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5)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5화(25/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5화
밤에 태어난 용(2)
세현시의 시내, 그곳에 당당히 건물 하나를 통째로 차지한 본국검회의 본부에서는 수련생들의 기합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앞서 걷던 백우현이 말했다.
“1층부터 5층까지가 도장이고, 6층부터 10층까지는 본국검회 길드원만 출입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오늘 수련생들에게 지도편달이 있어서 온 거고요.”
“건물 하나는 더럽게 크군.”
“수백 명이 넘는 수련생들을 한 번에 가르치려면 어쩔 수 없죠. 자율수련생도 많고요.”
건물에 들어선 백우현이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를 벗었다.
그러자 그를 알아본 어린 수련생들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사범님,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잘하고 있니?”
“네! 열심히 하고 있어요!”
“장하다. 이따 보자꾸나.”
“네! 이따 봬요!”
밝은 미소로 답한 수련생들이 건물 안쪽으로 들어갔다.
슬쩍 보니 1층에는 어린 수련생들의 숫자가 많았다.
“상층으로 갈수록 가르치는 게 달라져요. 1층은 체력과 기초, 2층은 기본자세, 3층부터는 심화과정 같은 거죠.”
“그렇군. 내가 아는 곳이랑 좀 비슷한 느낌인데.”
“어디 다니셨던 도장이라도 있으십니까?”
“뭐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고. 검탑이라고 있다.”
오로지 검을 갈고 닦기 위해 세워진 탑, 검탑.
별칭으로는 검의 지옥, 검의 무덤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그에게도 별로 떠올리고 싶은 기억은 아니라 손을 휘휘 내젓고는 내부나 더 안내해 달라 말했다.
여전히 유성우의 바짓자락을 잡은 채 발걸음을 옮기던 녹스는 1층에서 수련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인간은 수련으로 종족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건가요?”
“……그건 좀 어려운 일이지. 인간이라는 종의 한계는 명확하다. 수련만으로 뛰어넘기는 힘들지.”
“그럼 아저씨는 어떻게?”
“나는 죽어라 싸웠으니까. 수련한 것뿐만이 아니라 몇 번이고 사선을 넘나들며 적을 죽여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까지 강해졌더라고.
유성우는 그리 말을 끝맺고는 백우현의 뒤를 따라 걸었다.
녹스는 대체 그가 무슨 수라도(修羅道)를 걸어온 것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세 명은 내부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상층으로 향했다.
그들이 향한 곳은 가장 높은 수련생들이 수련하는 5층이었다.
1층보다는 적은 숫자의 수련생들이 도복을 입은 채 수련에 정진하고 있었다.
“더 힘차게 휘둘러라!”
“핫!!”
“핫!!!”
우렁찬 기합 소리.
백우현이 유성우와 녹스에게 조용히 해달라는 제스쳐를 취하곤, 조용히 신발을 벗고는 도장의 안쪽으로 들어섰다.
유성우와 녹스도 신발을 벗고는 백우현의 뒤를 따랐다.
“저쪽이 참관석입니다. 저는 잠깐 옷을 갈아입고 올 테니, 구경하고 계세요. 다녀와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그러지.”
“네에.”
백우현의 말에 둘은 도장의 뒤쪽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사범의 구령에 따라 검을 휘두르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워밍업 중인지 모두가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탈의실로 향했던 백우현이 수련생들과 같은 도복을 입고 나오더니, 둘에게 다가왔다.
“지금부터는 제가 직접 본국검을 가르칩니다. 5층에 있는 수련생들은 모두 수년 이상의 수련을 거친 이들입니다. 모쪼록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참아주십시오.”
“……뭘 그렇게까지.”
“역시 성우 씨의 수준에서 보면 모두 어리숙한 건가요? 저도 마찬가지고.”
“틀린 말은 아닌데. 당연히 부족한 놈들이니 수련을 하는 거지. 가서 일 봐라. 맘 편하게 구경이나 하게.”
“예.”
말을 끝마친 백우현이 수련생들의 앞쪽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수련생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모든 젊은이가 선망하는 다이버.
유지우와 비슷한 또래에, S급이라는 능력과 실력까지 갖춘 자.
‘전천도객’이라는 이명이 붙었을 정도로 그 실력은 모두가 인정한다.
‘그러고 보니 지우는 뭐라고 불리는지 안 물어봤네.’
나중에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백우현이 수련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관람했다.
백우현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는 만큼, 수련생들의 기백은 어마어마했다.
기합 소리 하나하나에 힘이 실려 있었고, 5층의 수련생들인 만큼 동작 하나하나가 절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참관하러 오셨나 봐요? 아니면 등록?”
절도 있게 검을 휘두르는 수련생들을 구경하고 있자, 도복을 입은 여자가 다가왔다.
허리에 두른 띠는 검은색.
백우현과 같은 사범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다.
유성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참관입니다. 우현 씨가 구경하고 가라고 해서.”
“백우현 총사범님의 지인분이셨군요! 총사범님은 자기 얘기를 잘 안 하시는 분이라 지인분이 계시는 줄도 몰랐네요.”
친구가 없다고 돌려 까는 걸까.
사범은 유성우의 옆에 녹스에게도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말을 이었다.
“참관하니 어떠세요? 본국검회의 본국검은 지금에 와서는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검법이랍니다.”
“복원과 재해석을 거쳤다던데.”
“네. 본국검회는 본국검의 복원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보다 실전적으로 재해석해서 33세(勢)로 이루어져 있던 검법을 압축해 21세(勢)로 정리했죠. 외국에서 배우러 올 정도로 뛰어난 검법입니다.”
그녀의 말에 잘 보니 수련생 중에 외국인이 간간이 섞여 있었다.
그만큼 현재 한국의 본국검은 그 위상이 대단했다.
본국검은 무투계 다이버들의 입지를 크게 올려주었으며, 기초를 탄탄히 다지는 게 공헌했으니.
“……흠, 그렇게 대단한가?”
그러나 유성우의 눈에는 그리 성에 차지 않았다.
수련생들의 검술의 완성도는 둘째 치고, 본국검의 세(勢)와 검로가 그리 수준이 높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대단하죠! 본국검에 견줄 수 있는 검법은 몇 없으니까요. 가끔 타국과 검법으로 겨루기도 하는데, 본국검법은 늘 상위권을 다투거든요.”
“자부심이 대단하군요.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는단 말입니다만.”
게다가 유성우의 눈에는, 본국검에 중요한 게 빠져 있었다.
세와 세를 잇는 흐름.
한정적인 검로만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하기에 벌어지는 단적인 움직임.
지금의 본국검법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었다.
“호오, 검에 대해 좀 아시나 봐요? 본국검법의 사범인 저보다? 아무리 총사범님의 지인이라고 하셔도, 본국검법의 모욕은 흘려들을 수 없습니다.”
“검이야…… 아주 잘 압니다. 검으로는 져 본 적이 없어서.”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대련할 때는 좀 졌다지만, 목숨을 건 생사결에서는 단 한 번도 지지 않았으니까.
도발하는 듯한 유성우의 말에 사범은 미간을 좁혔다가, 이내 손가락으로 제 미간을 꾹꾹 누르더니 말했다.
“그리 말씀하시니 실력을 확인해 보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저랑 대련 한번 해보시겠어요?”
“오, 그거 좋죠.”
유성우는 작게 입꼬리를 올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앞쪽에서 지도하던 총사범, 그 모습을 보고 백우현이 부리나케 달려오더니 유성우의 앞을 막아섰다.
“무슨 일이세요? 성우 씨.”
“아니, 네 뒤에 저 사람이 나랑 대련을 하자고 하길래. 받아주겠다고 했지.”
“대련을요?”
“그래. 대련.”
“아니, 총사범님. 비켜보세요. 저분이 본국검법을 무시했다니까요?”
“백오연 사범님, 원래 무시도 좀 당하고 그럴 수 있는 법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세요?! 본국검법을 무시당했는데 화도 안 나세요?”
유성우는 제 앞에 선 백우현에게 비키라며 눈짓했다.
백우현은 그의 표정을 보고는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비켜주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대련의 심판을 제가 보도록 하죠. 도장은 지금 수업이 없는 4층으로 가시죠.”
“좋아요! 본국검법을 제가 직접 보여드리죠. 얼마나 훌륭한 검법인지.”
“그거 재밌겠군요.”
유성우는 녹스에게 따라오라 손짓했다.
수련생에게 자율훈련을 명한 백우현은 세 명을 이끌고 4층으로 내려갔다.
그의 말대로 4층의 도장은 수업이 없는 시간이라 텅 비어 있었다.
“본국검법을 무시한 걸 후회하게 해드리겠습니다.”
백오연의 말에 백우현은 눈을 질끈 감았다.
평소에도 백오연이 본국검법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결국에는 일을 칠 줄이야.
백오연은 백우현의 사촌동생이었다. 본국검법과 자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한 귀여운 동생.
지금은 B급인 다이버지만 언젠가는 S급으로 올라서겠다는 야망의 소녀였다.
하지만 백우현은, 오늘 상대가 제대로 잘못 걸렸다고 생각했다.
‘……그래, 언제 한 번 큰코다쳐봐야, 아, 굽힐 때도 있어야 하는구나, 하겠지.’
자신감이 넘치는 건 참 좋은 일이지만, 과유불급이다.
너무 넘쳐도 문제라는 거다.
특히나 생명이 걸린 다이버 일을 하려고 마음먹었으면 말이다.
백우현은 이번 대련이 백오연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했다.
“대련용 목검입니다.”
백우현은 유성우와 백오연에게 목검을 한 자루씩 건네주고는, 2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게 했다.
“대련은 한쪽이 패배를 시인할 때까지. 혹은 목검을 손에서 놓쳤을 때. 그럴 일은 없겠지만, 다칠지도 모르니 직접적인 타격은 안 됩니다.”
“네. 총사범님.”
“그러지.”
“그럼 시작하십시오.”
백우현의 말에 백오연이 제 쪽으로 검을 끌어당겨 가슴께에 검을 곧추세웠다.
본국검의 기본자세 중 하나인 ‘지검대적세(持劍對賊勢)’였다.
“선수는 양보해드리겠습니다.”
“그럼 나야 고맙지.”
백오연의 자세를 본 유성우는 성큼성큼 두 발짝 걸어가더니 느릿하게 검을 휘둘렀다.
딱히 무슨 자세를 취한 것도 아니고, 강력한 힘이 실린 것도 아니었다.
툭. 하고 유성우의 목검이 세워진 백오연의 목검에 닿았다.
긴장을 잔뜩 끌어올렸던 백오연은 어이가 없는 공격에 반응도 하지 못했다.
“에?”
“뭐해? 선공했는데. 공격 안 해?”
“지금 장난치는 거예요?!”
백오연은 인상을 잔뜩 구기며 아직 닿아 있는 유성우의 목검을 밀어내려 양팔에 힘을 주었다.
그런데.
“익-!!”
검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유성우의 검은 처음 그대로, 딱 붙은 채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힘이 억눌리고 있자니 태산을 검으로 밀어내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마에서 식은땀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유성우는 백오연의 반응을 살피고는 검을 떼며 뒤로 물러났다.
‘……힘, 힘 차이 때문이야. 그렇다면 속도랑 기술로.’
백오연은 자세를 바꾸었다.
중심을 살짝 낮추고, 양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숲에 숨어 있던 호랑이가 튀어나오는 것을 본뜬 ‘맹호은림세(猛虎隱林勢)’.
공격으로 이어가기 위한 전진.
백오연은 재빠르게 발을 놀려 전진하며 상단에서 아래로 내려치는 ‘격자지법(擊刺之法)-진전살적세(進前殺賊勢)’를 펼쳤다.
유성우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그녀의 검을 피하고는 이어지는 연속된 찌르기, ‘좌협수두세(左挾獸頭勢)’와 ‘용약일자세(勇躍一刺勢)’마저 간단하게 검 끝을 쳐내는 것으로 파훼했다.
‘왜, 왜?!’
그녀의 본국검법은 나무랄 데 없었다.
남을 가르칠 자격을 얻은 사범인 만큼, 군더더기 없는 정석적인 공격이었다.
“이익!”
“본국검법은 최고라고 하더니, 이것밖에 안 되나?”
“아직, 안 끝났어요!”
유성우는 더 약을 올려대며 백오연의 공격을 유도했다.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연속으로 검을 펼쳐냈다.
향전살적세(向前殺賊勢).
후일격세(後一擊勢).
안자세(雁字勢).
직부송서세(直符送書勢).
그녀는 분노를 토해내듯이 본국검법을 쏟아냈다.
공기를 가르는 목검의 바람 소리가 흉흉한 맹공.
하지만 유성우는 그녀의 검을 살짝 쳐내거나, 간단히 몇 걸음 걷는 것만으로 전부 피해냈다.
닿을 듯 말 듯하게, 전부 종이 한 장 차이로.
열이 머리끝까지 차오른 백오연은 검을 제 쪽으로 끌어당기곤 한 발을 들곤 눈을 부라렸다.
본국검법-오의(本國劍法-奧義).
금계독립세(金鷄獨立勢).
맹투계조(猛鬪鷄爪).
“잠깐, 백오연!”
백우현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백오연은 기어이 본국검법의 오의를 꺼내 들고는 맹렬한 참격을 날렸다.
목검이라지만 B급 다이버.
검에 실린 힘은 어마어마했고.
이내 목검에 일렁인 기운이 번쩍이며 세 갈래로 갈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유성우가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