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27)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13화(227/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13화
무림
유성우는 이제 슬슬 튀어야 할 때라고 느꼈다.
현월과 용월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 남은 건 조용하게 사라지는 것이었다.
목표는 이루었고, 뒷수습은…….
‘알아서 하겠지.’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뭐.
천우공의 계략에 의해 천맹성채 모두가 갈려 나가는 것보다는 나은 결과였으리라.
“마교랑은 미리 말해뒀으니, 그쪽 뒷수습이 끝나면 같이 천맹성채에서 빠져나갈 생각이다. 최아연, 슈아넬이랑 바토리 데려와. 우현아, 너는 뇌검문 정리해라.”
“알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유월, 너는 흔적 싹 지우고 다른 검혼 애들 전부 데려와서 떠날 채비를 시켜라. 나는 더 챙길 게 없나 무림맹을 한 번 더 둘러보고 오겠다.”
“쉬지는 않으셔도 되나요? 무리하신 것 같은데…….”
유월의 눈동자가 그의 손끝으로 향했다.
파르르 떨리는 것이, 그가 확실히 무리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유성우는 그녀의 어깨를 한 번 툭 치며 말했다.
“빨리 가라. 어차피 더 덤벼들 놈도 없고, 곧 편하게 쉴 수 있을 테니까.”
***
하루가 지난 뒤, 마교와 사파는 천맹성채에서 물러났다.
마교와 사파는 난리통에 취할 것도 확실히 취했고, 이제는 정파의 수장이 된 서문세가의 서문영일과 협의를 거쳐 물러나기로 한 것이었다.
이제 파천문과 그녀를 중심으로 천맹성채는 새로이 꾸려질 것이고, 성벽을 허물고 남은 자재는 사람들의 집을 짓기 위해 사용되리라.
결과적으로 무림맹은 패배했고, 권위 높은 세가들의 전력들은 대부분 죽거나 패배해 파천문의 아래로 들어갔으니…….
“…이제는 작별인 거군요. 현월 씨. 아니, 유성우 씨.”
“유월이 거기까지 알려줬나? 뭐, 말해도 된다고 언질은 줬다만.”
유성우는 마교와 함께 떠날 생각이었다.
목적은 모두 이뤘고, 어수선한 틈에 빠져나가야 흔적이 줄 테니까.
마교에 가서 잠깐 요양을 한 뒤 한국으로 귀국할 셈.
유성우 앞에 선 서문영일은 그를 쳐다보다 싱긋 웃었다.
“당신에게 목숨을 빚진 것이라 생각해도 되겠지요? 알아보니, 제게 암살자들도 붙어 있었던 모양이군요. 파천문을 세우기도 전에요.”
“마음대로 생각해라. 어차피 끝난 일이고, 보수는 충분히 받았으니.”
유성우는 무림맹을 중심으로 다시금 탐색을 진행했고, 원하던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온갖 진귀한 약초가 모여 있는 금고를 털었고, 관련 서적도 얻었다.
이것들을 들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칼리와 유지우가 좋아하리라.
똑똑.
“문주님, 당가의 가주께서 뵙고자 합니다.”
들려온 노크 소리와 당가주라는 말에 그녀가 유성우를 쳐다보았다.
유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당가주에게도 해줄 말이 있었기 때문에, 얼굴을 마주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의 허가가 떨어지자, 서문영일이 들이라 답했고 문을 열고 당가주가 들어왔다.
한눈에 보아도 수척해진 얼굴의 그는 서문영일과 유성우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여전히 현월의 모습을 한 유성우가 그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자 서문영일이 말했다.
“당가주,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이네. …파천문주. 영영이의 소재에 대해 알아낸 것은 있는가? 전쟁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소식 하나 알 수 없으니.”
“그것은…….”
서문영일이 시선을 유성우에게 주었다. 유성우는 당가주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서문영일 님 밑에서 일하는 현월이라고 합니다.”
“알고 있네. 천맹성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던 낭인 표사.”
“알고 계시는군요. 저는 서문영일 님의 명령에 따라 당가주님의 따님인 당영영 님을 추적했고,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아. 아아! 그, 그럼 영영이는 지금 어디에…….”
“…무림맹에 존재하는 세 명의 실권자를 알고 계십니까?”
“무림맹주 천우공, 대군사 제갈웅주… 뒤에서 암살자를 육성하는 여자가 한 명 있다던데, 천우공이 워낙 싸고 돌아서 본 적은 없네.”
당가주는 그 말을 내뱉고는, 뭔가 짐작이라도 한 건지 얼굴을 굳혔다. 하지만 유성우의 입에서 나오는 건 그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맹주의 숨겨진 칼, 당영접. 천우공과 공모해 이번 사건을 일으킨 주범이자, 그 정체는 요호 달기였습니다.”
“요호 달기… 그, 그래서 그 여우와 내 딸이 무슨 상관이.”
“영체의 형태로 떠돌던 달기는 육신이 필요했고, 천우공이 무림맹에 입맹한 당영영의 육신을 달기에게 내준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 아아아!!”
유성우의 입에서 흘러내리는 진실에, 당가주는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딸을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는데, 결국 돌아온 것은 죽음이라는 결과였으니.
유성우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당가주를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유감입니다. 당영접의 소문이 무림맹에 돌기 시작한 건 몇 년 전이니, 아마 그때부터…….”
“…됐네.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했으니. 이만, 가보도록 하겠네…… 고맙네.”
당가주는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고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서문영일은 안쓰러운 눈으로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았고.
유성우 또한 씁쓸한 얼굴로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몇 번이나 해도 영 익숙해지지 않는군.”
유성우는 입장상 이계에서 기사들과도 함께 싸울 때가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가 전장에서 죽으면, 그들은 유성우를 앞세워 유족들에게 죽음을 전했다.
이리저리 떠돌고, 가족도 없고, 용병이라 써먹기도 좋은 그런 놈이었으니.
유성우는 로브의 후드를 올리며 말했다.
“그럼 슬슬 이제 나도 떠날 때가 된 것 같군.”
“아… 역시 떠나시는 건가요?”
“그래. 이제 작별이다. 서문영일. 앞으로 잘 지내라.”
“…그때 하셨던 말씀, 변함은 없으신 건가요?”
“그때? 아. 그래. 변함은 없을 거다. 언제든.”
유성우는 그리 말하며 씩 웃어주고는, 열린 창문으로 몸을 던졌다.
서문영일이 빠르게 창문에 붙어 바깥을 살폈지만, 그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희미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안녕, 언젠가 다시 봐요.”
***
오랜만에 다시 한데 모인 유성우 일행은 마교로 향하는 마차에 탄 상태였다.
계획은 이러했다.
천맹성채를 빠져나가고 난 뒤, 마교에서 요양 좀 하다가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것.
유지우와 연락한 결과 아직 연극은 잘 유지되고 있다고 하였다.
사람들은 아직 유성우 일행이 어비스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걸로만 알았다.
마차의 좌석에 가로로 누운 채 눈을 감은 유성우가 말했다.
“이전보다 더 무거워졌군. 비켜.”
“원래 내 자리였는데 네놈이 멋대로 차지한 거다.”
그렇게 누운 유성우의 몸 위에는 슈아넬이 자리 잡은 채 게임기를 만지작대고 있었다.
그놈의 배터리는 떨어지지 않는지 마교가 있는 신강을 향해 출발한 지 반나절이 지났는데, 그동안 한시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퉁.
유성우가 복근을 이용해 슈아넬을 튕겨내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마법을 이용해 부드럽게 다시 자리에 안착했다.
웃기지도 않는 콩트 같은 상황.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유월과 백우현, 바토리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쑥덕댔다.
“대체 무슨 관계인 걸까요?”
“삼촌과 조카 같은…?”
“제가 보기에는 서로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그 말을 한순간, 바토리의 머리 옆, 마차의 벽에 작은 구멍이 뚫렸다.
유성우가 손가락으로 오러를 탄환처럼 쏘아낸 것이었다.
헛소리하지 말라는 그의 살벌한 눈빛이 그녀를 겁먹게 만들었다.
“…라는 건 농담이죠. 사이가 더럽게 나쁜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서로 인정하는 사이겠죠?”
유성우의 눈치를 살피며 발언한 바토리는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안도의 한숨을 토했다.
그는 뻗었던 손을 다시 제 뒤통수 쪽으로 집어넣고는 말했다.
“말하는 게 늦었는데, 어비스에서 상대했던 달기, 그놈은 승천교의 간부였다. 주교급이라고 하더군.”
그의 말에 다른 이들이 헛숨을 삼켰다.
그러나 유월만큼은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유성우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확실히, 단독으로 그 정도의 일을 벌이기는 힘들겠죠. 과거 여러 단체에 사냥당한 만큼 몸을 숨기기가 어려웠을 텐데 승천교가 엮여 있다면 말이 아주 안 되는 건 아니에요.”
“중국을 담당하는 놈이었겠지. 워낙 넓으니 한두 놈 더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이건 파천문주랑 천마랑 논의해서 감시 체재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그러면 묵천회에도 제가 연락을 넣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더 좋고.”
백우현은 유성우의 명령대로 하루 만에 뇌검문을 정리했다.
천맹성채에서 얻은 것들을 분배해, 무림이 아닌 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독려했다.
그렇지 않은 자들은 묵천회 쪽으로 들어가기를 권유했고.
뇌검문주, 백우현의 곁에 남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데려갈 수가 없었기에 눈물의 이별을 해야만 했다.
“알게 모르게 놈들이 여기저기 숨어 있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게 됐군. 승천교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하는 것으로.”
“알겠어요.”
“바토리, 마녀회에도 연락해서 달기와 같은 경우가 있었다면 모조리 정보를 내놓으라고 전해라.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 알고 당하는 게 훨씬 나을 테니까.”
“정보를 전부 내줄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알겠어요.”
“안 내준다고 하면 면담 한 번 하자고 해라.”
바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언가를 더 말하려던 유성우가 돌연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잠시 뒤 말했다.
“나머지는 이쪽으로 오는 놈들부터 정리하고 하면 되겠군.”
“길드장님! 오른쪽에서 정체불명의 무리가 돌진하고 있습니다!”
마차의 지붕 위에 앉아 있었을 최아연이 고개만 빼꼼 창문으로 들이밀며 말했다.
유성우는 여전히 누운 채 자세만 옆으로 돌아누웠다. 그의 위에 앉아 있던 슈아넬의 몸이 뒤로 넘어가 꾸겨지듯이 품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비명을 질렀다.
발버둥을 쳤지만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기에는 힘들 터였다.
유성우가 말했다.
“마교에서 대응할 거다. 역부족일 것 같으면 도와.”
“알겠습니다.”
최아연이 다시 지붕 위로 올라갔고, 슈아넬은 유월의 도움을 받아 겨우 빠져나왔다.
엉망진창이 된 그녀가 주먹을 유성우를 향해 휘둘렀지만.
그의 잠을 재촉하는 부드러운 안마가 될 뿐이었다.
그렇게 그가 잠들락 말락, 눈이 감겨올 때 마차 바깥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콰아앙─!!
결국 잠에서 깬 그가 몸을 일으키며 창밖을 바라보니, 거기에는 온갖 괴물들을 이끌고 몰려오는 괴인들이 가득했다.
선두에서 코끼리를 닮은 괴물을 이끌고 달려오던 남자가 소리쳤다.
“너희들의 목숨을 내놓아라! 비열한 마교도 놈들! 야수궁(野獸宮)의 행차시다!”
커다란 외침.
전장을 쩌렁쩌렁 울려대는 목소리는 그 자체에 강렬한 기운이 실려있었다.
한 건을 해결했다 싶었는데, 또다시 등장한 새로운 놈들.
그것도 계획적으로 신강으로 돌아가는 마교를 습격했다.
놈들의 선언에 유성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중국에는 왜 이리 미친놈들이 많은지 아는 사람 있나?”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