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1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14화(210/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14화
무림(2)
스스로를 야수궁이라 칭한 이들은 쉽게 제압되었다.
아무리 마교의 주전력이 현재 부상 중인 상태라고 해도, 쉽게 밀릴 이들이 아니었기 때문.
야수궁의 궁주라는 다이버는 테이밍 스킬을 얻은 자였다.
그것을 기반으로 세력을 늘려 중국을 집어삼키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지만, 마교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중원의 수호자 마교.
아무튼, 일이 있던 이후 유성우 일행은 신강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최아연과 슈아넬 일행은 한 번 들렸던 곳이지만, 다른 이들은 처음 오는 비경(秘境).
그 경치 또한 아름답기 짝이 없어 다들 정신없이 마교를 구경했다.
“나름 살 만한 곳이군.”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나름 서로 도우며 잘 사는 것 같았다.
적어도 천맹성채보다는 잘 돌아가는 것 같았기에, 유성우도 마음 편히 휴식할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 정도 회복했을 때, 흑사향의 상태를 보러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교주전은 출입금지… 유성우 님이십니까,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내 동료들은 문전박대당했었다던데 말이야.”
“그 이후로 유성우 님 일행은 출입을 허가하셨습니다. 그런 일이 두 번은 일어나는 건 원치 않으신다고.”
“이해가 빠르군.”
유성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경비병을 독려한 뒤, 교주전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주전 내부는 교주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곳.
청소와 식사를 올리는 몇몇 검증된 시비들조차 심처까지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런 곳에, 유성우가 발을 들였다.
그는 교주전 내부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이곳이 돈깨나 쓴 곳이라는 걸 알았다.
교주의 위엄을 살리기 위함이라는 걸까.
어쨌든.
유성우는 더욱 안쪽으로, 흑사향이 휴식을 취하고 있을, 그녀의 침소로 향했다.
그녀가 있는 방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향냄새가 풍겨왔다.
누가 죽은 것도 아닌데.
“있나?”
그는 흑사향의 침소의 문을 벌컥 열며 말했다.
그곳에는 죽은 듯이 누워있던 흑사향이 있었다.
가운처럼 생긴, 늘어진 검은 파자마를 입은 그녀가 슬며시 눈을 뜨더니 몸을 일으켰다.
“아침부터 연락도 없이 들이닥치는 건 무례한 일이라는 걸 안 배웠나?”
“벌써 점심때인데 아침은 무슨. 천우공한테 처맞고 시간 감각도 잊어먹은 모양이군.”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잠을 오래 잔 모양이로군. 그래서 무슨 용건이지?”
“밖으로 나와라. 그만큼 쉬었으면 재활 운동을 해야 하지 않겠나.”
유성우가 고개를 까딱이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뒤를 따라, 교주전 한구석에 있는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 누구의 시선도 없는 교주만의 훈련장.
그러나 오늘은 특별히, 두 명이나 있었다.
유성우가 말했다.
“검을 들어라.”
“…….”
흑사향이 손을 뻗자, 검은색의 직검. 천마흑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검을 본 유성우는 재밌다는 듯 작게 미소를 띠며, 흑사를 불러냈다.
“나도 비슷한 게 있지.”
“…천마흑검과 흡사하군.”
천마흑검과 흑사.
두 개의 검은 본래 형제검이라도 되는 것처럼 빛조차 반사하지 않는 검은색을 내보였다.
유성우는 흑사를 들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랄맞기로는 이놈이 한 수 위인 것 같군.”
그가 검을 툭 던지자, 자아라도 가진 것처럼 흑사가 바닥에 한 번 튕기고, 그대로 흑사향을 향해 날아갔다.
그녀는 천마흑검을 휘둘러 흑사를 유성우의 방향으로 쳐냈다.
제게 돌아온 흑사의 손잡이를 잡아챈 유성우가 지면에서 발을 떼었다.
순식간에 흑사향의 눈앞까지 도달한 그가 검을 휘둘렀다.
까아앙-!!
두 자루의 흑색의 검이 부딪히며, 충격파를 퍼트렸다.
흑사향은 검에서부터 전해진 어마어마한 압력에 이빨을 꽉 깨물었다.
숨결이 닿을 거리에서, 검 두 자루를 교차하며 마주한 둘.
유성우가 입을 열었다.
“네가 천우공에게 패배한 건 단순한 이유다. 아직도 받아들인 걸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으니, 반쪽짜리 놈에게 지는 거지.”
뼈를 찌르는 그의 말에 흑사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천마의 영성을 받아들였음에도 신의 힘을 빌린 천우공에게 패배했다.
전력을 발휘한 것도 아니었고, 고작 여섯 개의 꼬리에.
“볼만한 표정이군. 받아들인 걸 온전히 네 것으로 했다면 그렇게 무력하게 패배하지는 않았겠지.”
유성우가 조금만 늦었어도, 아마 흑사향은 죽지 않았을까.
그녀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무어라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분명히 천마의 영성을 받아들이고, 진정한 천마로 등극했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하지 않았고, 천마는 되었을지언정 마신 자체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일반적인 다이버들은 아득히 뛰어넘는 힘을 손에 쥐었으나… 제대로 다루지는 못하는 실정.
“주도권을 잡아라. 아직도 내게는 네가 흔들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의 말에 흑사향이 검을 쥔 손에 힘을 줘 유성우를 밀어냈다.
밀려난 유성우는 손에 쥔 흑사를 빙글빙글 돌리며 말을 이었다.
“네가 천마라면… 한 번 그 힘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는 걸 보여봐라. 네가 가진 세계를 보여라.”
그리 말한 그가 이어서 어마어마한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눈앞에 둔 것만으로 찌부러질 듯한 압박감.
시종일관 덤덤함을 유지하던 흑사향은 그런 유성우를 앞에 두고는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무릎이 굽혀질 것 같았기에.
두 사람을 중심으로 기파가 휘몰아치며 돌조각이 떠올랐다.
“정말로… 할 셈이느냐?”
“너도나도. 재활에는 이게 최고가 아니겠나. 그리고.”
유성우가 섬뜩한 흑사를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너는 아직 인간이다. 인간 주제에 신의 영역에 전신(全身)을 들이려 하지 마라. 걸음마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나는 것부터 배울 수는 없는 법이지.”
그의 말에 흑사향은 가슴 속에서 무언가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무슨 감정인지 명명하기는 어려웠지만,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던 부류의 감정이라 선명하게 와닿았다.
“그럼 간다.”
유성우가 쇄도했다.
눈 깜짝할 사이 흑사향의 눈앞까지 도달한 그는 도저히, 달기와의 전투에서 지친 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흑사향은 황급히 천마흑검을 들어 대응했으나, 그녀가 한 번 막을 동안 유성우의 검은 두 번 이상 몰아쳤다.
“큭!”
흑사향의 잠옷이 베이며 생채기가 생겼다.
그녀는 일부러 유성우가 급소를 노리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는 천마흑검을 크게 휘둘러 자신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유성우는 거리낌 없이 그녀의 공간 속으로 들어왔다.
네까짓 게 공간을 만들어도 뭘 할 수 있냐는 듯한 당당한 발걸음.
둘은 딱 붙어서 검을 휘둘렀다.
어느 한 명도 거리를 양보하지 못하겠다는 듯, 흑색의 검을 부딪쳐댔다.
마치 한 폭의 그림이라도 되는 것처럼, 두 자루의 흑검이 허공에 잔상을 수놓았다.
화선지 위에 수묵화를 그리듯, 두 명의 검로가 어우러지며 양보하지 않는 그림을 그렸다.
“크아아아-!!”
입을 다문 채 검을 움직이던, 흑사향이 포효하며 밀어붙였다.
한층 흉포해진 검이 쉴 새 없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유성우는 입가를 씩 끌어올리며 이리저리 피하고는, 검을 맞받아쳤다.
“그래, 이래야지! 너는 아직 신이 되기에는 멀었다! 고유세계도 펼치지 못하는 주제에, 어딜 인간을 벗어나려고!”
이것은 유성우가 그녀에게 보내는 일종의 선물이었다.
마교에서 대접도 후하게 받았고, 창고도 털어갈 테니까.
마교에 가장 급한 게 뭔지 생각 끝에 내린 결론.
“자, 보여봐라! 네가 가슴 속에 품은 것들을 전부!”
그리 소리친 유성우가, 반쯤 이성을 잃은 흑사향을 향해 파고들어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그녀의 볼에 주먹이 작렬해 뒤로 날아가 바닥을 굴렀다.
흑사향은 곧장 일어나 숨을 몰아쉬며 유성우를 노려보았다.
섬뜩한 눈동자에서 살기가 짙게 배어 나왔다.
“후우, 후우…….”
“천마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구경 좀 해보자. 고작 이 정도는 아닐 테지.”
“…원한다면.”
그녀는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받아들였던 선대 천마들의 흉포한 영성이 흑사향의 정신을 침범하여 검게 물들였다.
그와 동시에 그녀를 중심으로 검은 기운이 팟, 하고 퍼져 나오더니 세계의 색채를 흑백으로 덧칠했다.
뒤이어 반구형의 검은 장막이 둘을 중심으로 펼쳐져, 시야를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었다.
선대 천마들의 영성이 자아낸 죽음의 세계.
한 치 앞 보이지 않는 암흑.
어느새 발목까지 차오른 찰랑거리는 검은 액체.
“크흐…….”
이제 입에서 짐승의 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한 흑사향이 찰박거리는 검은 액체를 박차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손에 들린 천마흑검은 더욱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니, 그야말로 모든 것을 증오하는 한 마리의 짐승과도 같았다.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힘과 더욱 빠른 속도.
100미터 정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주파하며,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검을 휘두른다.
그녀의 검을 한 차례 받아낸 유성우는 뒤로 주욱 밀려나며, 흑사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지금까지는 거의 놀아주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부터는 아니다.
이성을 아예 선대 천마의 영성에게 넘겨버린 흑사향은 유성우에게 짐승처럼 들러붙어 검을 뻗었다.
이전과는 다른 제멋대로인 검로가, 급소만을 노려왔다.
‘죽일 생각으로 가득하군.’
하기야.
선대 천마라는 게 미친놈들밖에 없으니 흑사향이 이 꼴일 테지.
유성우는 그녀의 사선으로 다가오는 천마흑검을 흑사로 빗겨내고는, 빈손을 뻗어 얼굴을 두들겼다.
그러나 이제 주먹 정도로는 끄떡도 하지 않는 그녀는 도리어 얼굴로 주먹을 밀어내며 입을 쩍 벌렸다.
유성우는 그 순간 몸을 빼야 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흑사향의 이빨이 목을 물어뜯었을 터.
“진짜 짐승이군!”
발로 복부를 차서 그녀를 밀어내며, 흑사를 내질렀다.
그녀는 재빠르게 천마흑검을 휘둘러 쳐내고는 거리를 좁혔다.
이성은 잃었지만, 반응은 빠르다.
‘이성을 죽이고 본능을 극대화한 건가? 몸에 밴 검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거겠군.’
몇 번 검을 부딪친 것만으로 파악을 끝낸 유성우가 검로에 변주를 주기 시작했다.
정방향에서 휘두르던 검은 역방향으로, 사선으로 휘두르던 건 직선으로.
갑자기 검로가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하니, 그의 검에 익숙해진 본능에 혼란이 왔는지 반응이 한 박자 늦어졌다.
‘하지만, 아직 부족해.’
유성우의 검이 점점 빨라졌다.
언뜻 보면 마구잡이로 보이는 검로지만, 그것은 분명히 검의 궁극에 달한 이만이 그릴 수 있는 국면임이 확실했다.
철퍽, 철퍽.
두 명의 발걸음이 검은 액체를 퍼 올리며 반쯤 뒤집어썼다.
검은 액체가 몸을 뒤덮을 때마다 몸이 무거워지는 게 느껴졌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흑사향이 모든 것을 내보일 때까지. 모든 것을 토해내 홀가분한 발걸음으로 움직일 때까지.
“크으으으으아아아아악-!!”
흑사향이 재차 포효했다.
힘을 가장 아래에서부터 끌어모으는 듯한 소리에 유성우는 위에서 찍어눌렀고, 검을 맞댄 채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기억해라. 이건 네가 바라는 세계냐? 아닐 거야, 아닐 테지. 네가 무엇보다도 원하는 건 이런 참담한 세계가 아니라 좀 더 평화로운 세계겠지!”
마교의 생활상을 보았다.
과거로 돌아간 듯한 생활상이었으나, 현대 문물이 없더라도 그들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 대신 마차를 이용하고, 농사로 자급자족하며 유유자적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
그것이, 흑사향이 진정으로 바라는 세계이리라.
유성우는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에 시선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네놈들도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애 붙잡지 말고 좀 놓아주라고. 빌어먹을 귀신 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