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17)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21화(217/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21화
길드 연수(3)
유성우는 꽤 오래 치고받고 싸운 상대라면 웬만하면 얼굴을 잊지 않았다.
뼈로 된 옥좌에 앉은 이는 과거, 3급 어비스 불야성에서 싸운 적이 있는 엘더 리치, 아자하임이 분명했다.
“망국의 마지막 왕이 되살아나셨군. 네가 한 짓이겠지? 음침한 놈.”
유성우는 검 끝으로 로브를 두른 놈을 가리켰다.
정확한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단탈리안이 알고 있는 만큼 승천교일 가능성이 컸다.
아자하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놈은… 짐을 알고 있는가?”
“아주 잘 알지. 군단장들까지 언데드로 만들어서 부리던 대가리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는 망국의 왕 아닌가?”
“죽여 버리겠다!”
‘언데드 주제에 산 사람보다 빨리 흥분하는군.’
유성우는 아자하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알아채고는,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했다.
음침한 놈이 외부에서 가져온 것이 아자하와 관련된 유물이나 의념이리라.
그것을 어비스에 덧씌워 아자하의 세계로 변모한 것이고.
“이 지하에 네놈도 파묻어주마!”
아자하가 그리 소리치며 마력을 일으켰다.
과거에 상대했던 아자하보다 강대한 마력에 인상을 찌푸렸다.
“일어나라, 짐의 군사들이여!”
아자하의 외침과 함께 바닥에서 언데드들이 솟구쳤다.
여기까지 오면서 마주친 허접한 해골병사들이 아닌, 무장을 제대로 갖춘 데스나이트들이 대부분.
흉흉한 기세를 뿜어내는 죽음의 기사들은 검과 방패를 든 채 유성우를 포위했다.
일생을 어깨에 걸친 유성우는 놈들을 한 번 죽 둘러보고는 말했다.
“열다섯 놈…….”
자신을 너무 얕보고 있는 게 아닌가? 고작 이 정도 숫자로 쓰러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아자하는 옥좌에 거만하게 앉은 채 일어나지도 않았다.
피식 웃은 유성우가 자세를 잡았다. 과거의 아자하와 지금의 아자하가 다르듯이.
유성우 또한 과거와는 달라졌다.
그것도 아주 많이.
꽃잎 흘리기
땅을 박찬 그의 모습이 일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곳은 산산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데스나이트들의 너머, 아자하의 옥좌의 앞.
아자하는 유성우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뼈의 벽을 세워 막아 세웠으나, 휘둘러진 일생은 뼈의 벽을 뚫고 다가왔다.
“오랜만에 봤으니 인사는 해야지. 안 그래?”
그것이 비록 물리적인 인사일지라도 말이다.
유성우의 일생이 아자하를 두들긴다. 그는 빠르게 몸에 실드를 두르는 것으로 막아내기는 했지만, 그 충격량까지 전부 해소하지 못했다.
옥좌에서 날아간 아자하가 벽에 처박힌다.
유성우는 그대로 멈추지 않고 손을 뻗어 옆에 서 있던 음침한 놈을 붙잡으려 들었다.
“……!”
음침한 놈은 자신에게 향하는 손을 보고 곧장 뒤로 물러나며 마법을 내쏘았다.
검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탄환이 그를 향해 다가왔으나, 급하게 만들어낸 마법으로는 유성우를 멈춰 세울 수 없었다.
오히려 마법을 쏜다고 억지로 만들어낸 짧은 간격이 독이 되었다.
그 순간 유성우는 일생을 휘둘러 탄환을 갈라내고, 놈의 멱살을 틀어쥘 수 있었으니까.
“얼굴 좀 보자.”
잡은 멱살 그대로 바닥으로 휘둘러 패대기친다.
바닥에 처박히며 머리에 두르고 있던 로브가 벗겨졌다.
벗겨진 로브 속에서 드러난 얼굴은 인간이 아니었다.
얼굴에 여러 문신을 새긴 약간 붉은 피부의 오크.
멀리서 볼 때부터 풍채가 남다르다 싶기는 했는데…….
“오크 주술사 놈이로군.”
유성우는 곧장 놈을 죽여버리기 위해 일생을 들었으나 처박혔던 아자하가 멀리서 마법을 난사했다.
아쉽게 오크의 목덜미에 칼을 꽂아 넣지 못한 유성우는 하는 수 없이 옆으로 물러나며 혀를 찼다.
“이 빌어먹을 천것이!”
아자하는 양손을 앞으로 쭉 내밀어 마법을 전개했다.
그를 향해 쏟아지는 수십 가지의 마법. 대부분이 원거리에서 요격하는 부류의 마법.
“귀찮게 구는군.”
그와 동시에 바닥에서 언데드들이 다시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더욱 많은 숫자의 데스나이트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그 사이사이에는 밴시들도 있었다.
마법과 밴시로 발을 묶고, 데스나이트로 처리하겠다는 심산인가.
머릿속에서 우선순위를 정한 유성우는 땅을 박찼다.
옆으로 돌아가는 길도 있었겠지만, 그가 택한 것은 정면 돌파.
“후읍!”
숨을 들이켜며 땅에서 발을 뗀 그가 쇄도했다.
일격에 마법을 분쇄하고, 이격에 데스나이트들을 갈라버린다.
밴시들은 무시한다.
놈들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대도 강인한 유성우의 영혼은 뒤흔들 수 없었다.
아자하가 펼쳐낸 술수를 뚫고 다시금 그의 앞에 도달한 유성우가 입꼬리를 올렸다.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냐는 듯한, 조롱을 한껏 담아서.
일생이 아자하의 어깨를 꿰뚫으며 밀어붙여 벽에 처박는다.
“내가 아는 너는 예전이 더 강한 것 같은데. 그대는 강렬한 동기가 있어서 그랬던 건가?”
“…무슨 헛소리를!”
아자하가 몸에서 마력을 폭발시켰다. 유성우가 아닌 다른 이들이었다면 마력만으로 찌부러졌을 어마어마한 밀도였다.
유성우는 정면에서 그것을 받아내면서도 밀려나지 않았다.
“확실히 약해. 의지가 부족하군.”
아니면, 자신이 그때와 비교해서 너무나도 강해진 걸지도 몰랐다.
데미 갓, 엘더 리치인 아자하는 유성우가 계속 영문 모를 소리를 내뱉자 이를 악물며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서 마력파가 터져 나오며 유성우를 밀어냈다.
바닥에서 몇 바퀴 구른 유성우가 몸을 일으키며 입을 쩍 벌린 채 웃었다.
“같은 존재라도 환경에 따라 그 힘과 질이 달라진다는 거군…….”
좋은 정보를 알았다.
과거 불야성에서 상대했던 아자하는 거대한 성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 마력을 축적해 오며 그 의념 또한 키워왔다.
그러나 지금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어울리지 않는 세계의 왕이 되었기에 과거보다 마력의 출력은 강할지라도, 어떠한 집념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죽어라! 유성우!”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을 일으킨 오크 주술사가 양손에 검은 기운을 잔뜩 두른 채 수인을 맺었다.
[흑뢰전순(黑雷電循)]오크 주술사의 맺어진 수인에서부터 질척한 검은 뇌전이 튀어나와 유성우를 향해 쏘아졌다.
그와 동시에 정면에서도 아자하가 구축한 술식이 펼쳐지며, 거대한 검은 정사면체가 그를 가두었다.
유성우는 두 명의 합동 공격에 일생을 돌려보내고 흑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검은 번개가 도달하기 전에 흑사를 바닥에 꽂아 넣으며 신력을 주입했다.
극한저주지대(極限詛呪地帶)
흑사로 펼쳐내는, 허락받지 않으면 부정당하는 저주의 대지가 크게 펼쳐졌다.
검은 땅에서 치솟은 기운들이 검은 번개와 정사면체를 집어삼켜 모든 것을 무(無)로 되돌렸다.
두 개의 흑마법을 깨부순 유성우는 흑사에 신력을 주입하며 땅을 디디고 선 둘에게 듬뿍 디버프를 선물해 주었다.
“…후우.”
극한저주지대의 디버프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순식간에 깎여 나가는 전신의 기력과 마력.
짓누르는 듯한 중압감과 감각의 교란과 정신착란까지.
인간의 오감을 모두 흐트러뜨리는 강력한 저주.
유성우는 바닥에 무릎 꿇은 채 몸을 부들부들 떨어대는 오크 주술사에게 다가갔다.
아자하를 불러낼 정도의 능력자니 승천교의 간부급은 될 줄 알았는데, 극한저주지대의 디버프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그건 또 아닌 듯했다.
놈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린 유성우가 시선을 마주쳤다.
“승천교에서 나왔나? 저번에는 여우 새끼가 덤비더니, 이제는 오크 새끼가 덤비는군.”
“스, 승천의 교리를 따르지 않는 인간 주제에 어찌 이리도 강한… 것인가…….”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무슨 종교 믿냐에 따라 강해지는 거면 사람들이 죄다 강해지는 종교 믿고 있겠지.”
승천교에서 나온 것도 확인했겠다, 더 이상 볼 것도 없었다.
고유세계도 펼치지 못하는 강함이라면 주교급도 아닌 듯했으니.
그렇게 놈을 죽여 버리려고 했을 때,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놈이 중얼거렸다.
“네, 네놈은 목표가 아니었는데 어째서 갑자기 끼어들어 승천의 길을 방해하는 것이냐!”
“내가 아니라 아이들이 목적이었나? 이건 또 악질인데…….”
그리 말하며 유성우는 고개를 틀었다. 아자하가 쏘아낸 검은 창이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극한저주지대에 적응했는지 아자하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오크 주술사가 소리쳤다.
“왕이시여! 떠올리십시오! 나라를 재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와 함께 오크 주술사에게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와 아자하에게 스며들었다.
그러자 아자하는 두통이라도 찾아온 건지 제 머리를 부여잡으며 비틀거렸다.
“그래, 그래야지… 엡실을, 짐의 나라를 다시 세워야…….”
“의념을 부여한 건가? 이런 방식으로 부활시킨 다른 차원의 존재를 통제하는 거군.”
유성우는 오크 주술사의 복부를 주먹으로 두들겼다.
선천적으로 강인한 근골을 타고나는 오크였으나, 오러가 담긴 유성우의 주먹은 그것들을 단번에 꿰뚫고 강렬한 통증을 선사했다.
“꺼억……!”
오크 주술사가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하자, 유성우는 놈을 내려놓고는 아자하를 쳐다보았다.
오크 주술사의 의념을 흡수한 아자하의 상태가 이상했다.
‘이전에는 환상 마법으로 인간의 형태를 유지했던 것 같은데.’
그런데 지금은 인간의 피륙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크 주술사의 의념이 놈에게 스며든 이후로 아자하의 전신이 울룩불룩, 마치 곧 터질 것처럼 부풀어댔다.
“짐은, 엡실의 왕이니라…….”
극한저주지대의 위에서 아자하가 다시 두 다리로 땅을 디디고 섰다.
그리고 그와 함께 울룩불룩 튀어나왔던 피부가 터져나가며, 거미 다리가 튀어나왔다.
등 뒤에서 뻗어 나온 여덟 개의 북슬북슬한 거미 다리는 아자하의 다리 대신이 되어주며 징그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건 또 무슨…….”
깊게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원래 보스가 그레이트 케이브 스파이더였다는 걸 생각해보면 의념이 이리저리 섞인 탓에 벌어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게 상승효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유성우에는 악재였다.
거미 다리의 기동성을 살려 순식간에 다가온 아자하가 마법을 펼치며 다리를 휘두른다.
마법사의 몸으로 내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속도에 유성우는 인상을 찌푸린 채 일생을 마주 휘둘렀다.
거미 다리가 몇 개가 잘려 하늘을 날았으나, 잘린 단면에서 새로운 다리가 곧장 솟구쳤다.
‘변이한 뒤 속도와 재생 능력을 얻었군. 일생으로 베어도 재생하는 걸 보면… 재생이라기보다는 창조에 가까운 것 같고.’
여덟 개의 거미 다리가 현란하게 움직였다.
마치 무슨 묘리라도 담긴 것처럼 그의 급소만을 노려왔으며, 아자하는 마법으로 그의 발을 묶기 위해 속사포로 난사해댔다.
게다가 극한저주지대를 펼쳐 놓았음에도 저항을 받지 않는 것처럼 움직여대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따라가지 못할 건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부터는 놈이 자신을 따라와야 하리라.
유성우는 일생을 돌려보내고는 이계를 꺼내 들었다.
그 순간 보이지 않는 칼날이 몰아치며 아자하의 모든 거미 다리와, 팔다리마저 잘라냈다.
놈의 얼굴에서 한순간 의문이 어리고, 반대로 유성우는 미소를 머금었다.
“망할 언데드 놈, 다시 베어주마. 이번에는 부활도 못 하도록 철저히 토막 쳐서!”
그게 바로 검사의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