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54)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53화(254/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53화
유해(9)
뒤통수를 후려친 유성우는 손바닥이 얼얼하자 인상을 팍 찌푸리며 발로 놈을 걷어차 다시 벽에 처박았다.
그렇게 괴물은 더는 일어나지 못했다.
파일리가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40단계의 괴물의 최후는 검도 아닌 발길질이었다.
유성우는 엉망진창이 된 상이를 부욱 찢어 바닥에 내던지고는, 관중석을 쳐다보았다.
잔뜩 당황한 얼굴의 파일리는 표정을 한껏 구겼다가, 이내 웃는 것도, 화난 것도 아닌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
-조건은 충족했다! 나와라!
파일리는 그리 소리치며 허공을 향해 무언가를 던졌다.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니, 그것은 검은빛을 띠는 목걸이였다.
목걸이에서 자그마한 형상이 튀어나오더니, 그것은 벽에 처박혀 무너진 괴물을 빨아들이고, 이내 주변의 부정한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
흑사로 펼쳐놓은 극한저주지대가 놈에게 빨려 들어갔다.
이대로 있다가는 흑사의 힘이 모조리 빨아 먹힐 것 같아 소환을 해제했다.
게다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유성우의 가슴팍에서 문자열이 빠져나가더니 놈에게 흡수되었다.
파일리의 가슴팍에서 또한.
그 광경을 본 슈아넬이 소리쳤다.
“……저주를 먹어 치우는 거다! 악마의 계약은 일종의 저주니까!”
“허, 믿고 있었던 게 저건가?”
슈아넬의 말대로 유성우는 계약이 끊어진 것을 느꼈다.
파일리와 맺은 계약뿐만이 아니라, 단탈리안과 맺은 계약까지.
유성우는 자신의 앞에 내려앉는 형체를 보았다.
기다란 머리카락을 사방으로 나풀거리는 자그마한 어린아이의 몸이었다.
저주를 먹고 탄생한 존재는 유성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콰아앙!
그리고 그 순간 유성우는 무형의 기운에 의해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반응할 새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벽에 처박힌 유성우는 기침하며 벽에서 빠져나왔다.
‘방금 뭐였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이었다.
눈을 깜빡이자 저 멀리 있던 형체가 순식간에 눈앞에 다가와 다시금 주먹을 내질렀다.
-그렇지! 그거다! 이게 바로 41단계의 힘이다!
“저 개새끼가…….”
유성우는 중얼거리며 일생을 불러들여 주먹을 흘려냈다.
흘려낸 충격파가 그대로 콜로세움의 벽을 두들겨 반파시켰다.
-자, 잘했, 아니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콜로세움이 반파되자 좋아하던 파일리가 태도를 바꿨다.
복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지만, 꽤 힘이 들 것 같았기에.
“저주를 먹고 태어난 존재라.”
어마어마하게 까다로운 놈이다.
흑사의 극한저주지대를 처먹었고, 단탈리안의 계약까지 먹어 치웠다.
그래서 그런지 전신에서 저주를 풀풀 풍겨대며 다가온다.
오러를 끌어올려 방어하지 않으면 근처에 오는 것만으로 온갖 저주에 걸려 너덜너덜해지겠지.
“오빠! 지금 도우러…!”
“오지 마라! 방해다!”
지금 자신 이외에 다른 이들은 놈이 내뿜는 저주에 대항할 수단이 없다.
마력으로 버틴다고 해도 그저 수십 초에 불과하겠지.
‘흑사를 꺼내 들 수는 없겠군.’
흑사도 저주를 빨아들이는 특성이 있지만, 저주의 흡인력은 저쪽이 더 위였다.
흑사를 꺼냈다가는 흑사의 안에 담긴 힘이 모조리 빨려버릴 터.
“……!”
유성우는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며 몸을 회전시켰다.
다시금 놈의 주먹이 스쳐 지나가며 콜로세움을 박살 낸다.
-오디움! 코, 콜로세움을 부수는 게 아니다!
“흠…….”
파일리의 말에 유성우는 아예 벽을 등지고 싸웠다.
오디움이라 불린 괴물의 속도와 힘은 분명히 자신보다 상위.
압도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단순한 주먹질과 발길질 하나하나가 재앙에 가까웠다.
그것들을 정면에서 받아내는 건 무리임이 뻔했기에 모조리 콜로세움 쪽으로 흘려보냈다.
콰아앙!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오디움이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발길질할 때마다 콜로세움이 무너져 내렸다.
관객석의 망령들이 그에 휩쓸려 하나둘 물리적으로 성불했다.
저주의 힘에 의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결국에는 파일리가 있던 VIP석까지 부숴버렸다.
‘불러내기만 했지, 통제는 안 되는 모양이군.’
유성우는 공격을 계속해서 흘려내며 오디움을 관찰했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기억을 끝없이 뒤지며 특성을 분석해
‘특정한 형체가 존재하기보다는 사념체에 가깝다. 일반적인 물리공격은 제대로 피해조차 입지 않을 테지.’
‘일생으로는 벨 수 있나? 벤다고 하더라도… 저주가 워낙 강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
모르겠다면 직접 해봐야 하는 법.
유성우는 다시금 짓쳐 든 주먹을 흘리고는, 회전하며 참격을 정확하게 목덜미에 꽂아 넣었다.
일생은 뭐든지 잘 베는 검이다.
유성우의 영혼과 함께 벼려진 날카로운 날붙이.
강철도 손쉽게 부는 명검이고, 여러 환상과 신비마저 베어낸 보검이기도 했다.
영혼을 베는 것도 가능해 몸의 기능 자체를 상실하게 만든다.
카아앙─!!
그런 일생으로 오디움을 두들긴 결과 돌아오는 건 두부처럼 썰리는 광경이 아닌.
벨 수 없는 것을 베려고 한 결과였다.
검이 반발력으로 뒤로 튕겨 나가고, 유성우의 가슴팍에 오디움의 주먹이 꽂혔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하려 했지만 오히려 살만 뜯겼다.
무너진 콜로세움의 잔해에 처박혀 흙먼지를 일으킨 유성우는 콜록거리며 울컥울컥 쏟아진 핏물을 토해냈다.
“퉷.”
고인 피를 뱉어낸 그가 숨을 길게 내뱉으며 일생을 굳게 쥐었다.
일생으로는 벨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저놈을 벨 수 있을까.
-끄, 성불할 뻔했네…….
어떻게 오디움을 쓰러트릴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던 중 잔해 속에서 파일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유성우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신력을 두른 손을 뻗어 파일리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이 새끼, 감히 배신을 때려? 내가 말하지 않았나? 배신하면 토막 내서 죽여 버리겠다고. 이 쓰레기 같은 새끼야.”
-아, 아악! 머, 머리가!
“당장 소환을 해제해라. 그러면 팔다리 한두 개로 봐줄 테니.”
-크, 크큭, 해제할 것 같나?
“그럼 지금 당장 찢어버리는 수밖에 없겠군.”
유성우는 파일리의 머리채를 잡은 채 오디움의 공격을 흘려냈다.
파일리는 제 옆으로 아슬아슬하게 오디움의 주먹이 스쳐 지나가자 망령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래도 파일리는 뜻을 자신의 굽히지 않았다.
-해제해도 안 해도 어차피 죽을 것 같은데, 차라리 함께 죽자! 이 빌어먹을 소드마스터!
“컨셉이 모조리 깨졌군.”
틀린 말은 아니었다.
유성우는 어느 쪽이든 파일리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생각이었으니.
유성우는 파일리를 던져버리고는 오디움의 주먹을 검면으로 막아내 일부러 밀려났다.
-아악! 내 허리!
일생의 비명이 순간 들려온 듯했으나, 가볍게 무시했다.
거리를 벌었다. 그러나 오디움은 재차 달려든다.
저주의 힘은 계속해서 강해져, 이제는 발을 내디딜 때마다 주변의 공간 자체가 어그러진다.
오디움의 몸에 담긴 저주가 공간 자체를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놈이 서 있는 장소 자체가 놈의 고유세계로 변모한다.
“일생, 좋은 생각 없나?”
-검한테 대체 뭘 바라나?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한 가지밖에 없다는 걸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나.
“그렇긴 하지.”
하지만, 이번에는 벨 수 없다.
아까 일생을 휘둘렀을 때 신력을 담아 휘둘렀음에도 멀쩡했으니.
같은 짓을 반복할 정도로 유성우는 멍청하지 않았고, 베일 때까지 벨 정도로 미련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시간도 없다.
대체 어디서 힘을 보충하는지 오디움의 기운이 지금도 점점 거대해지고 있었다.
“후우…….”
오디움이 주먹을 뻗는다.
조금 학습을 한 건지 주먹의 궤도가 기묘하게 비틀리며, 힘을 흘려낼 수 없도록 만든다.
하지만, 기술은 유성우가 여전히 위였다.
즉각 그 또한 검로를 수정해 오디움의 공격을 흘려내며 오디움의 목에 검을 찔러넣었다.
캉!
그러나 역시, 검은 들지 않고 튕겨 나온다.
너의 힘은 자신에게 닿지 않는다는 걸 인식했는지, 이제는 검격에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어.
알 수 없는 단어가 머릿속에 들려온다. 오디움의 언어일까.
정신을 침식하는 듯한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검을 휘둘렀다.
오디움의 주먹이 검을 두드려 유성우를 날려 보낸다.
다시 잔해에 처박힌다.
몇 번째 처박히는 건지.
잔해 속에서 일어난 그가 입을 열었다.
“…저주로 말미암아 탄생한 고대의 신격인가. 온갖 저주를 빨아들이는 특성이라.”
처음 보는 부류의 적이다.
놈이 처먹은 건 온갖 저주와 신격.
신력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건, 그만한 그릇이 완성되었다는 소리였다.
어떠한 이유로 목걸이에 봉인되어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고대의 신격이 파일리에 의해 깨어난 것이다.
“후우…….”
숨을 길게 내쉬며 오디움의 공격을 여러 번 흘려낸다.
그리고, 기술의 격차가 점점 줄어든다. 오디움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기술을 습득하며 덤벼든다.
“무엇을 기원으로 삼은 신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질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유성우는 일생의 소환을 해제했다. 저주를 먹는 검이라면, 그 몸을 구성하는 것 또한 저주.
가장 효과적인 검은 ‘끊어내는’ 특성을 가진 일생과 이계일 테지만, 검의 특성이 들지 않는다.
베어낼 수 없는, 끊어낼 수 없는 저주이기에 그런 것일지도.
‘그래서 저주를 끊어낸 게 아니라, 봉인의 형태로 둔 거겠지.’
그렇다면, 놈을 없애는 방법은 봉인하거나…….
완전히 퇴치하는 것이다. 그 존재 자체를.
“그렇다면, 적당한 검이 한 자루 있지.”
웬만해서는 꺼내 들지 않는 검이지만, 지금은 웬만한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오디움의 주먹을 양팔을 겹쳐 막아낸 그가 뒤로 쭈우욱 밀려난다.
거리를 벌린 그가 모두에게 들리도록 오러를 실어 말했다.
“모두, 눈을 감고 등을 돌려라. 아니면 잔해 뒤에 숨어라. 절대로 이쪽을 봐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심해라.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내 책임은 아니니까.”
그리 선언한 유성우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영혼에 꽂혀 있는 검은 모두 일곱 자루.
일생(一生)에 이어 이계(二界).
삼정(三精)에 이어 흑사(黑四).
오월(五月)에 이은 육망(六望).
그의 모든 검은 유기적으로 이어진 생명체나 다름없다.
오랜 시간 함께하며 에고를 가지게 된 검들.
유성우의 검 중에서 가장 지랄 맞은 검은 단연코 네 번째 검인 흑사가 제일이지만.
육망 또한 그에 준하는 지랄 맞은 검이었다.
흑사처럼 주인을 잡아먹으려 드는 마검은 아니긴 하지만…….
다루기 위한 조건이 너무나도 까다로운 검.
“후우우…….”
심호흡한 그가 다른 이들이 그의 말대로 한 것을 확인하고는 가슴팍으로 손을 가져가, 여섯 번째 검을 꺼내 들었다.
검자루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남과 함께 찬란한 빛이 터져 나온다.
그것은, 인간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빛.
그저 닿는 것만으로 투사의 무덤을 방황하던 망령들이 성불한다.
신성이 가득 담긴 성검(聖劍)이 상극인 망령의 세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성우의 오러와 신력을 쭉 빨아먹으며 드러난 오색 찬연한 검을 쥔 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2라운드 시작이다, 이 새끼야.”
-정의구현! 정의구현! 정의구현!
…검은 좀 닥쳐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