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36)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35화(236/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35화
탑주 회의
협상은 무사히 끝났다.
성천견은 유성우가 동행하는 대신, 자신들이 파악한 승천교에 대한 정보를 모두 내놓음과 동시에, 마탑의 아티팩트나 재보 또한 내놓기로 했다.
일종의 마탑 자유이용권을 줘버린 셈.
유성우와의 협상이 끝나고 길드 타워에서 벗어나, 차에 탄 성천견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의 곁에 앉은 비서가 자초지종을 듣고는 말했다.
“…역시 제가 함께 가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요. 탑주님.”
“아니에요. 레이나. 레이나가 있었으면 레이나까지 마나의 맹세를 하게 됐겠죠.”
그만큼 유성우는 무서운 자였다.
언뜻 보면 느슨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이계에서 무사히 돌아온 리터너인 만큼, 노련한 경험을 따라올 사람은 없어 보였다.
그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말을 이었다.
“잃은 게 많지만, 제가 본 그는 분명히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해줄 거예요.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오히려 싸게 먹힌 거라고 보아도…….”
“그가 그리도 대단하시단 말씀이십니까? 초위급 대마법사인 탑주님이 그리 말씀하실 정도로?”
비서, 레이나의 말에 성천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자신의 목덜미를 부여잡고 살기를 내비쳤을 때, 성천견은 그의 편린을 보았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어둠이 자리 잡고 있었으니, 정말로 자칫하면 제 목이 날아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마나의 맹세까지는 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가 보여준 광기의 일부가 맹세를 할 수밖에 없게 했다.
“…인간의 몸으로 신격에 도달한 사람입니다. 탑주들이 모두 힘을 모으면 어찌어찌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의 전력은 그 혼자만이 아니니까요. 마녀회와 손을 잡았으니, 그들이 개입한다면 마탑 전체가 덤벼도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들 겁니다.”
“탑주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괜히 소서러 소주오가 그를 괴물이라 칭한 게 아니었군요.”
“…그리고 그는 그때보다 더욱 괴물이 되었겠지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기(賢氣)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소서러 소주오.
과거 엘프들과의 전쟁에서 마탑의 대표로 유성우에게 협력했던 7계층의 마법사로, 준 마스터 클래스의 실력의 마법사.
다음 탑주로 추대받던 이였지만, 혜성같이 나타난 성천견이 탑주의 자리를 거머쥐며 호시탐탐 성천견을 밀어낼 기회를 엿보는 이였다.
“이번 탑주 회의는 정말로 재밌어질 겁니다. 무슨 일이 있던…….”
***
“너도 마탑에서 마법을 배웠다고 했지. 아는 것 좀 말해봐라. 지금 탑주에 대해서.”
유성우는 퇴근한 뒤, 집에서 만난 유지우에게 대뜸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잠깐 생각하다 말했다.
“마탑 안 간 지 꽤 돼서 잘은 모르겠는데, 현 마탑주는 역대 최고의 재능이라고 칭송받는 사람이야.”
“역대 최고의 재능?”
“고작 5년 만에 자신만의 새로운 마법 체계를 정립함과 동시에 초위급에 도달했지. 원래는 8계층이라고 불렀는데……. 마탑에 새로이 경쟁체계를 도입하면서 실력이 다들 늘기도 했고.”
외국에서는 클래스라 부르고, 국내에서는 계층이라 불렀다.
그러나 성천견은 효율을 위해 너무 세분되어있던 계급을 정리하고, 계통을 나누었다.
“그걸 마탑주 취임 1년 만에 전부 해낸 거지. 계급이 나뉜 건 얼마 전 일이야.”
“그렇군.”
유성우는 마탑 쪽에서 먼저 접촉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마탑에 있을 승천교도 처리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좀처럼 기회가 없었다.
마탑에서 접근한 것을 계기로 뜯어먹을 수 있는 건 전부 뜯어먹고, 승천교까지 처리한다.
“믿을 만한 사람이냐?”
“거기까지는 모르겠네. 얼굴이 좀, 음흉하긴 하잖아? 실력은 있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단 말이야. 그 사람.”
유지우가 웃으며 그리 말했다.
확실히 성천견은 여러모로 능력이 있어 보이기는 했지만, 속을 알 수 없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걸 왜 물어봐? 마탑이 갑자기 궁금해졌어?”
“탑주 회의에 참여하기로 했다. 탑주의 호위로.”
탑주의 호위라는 말에 유지우는 손에 들고 있던 물컵을 떨어뜨렸다.
유리로 된 물컵이 와장창 깨지기 전에 유성우가 오러를 뻗어 붙잡아,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위험하게스리.”
“타, 탑주 회의에 간다고?”
“그래. 성천견의 부탁으로. 그쪽이 먼저 접촉해 왔고, 호위를 부탁한다더군. 승천교의 축출도 겸해서.”
“마탑주는 마탑 내부에 승천교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런 것 같던데. 나도 어렴풋이 짐작만 하고 있었지.”
“마탑이 크게 흔들리겠는데…….”
사업적으로 쓸 만한 구석이 많은 정보였기에, 유지우의 두뇌가 빠른 속도로 굴러갔다.
유성우는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재밌는 일이 벌어질 거다.”
현대의 대마법사들이라 불리는 이들의 면상을 보러 갈 시간이다.
***
“모시러 왔습니다.”
약속된 날, 성천견과 여성 한 명이 차를 끌고 유성우를 데리러 왔다.
유성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타고는 말했다.
“탑주 회의는 모든 탑주가 참여하나? 인적 사항을 조금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은데.”
“모든 탑의 탑주가 참가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레이나?”
직접 차를 모는 성천견이 말하자, 조수석에 앉아 있던 레이나가 뒤쪽의 유성우에게 태블릿을 건네주었다.
유성우는 태블릿을 받아 들고는 탑주들의 인적 사항을 확인했다.
미리 유월에게 받아서 보았던 인적 사항과 교차검증을 진행하며, 그들이 데리고 올 부하 후보들까지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이 정도면 됐다.”
태블릿을 돌려준 그가 눈을 감은 채, 몸을 뒤로 눕혔다.
그 모습을 백미러를 통해 흘깃 본 레이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곧 탑주 회의인데, 태연해도 너무 태연해…….’
전 세계에 세워진 마탑의 숫자는 모두 여덟 개.
마탑의 탑주는 모두 8클래스, 초위급의 대마법사들.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온 마법을 이은 자들도 있고, 대재해 이후 각성을 통해 대마법사의 자리에 오른 자들도 있다.
한 지역을 능히 다스릴 수 있는 강함을 지닌 강자들.
그런 자들을 만나러 가는 데 이리 태연자약한 모습이라니.
성천견은 그런 레이나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전음 마법을 통해 말했다.
-레이나, 그에 대해 의심하지 마세요. 의심은 분명히 악재로 돌아오게 될 테니까.
-…알겠습니다.
“지금 내 앞에서 마법 쓰는 거냐? 배짱이 대단한데…….”
그가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그들이 사용한 마력은 감지하지 못할 정도의 아주 적은 양.
‘그걸… 감지했다고?’
“봤죠? 레이나. 그러게 그냥 말하지 왜 저한테 전음 마법을…….”
“……죄송합니다.”
레이나는 억울했지만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유성우는 앞으로는 조심하라는 듯 손을 휘젓고는, 천천히 눈을 떴다.
“다 온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성천견은 도롯가에서 숲길 쪽으로 운전대를 틀었다.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은 숲으로 들어가 한참을 달리던 그가 한적한 공터에 차를 세웠다.
“내리시죠.”
세 명이 차에서 내리자, 성천견의 머리 위로 파랑새 한 마리가 내려앉았다.
손을 뻗은 그가 파랑새를 간질이자 파랑새가 이내 작은 금빛 열쇠로 변해 그의 손에 떨어졌다.
“이게 탑주 회의로 향하는 열쇠입니다. 공간을 연결해 주는 패스.”
“그렇군.”
“그럼…….”
성천견은 금빛 열쇠를 들어, 허공에 꽂아 넣었다.
그러자 열쇠를 중심으로 그의 앞에 커다란 문이 금빛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은 공간과 공간을 잇는 술식.
고등한 마법을 집약해 만들어낸 아티팩트라는 것을 한눈에 보는 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금빛의 문은 이내 현실에 고급스러운 나무의 문으로 변하더니, 활짝 열렸다.
문의 안쪽은 금빛으로 이루어진 통로.
성천견이 먼저 발을 들였고, 유성우와 레이나가 그 뒤를 따랐다.
공간을 넘어서는 감각이 전신을 뒤덮고, 이내 감각이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 눈앞에는 어두운 공동이 펼쳐져 있었다.
“저희가 가장 늦은 모양이군요.”
성천견이 웃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공동 천장에 달린 조명이 켜지며 공동 내부를 밝혔다.
공동의 중심에는 거대한 원탁이 있었고, 원탁을 중심으로 일곱 명의 사람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들의 뒤에 선 동행인들까지 합하면 모두 스물한 명.
“꽉꽉들 채워 오셨구만…….”
유성우가 나지막이 중얼거렸고, 성천견은 작게 웃으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가 마지막으로 원탁에 앉음으로써 탑주 회의가 시작되었다.
탑주 회의에 참석한 탑주는 모두 여덟 명.
영국, 시계탑주 베르트랑 벨리나.
이탈리아, 피사탑주 살로메 튜인.
인도, 마하보디탑주 아후자 카심.
일본, 야사카탑주 나기 세오.
이스라엘, 다윗탑주 가롯 시몬.
미국, 엠파이어탑주 샤론 콜리.
그리스, 바람탑주 메데이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남산탑주 성천견.
여덟 명의 탑주와 열여섯 명의 동행인.
유성우는 여덟 명 탑주의 얼굴을 확인했고, 열여섯 명의 동행인들 또한 유심히 살폈다.
대부분 동행인 후보에서 나온 얼굴들이었지만, 네 명은 모르는 얼굴이었다.
‘목록에 없던 얼굴을 데리고 온 건 아후자, 샤론, 살로메인가.’
그렇다고 다른 이들을 경계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원래 있던 얼굴이라도 승천교와 동조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었으니까.
대충 파악을 끝낸 그는 성천견의 등 뒤에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얼굴은 오는 동안 아티팩트를 통해 알아보지는 못할 정도로 바꿔두었다.
“모두가 모인 건 이 년 만이군요. 모두들 잘 지낸 모양입니다.”
시계탑주 베르트랑이 운을 떼었다.
마법, 마술의 탄생지라고도 불리는 영국의 대마법사는 처음으로 마탑을 세운 이자, 탑주 회의를 주관하는 이였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지만, 제게는 여전히 엊그제 본 것처럼 생생하군요.”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가죠. 괜한 겉치레는 그만두고.”
피사탑주 살로메가 짜증 난다는 말투로 답했다.
다른 이들도 비슷했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탑주 회의지만, 테러 예고장이 날아온 만큼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마하보디탑주 카심이 말했다.
“다들 뭘 그리 얼굴을 굳히고 그러나? 고작 말도 안 되는 테러 예고장에…….”
“카심, 그건 마탑에 대한 도전입니다. 쉽게 볼 일이 아니니 다들 경계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모두 진정하시죠. 모두 바쁘신 분들이라는 건 알지만, 이번 탑주 회의에서는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베르트랑이 손뼉을 치자 원탁 위에 이번 의제가 떠올랐다.
이번 탑주 회의에서 의논할 의제들은 총 세 개.
1. 마탑 추가 설립
2. 다가오는 재앙
3. 소드마스터 ‘유성우’ 처분
유성우는 세 번째 의제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뻔했다.
옆의 레이나를 흘깃 보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기는 모른다는 표현과 절대 나서지 말라는 뜻이기도 했다.
지금 유성우가 튀어 나가서 회의를 개판을 내버리면 승천교의 축출은 무로 돌아갈 테니까.
유성우도 그것을 알기에 일단 한 번은 참았다.
베르트랑이 손뼉을 짝짝 치며 말했다.
“자, 그럼 탑주 회의를 시작합시다. 세계의 진리를 엿보는 그랜드 메이지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