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wordmaster Wants to Live Peacefully RAW novel - Chapter (256)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255화(256/390)
소드마스터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255화
유해(11)
결국 파일리는 유성우에게 투사의 무덤의 권한을 모조리 넘길 수밖에 없었다.
파일리에게 남은 것은 형체와 중계 권한뿐.
투사의 무덤의 진정한 주인은 유성우가 되었다.
“흠.”
다시금 계약을 맺은 유성우는 제 앞에 튀어나온 보물상자를 쳐다보았다.
파일리가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던 권한으로 인해 괴물을 쓰러뜨린 것, 그리고 오디움을 쓰러뜨린 게 41층의 클리어로 인증받은 모양이었다.
유성우는 보물상자를 발로 차서 열었다.
‘이전에는 칼자루를 주었으니, 이번에는 몸뚱이를 주려나?’
그리 생각하며 보물상자에서 튀어나온 무언가를 보았다.
그것은 뼈였다.
유성우는 제 손에 쥐어진 뼈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뼈?”
형태로 봐서는 갈비뼈.
다행히 이번에는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는 갈비뼈는 아니었다.
갈비뼈 한가운데에 창으로 찌른 듯한 흉터가 있는 뼈였다.
유성우가 그것을 빤히 쳐다보고 있자, 저 멀리에서부터 잔느가 한달음에 달려와 그에게 매달렸다.
“이, 이건! 방금 보물상자에서 이게 나온 거예요?!”
“그런데. 뭔지 알겠나?”
“이거, 그거잖아요! 성인의 유해! 진짜 성인의 유해라고요!”
“은은하게 느껴지는 게 신성이었나? 흠.”
그가 좀 더 알아보라며 잔느에게 넘겨주자, 그녀는 뼈를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입을 쩍 벌렸다.
“진품 중에서도 진품, 그리고 이 흔적…….”
“창에 찔린 것 같은 흔적이던데. 성인의 유해에, 창에 찔린 흔적이라면…….”
“갈비뼈에 남은 흔적, 그렇다면 당연히 그것밖에 없죠! 롱기누스(Longinus)!”
진품 중의 진품이다.
과거 성인이 실존했다는 증거 그 자체다.
유성우는 잔느의 손에서 갈비뼈를 빼앗아 들고는 대충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가자.”
이제 좀 지친다.
돌아가서 자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유성우는 파일리에게 넘겨받은 권한을 이용해 지구로 돌아가는 게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나가기 전에 무너진 콜로세움에서 절망한 채 주저앉은 파일리에게 말했다.
“다음에 오기 전까지 복구해 둬라. 안 해두면 죽여 버린다.”
***
“몇 단계까지 공략했는지는 알아보았나? 검혼의 전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볼 좋은 기회다.”
“…그것이, 어비스에 들어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유성우 일행이 너덜너덜한 꼴로 돌아오자마자, 그들을 호텔로 안내하고는 전력 분석을 위해 다이버들을 어비스 내부로 들여보냈다.
하지만 다이버들은 어비스로 진입할 수가 없었다.
어비스에 들어가려고 하면, 무언가 투명한 막에 의해 막혔다.
미국 정부의 정보국장은 어비스에 들어갈 수 없게 됐다는 말에 미간을 좁혔다.
1급 어비스 ‘투사의 무덤’은 미국 다이버들의 밥줄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여러 번 도전할 수 있는 데다가, 보상도 꽤 좋은 것들이 나오니까.
죽는 이들도 있었으나 일종의 채굴이 가능한 아티팩트 광산이나 마찬가지였다.
“투사의 무덤에 들어갈 수 없다면 손실이 커질 텐데, 왜 그렇게 됐는지 검혼에 질의는 해보았나?”
“예. 말해보았으나 자신들은 모른다고 하더군요. 말해줄 것 같지 않아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랬나.”
정보국장은 손에 들린 펜을 빙글빙글 돌리며 생각했다.
어비스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는 경우는 두 가지 있었다.
어비스가 공략되었거나, 어비스의 코어 몬스터가 지성을 갖고 출입을 금하거나.
하지만 어비스는 공략되지 않았으니 후자의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지금까지 투사의 무덤은 한 번도 닫힌 적이 없던 어비스.
갑자기 닫힌다는 건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웠기에, 유성우와 그 일행에게 무언가 있었다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체 어비스에서 무슨 짓을 하고 온 거지?”
정보국장이 알 도리가 없었다.
유성우가 어비스의 권한을 빼앗고 주인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
“그럼 투사의 무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어비스의 완전 수복이 끝나면 위치를 옮길 거다. 어비스를 유지하는 기운은 지맥을 빨아먹거나, 대기 중의 마력을 흡수한다는 것 같으니…….”
“위치를 옮겨? 그게 가능해?”
유지우의 물음에 유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비스는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곳이다.
차원과 차원 사이에 있는 틈새, 그곳을 기반 차원으로 삼아 지구에 ‘문’을 만든 것이다.
그렇기에 입구 정도는 어디로든지 옮길 수 있는 법.
“망령놈이 알아서 할 거다. 위치는 검혼 길드 타워의 옥상이고.”
“투사의 무덤이 검혼 길드 타워의 옥상으로……?”
투사의 무덤은 미국의 어비스였고, 그마저 막대한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그런 황금의 땅, 아니 어비스가 검혼 길드 위에 세워진다면…….
“오, 오빠는 대체 얼마나 돈을 벌어들일 생각이야?! 돈으로 나라라도 하나 사려고 하는 거야?!”
유지우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유성우가 돈을 벌어들이는 속도를 말이다!
자기는 몇 년이 넘도록 뼈 빠지게 일해서 회사 하나를 차렸는데, 유성우는 돌아온 지 몇 달 만에 국가 예산을 벌어들였다.
능력 있는 자에게 재물이 모여든다는 것인가.
“흠, 그럴까?”
유성우의 총재산은 국가 예산을 훌쩍 넘어갔다.
토월족과 엘프들이 모은 재산을 흡수했을 뿐만이 아니라, 그가 여러 어비스를 공략하며 받은 수당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유월의 주도하에 지금도 실시간으로 덩치를 불려가고 있으니, 전 세계 사람으로 재계 순위를 매긴다면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 터였다.
어쩌면, 그것보다 더.
“농담이다.”
유지우의 얼빠진 얼굴에 유성우는 피식 웃었다.
“그럼 다음은 유해의 회수인가.”
그들은 아직 미국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이 미국에 온 목적 중에는 엠파이어 마탑의 부탁으로 성인의 유해를 회수하기 위함도 있었다.
허수차원에 진입해 마탑주였던 샤론의 유해와 함께 남아 있을 예수의 어금니.
물론 그것을 회수해서 곧이곧대로 미국에 넘겨줄 생각은 없었다.
헤트리스가 현자의 돌을 완성하는 데 필요하다고도 했으니, 어떻게든 가져갈 생각이었다.
“예수의 어금니라… 그렇다면, 지구에 몇 개나 되는 유해가 흩어져 있는 거지?”
“인간의 뼈는 삼백 개가 넘으니 그 정도나 있는 건 아니겠지?”
이에 대해 마녀들에게 논의한 적도 있었다.
그들은 그만한 숫자의 유해가 있었다면 진작에 기독교가 현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 했으니.
현시대에 남아 있는 유해는 열 개 이하라는 결론을 내렸다.
“유해를 두 개나 확보하게 되면 분명 도움이 되겠지.”
하나는 현자의 돌의 재료용으로 갈아버릴 거지만…….
헤트리스가 비원의 끝에서 현자의 돌을 완성한다면 성자의 유해는 별것도 아니게 될 테니, 별로 아까운 투자는 아니다.
유해를 회수하러 가기까지는 이틀이 남았다.
엠파이어탑에서 허수 차원으로 가기 위한 좌표 특정과 문을 여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그들은 문을 열 수는 있으나, 허수 차원으로 향해서 무사히 살아 돌아올 방법이 없었다.
허수 차원에서 원활히 움직이려면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거나, 차원 마법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했다.
그러한 조건에 맞는 사람은 시계탑주 베르트랑, 그리고 남산탑주 성천견 정도.
하지만 그들에게 성인의 유해에 관한 것을 들킬 수는 없었고, 허수 차원에서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 꼽자니 소거법으로 유성우밖에 남지 않았다.
물론 유성우도 너무나도 불안한 상대였지만, 적어도 같은 마탑들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리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성인의 유해 탈취, 재밌겠군.”
유성우는 그 누구보다도 성인의 유해를 빼돌릴 사람이라는 걸.
***
“지금부터 허수 차원으로 향하는 문을 열겠습니다.”
부탑주, 맥켄지가 말했다.
허수 차원으로 향하는 사람의 숫자는 총 세 명.
유성우를 비롯해 공간 마법을 어느 정도 다룰 수 있는 슈아넬과 바토리였다.
“이미 브리핑한 부분이지만, 다시금 설명하겠습니다. 여러분들께 부탁드릴 건 성자의 유해의 회수입니다. 가능하면 샤론 님의 유해도 회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성자의 유해를 최우선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래.”
맥켄지가 말을 끝내고는, 마력을 끌어올려 준비한 마법진 위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마력을 불어넣자 마법진에서 푸른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그 위로 푸른빛이 얽히고설켜 자그마한 문을 그려냈다.
그 모습을 본 바토리가 말했다.
“마녀의 마법이군요. 정령들의 힘을 빌려 공간을 연결하는 마녀의 마법을 술식으로 구현해 내다니. 누군지는 몰라도 실력이 대단한걸요?”
“이 마법은 전대 탑주이신 샤론 님이 고안해낸 술식입니다. 아직 미완성이라 물질계에 존재하는 특정 공간과의 연결은 무리지만, 마법적 저항이 적은 허수 차원과의 연결은 가능하게 되었죠.”
“성자의 유해의 좌표는 어떻게 특정한 건가요?”
“워낙 귀중한 물건이기 때문에, 유해에 좌표 술식을 새겨두었습니다. 이것이 유해를 찾을 나침반입니다.”
맥켄지는 마지막으로 유성우에게 나침반을 쥐여주고는 무운을 빌어주었다.
유성우는 문으로 들어서며 슬쩍 바토리를 보았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해에 새겨진 술식 정도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표시였다.
“좋아. 출발하자고.”
그가 짧게 말하고는 바토리와 슈아넬의 뒷덜미를 잡고 문으로 들어섰다.
순식간에 끌려가게 된 둘은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문으로 들어서자 시야가 뒤바뀐다. 마치 어비스의 입구를 통과했을 때처럼, 공간이 일그러졌다가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들이, 아니 유성우가 도착한 곳은.
“……?”
새파란 초원이었다.
드넓은 하늘과 기분 좋은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기다란 잔디.
그런 초원의 중심에는 척 보아도 수상하기 짝이 없는 백색의 가제보가 자리했다.
로맨스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귀족들의 정원에 자리한, 티타임 테이블.
그곳에는 초록색의 고급스러운 옷을 걸친 여인이 앉아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유성우는 곧장 일생을 꺼내 들고는 긴장한 채로 가제보를 향해 다가갔다.
분명히 자신은 미국에서 허수 차원으로 향하는 포탈을 탔다.
그런데 이상한 곳으로 떨어졌다는 건, 순식간에 도착 좌표를 일그러뜨릴 만큼의 능력을 가졌다는 뜻일 테니.
그리고 정말로, 유성우는 눈앞에 있는 여인의 실력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마력은 한 줌도 느껴지지 않으나, 직감은 위험하다고 경종을 울려댔다.
긴장을 잔뜩 끌어올린 그가 가까이 다가가자 가제보에 앉아 있던 여인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거기 당신, 잠깐 차 한 잔 마실 시간만 내주지 않겠어요?”
“…다른 애들은 어떻게 한 거지?”
“모두 안전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그저,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니까…….”
그리 말한 여인이 비어 있는 찻잔에 홍차를 따르며 다시금 그에게 물었다.
눈에서 샛노란 안광을 토해내면서.
“그러니까 당신, 차 한 잔만 마실 시간을 제게 내주지 않으시겠어요? 후회는 없을 텐데요.”
협박 아닌 협박이었다.