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14)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18화(214/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18화
국립중앙도서관(2)
단탈리안은 특이한 악마였다.
악마의 본질은 인간을 유혹해 타락시키는 것.
그러나 단탈리안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기록을 수집하고 읽는 것에만 몰두했다.
인간이 ‘책’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물을 발행하기 이전부터.
그녀의 고서관은 석판에 기록된 것부터, 파피루스 등 가리지 않고 수집한 그녀의 안식처.
“악마도 급진파와 온건파로 나뉘지. 지상에 올라온 악마 중 본인은 온건파 중에서도 매우, 매우, 매우 온건한 쪽에 속하네. 솔직히 책만 읽을 수 있으면 인간들이고 뭐고 다 상관없다는 쪽이지.”
“승천교에서는 그럼 너한테 뭘 보수로 주고 있는지 궁금한데.”
“악마 사냥꾼들에게서의 보호와 내가 수집하지 못한 기록물을 넘겨받고 있네만, 이제는 악마 샤낭꾼 말고도 여러모로 협박이 들어오기도 해서. 지상에 올라오는 대신 많은 힘을 봉인하는 등, 여러 제약을 안고 있는 몸이라 물리적인 위협에는 취약하다네.”
그녀의 말에 유성우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기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유월이나 유지우를 데리고 왔으면 좋았을걸.
그에게서 고민하는 기색이 엿보이자, 단탈리안이 말을 이었다.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악마는 거짓말을 못 한다네. 진실을 전부 말해주지는 않을지라도.”
“…흐음.”
악마의 거래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거절해야 하는가.
단탈리안의 도움이 있다면 승천교의 교주들을 색출해 내는 데 크게 도움이 될 터였다.
고민하던 유성우는 지인의 말을 떠올렸다.
-악마라고 해서 모두 인간을 타락시키는 존재는 아닙니다. 때때로 그들과의 계약은 큰 이득을 가져다주기도 하죠. 계약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만 있다면.
유망한 마법사의 조언이었으니 틀림없으리라.
그쪽의 악마와 이쪽의 악마도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으니.
유성우가 말했다.
“계약을 제안하지. 단탈리안. 이것은 서로의 영혼을 걸고 하는 영혼 계약이다.”
“영혼 계약이라, 역시 자네는 재밌는 인간이야. 어디서 들었는지는 몰라도…….”
단탈리안이 손을 들어 올리자 둘 사이에 양피지 두 장이 불꽃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단탈리안, 내가 원하는 것은 네 협력이다. 승천교의 간부를 비롯한 승천자들의 정보를 네게 원한다. 그리고 내게 숨기는 것이 없을 것. 나를 비롯한 내 동료들에게 위해를 끼치는 일을 금지한다.”
“악마와의 계약에 퍽 능숙해 보이는 조건을 다는군. 그렇다면 본인이 자네에게 요구하는 건…….”
“내가 너한테 줄 수 있는 건 한정적이다. 승천교보다 더 나은 대우와… 나의 기록이다. 네가 살아가는 이유가 기록의 수집과 열람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 세계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계의 기록을 네게 넘겨주도록 하지.”
“……몇 년 분?”
그의 말에 단탈리안이 눈동자를 반짝이며 쳐다보았다.
대충 가늠한 유성우가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쳐보았다.
“오, 오 년 분……?!”
단탈리안의 눈동자가 행복으로 물들었다. 오 년 분의 기록이라면 수십 권… 그 밀도가 높다면 수백 권에 달하리라.
그러나, 유성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오십 년 분이다.”
“오십 년 분-!!”
단탈리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다가 다리가 걸렸는지 의자와 함께 몸이 뒤로 넘어갔다.
빠르게 다시 일어난 그녀의 코에는 쌍코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쌍코피를 엄지로 훔치더니, 계약서에 둘이 나눈 내용을 써 내려갔다.
그러고는 곧장 지장까지 찍었다.
단탈리안의 입장에서 그만큼 유성우의 기록은 탐나는 것이었다.
지구로 돌아와 승천교의 주교들을 죽이고, 1급 어비스를 단신으로 공략했으며.
안드로가 불러낸 드래곤과 고대의 악신마저도 베어낸 자.
그런 이의 과거는 너무나도 탐나는 과실이었다.
유성우마저 자신의 손가락에 피를 내어 지장을 찍자 둘의 계약은 성립되었다.
두 장의 양피지가 불타오르더니, 둘의 영혼에 한 장씩 새겨졌다.
원리는 해명할 수 없는 악마들만의 권능. 아마도 그들이 정신체에 가까운 존재들이기에 가능한 권능이라 추측만 할 뿐이었다.
“이것으로 계약은 성립되었네! 마신 살해자, 주교 슬레이어, 악마 분쇄자, 소드마스터, 유성우여!”
“서론이 긴데…….”
“자네가 원하는 정보는 그 책으로 전달하게. 자네 앞의 책에 글씨를 쓰면 내게로 전달될 테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탁자 위의 책으로 손을 뻗어 품에 넣었다.
그가 책을 갈무리하자 단탈리안이 몸을 쭉 빼서, 양초로 얼굴을 가져갔다.
“그럼, 자네의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겠네.”
훅-
그녀가 입김을 불어 촛불을 끄자, 어둠이 찾아왔다.
유성우는 그녀의 마법이 끊어졌음을 알아채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단탈리안과의 계약은 무사히 마쳤으니,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사냥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줘야겠군.”
제정신 아닌 빌어먹을 승천자 놈들을 사냥할 시간이다.
***
하지만 본격적으로 승천자를 사냥하기 전에 끝마칠 것들이 있었다.
가장 먼저 비약 제조라던가.
“칼리, 비약 제조는 어떻지?”
“80퍼센트 정도.”
유성우는 서울을 다녀온 다음 날, 비약을 제조하는 메테오 인더스트리의 실험실로 향해 제조 진척을 물었다.
이번에 수확(?)해 온 약재들은 사람들의 맞춤 비약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메테오 인더스트리가 가지고 있던 재료들로는 맞춤 비약을 만들기가 부족했으나, 중국에서 공수해 온 재료들은 상등품인 데다가 그 가짓수가 많았다.
검혼과 다른 이들의 비약을 제조하는데 충분한 양.
“그럼 이번 달 내로는 전부 완성할 수 있겠군.”
유성우는 흡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실력은 괜찮으니 마력량만 늘리면 충분히 S급의 벽을 뚫을 터였다.
이미 S급인 이들은 S급을 넘어서겠지.
아마도 랭크제를 새로이 개편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부담스럽게 칼리가 비약을 제조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던 유성우의 스마트폰이 울려댔다.
발신인은 홍서화였다.
“뭐야. 비약 제조가 거의 다 됐다는 걸 알고 연락한 거냐? 냄새 하나는 더럽게 잘 맡는군.”
-아, 아니! 아니 그럴 리가요! 귀국하셨으니 인사라도 드릴 겸, 연락드린 겁니다!
“그럼 연락했으니 됐군. 끊어도 되겠지? 내가 무척이나 바빠서.”
둘의 통화를 듣던 칼리는 코웃음을 쳤다.
하는 거라고는 앉아서 구경하는 것밖에 없으면서…….
유성우의 말에 홍서화는 아니라고 소리쳐서 전화를 끊는 걸 막아냈다.
“무슨 일인데 그러냐.”
-그게 이번에 아카데미 학생들 길드 연수 있는 거 아시죠?
“내가 알 것 같냐?”
-그럴 것 같기는 했습니다. 아무튼 우리 저번에 서울 아카데미 다녀온 적 있잖아요?
“아.”
이제는 정말로 옛날 일이다.
민청운을 처리하기 위해 외부 초청 강사로 위장해 갔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남아 있었다.
과거의 친우와 재회하는 일까지 이어지기도 했기에.
“그래, 기억난다. 그래서?”
-그때 윤성우라는 이름으로 다녀오셨잖습니까. 그런데 그때 가르쳤던 학생이 연수로 저희 길드로 찾아왔다고요! 윤성우 다이버 찾아왔다면서!
“그런 사람 없다고 하고 연수나 해서 보내면 되는 거 아니냐?”
-제가 아카데미까지 일일이 신경 쓰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저희 스카우터 팀이 꼭 잡아야 하는 학생이라고 하더라고요.
“흠.”
유성우는 제 턱을 쓰다듬으며 그때의 기억을 회상했다.
홍서화가 이리 말할 정도로 꼭 잡아야 하는 학생이라면, 한 명이 떠올랐다.
그때 굉장한 재능을 타고난 여학생 한 명이 있었다.
하늘이 내린 무재.
꼭 잡아야 하는, 그것도 서울 아카데미에서 온 학생이라면 그녀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이름이 권수현이던가?”
-예! 예! 기억하고 계시네요. 윤성우 다이버를 계속 찾는데, 스승님께서 좀 도와주셨으면 하고 연락드린 겁니다.
“흠, 검혼에 데려가도 되나?”
-그건 좀…….
“농담이다. 어린애까지 데려와서 키우는 취미는 없다.”
이계에서는 어딜 가도 전쟁터였으니, 어린애라도 쓸 만하면 굴리기 마련이었지만.
여기는 이계가 아니라 지구였다.
전쟁터는 있어도 이계와 같은 야만적인 세계는 아니었다.
“곧 그쪽으로 가지.”
-감사합니다!
유성우는 전화를 끊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칼리를 보며 말했다.
“나 없다고 농땡이 치지 마라.”
‘…지금까지 농땡이 치나 감시하는 거였어?!’
칼리는 조금 소름이 돋았다.
***
유성우는 느긋하게 걸어 적룡의 길드 건물로 향했다.
세현시 내부에 있는 길드 건물들의 위치가 다 거기서 거기라,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적룡 길드에 도착하자 언질을 받은 건지, 길드원 한 명이 정문에서 대기 중이었다.
이름은 여전히 모르지만 아는 얼굴이었다.
“아, 이쪽입니다! 유성우 다이버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내나 해라.”
“바로 모시겠습니다! 지금 학생들은 건물 15층에서 연수에 관해 설명 중입니다. 이번에 온 학생들은 다들 대단하더군요. 우리들이랑은 다르게 2세대라서 그런가?”
“2세대?”
“예에. 10년이 지났으니 1세대 다이버와 2세대 다이버들을 구분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우리 때는 아무것도 없이 맨땅에서 시작했지만, 2세대는 어느 정도 체계가 갖춰져서 성장도 빠르고요.”
“그렇겠군.”
1세대와 2세대라.
세대가 변경된다는 것은 많은 게 바뀔 거라는 뜻이기도 했다.
1세대가 닦아놓은 기반으로 성장한 2세대를 통해 어떤 시대를 맞이하게 될까.
‘싸가지만 있으면 됐지.’
그리 생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에 도착해 있었다.
복도를 거닐며 회의실로 보이는 곳을 흘깃 보니, 학생들이 적룡의 길드원들에게 연수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아, 스승님! 여깁니다!”
복도에 서 있던 홍서화가 유성우를 보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그런지 더욱 반가움을 표하는 듯했다.
유성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그녀가 서 있던 회의실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저 아이군.”
서울 아카데미에서 온 학생 열댓 명이 회의실 안에 앉아 있었다.
유성우는 의문이 들어 물었다.
“그런데 왜 너희 길드에 애들이 오냐? 인기 많아? 올 거면 검혼으로 와야지.”
“검혼은 애초에 연수 학생도 안 받았으면서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저 애들한테 인기 많거든요?!”
홍서화는 억울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실제로도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다이버 중 한 명이었다.
S급인데다가, 빼어난 용모와 불을 다루는 화려함까지 겸비해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유성우는 짧게 대꾸했다.
“내년부터는 받으라고 해야겠군. 그럼 이제 들어가면 되나?”
“저랑 같이 들어가시죠.”
“너랑 같이 들어간다고 할 말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만…….”
유성우가 회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학생들의 시선이 몰렸다.
연수 절차에 관해 설명을 마친 적룡의 길드원이 둘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곤 옆으로 물러났다.
“유, 유성우다…….”
“진짜야? 검혼의 길드 마스터가 왜 적룡에서 나와?”
“우리가 검혼 연수받으러 왔, 왔었나? 아닌데? 검혼은 연수 자체도 안 받았는데…….”
갑작스러운 국내 최강의 다이버의 등장에 순식간에 회의실 내부가 소란스러워졌다.
유성우는 손가락을 한 번 튕기는 것으로 모두의 입을 강제로 오러로 틀어막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지금 떠든 놈들은 모두 입사 탈락이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