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24)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191화(224/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191화
유현월(7)
보증하겠다는 말은, 단순한 신원보증만이 아니었다.
무슨 일을 저지르든 문파가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었다.
브로커는 산무문의 문주, 성윤의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성윤이 둘에게 무언가 제안을 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보증까지 내걸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정말로 무슨 일을 저지르면 꼬리를 자를 것 같소만…….’
브로커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 자리에서 자신이 입을 여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으니…….
“대답하라.”
노인은 나올 대답을 알고 있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대답을 재촉했다.
그러나 유성우의 입에서 흘러나온 건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기대와는 다른 말이었다.
“산무문… 그래, 이 정도면 적당하겠군. 천 구역으로 들어가기 위한 교두보로.”
“네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지금부터 산무문은 접수하도록 하겠다. 나와라, 흑사.”
유성우가 말함과 동시에 검은 빛무리가 모여 흑색의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빛조차 반사하지 않는 완전한 암흑의 검이 바닥에 꽂히며, 공간을 검게 물들였다.
극한저주지대(極限詛呪地帶).
유성우의 신격과 흑사의 힘을 이용한 새로운 권능이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게 물든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힘은 외부와 공간을 격리하고, 유성우와 유월을 제외한 모두에게 저주를 쏟아부었다.
평범한 인간은 버티지 못할 저주가 각성자들을 향해 쏟아진다.
대부분이 자리에 서 있지 못하고 엎어져 바들거렸고, 그나마 버티는 건 문주인 노인과 그의 곁에 서 있던 몇 명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흑사에서 흘러나온 저주는 신력을 기반으로 생성된 것.
아무리 내공이나 마력을 끌어올린다고 한들 길게 저항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유성우와 유월이 자리에서 일어나, 산무문의 문주를 향해 걸어갔다.
의자에서 굴러떨어져 바닥에서 바르작거리는 문주는 컥컥대며 눈동자만을 굴려 유성우를 쳐다보았다.
“오빠, 이건 무슨 저주에요?”
“나도 세세하게는 모르겠지만, A급 다이버도 몸을 가누기 어려워 보이는군. 최소 S급이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일 거다.”
“…우와.”
“네, 네놈은 대체…….”
문주는 제 목을 부여잡았다.
몸에 힘이 안 들어가는 건 물론이고, 숨쉬기조차 어렵다.
유성우는 그런 문주의 앞에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반갑다. 지금까지 답답해 죽는 줄 알았는데, 이제부터는 그럴 필요 없겠지.”
“크, 크헉…….”
“산무문의 모든 병력이 이곳에 모여있는 건 확인했다. 공간은 완벽하게 격리해두었으니 바깥에서 지원도 오지 않겠지. 그러니까, 여기서 벌어지는 일은 모두 나와 너희들만의 비밀이라는 거다.”
유성우의 입가가 사악하게 찢어졌다. 포식을 확신한 맹수의 미소.
“너희가 왜 나 같은 놈을 문파에 들이려고 하는지는 알고 있다. 네놈들, 문파전(門派戰)을 준비하고 있는 거겠지.”
문파전(門派戰).
문파 간 합의하에 전쟁을 치러, 상대 문파에 이런저런 것들을 요구하거나 현판을 내리게 하는 천맹성채 내부의 제도였다.
말이 문파전이지 야쿠자나 조폭처럼 서로 치고받아서 흡수합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산무문의 문주, 성윤은 다른 문파와의 분쟁에 실력 있는 낭인 표사를 써먹으려 둘을 지 구역으로 불러들인 것이리라.
“어디랑 싸우길래 표사들을 끌어모으고 있나?”
“유, 윤부문(玧斧門)…….”
“용월, 윤부문이 어딘지 아나?”
유성우의 질문에 유월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지 구역에 있는 문파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둔 덕분이었다.
“화산파의 분파네요. 검문이면서 왜 이름에 부(斧)가 들어가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무당이랑 화산이 전쟁을 한다고. 좋아. 이대로 속행한다. 산무문을 통해 윤부문을 잡고 본문을 치면 되겠군.”
“보, 본문을 치겠다고!”
“아직도 말할 기운이 남아있나 보군.”
유성우는 씩 웃으며 성윤을 노려보았다.
그러고는 살기를 피워올리며 놈의 정신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극한저주지대를 펼친 지금이라면 이런 것도 가능하지.’
그는 저주로 인해 약해진 정신을 주물러 살기와 오러를 통한 세뇌를 시작했다.
성윤은 문파의 장문인인 만큼 남들과는 다른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저주와 유성우의 살기는 견뎌낼 수 없었다.
“너는 내 뜻대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산무문의 문주… 이름 따위는 필요 없겠지. 늙은이, 지금부터는 내가 네 주인이다.”
“커, 커컥…….”
“앞으로는 숨 쉬는 것, 먹는 것,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내게 허가를 받아야 할 거다.”
성윤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성우가 머릿속에 박아넣은 것은 저주와 오러를 취합해 만든 일종의 기폭제였다.
그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곧장 폭발해 성윤의 머리를 터트려버리리라.
그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성윤은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추하군.”
무당파는 기본적으로 도가였다.
신선이 되기 위해 수련하는 자들인데, 지금 보이는 모습은 생을 갈구하는 추잡한 모습이 아니던가.
뭐, 천맹성채가 이런 방식으로 돌아갈 때부터 깨닫고 있던 것이기는 하지만…….
“판타지를 현실로 꺼내 놓으면 이리 보잘것없는 걸로 변하는 거지.”
“저는 오빠가 제일 판타지 같은데…….”
“…….”
아무튼.
유성우는 성윤을 발로 툭 차서 밀어내고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그와 동시에 바닥에 꽂혀 있던 흑사가 모습을 감추며 극한저주지대가 해제되었다.
그러나 아직 저주의 여파가 남아있어 사람들은 바닥에 일어나지 못하는 중.
유성우는 앉은 채로 살기를 내뿜어 전원을 짓눌렀다.
이제부터 누가 산무문의 주인인지 알려줄 시간이었다.
“전부 대가리 박아라.”
지금부터 이 문파는 내 거다.
***
“자, 이제 너는 무당을 부르고, 너는 화산을 불러라. 빨리.”
유성우는 산무문을 차지하자마자 산무문을 이끌고 윤부문으로 향해 윤부문까지 차지했다.
이미 산무문의 이름으로 문파전을 신청해둔 뒤라, 문제 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유성우의 존재를 알게 된 내부자들을 제외하고는.
하지만 그들도 모두 금제가 걸려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산무문과 윤부문의 장문인들은 자신들이 가진 연락망을 이용해 무당파와 화산파를 불러들였다.
물론 그런다고 문파의 장문인들이 올 리는 없었지만, 장로들만 와도 충분했다.
바쁜 사람들이라 닷새 뒤로 약속을 잡았다.
“그래도 부른다고 오는 걸 보면 나름 아부를 잘해둔 모양이군.”
“줄을 잘 대야 더욱 문파를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산무문과 윤부문의 일을 정리한 유성우는 서문영일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따라와라.”
“예.”
서문영일은 유월의 연락을 받고 일전에 그녀와 대화를 나누었던 음식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유성우가 소리 없이 움직여 그녀의 앞에 내려앉고, 유월 또한 그의 옆에 소리 없이 앉았다.
서문영일은 갑자기 눈앞에 두 명의 사람이 나타나자 흠칫 놀라면서도 이내 침착을 되찾았다.
“…반갑다, 현월이라고 한다.”
“당신이 삼촌이 보낸…….”
“그래. 서문엽 님의 숨겨진 검이다. 서문세가의 그 누구도 알지 몫하는 서문엽 님만의 검.”
유성우는 이미 유월에게 전해 들은 게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말을 맞추었다.
“이전에 건네받은 서문세가의 무공은 익혔나?”
“…몸 하나는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익혔어요.”
“호오.”
그녀의 말에 유성우는 흥미롭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서문세가의 무공을 건네준 지 며칠 되지 않았을 텐데, 그녀의 무공은 진일보해 있었다.
애초부터 재능이 있었다는 걸까.
전해 들은 구결만으로도 정돈된 기세였으니, 제대로 된 걸 얻어 더욱 강해진 모양이었다.
‘제게 부족했던 게 뭔지 정확하게 알고 있던 모양이군.’
지금의 그녀라면 낭인 표사로 일하기 시작해도 제 어머니 한 명 정도는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으리라.
유성우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군. 너를 위한 무대를 준비해두었다. 지 구역에 있는 산무문과 윤부문을 통합했으며, 다음으로는 무당과 화산을 집어삼킬 생각이다.”
“뭐, 뭐라고요?”
“귓구멍이 막혔나? 무당과 화산을 쓰러트리러 간다고 했다. 세가보다는 급이 떨어지는 놈들이니, 무당과 화산을 끌고 다른 문파도 규합할 생각이다.”
“미, 미친 짓이에요!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어요!”
“가능하다. 그리고 나는, 돌아가신 서문엽 님과 약조했다. 네가 원하는 것을 반드시 들어주겠다고.”
물론 거짓말이지만.
서문엽 따위는 만나본 적도 없다.
서문엽이 서문영일과 그 어미에게 잠깐 관심을 가졌다는 것 정도는 사실이지만.
내부 권력 투쟁에 바빠 잊고 살았을 테지.
“네가 서문세가의 몰락을 원한다면, 그것을 이행할 뿐이다.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삼촌께서는 대체 왜 그렇게까지, 저희에게…….”
“우리는 서문엽 님의 명령을 따를 뿐. 네가 원하는 것은 반드시 이루어주겠다.”
유성우가 유월에게 눈짓하자, 그녀가 태블릿 하나를 서문영일에게 들이밀었다.
태블릿에는 앞으로의 계획이 대강 쓰여 있었다.
화산과 무당을 먹은 뒤, 어떻게 서문세가를 공격할 것인지.
거기서 서문영일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태블릿에 적힌 계획을 읽어 내려가는 서문영일의 얼굴이 점점 창백히지기 시작했다.
태블릿과 유성우, 유월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본다.
“…당신들은 정말로 미쳤군요. 이게 정말로 실현 가능한 계획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하지만, 그래야만 서문세가는 몰락할 것이다. 네가 원하는 대로. 너와 네 어미를 내쫓은 놈들을 모조리 끌어내리고 싶은 게 아닌가?”
“맞아요, 놈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죠. 하지만 나는 아직 그들에게 대적할 힘이 없으니…….”
“그렇기에, 계획은 현실이 될 것이다. 아직 강하지 않기에 보이는 것이 적을 뿐이다. 너와 우리가 보는 시야는 너무나도 다르니.”
그러니까 대충.
뉴비는 고인물만 믿고 잘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었다.
뉴비는 버스에 조용히 타고 있기만 하면 됐다.
고인물의 공략에 이래라저래라하는 게 아니라고.
“대충 다 봤으면 다시 무공을 수련해라. 이것도 먹고.”
유성우는 품속에서 영약을 몇 개 꺼냈다.
산무문과 윤부문의 창고에서 가져온 영약이었다.
서문영일에게 잘 어울리는 영약으로만 몇 개 가져왔기 때문에, 금세 그녀의 성취를 끌어올릴 수 있으리라.
서문영일은 영약을 누가 볼세라 빠르게 품에 넣고는 말했다.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
“감사는 받지 않겠다. 서문엽 님의 명령이니까. 우리는 명령을 수행할 뿐이다. 그럼 필요할 때 다시 부르겠다.”
그리 말한 유성우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고, 유월이 허겁지겁 그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홀로 남은 서문영일은 잠시 앉아있다가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유성우가 근처 건물 옥상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유월이 말했다.
“이런 걸 컨셉에 잡아먹혔다고 하는 걸까요? 오빠.”
“일일이 오빠라고 부르는 네가 더 컨셉충이다.”
도긴개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