천우공이 말하는 건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당영영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술식에서 뿜어지는 건 신격임이 틀림없었다.
어떤 종류의 힘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채 다가가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유성우는 술식에서 느껴지는 힘을 가늠하며 물었다.
“대체 몇 명이나 제물로 삼은 거지? 여기에 있는 시체는 고작해야 스무 구가 조금 넘는데, 그 정도로는 이만한 힘을 끌어낼 수 없을 터…….”
“이런 힘에도 박식한 모양이군. 현월… 외부에서 온 침략자여.”
“묻는 말에나 대답해라.”
그의 물음에 천우공이 끔찍한 미소를 내보이며 대답했다.
“자네는 밥을 먹을 때, 밥알의 개수를 세며 먹나? 한 알, 한 알 그 감각을 느끼며 먹느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