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31)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30화(231/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30화
승천자 사냥(5)
꽤 격렬한 전투가 되리라 생각했던 오크 사냥은 베로니카의 난입으로 싱겁게 끝나버렸다.
베유의 입장에서는 꽤 처절한 전투였겠으나… 베로니카의 무지막지한 대검술과 뒤쪽에 유성우가 있다는 압박은 이겨내지 못했다.
그렇게 한국은 다시금 재앙과도 같던 상황을 타개했다.
유성우는 일단 베로니카를 데리고 세현시로 돌아왔다.
딸랑 여권과 무기만 들고 전용기를 탄 뒤, 공중강하를 했다고 하니…….
“너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대책이 없는 건 매한가지구나.”
유성우가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눈으로 베로니카를 쳐다보았다.
이 빡대가리 제자는 언제쯤 철이 들는지…….
하지만 그런 유성우의 마음도 모르고 베로니카는 소파에 앉은 채 헤헤 웃어대기만 할 뿐이었다.
‘…아직도 실감이 별로 들지 않는군.’
그 베로니카가 다시 살아 돌아와 눈앞에 있다.
죽은 자의 소생.
정확하게는 죽은 자의 영혼이 다른 세계로 흘러들어와 정착했다는,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
‘아니, 이런 세상이니 더 이상 소설만의 이야기는 아닌가.’
유성우는 베로니카의 죽음을 보았다. 마신을 처치하기 위한 검혼의 마지막 원정.
베로니카가 죽었고, 그는 그녀의 시신을 안은 채 눈물을 흘렸었다.
자식과도 같던 제자의 죽음에 마모된 감정을 쥐어 짜내 흘린 눈물이 아직 생생했다.
둘 모두 일부러 그때의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으나, 언젠가는 과거를 돌아보며 대화할 날이 오리라.
“으르르르릉…….”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기다리고 있던 녹스가 소파 뒤에 숨어서 눈만 빼꼼 내민 채 맞은편에 있는 베로니카를 노려보았다.
평소에는 내지도 않는 으르렁 소리까지 함께.
마치 집에 처음 보는 사람이 와서 경계하는 강아지 같은 꼴이었다.
보통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유성우는 손을 뻗어 녹스의 뒷덜미를 잡고는, 번쩍 들어 소파에 앉혔다.
그러자 그의 방향으로 바짝 붙으며 베로니카를 힐긋힐긋 보았다.
“대장, 걔는 누구야? 왜 바짝 붙어있어?”
“우리 집에서 기르는 드래곤… 아, 그래서 그런가?”
녹스가 어째서 이리도 베로니카를 경계하는지 유성우는 깨달았다.
베로니카의 이명 중 하나가, ‘드래곤 학살자’이기 때문일까.
대검술을 사용하는 탓에 대형종과의 전투에서 무시무시한 활약을 보이는 그녀는 드래곤과의 전투에서도 대활약을 벌였다.
마족의 편에 선 드래곤이나, 언데드가 된 드래곤의 머리통을 몇 마리고 깨부순 전적이 있으니.
놈들의 증오가 영혼에 서려 드래곤들에게는 본능적인 혐오감으로 인지되는 것이리라.
그 때문에 이계에서는 드래곤들이 베로니카를 보면 냅다 브레스를 갈기고는 했다.
예전에 유성우가 강제로 녹스의 본능을 일깨웠던 것처럼, 베로니카에 대한 혐오감이 그 정도 수준에 달한다는 뜻이었다.
“드래곤이라고?”
드래곤이라는 말에 베로니카가 험악한 반응을 보였다.
많이 싸운 만큼 드래곤에게 당한 게 많아서 그런지 드래곤이랑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유성우는 녹스의 머리 위에 손을 얹어 이리저리 흔들었다.
“정신 차려라. 안 잡아먹으니까.”
“끼잉…….”
지금은 이성보다 본능이 우선인지, 사람 같지 않은 소리를 내는 녹스였다.
그는 안겨드는 녹스를 토닥여주었다. 그 모습을 보던 베로니카가 눈살을 찌푸렸다.
“대장, 많이 변했다?”
“뭐가?”
“…그런 거, 나한테는 한 번도 안 해줬으면서.”
“뭐…….”
유성우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계에서 남들에게 이리 부드럽게 대해 준 적이 있었던가.
곰곰이 생각해 보아도 없었던 것 같았다. 살아남기에 급급해서.
“많이 여유로워졌으니까. 그리고 아직 어린애잖나.”
“대장이 어린애한테 그렇게 유한지 몰랐는데.”
“안 유했으면 너는 만났던 그날 버려져서 죽었겠지.”
“유하구나!”
녹스는 유성우에게 완전히 안긴 채 그대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려면 조금 더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드래곤은 대장도 많이 죽였잖아. 근데 왜 나한테만 이래?!”
“그건 나도 모르겠군.”
베로니카가 죽인 드래곤이나, 그가 죽인 드래곤의 숫자는 비등비등할 텐데, 왜 녹스가 베로니카만 두려워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꽤 오래 같이 지냈으니 익숙해져서 그런 걸까.
유성우는 녹스를 천천히 쓰다듬어주며 물었다.
“그런데 베로니카,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뭔데? 뭐든 물어봐! 그다음에는 내 질문에 답해주기다?”
“뭐, 그래. 내가 궁금한 건 네가 했던 말이다. 네가 1번이라는 소리. 그건 다른 애들도 지구에 왔다는 말이냐?”
“음, 그건 잘 모르겠어! 나는 선택을 했거든.”
“선택?”
“응. 마지막 원정 때… 내가 죽었잖아? 실력이 부족해서. 아니면 상대가 너무 강했거나.”
유성우가 조용히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기로 하고.
“죽고 난 뒤에, 아, 여기까지구나 생각했는데 눈앞에 여신이 나타나더라고. 말로만 들었던 세레아 여신이었어!”
세레아.
그 이름도 참 오랜만에 들어본다 싶었다.
유성우가 이계로 날아온 뒤, 점점 강해져 다른 이들이 넘볼 수 없는 강자가 되었을 때 그는 세레아 여신과 거래했다.
마신을 쓰러뜨린다면 지구로 돌려보내 주겠다고.
“세레아 여신이 대장이 마신을 쓰러뜨렸다면서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소원을 백 개로 늘려달라고 했는데 그건 안 된대.”
“너답군.”
“그래서 대장을 따라가게 해달라고 했지. 그런데 이미 육신이 죽어서, 부활은 불가능하니 영혼은 보내주겠다더라.”
“그래서 지구로 오게 되었다, 그건가?”
“응! 곧장 대장을 찾아가고 싶었는데, 대장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당연한 일이었다.
시간축에 오차가 있었는지, 베로니카가 지구로 왔던 때는 5년 전이었으니까.
아직 유성우가 지구로 돌아오기 한참 전이었다.
“그래서 힘을 키우면서 대장을 기다리게 된 거지. 세레아 여신이 내 소원을 들어줬으니, 다른 애들의 소원도 들어주지 않았을까?”
“다른 애들도 너처럼 나를 따라가겠다고 했을 거다, 그건가?”
“응!”
베로니카가 머리는 좀 나쁘지만 이런 직관은 괜찮았다.
정말로 자신을 따라 지구로 온 놈들이 있다면…….
그때는, 모두 함께 모여 못다 한 이야기를 해야겠지.
어쩐지 이야기할 때마다 과거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대장대장, 그럼 이제 내가 물어봐도 돼? 나 계속 궁금한 게 있었는데.”
“뭐지?”
“대장은 누구랑 결혼한 거야? 저 여자? 아니면 저기 방 안에 있는 여자? 대장 주변에 여자가 워낙 많아야지!”
유성우가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았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에 베로니카가 우물쭈물하며 말을 이었다.
“우, 우리 원정대에서 내기했었단 말이야. 대장이 누구랑 결혼하는지. 결과가 궁금해서…….”
“쟤는 내 동생이고, 저 방 안에 틀어박힌 놈은 재고할 가치도 없는 엘프다. 아니, 애초에 왜 내가 결혼했다고 생각하는 거지?”
“대장 맨날 그랬잖아. 애들이 결혼하자고 하면 그럴 여유 없다고 거절하는 걸 한두 번 본 게 아닌걸! 그래서 지구로 돌아왔으면 여유가 생겼으니까……. 참고로 나는 고양이상 여자랑 결혼한다에 걸었어. 대장 그런 여자 좋아하잖아?”
“그래서 내가 결혼했다고 생각하는 거냐? 어이가 없군…….”
역시 베로니카는 빡대가리다.
나름 합리적인 추론이지만, 왜 자신이 여유가 생겨서 결혼했을 거라는 전제를 두는지.
유성우는 손가락을 튕겨 오러를 날려, 베로니카에게 원거리 꿀밤을 먹였다.
베로니카는 제 이마를 두들긴 오러에 고개가 뒤로 넘어갔다.
“끄아아아악!”
“결혼은 안 했다. 할 생각도 별로 없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으니…….”
평화롭게 살고 싶으나, 세계의 흐름이 너무나도 거칠게 변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태풍의 한복판. 가장 바람이 적은 태풍의 눈이라고 한들, 거센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리라.
이런 세계가 아니었다면… 베로니카의 말대로, 결혼은 아니더라도 교제하는 사람 정도는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그럼 내기는 보류네. 다행이다. 진 줄 알고 식겁했네.”
“내기한 놈들이 누구냐? 이름 불러라.”
“그건 안 돼! 비밀은 지켜져야만 하는 법…….”
베로니카는 얻어맞아도 그것만큼은 말 못하겠다는 듯, 양손으로 제 입을 막았다.
유성우는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생각했다.
‘원정대원을 잘못 뽑았군.’
남의 결혼 유무를 가지고 내기를 거는 미친놈들이었다니…….
어이가 없어서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미친놈인 건 진즉에 알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미친놈들일 줄은 몰랐다.
“뭐, 다른 거 내기 더 건 건 없겠지?”
“…….”
베로니카는 시선을 피했다.
더 있다는 뜻이었다.
이런 놈이 제국에서 인정 받은 자색의 칭호를 가진 소드마스터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됐다. 알아서들 해라.”
뭐 안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유성우는 그냥 포기해 버렸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해?”
유지우가 테이블에 다과를 내려놓으며 소파에 앉았다.
베로니카는 유지우를 빤히 바라보더니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대장의 여동생! 진짜구나!”
“…유지우입니다. 오빠의 제자분이시라는 얘기는 들었는데, 상당히 무례한 것 같은…….”
“네가 이해해라. 저놈은 저 성격이 뒈질 때까지 안 고쳐졌으니까.”
“그렇다면 뭐.”
지금까지 많은 사람을 겪어서 그런지 유지우는 쿨하게 납득했다.
진지하게 상대하다가는 더 피곤해진다는 걸 학습했다.
“미안미안, 이것도 내기였거든. 대장의 여동생에 대해서 말이야.”
“이것도 내기였다고요?”
“이 새끼들이 정말…….”
“응. 대장이 가끔 동생 얘기를 해줬거든. 공부도 잘하고, 귀여운 동생이 있다고. 그 동생을 다시 보기 위해 마신을 쓰러뜨리러 가는 거라고 말이야.”
유지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유성우를 쳐다보았다.
정말로 그런 말들을 실제로 했냐는, 얼굴이었다.
유성우는 뭐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 밤하늘과 모닥불의 감성에 취해 주절주절 떠들었던 것들.
“그런데 그게 별로 안 믿겼단 말이지. 이런 대장 밑에 어떻게 그런 동생이 있냐고… 대장이 미쳐서 거짓말을 하는 거다, 그런 말이 많았지. 하지만 나는 믿고 있었다고!”
‘나중에 만나면 모조 한 번씩은 족쳐야겠군.’
베로니카는 과자를 집어 와작와작 씹어먹으며 웃었다.
유성우는 다시금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갈 곳 없지?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라. 스웨덴에서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며칠 쉬었다 가도 되고.”
“진짜로?! 대장 최고!”
베로니카가 맞은편에서 펄쩍 뛰어 유성우에게 날아들었다.
유성우는 발바닥으로 베로니카의 돌진을 막아냈다.
이계에서도 몇 번 당할 뻔한 적 있던 육탄공격이었기에 막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복부를 발바닥으로 얻어맞게 된 그녀가 바닥으로 떨어져 제 배를 감싸 쥐었다.
“이 감각… 너무 오랜만이야. 대장은 역시 안 변했구나…….”
유성우는 진심으로 고민했다.
그때, 베로니카를 제자로 들인 것은 정말로 잘한 일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