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46)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45화(246/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45화
유해
“꼭 이래야만 하는가?”
이탈리아의 대통령, 루이지 코지가 장관들에게 물었다.
그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국가가 사람 한 명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말이나 되는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이 어느 나라의 정상도 아니라는 점이 루이지를 더욱 곤란하게 했다.
한 사람을 달래기 위해 소모되는 국가 예산이 대체 얼마인가?
그의 물음에 장관들은 입을 열지를 못했다.
“…후우, 지치는군.”
그는 한숨을 깊게 내뱉으며 서류를 다시금 검토했다.
이번 일은 이탈리아에게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의 마탑, 피사탑은 이탈리아의 주요기관 중 하나였다.
마법사들을 양성하고 배출해 내는, 다이버들 양성소와 다름없었다.
게다가 이탈리아는 다른 나라와 다르게 다이버 비율 중 마법사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았기에 크나큰 타격을 입었다.
마법사들은 마탑에서 마법을 배우기까지 하니 이제 이탈리아의 마법사들이 새로운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타국까지 출장을 나가야 할 처지였다.
“살로메 튜인이 그런 선택을 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대통령님.”
다이버 관리부 장관, 세르오 미타렐라가 말했다.
그 누구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살로메 튜인이 승천교라는 사이비 종교의 일원이었으며, 그녀의 죽음이 알려짐과 동시에 피사탑의 몇몇 마법사들이 광분을 일으켰다.
다른 마법사들을 죽여 버리고, 시내에서 폭동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아마도 그들 모두 살로메가 사주한 승천교의 일원이었으리라.
이탈리아 정부는 그들을 붙잡아 처리하는데 적지 않은 예산을 소모했기에…….
“내 기억으로는 그녀는 훌륭한 마법사였네. 국가의 뜻을 따라 일하는 마법사였지.”
“제 기억으로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사이비 종교에 심취해 다른 나라의 탑주들을 공격할 줄이야. 사람 속은 한 치 앞도 모르는 법이군요.”
“세르오,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궁리를 좀 해보게. 어떻게 하면 소모를 줄일 수 있을지.”
“…….”
세르오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다이버 관리부의 장관을 맡은 만큼, 유성우의 소문은 수도 없이 많이 들었다.
저 동쪽에 있는 작은 나라에 등장한 소드마스터.
마법사들의 마법과 다이버들의 이능을 모조리 검으로 베어내는 리터너이자, 어중이떠중이들과는 다른 ‘진짜’.
소문이 과장된 것이라 말하고 싶지만 지금 같은 정보사회에서 그것들의 진위를 가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에게 뛰어난 정보집단이 붙어있는지 정보통제는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가 지금까지 보인 행보는 가릴 수 없는 거대한 발자국이었다.
이 세계에 진정한 비밀은 없다.
“그도 인간이니, 어떻게 회유할 방법은 있을 걸세. 우리는 피사탑의 일로 너무 많은 것을 잃었어.”
“하지만 대통령님, 일전에 보고서를 올렸듯이 다른 나라가 이탈리아를 적국으로 여기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서 그의 심기를 거슬렀다가는…….”
“계속 말해보게. 심기를 거슬렀다가는? 고작 다이버 한 명에게 국가가 넘어간다는 말이라도 하고 싶은 건가?”
잔뜩 예민해진 루이지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온갖 것들을 내놓아 유성우의 비위까지 맞춰야 할 판이니.
하지만 세르오는 해야 할 말은 해야 풀리는 성격이었다.
그것이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말이다.
“고작 다이버 한 명이 아닙니다. 그는 여러 대형길드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북유럽에서 신화 속에 나오는 괴물마저 사냥한 전적이 있는 괴물 중의 괴물입니다.”
“그래봤자 괴물 잡는 인간이 아닌가! 우리 다이버들도 할 수 있는!”
“다이버 업계에서 그를 뭐라고 부르는지 아십니까? 최초의 SSS급 다이버라고 부릅니다! 실제로도 그를 죽이려고 했다가 역으로 죽은 S급 다이버의 숫자만 열에 가깝습니다! A이나 B급까지 합치면 쉰은 가뿐히 넘는다고 합니다!”
세르오의 커다란 외침에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다른 장관들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곧 루이지에게서 터져 나올 소리를 예상했기에.
“당장 회의실에서 나가게! 국가의 손실을 야기하려는 당신 같은 자가 장관이라니, 믿을 수가 없군!”
“…….”
세르오는 입술을 짓씹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갔다.
그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루이지가 미간을 짚으며 말했다.
“국방부장관, 당신이 세르오가 하려던 일을 이어서 하게. 정중하게 되하대, 손실을 줄이도록.”
“알겠습니다! 제가 해내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대통령님.”
그리고 회의실 바깥, 새어 나오는 소리를 듣고 있던 세르오가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를 못하는군…….”
유성우의 일을 일임받아 처리하던 세르오는 자신이 계획한 일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리라 느꼈다.
그렇다면, 그 전에 아예…….
***
유성우는 유월에게 이탈리아에서 온 정부 인사를 맡겼다.
그런 협상 같은 건 자신보다 유월이 훨씬 잘하는 분야였다.
게다가 직접 만날 이유도 없었다.
어차피 아쉬운 건 저쪽이었기에, 태도를 보고 결정할 생각이었다.
정부 인사와 협상을 마치고 온 유월은 기분이 잔뜩 나빠졌는지 미간을 좁힌 채 유성우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유성우가 그녀를 바라보며 눈썹을 씰룩이자, 유월은 손에 들려 있던 서류를 책상 위에 쾅!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았다.
“빌어먹을 피자 놈들!”
“왜 그렇게 화가 났나?”
유월이 잔뜩 화가 나서 욕하는 모습은 신선했다.
피자 놈들이라니. 너무나도 원색적인 욕이라 무어라 할 말이 없어질 정도였다.
“이 새끼들, 생각하는 게 이상하던데요? 저 좀 쓰다듬어주시면 안 돼요? 그러면 풀릴 것 같은데.”
“미쳤나? 머리에 총이라도 맞고 온 건가?”
“한번 말해봤어요. 처음에 지명 의뢰할 때는 고분고분하더니, 이제는 그냥 날로 먹으려고 드는데요?”
그리 말하며 유월은 몇 개의 서류를 뽑아 유성우에게 내밀었다.
대충 읽어보니 그랬다.
처음에 지명 의뢰할 때는 간이고 쓸개고 전부 빼줄 것 같던 놈들이, 오늘 협상하러 와서는 조건 중에 이건 빼고, 저건 빼고…….
들어줄 시간도 아까워서 유월은 중간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중간에 담당자가 아예 바뀐 것 같아요. 1급 어비스 공략은 그대로 유지하되, 세부 조건을 후려치려고 한다고요.”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나쁜 새끼들인가 보군.”
“그렇다니까요? 그래서 경고도 해주고 왔어요. 제정신이면 그런 조건 안 내민다고.”
“잘했다.”
뭐, 흔히 있는 일이었다.
자신들은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니 일방적으로 삥을 뜯기는 기분이겠지.
잘못한 건 피사탑주 살로메인데, 왜 자신들이 그 빚을 갚아야 하는가.
자신들이 한 짓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싶은 기분이리라.
아니, 실제로도 발을 빼려고 하고 있으니…….
“뭐, 잘못했다고 언젠가는 느끼겠지. 미국 쪽 애들은 왔나?”
“차라리 그쪽이 말이 더 잘 통할 것 같네요. 이탈리아보다는 좀 늦게 왔지만 말이에요.”
“그럼 거기랑 한 번 얘기해 보고 와라. 일만 시켜서 미안하군.”
그의 말에 유월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더니 머리를 내밀었다.
귀를 팔랑거리는 걸 보니 미안하면 쓰다듬어달라는 제스처였다.
유성우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고는 유월의 머리를 적당히 쓰다듬어주었다.
쓰다듬을 받은 유월은 아까와는 다른 해맑은 얼굴로 귀를 파닥거리며 미국인들을 만나러 향했다.
홀로 남은 유성우는 잠시 앉아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미국인들은 죄다 무례한가? 탑주 회의에서는 한번 봐줬는데…….”
유성우가 말하자, 아무것도 없던 그의 앞에서 한 명의 사람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로브를 두른 것이 영락없이 마법사의 모습. 투명화 마법이라도 사용한 모양이었다.
‘분명 저번에 슈아넬한테 결계 설치하라고 한 것 같은데. 설마 농땡이 쳤나?’
아니면 설치는 하기는 했는데 허술하게 했다던가.
나중에 확인해 볼 사안 같았다.
아무튼, 눈앞에 있는 사람의 투명화는 좀 어설퍼서 보는 순간 알아챌 수 있었다.
유월이 문을 열고 나가는 틈을 타 안으로 들어온 이 마법사는 아는 얼굴이었다.
유월이 주었던 자료에 있던 얼굴로, 분명 미국에 있는 엠파이어탑주의 부탑주였으리라.
이름은 맥켄지 케이런.
그는 유성우의 말에 한쪽 무릎을 꿇더니 입을 열었다.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마스터 유성우. 너무나도 시급한 사안이라 이런 방식으로 만나러 올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들어보고 결정하지. 시시한 일이라면 팔 하나는 내놓고 가야 할 거다.”
마탑의 부탑주가 절차도 무시하고 찾아온 걸 보면 시급한 일이 맞기는 할 터였다.
유성우가 서늘한 시선으로 쳐다보자, 맥켄지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유해를, 마탑주님의 유해를 수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샤론의 시체를? 그렇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같은데.”
허수 차원에서 죽은 이들의 시체는 미처 회수하지 못했다.
아마 맥시멈의 자폭과 함께 우주먼지가 되지 않았을까.
게다가 유성우에게는 허수차원으로 향할 기술이 없었다.
명도잔월파 같은 걸 쓸 수 있으면 또 모를까.
“남산탑으로 가라. 가서 간이고 쓸개고 전부 내주다 보면 도와줄지도 모르지.”
“…저희가 회수하려는 건 비단 탑주님의 유해뿐만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탑주님이 가지고 계시던 유물 한 점도 함께 회수하고 싶습니다.”
유성우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잠시 머리를 굴렸다.
이들도 남산탑이나 시계탑으로 가는 게 가장 빠르게 허수차원에 진입하는 길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이 있는 걸까.
그것이 바로 샤론이 가지고 있던 유물일 테고.
생각을 끝마친 유성우가 물었다.
“그렇다면 묻지, 샤론이 가지고 있는 유물이 뭐길래 굳이 허수차원까지 가서 회수하려는 거지?”
보통이면 포기할 텐데, 부탑주가 직접 와서 미국 정부와 별도로 요청할 정도라면 상당한 아티팩트일 터였다.
그의 물음에 맥켄지는 잠시 고민하다,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성인(聖人)의 유해입니다. 정확히는 예수의 오른쪽 어금니입니다.”
“…예수의 어금니? 그딴 게 왜 있는 거지?”
“미국 정부에서 대대로 보관하던 것입니다. 대재해 이전에는 진위여부를 알 수 없었지만, 대재해 이후에 진품이라 판명, 막강한 신성력을 가진 유물이 되었습니다.”
“기독교 쪽에는 호재로군. 성물, 아니 신물이 진짜로 나타났으니.”
역사가 짧다지만 미국에도 신을 믿는 이는 아주 많을 터였다.
개중 기독교를 믿는 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리라.
유성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맥켄지가 말을 이었다.
“예수의 어금니는 소유자의 마력을 증폭, 그와 동시에 여러 면역 효과를 제공합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두 번은 구할 수 없는 물건이라… 꼭 되찾고 싶을 따름입니다.”
“그런가.”
유성우는 제 턱을 쓰다듬다가,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럼 그에 준하는 대가는 준비된 거겠지?”
일거양득.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대박의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