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29)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28화(229/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28화
승천자 사냥(3)
한국 측에서 최우선으로 한 건 포로들의 생환이었다.
다른 나라의 사람이라 해도, 아직 죽지 않은 이들.
유성우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 작전을 입안했다.
길고 높은 나무 장벽으로 두 군대를 양단함과 동시에, 인질인 사람들을 구출해 내는 것.
육안으로 보이는 이들에 한해서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 충분했다.
“그리고, 두 번째다.”
유성우가 다시금 손짓하자, 나무 장벽 위에 올라선 군인들이 포화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납으로 이루어진 금속의 비가 오크들을 노리고 쏟아졌다.
그는 제 등 뒤에서 납탄이 날아옴에도 불구하고, 양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은 채 매캐한 화약 냄새와 불꽃을 뒤로했다.
“즐거운 축제의 시작이다.”
쏘아진 탄환이 전선에 선 오크들을 두들기며 쇳소리를 내었다.
괴물들의 두꺼운 외피를 뚫기 위해 특수하게 개조된 총기가 쉴 새 없이 불을 뿜는다.
놈들의 갑주를 두들겨 전진을 방해하는 일반 총기들 사이에서 대구경 스나이퍼 라이플이 굉음을 토해내며 놈들의 숫자를 착실히 줄여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베유가 인상을 와락 구기며 소리쳤다.
-네놈에게는 전사의 명예도 없는 것이냐─!!
“그런 편이지. 명예로 먹고사는 사람은 아니라.”
전쟁은 이기면 장땡이다.
그런 식으로 유성우는 승리를 거머쥐어왔다.
오크 전사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하나둘 쓰러진다.
그들의 갑주는 일반 탄환은 튕겨 내더라도, 강철도 뚫는 대구경 탄환은 막아내지 못했다.
유성우처럼 전신에 오러를 둘러 막아낼 수 있으면 총탄 따위는 별것 아닐 테지만, 오러 아머는 마스터급에 도달한 자들의 증명.
상위종 오크라도 불가능한 일.
저격수들의 실력이 좋아 쏠 때마다 픽픽 쓰러졌다.
보다 못한 베유가 도약해, 커다란 망치에 마력을 그러모았다.
저 나무 장벽만 무너지면 대등한 싸움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크아아아아아아─!!”
거대한 마력을 두른 망치가 나무장벽을 향해 휘둘러졌으나, 마찬가지로 빠르게 도약한 유성우가 일생을 휘둘러 상쇄했다.
“마음대로 하게 둘 것 같나?”
유성우가 씩 웃으며 베유를 밀어냈다.
나무 장벽을 노렸던 베유는 유성우의 검격에 뒤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쓰러진 오크 몇의 시체를 곤죽으로 만들고 나서야 몸을 일으킨 베유의 얼굴에 분노가 흉흉하게 떠올랐다.
“이 개자식이─!!”
몸을 일으킨 베유가 다시 망치를 강하게 쥔 채 기세를 폭발시켰다.
대지가 덜덜 떨린다.
승천을 위한 준비를 끝마친 자답게, 흘러나오는 기운은 강대했다.
하지만, 그것이 유성우를 넘어서는 일은 없었다.
한 손에 시뻘건 검을 든 채, 총탄의 세례를 뒤로하고 느긋하게 걸어오는 그는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처럼 보였다.
빨갛게 피어오르는 기운이 그가 어떤 경지에 도달했는지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현현인신(現顯人神).
한반도 성신전의 소신좌(小神座).
인간의 몸으로 신격에 도달한, 지금 이 세계에서 그 누구보다도 승천에 가까운 존재.
그것이 현재 유성우를 나타내는 것들이었다.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전부 해봐라. 네 동생처럼 네놈의 신을 불러보던가.”
유성우의 목소리가 전장에 나지막이 울려 퍼지자, 전장의 모든 것이 침묵했다.
인간의 군대가 쏘아내던 총성마저 멎었다.
‘놈들이 준비한 주술 중 대부분이 소환술식. 만났던 오크 주술사가 저질렀던 것처럼 이계의 신을 소환하는 술식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환하게 둘 생각도 없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유성우는 검을 한 바퀴 돌리며 주변 상황을 살폈다.
저격수들이 일을 잘 해주었다.
전쟁을 위해 오크 군대가 가까이 다가왔기에, 그들의 사정거리에 오크 주술사들이 들어왔다.
저격수들은 주술사들을 최우선으로 저격했고, 마법으로 몸을 보호하던 몇 명을 빼고는 픽픽 쓰러졌다.
‘이걸로 대부분의 주술은 무력화했다. 그리고…….’
나무 장벽 뒤쪽에서 비행기 몇 대가 날아올라, 오크들의 머리 위에서 기관총탄을 쏘아댄다.
그것으로 군대의 진형은 흐트러지고, 진형으로 이루어진 술식 또한 파훼됐다.
유성우는 베유를 쳐다보며 물었다.
“이제 네가 뭘 할 수 있지?”
이 전쟁에서 가장 큰 변수는 당연히 베유였다.
승천교와 관련이 있는 만큼 놈의 힘은 다이버들은 범접할 수 없는 정도다.
그러나, 그런 베유를 유성우가 틀어막으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크아아아아아아─!!”
베유가 기운을 다시금 폭발시키며, 자신의 전투 망치를 힘주어 쥐었다.
“나의 신께서, 네놈의 피와 살을 원하시고, 나를 곁에 세우시기를 바라신다! 반드시 네놈을 다진 고기로 만들어 공물로 바치리라!”
“그걸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제정신이 아니라는 뜻이겠지.”
유성우도 오래 끌 생각은 없었다.
놈의 기세에 맞춰 유성우 또한 오러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막 둘이 땅에서 발을 떼기 직전, 저 하늘에서 작은 인영이 떨어졌다.
푸른 하늘에 기다란 자색(紫色)의 일직선을 남기며 운석처럼 베유를 향해 떨어진 인영은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정체불명의 존재에 유성우와 베유가 뒤로 물러났다.
‘승천교인가? 아니, 느낌상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푸른 로브를 뒤집어쓰고, 대검을 등에 멘 작은 인영은 보이지도 않는 높이에서 떨어져 내렸음에도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그만한 높이에서 떨어져도 괜찮을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리라.
작은 인영을 살피던 유성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저놈이 운용하는 건 오러인가? 그것도 꽤 익숙한 방식의…….’
놈은 이내 등에 메어져 있던 대검을 빼 들고는, 베유가 있는 쪽으로 땅을 박찼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든 검사는 베유를 향해 대검을 무식하게 휘둘렀다.
“이 쥐새끼 같은!”
상황 파악이 그리 느리지 않은 베유가 전투 망치를 휘둘러 대응했다.
대검과 망치가 부딪치며 굉음을 터뜨렸고, 주변의 바닥이 모조리 부서져 돌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두 명을 중심으로 퍼진 충격파가 주변의 오크들을 날려 버리며 돌풍이 휘몰아쳤다.
“호오.”
적군은 아닌가.
유성우는 검을 거두고는 둘의 전투를 관전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검을 휘두르면서도 끊김이 없다.
대검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검사.
게다가 특유의 유연함으로 체급 차를 극복해 내기까지.
흐르는 물처럼 부드럽게 끊임없는 연격을 퍼부으면서도 속도가 줄기는커녕 점점 빨라진다.
대검으로 펼치는 쾌검.
무게가 실렸으니 중쾌검이라고 불러야 하는 검사의 검은 실로 놀라울 정도였다.
그리고, 유성우는 검사의 검로에서 누군가를 겹쳐 보았다.
익숙한 오러 운용 방식.
군더더기 없는 대검술.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전투 방식.
그 모든 것이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닮아 있어서…….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없음이 분명함에도.
‘……설마.’
그는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메이너드.
자신의 친우이자, 승천교의 꾐에 넘어가 마족으로 전락했던 검사.
이계의 인연을 지구에서 재회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었다.
이번에도, 그런 걸까?
과거의 인연이 현재로 이어졌는가? 죽음이라는 경계를 뛰어넘어서.
유성우는 저도 모르게 튀어 나갈 뻔한 걸 자제했다.
당장이라도 저 난입자를 붙잡고 어디서 그 검을 배웠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쾅! 쾅! 쾅!
대검과 망치가 연신 부딪치며 굉음을 터뜨렸다.
두 명의 접전에 주변에 있는 오크들은 맥을 추리지 못했다.
저 난입자의 실력이 베유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이라는 뜻.
“길드 마스터, 지시하신 일을 끝내고 왔습니다.”
그림자 속에서 최아연이 솟구쳐 유성우에게 보고했다.
그녀는 전장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저격수의 사정거리 바깥에 있는 주술사들의 암살 임무를 맡았다.
칼리가 제조한 마력 증강의 비약을 복용한 그녀는 기존의 한계를 깨부쉈다.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마력의 양이 대폭 증가함으로써 속도와 힘이 증가해 암살자로서는 따라올 자가 없게 되었다.
물론, 본인은 암살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오크 주술사들을 무력화하는 데는 성공했습니다만, 이미 몇 가지의 의식을 끝낸 것 같았습니다.”
“무슨 의식인지는 알 수 없고?”
“예. 마법사님들에게 전달받은 술식과 비교해도 알기 어려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정도면 됐다. 게다가 든든한 우군이 생긴 것 같으니…….”
콰아앙─!!
대검이 크게 휘둘러지며 베유를 길게 밀어냈다.
전투 망치로 막아냈음에도 충격이 상당한지 놈은 입에서 토혈을 쏟아냈다.
“크으윽… 이 빌어먹을 년이! 반드시 씹어먹어 주마─!!”
베유가 그리 외침과 동시에 무형의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더니, 그 기운을 접한 오크들이 무기를 들어, 자신의 가슴을 도려냈다.
자신들의 펄떡거리는 심장을 파낸 오크들이 그것을 두 손 위에 올린 채 베유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마치 신에게 공물을 바치듯이, 그들은 제 심장을 바쳤다.
최아연이 그 광경을 보고는 헛숨을 들이켰다.
나무 장벽 위에 있던 군인들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고, 구역질을 시작했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신(狂信)의 풍경이 펼쳐진다.
“우욱…….”
여럿 끔찍한 광경을 보아왔으나, 이와 같은 본능적으로 혐오감이 치밀어오르는 광경은 견디기 어려웠다.
최아연이 몸을 돌려 토악질을 해댔고, 유성우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과연, 자신이 아는 대검술을 펼쳐내는 저 검사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크아아아아─!!”
오크들이 바친 심장이 재로 변해 흩어지고 심장 잃은 오크들이 바닥에 쓰러졌다.
이것 또한 주술인가.
그들이 바친 심장과 영혼은 베유에게 흘러 들어가 그의 마력과 격을 급격하게 상승시켰다.
그것을 나무 장벽의 뒤쪽에 있는 마법사들도 관측했는지 곧장 마법을 통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물을 통한 일시적인 강화로 보여요. 이런 방식의 강화는 부작용이 강할 텐데…….
“상승치가 심상치 않군.”
-그런데 지금 저기 싸우는 사람은 누구예요? 정보가 전혀 없어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짐작은 가는군. 적어도 적은 아니야.”
-저렇게 맡겨둬도 괜찮은 건가요?
“…뭐, 나쁠 건 없겠지. 실력이라도 확인할 겸.”
만약 자신이 아는 자의 진전을 이었다면… 아직 신격에 다다르지 못한 오크 정도는.
콰아앙─!!
다시금 굉음이 터진다.
지금까지는 전력을 내보이지 않았다는 듯, 커다란 대검이 순식간에 여러 개의 호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검격 하나하나가 하늘과 대지를 가르는 강격(强擊)이었다.
자색의 오러가 강화한 베유를 몰아붙이며 대검이 회전을 거듭했다.
네까짓 게 아무리 강화를 해봤자 오크라는 듯, 그런 의념이 자색의 파도가 되어 베유를 몰아붙이니, 이내 견디지 못한 전투 망치가 반으로 쪼개졌다.
“마무리다아앗─!!”
처음으로 터져 나온 검사의 목소리. 남자라기에는 높은 목소리에 유성우는 다시금 흠칫했고.
자세가 무너진 베유의 머리가 대검에 베여 하늘을 날았다.
대검을 뻗어 베유의 머리를 공중에서 받아내, 한 손에 쥔 검사는 몸을 돌려 유성우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왔다.
“…….”
“히힛.”
그리고는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혀를 내밀고 죽은 베유의 머리를 유성우에게 내밀며 말했다.
“선물이야!”
제정신이 아닌 놈이다.
유성우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피식 웃고 말았다.
너무나도,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닮아 있었기에.
“그 아이를 쏙 빼닮았군. 누군지는 몰라도…….”
유성우는 중얼거리다가, 이내 말을 멈추었다.
로브를 벗은 후드 속의 얼굴.
그 얼굴을 보자마자, 말문이 턱 막혔다.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