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39)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38화(239/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38화
탑주 회의(4)
“이런, 떨어져 버렸군.”
성천견은 주변을 둘러보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광대가 무언가 수를 벌인 게 확실한 상황.
“그리고 여기는…….”
불타는 도시였다.
성천견이 기억하는 불타는 도시의 광경은 하나밖에 없었다.
10년 전, 수많은 어비스가 열리고 불벼락이 하늘에서 떨어지던 대재해.
“하, 하하…….”
그는 실소를 터트렸다.
자신이 기억하는 광경을 이리 선명히도 구현해 펼쳐내다니.
생각보다 질이 나쁜 맥시멈의 능력에 옷소매로 눈물을 훔친 그가 중얼거렸다.
“그래, 사람의 끔찍한 기억을 끄집어내 환상을 구현하는 계의 능력인가?”
구현해내는 것은 환경뿐만이 아니었다.
대재해 당시 심연 속에서 튀어나와 어슬렁거리며, 사람들을 벌레처럼 찢어 죽이던 괴물들마저 그의 눈앞에서 돌아다녔다.
성천견은 괴물들을 바라보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재밌네, 그런데 대마법사를 너무 물로 보는 거 아니야?”
그때의 자신은 어렸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맥시멈이 원하는 것은 분명, 그가 말했듯이 ‘즐거운 쇼’겠지.
어릴 적 트라우마 속에서 발버둥 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게 분명하리라.
그러나 성천견은 마력을 일으켜 괴물들을 찢어버리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길을 찾았다.
이것이 전부 맥시멈의 힘에 의해 구현된 환상이라면, 환상 또한 깨부술 수 있을 터.
혹은,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거나.
‘완벽한 환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상대의 기억에 의존해 구현해 낸 환상이라고 하면 더욱이.
게다가 성천견이 특기로 하는 마법 또한 환상계와 공간계.
그가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수인을 맺었다.
“완성한 새로운 마법 체계를 처음으로 선보일 시간이군…….”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림과 동시에, 환상이 서서히 붕괴하기 시작했다.
***
“궁금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맥시멈 이외의 공범.”
유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목적은 성천견과 같았다.
마탑에 숨어 있을 승천교의 축출.
그렇기에 메데이아의 물음에 관심이 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의 대답에 메데이아는 살풋 웃고는 말했다.
“각 마탑에 탑주 회의에 대한 테러 예고장이 날아들었을 때, 저는 따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탑주 회의가 열린 곳은 베르트랑이 말했듯이 허수 차원에 위치한 특별한 장소.”
패스가 없으면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한다.
무한한 차원 속에서 맥시멈이 좌표를 찾아 습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베르트랑이 한 번 좌표를 틀어버렸음에도 맥시멈은 쫓아왔다.
그것이 의미하는 건.
“맥시멈이 패스를 가지고 있거나,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좌표를 전달해주었다는 거겠죠.”
“패스를 발행할 수 있는 건?”
“패스의 발행은 베르트랑만이 가능해요. 허수차원에 공간계 술식을 통한 지평좌표고정은 그만이 가능하니까요.”
“내가 보았을 때, 탑주 중 좌표를 송신하는 기색은 없었다. 베르트랑이 발행한 패스거나, 누군가가 패스를 복제해 건네주었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군.”
그의 말에 동의하듯 메데이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성우가 물었다.
“탑주 여럿이 승천교와 손잡았을 가능성도 있을 테고.”
“그렇네요. 제가 예상하기로는 최소 두 명, 그 정도가 아니라면 이번 일은 벌이지 못했으리라 생각하네요.”
“그럼 그 두 명 중, 네가 아니라는 증거는 어디에 있지?”
“그렇게 물어보시면 조금 곤란한데요…….”
“농담이다.”
메데이아는 짊어진 것이 많았다.
자신의 강함도 알고 있을 테고, 잔느를 통해 소신좌의 자리에 오른 것 또한 알고 있으리라.
그런 자신을 적으로 돌린다는 의미 또한.
“그럼 일단 여길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군. 마법사로서의 의견은 있나?”
“고도의 환상결계처럼 보이네요. 기억을 기반으로 한, 자그마한 공간이니… 커다란 물리적 충격이나 내부에서부터 결계를 해제하면 될 것 같아요.”
“그렇단 말이지…….”
유성우는 일생을 꺼내 들었다.
백목의 숲.
그리 좋은 기억은 없는 곳이었으니, 주저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과거의 기억을 스스로 베어낼 기회를 주다니.
맥시멈에게는 조금 고마운 기분이 들었다.
“후우우…….”
숨을 길게 내뱉은 그가 자세를 낮추고, 오러를 그러모았다.
검에 담긴 오러를 한계까지 압축.
닿는 것만으로도 모조리 벨 수 있도록, 신력과 조화시켜 핏빛의 검기를 형성한다.
“후읍.”
짧게 숨을 들이마심과 동시에 검을 쥔 손을 뻗는다.
그에 찬란하게 터져 나오는 적색 빛의 아름다운 검기.
세계를 가를 듯한 기세와 함께 펼쳐진 적색 빛이 시야를 전부 가리고, 백목림(白木林)을 모조리 파괴한다.
일검 – 하늘 가르기 횡(橫)
뻗어나간 검기가 맥시멈이 구성한 세계를 산산이 부수고, 이내 모든 것을 무(無)로 되돌린다.
검을 제 쪽을 당겨 회수한 그가 숨을 토해냄과 동시에 둘은 다른 풍경을 마주했다.
“허수공간이네요. 광대의 무대에서는 빠져나온 것 같지만, 여기서 거기까지 되돌아가기에는 공간계의 마법사가 필요한데…….”
“그건 문제로군. 나는 마법을 쓸 줄 모르니 네가 해야 한다?”
“그건 저도 좀… 저는 공간계는 약하거든요. 잘하는 건 저주 쪽이라…….”
“그렇다면 누군가가 와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군. 패스를 이용한 공간 술식은 불가능한가?”
“아까 시도해 보기는 했는데… 패스는 먹통이에요.”
정말로 누군가가 구조해 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을 보냈을까, 유성우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네 동행인들도 마녀들인가?”
“한 아이는 마녀고, 한 아이는 마법사예요. 저도 일단은 마탑주를 맡고 있으니.”
“그런가. 별로 걱정은 안 되는 모양인데.”
“그 아이들을 약하게 키우지는 않았거든요. 뭐 이 정도에 당한다면… 거기까지라는 거겠죠. 그리고 일단 보험도 들어놨고.”
유성우는 그녀의 말에서 확신했다. 그들 또한 착실히 다가오는 재앙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좋은 자세였다.
그렇게 잠시간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그들의 대화에 끼어드는 존재가 하나 있었다.
“태평하구나! 태평하구나!”
맥시멈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놈의 목소리가 청년 남성의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높은 여자애의 목소리였다.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맥시멈과 같은 광대 분장을 한 여자애가 있었다.
“나는 미니멈! 나는 미니멈! 태평하게 앉아 떠드는 너희들을 죽이러 온 심판자!”
“맥시멈에 미니멈이라. 그럼 미디엄도 있겠군.”
“어떻게 알았지?! 신기하다! 신기하다!”
“승천교는 이런 빡대가리들만 데리고 어떻게 유지가 되는 거지?”
미니멈의 말에 유성우가 메데이아에게 물었다.
그녀는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미니멈 빡대가리 아니야! 빡대가리 아니야! 너 싫어!”
빽빽 소리를 질러대던 미니멈이 제자리에서 통통 튀어 오르더니, 이내 손뼉을 쳤다.
그러자 그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또 다른 세계.
맥시멈의 세계에서 빠져나온 자를 사냥하러 온 심판자라는 말답게, 어린 외관과는 다르게 뿜어져 나오는 마력량이 무시무시했다.
일대의 허수차원을 자신의 마력으로 뒤덮어 펼치는 고유세계.
유성우는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보며 일생을 손에 쥐었다.
“이런 놈들은 하나같이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맥시멈과 미니멈.
둘 다 지금까지 만난 승천교의 주교들과는 다른 타입이었다.
스스로 승천교라고 밝히며, 너무나도 가벼운 분위기.
아니면, 이 정도는 제정신이 아니어야 승천교에서 받아주는 걸까.
“미니멈 술식 전개!”
미니멈이 양손을 활짝 펼침과 동시에 둘의 시야에 새로운 지평이 펼쳐졌다.
휘영청 떠오른 핏빛의 달과 그 아래에 자리한 음산하며 기괴한 음악을 뿌려대는 놀이공원.
핏빛의 달은 기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묘한 풍경이 시야에 가득 담긴다.
고유세계
유원지광월야성(遊園地狂月夜城)
군더더기 없이 순식간에 펼쳐진 고유세계의 풍경에 유성우와 메데이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빈말로도 기분이 좋아지지는 않는 놀이공원의 정경이었다.
미니멈은 둘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폴짝폴짝 뛰더니 둘을 향해 손짓했다.
“죽어! 죽어!”
그녀의 살의 서린 외침과 함께 놀이공원에서 이형의 괴물들이 뛰쳐나왔다.
다리가 없어 팔로 바닥을 짚으며 달리는, 인간을 닮았으나 인간을 벗어난 괴물들이 기괴한 형태로 내달려온다.
이것이 미니멈의 고유세계.
어떠한 심상을 가슴 속에 품고 있으면 이러한 광경이 튀어나오는 것인지 궁금할 정도였다.
평범한 이들이라면 저 광경에 압도되어 아무것도 못 한 채 놈들에게 뜯어먹혔겠지.
그러나.
“같잖다.”
유성우가 검을 뽑는 순간 달려오던 괴물들이 일소(一消)했다.
“뭐야?! 뭐야?! 어떻게 한 거야!”
미니멈은 눈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금 괴물들을 불러들였다.
이전보다 더욱 많은 숫자의 괴물들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으나, 유성우가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모조리 반으로 갈려 사라졌다.
“고유세계는 펼칠 줄 아나 그 밀도가 너무나도 얕다. …결국 그런 거지,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이런 것밖에 없으니.”
그리 중얼거린 유성우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너, 주교급은 아니구나. 그래, 주교급이 이리 쉽게 돌아다닐 리가 없겠지.”
승천교의 주교를 여럿 죽여왔으니 더욱 확실히 알 수 있다.
눈앞에 있는 미니멈은 주교급은 되지 못하는 깜냥이라고.
지금 펼친 고유세계의 규모도 그렇고…….
‘일을 주도한 건 맥시멈 쪽이겠군. 그놈이 주교급이다.’
그렇다면, 미니멈에게 들을 것은 없었다.
그리 생각한 유성우가 일생을 강하게 쥐는 순간, 메데이아가 앞으로 나섰다.
“저도 실력을 잠깐 보여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고유세계와 함께 미니멈을 베어버리려던 유성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녀회 회주의 실력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양보하지.”
“감사해요.”
유성우가 뒤로 물러나고, 메데이아가 앞으로 나섰다.
그와 함께 그녀에게서 흘러넘치는 마력이 일대의 공간을 집어삼킬 듯 흉폭하게 몰아쳤다.
바토리와 잔느가 말하길 자신이 마녀회에 가입한 뒤로 회주는 한 번도 변한적이 없다고 했으니…….
수백 년, 어쩌면 수천 년을 넘게 살아왔을 마녀회의 괴물.
그녀는 품속에서 작은 단검을 꺼내 제 손바닥을 베어내더니 피를 뚝뚝 흘리면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의 나열과 피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술식의 발현.
그녀의 주문에 따라 퍼져 나갔던 마력들이 재배열되며 점차 술식을 완성해 간다.
“너, 너 뭘 하는 거야! 뭘 하는 거냐고! 이익!”
메데이아의 술식에 위협을 느꼈는지, 잠깐 정신이 나가 있던 미니멈이 직접 돌격해 왔다.
괴물들의 시체를 주워들어 그것을 거대한 낫으로 빚어낸 그녀가 강렬한 회전과 함께 짓쳐 들었다.
고막을 찢는 파열음.
공기를 가르며 쇄도한 낫이 메데이아의 목을 노렸으나, 미니멈의 낫은 그녀의 목 근처에서 멈춰버렸다.
메데이아는 손가락으로 낫을 부드럽게 밀어내며 미소 지었다.
고유술식 – 저주
세계개변(世界改變) – 원주(元呪)
“자… 당신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