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07)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10화(207/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10화
백면금모구미호
“이제 좀 한결 낫군.”
유성우는 몸을 여기저기 움직이며 뚜둑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달기의 고유세계라고도 부를 수 있는 곳 한복판.
그래서인지 본전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는데, 삼정과 흑사를 꽂아놓고 나서야 조금 움직임이 편해졌다.
조금이나마 중화시켜주는 느낌이랄까.
그 상태에서 다시 일생을 불러 손에 쥔 그가 숨을 길게 내뱉었다.
길게 끌면 안 된다.
검을 세 자루나 소환한 채, 능력을 유지하는 건 그에게도 큰 부담이었다.
“이, 이, 빌어먹을 새끼가-!!”
달기에게서 고막을 터트리는 노호성이 울려 퍼졌다.
단순히 소리만 질렀을 뿐인데 궁전이 출렁거리는 것만 같았다.
유성우는 인상을 찌푸렸다가, 이내 씩 웃었다.
미친놈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자신도 미칠 필요가 있었다.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피에는 피로, 광기에는 광기로.
받은 것만큼 갚아줘야 한다.
“그래, 더 질러라! 더 소리를 질러라! 한 명이 죽을 때까지 계속!”
그 또한 목소리에 오러를 담아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대며, 강하게 땅을 박찼다.
달기는 여전히 옥좌에 앉은 채 손을 휘둘러, 권능을 발휘했다.
고유세계 내부에서 펼쳐지는 달기의 권능은 다양했다.
인력과 척력을 조정했고, 매료를 더불어 요괴로서 배운 수천 가지의 술법들.
“반드시 네놈의 몸을 갈아 마셔주마!”
달기의 등 뒤에서 꼬리가 솟구쳤다. 모습을 드러낸 건 다섯 개의 꼬리.
꼬리는 각각 다른 속성의 덩어리를 뽑아 올리더니, 그대로 유성우를 향해 쏘아냈다.
고속으로 돌진하던 유성우는 저를 향해 다가오는 원소 덩어리들을 검으로 갈라내며 나아갔다.
그러나 원소 덩어리들은 갈라내자마자 커다란 폭발을 일으켜, 화마와 함께 그를 뒤덮었다.
유성우는 곧장 뒤로 물러나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몸 여기저기서 후끈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몸이 달궈지는 게 느껴지는 적당한 후끈함이었다.
뜨거운 숨을 토해낸 그가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여우불을 피해 몸을 날렸다.
여우불의 착탄 지점에서 폭발과 폭풍이 몰아쳤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달기가 수인을 맺자 그녀의 꼬리가 부르르 떨리더니 이내 길게 뻗어져 유성우를 노렸다.
천우공이 다루던 것보다 더욱 거대했고, 빨랐다.
중력의 영향은 받지 않는 건지 있을 수 없는 각도로 날카로운 끝을 앞세워 쇄도해 왔다.
일생을 부드럽게 휘둘러 세 개의 꼬리를 흘려낸다.
그러나 완전히 충격을 흘릴 수 없어, 여파만으로 몸에 생채기가 늘어 피가 튀었다.
“그대로 불타 죽어라!”
그리고 뒤늦게 돌진해 온 꼬리에 불이 붙어 화르륵 타오르더니, 그대로 피할 구석 없이 여러 방향에서 짓쳐 들었다.
피할 수 없다.
교묘하게 각기 다른 방향에서 다가오기에, 어느 쪽으로 피하던 당하고 말리라.
그렇다면 뚫는 수밖에.
한 걸음을 내디디며 일생을 돌려보내고, 용광을 불러들인다.
찌르기, 그것도 뚫는 데 특화된 용광에서 곧장 오러가 검신을 따라서 나선으로 몰아쳤다.
오검(五劍)
용아관통해격(龍牙貫通海擊)
나선의 끝에서부터 뻗어나가는 극점의 일격.
길게 검기를 뽑아내는 것이 아닌, 용의 이빨을 정면에서 다가오는 꼬리에 박아넣으며 전진한다.
용의 이빨은 여우의 꼬리를 꿰뚫는다. 꿰뚫어 만들어낸 공간으로 몸을 던져 불타는 꼬리들을 피해낸 그가 재차 전진했다.
“삼정! 붙잡아라!”
콰드드득─
그의 외침에 극한저주지대로 형성된, 검은 대지에서 검은 나무뿌리가 튀어나와 꼬리를 붙잡았다.
꼬리들이 뿌리를 불태우려 했으나, 이미 뿌리들은 검은 불꽃에 휩싸여 불타고 있었다.
도리어 꼬리의 불꽃을 역으로 잡아먹으며 침식하려 들었다.
꼬리의 움직임이 멈춤과 동시에, 유성우가 순간적으로 가속했다.
자신의 이름대로, 별의 궤적을 그리며 달기를 향해 날아들었다.
“먼저 그 자리에서 끌어 내려주마.”
섬뜩할 정도로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며, 용광을 그녀를 향해 내리찍는다.
달기의 주변에 둘러져 있던 방어막이 용광을 막아세웠으나.
“굴착.”
용광에서 나선의 오러가 휘몰아치며 방어막을 뚫어냈다.
한 곳에 구멍이 뚫려 마력의 균형이 무너지니, 방어막 전체가 산산이 무너져 흩날렸다.
유성우는 그대로 용광을 달기의 어깨에 박아넣어 옥좌마저 깨부쉈다.
‘심장을 노렸는데.’
그 순간에 몸을 틀어 어깨로 모면했다.
옥좌가 와르르 무너지고, 그대로 유성우와 달기의 몸이 겹치는 순간 달기가 양손을 뻗어 그의 심장을 노렸다.
‘한 번은 버틴다.’
다가오는 손의 궤적을 읽고, 한 곳으로 오러를 집중시켜 방벽을 형성했다.
몸 전체에 두르는 오러 아머라면 그녀의 양손에 무참히 뚫릴 테니, 오러를 집약시켜 방어력을 높였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오러 아머는 한 차례 그의 심장을 지켜주었다.
퉁!
달기의 양손이 막혀서 뒤로 튕겨 나가고, 유성우는 손을 뻗어 그녀의 멱살을 쥐고 잡아당겼다.
이번에도 무슨 술법인지, 달기의 얼굴이 여우로 바뀌며 톱니처럼 날카로운 이빨을 잔뜩 드러냈다.
그대로 목덜미를 깨물려 들었으나 유성우는 그 또한 반응해, 이마로 그녀의 콧잔등을 들이박았다.
“캐앵!”
“드디어 개 같은 소리를 내는군!”
유성우는 그녀의 멱살을 계속 붙잡은 채 공격을 이어 나가려 했으나, 달기의 모습이 갑자기 연기로 변하더니 자리에서 빠져나가 떨어진 곳에서 나타났다.
유성우는 몸을 돌려 그녀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생존기 빠졌고…….”
“……적당히 상대해 주려 했더니, 명을 재촉하는구나! 지금부터 진정한 격의 차이가 무엇인지 보여주도록 하마!”
“진부하다.”
이제 필살기를 쓸 거라고 달기가 선포했다.
쓸 거면 진작에 쓸 것이지.
그러나 얕볼 수는 없기에 유성우는 긴장을 더욱 끌어올리며 숨을 들이켰다.
달기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더욱 방대해지며, 입혀놓았던 상처도 전부 메워졌다.
짙은 금빛 안광이 터져 나오며 그녀의 등 뒤에서 꾸물거리던 꼬리가 흔들리면서 숫자가 늘었다.
다섯 개에서 여덟 개로, 여덟 개에서 열 개로.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분열한다.
그것은 열 개에서 멈추지 않고 열두 개까지 늘어나더니 끊임없이 시야를 흔들었다.
“네놈이 어째서 매료에 걸리지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매료가 통하지 않는다면, 직접 찢어 죽이는 수밖에.”
“그래 씨발, 오늘 네가 뒈지나 내가 뒈지나 한번 해보자고.”
십이미호(十二尾狐).
구미호만 해도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요괴고.
열 개의 꼬리, 십미(十尾)는 승천할 자격을 얻은 준 신격에 해당한다.
호조사 또한 수행을 쌓은 끝에 상급신격에 도달했지만, 꼬리는 아홉 개 있는 천호에 불과했다.
그런데 열두 개의 꼬리.
그것은 신격만큼은 상급신격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루나와 같은 대신격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새삼스레 그녀에게 고마워졌다.
그만한 대신격을 마주한 적이 있기에…….
달기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루나 이하. 주눅 들 이유는 전혀 없었다.
열두 개의 꼬리가 넘실거리며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금빛의 원을 그린다.
세계를 역행하는 듯한 움직임과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압박감.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달기의 신격이 진동하며 어비스 전체를 집어삼키려 들었다.
‘다른 애들을 내보내기를 잘했군.’
나가면 바토리를 칭찬해주어야 하리라.
그녀가 아니었다면 어비스 안에 있던 이들 모두가 그녀가 새로이 구축한 세계에 잡아먹혔을 테니.
“삼라(森羅)의 만상(萬象)을 손에 쥐었다. 신격에 다다르며 필멸의 껍질을 벗어던지니, 도달하지 못할 세계가 없도다…….”
달기가 그리 중얼거리며 손을 움직였다.
그녀의 쭉 뻗어진 손이 그리는 것은 꼬리가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역행의 원.
손끝을 따라 그려진 광륜이 회전하며 그 안에 이해할 수 없는 문자열들을 채워 넣었다.
뒤이어 그녀의 이마에 꽃봉오리와 같은 문양이 새겨지고, 항거할 수 없는 기운과 빛이 터져 나오며 시야를 뒤덮었다.
그리고 빛이 사그라들었을 때 눈에 들어온 광경은, 삭막하기 짝이 없던 궁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내뿜었다.
물론 좋은 쪽은 아니었다.
꼬챙이가 된 인간인지, 인간이 된 꼬챙인지 모를 것들이 즐비했고.
술 냄새가 코가 썩을 정도로 많이 나는 시냇물이 흘렀다.
[고유세계] [주지육림천하륜(酒池肉林天下輪)]그런 곳의 중심에서, 달기는 공중에 살짝 떠서 유성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안쪽에서 달기가 새로운 고유세계를 전개했을 때, 어비스 외부에서도 난리가 나 있었다.
유성우가 삼정검의 불길로 결계를 붕괴하고, 바토리가 안에 있는 이들을 내보냈다.
천우공과의 일전 이후 그녀는 천마까지 수거해 어비스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녀가 빠져나오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 어비스가 더욱 거대해지더니 투명한 막이 입구를 막아버렸다.
“이건 또 뭐에요!”
겨우 빠져나와서,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더니 급변하는 어비스.
어비스 내부에서는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다지만…….
“저, 전투 준비!”
휴식을 취하고 있던 유월이 자리에서 재빠르게 일어나 소리쳤다.
그녀의 외침에 그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금방 그들의 눈앞에 외침의 이유가 드러났으니까.
이중 어비스가 열렸다.
이번에는 사람들을 끌어들이지 않았지만, 지쳐 있는 이들을 잡아먹기 위해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검은 구멍에서 튀어나오는 것들은 아까 어비스 내부에서 상대했던 여우 괴물들이었다.
근육질인 놈들 말고도 종류가 여럿.
어비스를 벗어나 휴식을 취하던 다이버, 무림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기를 들었다.
어비스로 끌려 들어갔던, 세 세력, 사파, 정파, 마교는 일단 눈앞의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 임시로 동맹을 맺었다.
“…이거 안 좋습니다.”
“성우 님은 무사하시겠죠?”
백우현과 유월이 숨을 길게 토해내며 자세를 다잡았다.
겨우 어비스에서 빠져나왔나 싶더니, 갑자기 이중 어비스, 겹문 현상이 발생했다.
이것은 분명히 우연이 아닐 터.
“괜찮으실 겁니다. 스승님이라면 곧 안에서 적을 베어버리고 나오시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 저도 그렇게 믿습니다.”
유월의 걱정에, 백우현과 최아연이 답했다.
서문영일이 뒤늦게 대답했으나, 그녀의 대답을 들은 사람은 없었다.
곧장 여우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 뛰쳐나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시작된 전투.
“이놈의 빌어먹을 여우들─!!”
커다란 노호성이 전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짐과 동시에 불기둥이 사방에서 몰아쳤다.
어비스에서 빠져나온 영명이었다.
흑사향과 유성우와 달리 천우공에게 도달도 하지 못한 그는 바토리의 말에 고집도 못 부리고 어비스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분노를 막 튀어나온 여우들에게 쏟아내는 참이었고.
이어서 바닥에서 솟구친 나무뿌리가 불꽃을 휘감으며 여우들을 꿰뚫었다.
게임을 방해받아서 열받은 슈아넬의 마법이었다.
평소보다도 더욱 난폭한 마법의 발현이 마력의 폭풍을 일으켜 웬만한 이들은 전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자신도 뒤따라 전장에 진입하려던 서문영일은 불기둥 앞에서 멈춰 서고는 중얼거렸다.
“나, 나는 응원이나 하면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