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44)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43화(244/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43화
탑주 회의(9)
곳곳에서 여러 소리가 들려온다.
사람들의 비명, 삐걱대며 움직이는 어트랙션의 소리.
살덩어리가 질척거리는 소리가, 핏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소리가 맥시멈의 세계를 가득 채운다.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력이 훅훅 깎여 나가는 느낌에 유성우는 숨을 길게 내뱉으며 정신을 다잡았다.
‘방금이랑은 딴판이군.’
승천교의 권능인지, 마력인지를 받아먹은 맥시멈은 이전과는 완전히 딴판인 힘을 보여주었다.
피어오르는 마력은 그 자체로 위협이었고, 압축된 고유세계의 밀도는 숨이 턱 막혀올 정도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질 것 같지는 않군.”
자신 또한 많이 강해졌기 때문이겠지.
많은 신격을 베어 그것을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어지간한 신격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몸이 되었으니 고작 신격을 얻지도 못한 존재가 빚어낸 세계에 흔들릴 리 만무했다.
눈을 잠깐 감았다 뜨면, 눈앞을 가득 채우는 것은 형형색색의 공격들이다.
이전보다 더욱 거대해진 광대의 손이 양옆에서 덮쳐왔고.
살로메를 비롯한 승천교도들의 마법과 이능이 짓쳐들었다.
자신을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는 살의가 가득 담긴 공격들이었다.
‘왠지 기쁘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적에게 공격을 당하면 분노하거나, 도리어 살의를 드러내야 하겠지만 유성우는 내심 기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을 죽이기 위해 전력을 드러내며, 이빨을 들이미는 광경이 즐겁기 짝이 없었기에.
‘……점점 미쳐가고 있나.’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유성우는 일생을 휘둘러 잡념과 함께 다가오는 것들을 모조리 베어냈다.
0초보다 더욱 아래, 인간은 인식하지 못하는 간극 속에서 광대의 손과 마법을 베어낸 그가 숨을 길게 토해냈다.
‘신격 때문인가? 나중에 좀 알아봐야겠군.’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맥시멈의 등 뒤에서 두 쌍의 손이 더 돋아나더니, 수인을 맺는다.
원래 달려있던 한 쌍의 손을 포함해 총 세 쌍의 손이 각각 수인을 맺어 마법을 발현한다.
환상을 끄집어내 자신의 고유세계 속에서 현실로 구현한다.
맥시멈이 구현해 낸 것은 날카로운 칼들.
단검, 비수, 롱소드와 숏소드를 가리지 않고 그것을 비처럼 쏟아낸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검우(劍雨).
유성우는 일생을 돌려보내고는 이계를 불러냈다.
두 자루의, 일생보다는 짧은 검을 든 그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휘두르기 시작했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검으로 이루어진 빗줄기를 하나하나, 쳐내기 시작한다.
인간이 검을 휘둘러 빗방울을 모조리 쳐내, 몸이 젖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초당 수백, 수천 방울이나 떨어지는 빗방울을 검으로 쳐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인간을 뛰어넘은 인지능력, 속도와 세밀함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텅, 터덩…….
금속이 튕기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처음에는 작게 울리던 소리가, 이내 점점 커지더니.
이내 강렬한 빗소리처럼 고막을 가득 채운다.
유성우가 휘두르는 두 자루의 검이 너무나도 빨라, 수많은 잔상을 그리며 그를 중심으로 검막(劍膜)을 형성했다.
한 자루의 빗방울도 허용하지 않는 절대로 뚫리지 않는 방어막.
신력을 사용하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의 순수한 실력만으로 결코 뚫을 수 없는 우산을 만든다.
서서히 검으로 이루어진 빗줄기가 잦아들자, 유성우가 만들어낸 검막 또한 점점 옅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떨어진 단검을 가볍게 쳐낸 유성우가 얼어붙은 맥시멈을 바라보며 말했다.
“적당한 준비운동이 되었군.”
몸 여기저기가 후끈후끈하다.
하지만, 아직 전력은 아니다.
이제 막 예열이 끝났을 뿐이니, 지금부터 기어를 서서히 올릴 생각이었다.
“죽여! 죽여 버리세요!”
맥시멈이 그리 외치며 다시금 수인을 맺었고, 다른 이들도 마법을 구축했다.
다들 한가락 하는 이들인 만큼 마법의 구축 속도는 어마어마했다.
순식간에 수백 개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맥시멈은 거기에 환상을 더해 마법을 더욱 위력적으로 만들었고, 그들의 마법은 이내 고유세계 전체를 덮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하늘에서 이글거리는 거대한 검은색의 불덩어리를 필두로 온갖 마법들이 빗줄기처럼 쏟아진다.
마치 세상의 종말을 재현한 듯한 광경에 유성우는 피식 웃으며 땅을 박찼다.
제로에서 최대 속도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해야 0.2초.
인간의 오감을 동원하더라도, 아니, 그가 움직일 것을 예지했다고 하더라도 막을 수 없는 붉은 일직선의 돌진.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유성우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그들의 뒤쪽이었다.
양팔을 활짝 벌린 채 서 있던 그가 두 자루의 검을 아래쪽으로 내리자, 그가 지나온 자리를 따라 검격의 폭풍이 몰아쳤다.
이계(二界)
검림(劍林)
두 자루의 검으로 펼쳐낸 검으로 이루어진 숲.
그 범위 안에 있는 자들의 몸이 믹서기에 들어간 것처럼 갈가리 찢겨나가며 피와 살을 튀겼다.
이변을 눈치채고 마력으로 실드를 둘러도, 이미 검으로 이루어진 숲은 들어온 이를 놓치지 않았다.
실드마저도 무참히 박살 낸다.
유성우가 펼친 검은 그야말로 하나의 재앙.
그가 검으로 세계에 남긴 거대한 흉터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서 있는 사람은 없었다.
괴물도 없었고.
모조리 팔다리가 잘려 죽었거나, 곤죽이 되어 바닥을 기어 다닐 뿐이었다.
“꼴 좋군.”
한마디를 턱 내뱉은 그가 잠깐 이계를 내려다보았다가, 여전히 죽지 않은 맥시멈을 보았다.
맥시멈도 검림의 피해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유성우가 돌진하는 순간 거대한 손을 겹겹이 쌓아 방어를 시도했으나, 그의 검은 그것들을 모조리 찢어발기고 맥시멈의 팔다리를 썰어버렸다.
맥시멈은 서서히 회복한 몸을 일으켜 유성우를 보았다.
어느새인가 변한 붉은 머리칼.
투지가 진득하게 묻어나오는 핏빛의 눈동자.
인간성을 상실한 괴물처럼 보이는 모습에 맥시멈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이게… 초월에 도달한 자라는 겁니까? 교주님, 제게 답을 내려주십시오. 당신이 바라는 이상향은 대체 무엇입니까? 어째서 저런 존재를 활개를 치게 두시는 겁니까?”
“역시 그런가. 교주가 나를 직접 잡으러 오지 않는 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뜻이군.”
“이 빌어먹을 놈! 개 같은 자식!”
“썩 듣기 좋은 말은 아니군.”
“당신만은 여기서, 어떻게든…….”
맥시멈은 남은 마력을 끌어모았다. 처참한 꼴로 변한 고유세계를 지탱하던 힘마저 전부.
넓게 펼쳐져 있던 고유세계의 곳곳이 서서히 뜯어져 나가더니, 군데군데 비어버린다.
맥시멈이 마력을 그러모음으로써 발생한 차원붕괴.
그리고 그는 그것을 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압축해서 해방할 준비를 끝마쳤다.
“아무리 당신이라도, 이 허수차원에서 발생한 마력폭발을 감당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하! 제 승리라고요! 이, 맥시멈의!”
맥시멈의 양손 안에 모인 마력 덩어리가 붉게 달아오른다.
붉은 마력 덩어리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처럼 진동한다.
유성우는 저 안에 담긴 마력을 가늠해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그게 터지면 이 일대는 완전히 날아가 버리겠군.”
허수차원이라 뭐가 부서지거나 하지는 않을 테지만, 저 정도면 현실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게다가 도망칠 방법도 없어 이대로면 죽음을 맞이하리라.
‘그렇다면.’
정답은 베어내는 것밖에 없겠지.
유성우는 이계를 집어넣고, 일생을 꺼내 들었다.
붉은 검신이 웅웅 울었다.
-내가 반드시 베어주마.
“나도 같은 생각이다. 일생.”
일생과의 짧은 교감.
둘 다 저것을 베어내겠다는 의지로 충만해, 전신의 오러를 끌어올렸다.
일생 위에 신격과 혈액을 덧씌우는 것으로 베어낼 준비를 끝마쳤다.
“받아 보십시오!”
맥시멈이 웃으며 마력 덩어리를 해방한다.
가장 먼저 맥시멈의 몸이 터져 나가고, 서서히 그 크기를 불리며 다가온다.
유성우는 찰나의 순간 속에서 마력 덩어리를 베기 위해 검을 굳게 쥐었다.
그러나, 그가 검을 휘두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바로 옆.
자그마한 구멍이 생기더니 손이 튀어나와 유성우를 붙잡은 채 끌어당겼다.
유성우가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곧바로 닫히는 구멍.
구멍이 닫히기 직전 쑥 튀어나온 유성우의 손에는 중지만이 우뚝 서 있었다.
맥시멈은 의식이 끊어지기 전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끝까지 개새끼군요. 당신은…….”
***
알 수 없는 손길에 이끌려 유성우가 도달한 곳은 연구실로 보이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먼저 탈출한 이들도 모여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어떻게 문을 잘 열었나 보군.”
“네. 메데이아 님과 베르트랑 님이 협조해 주신 덕분에… 그 이상한 세계가 일그러지기 전에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여기는?”
“일단 가장 빠르게 문을 열 수 있던 베르트랑 님의 시계탑입니다.”
영국이라는 소리였다.
얼떨결에 온갖 마술과 마법의 근원지에 도착하게 된 유성우는 일생을 돌려보내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든 이가 맥시멈의 고유세계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건 아니었다.
추격을 뿌리치는 도중에 다친 이도 있고, 죽은 이도 있다.
남은 탑주 중 죽은 사람은 없었지만 그들의 동행인들이 크게 다치거나 죽은 채였다.
“이렇게 죽을 사람이 아니었는데…….”
“…….”
사자 앞에서 죽음을 애도하는 생자들.
묵념이 이어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 베르트랑이 헛기침해 이목을 끌었다.
“이번 일은 정말로 유감입니다. 탑주 회의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피해가 너무나도 컸다.
탑주 한 명은 배신자였고, 두 명이 죽었다.
그들이 데리고 온 동행인들도 배신자였고, 다른 탑주가 데리고 온 이 중에서도 배신자가 있었다.
그런 이들을 데리고 온 탑주들은 앞으로 배신자의 의혹을 사고, 눈치를 보게 될 터.
자신이 승천교에 붙은 게 아니라는 증명 또한 필요하리라.
베르트랑의 시선에는 그러한 의미가 섞여 있었고, 탑주들 또한 빠르게 받아들였다.
유성우가 말했다.
“허수차원에 있던 놈들은 모조리 죽였다. 그 광대 새끼도 마지막에 자폭해서 터져 죽었지.”
그리 내뱉은 유성우의 시선이 자신의 처분을 찬성했던 이들을 훑고 지나간다.
그의 시선을 받은 이들이 움찔, 하고 살짝 움츠러들고.
유성우가 말을 이었다.
“같은 꼴이 되고 싶지 않다면 앞으로는 조심해야 할 거다.”
짧지만 강렬한 경고에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유성우는 성천견의 어깨를 툭 쳤다.
“한국으로 돌아가지.”
“알겠습니다. 방금의 폭발로 허수 차원이 불안정한 상태니, 비행기로 돌아가도록 하죠.”
“그래.”
“레이나,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탑주님.”
자연스럽게 성천견을 부리는 모습에 사람들은 한참이나 지나고서야 위화감을 느꼈다.
‘…남산탑주가 소드마스터 유성우랑 손을 잡았었던가.’
‘이번 의제로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겠군.’
‘당분간은 외부 활동을 할 수가 없겠군. 그의 분노에서 피해가려면.’
처음부터, 성천견이 탑주 회의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유성우를 데리고 온 것이라는 생각이 피어올랐으나.
이미 그들은 빠르게 시계탑을 떠난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